냐옹아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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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아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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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아 - 2부

 

 

오래간만에 잠을 설쳤다. 

몽롱한 정신으로 사무실에 나와 있지만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냐옹아 - 2부 

 

사춘기 소녀처럼 나이 서른에 이런 감정에 설레는  내 모습이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일방적 통보와도 같았던 이전 여자 친구와의 결별은 내 안에 스스로 장벽을 쌓고, 

철저하게 여자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들었었다. 

이성과의 만남보단 게임이 좋았고 이성과의 데이트 보단 같은 취미를 가진 

동성들과의 술자리가 더 좋았다. 

그러기를 근 3년.. 

외모도,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상대와 함께했던 시간은 

내 안의 벽을 느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느슨해진 성벽을 부지불식간에 허물고 있던 냐옹이는 

어느새 경계선을 넘어 내 안으로 들어와 있던 것이다. 

  

설렘과 함께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번엔 괜찮은 것일까.. 

조건도 외모도 아닌 오로지 무형의 공간에서 함께하면서 

시나브로 상대에게 젖고 있었던 내 마음은 진짜 같았다. 

하지만 냐옹이는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멀쩡한 정신상태가 아닌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말과 행동이었기에 

섣불리 그 의미를 단정할 수 없었다. 

  

일 하는 동안에는 게임관련 프로그램은 절대 켜두지 않는 게 내 철칙이었는데 

엊그제부터 벌써 수도 없이 그 철칙을 어기고 길드 톡방에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핸드폰에 남아 있는 그녀의 번호로 연락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상대방의 마음도 모른 채 내 마음만 들킬 것 같아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냐옹이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내 마음 속에서는 더 이상 설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마음을 내려놔야 내 원래대로의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하며 길드톡을 나가려 멈칫거리던 순간 냐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누구야.. 냐옹이!! 너 왜케 또 안 왔어?” 

“히~~ 저 기다리셨어요? 오래간만에 언니네 간 김에 푹 쉬다 왔어요. 헤헤..” 

“그래? 말이라도 해주지.. 우린 또 너 무슨 일 있나 했지..” 

“어??? 탱커 오빠가 알았을 텐데요. 저 언니네 갔다는 거..” 

“엥.. 탱커는 아무 말 없던데.. 너 뭐야 임마.. 알고 있었어?” 

“아....뭐.... 간 건 알았는데... 쉬다 오는 건 줄은....” 

“뭐야... 얘들 수상하네 이거~~~” 

“에이... 오빠 뭐가 수상해요.. 호호호...” 

  

그랬다.. 

냐옹이 말대로 수상한 사이가 아니었나보다. 

허탈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형님들 저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 스스로 창피함에 형들의 인사도 듣지 않고 내 말만 한 채 재빨리 톡방을 나와 버렸다. 

 

냐옹아 - 2부
 

  

‘빌어먹을... 빌어먹을..’ 

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니.. 

하긴... 서로를 본 건 딱 한 번, 그것도 30여분 남짓의 시간뿐이었는데 

상대방도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니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면서도 딱하게 느껴졌다. 

  

컴퓨터를 끄려는 순간 초대 신청이 들어왔다. 

당황한 나머지 톡 프로그램을 로그아웃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광고란 생각에 거절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클릭 실수로 수락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오빠...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빨리 나가요..” 

“뭐야... 광고인줄 알고 거절 누른다는 게 잘 못 눌렀네...” 

“쳇 뭐에요... 그럼 실수로 여기 온 거에요?” 

“아마도 그런 듯....” 

“치.... 오빠는 안 반가워요 제가?” 

“반가워” 

“근데 왜 전 그 반대처럼 느껴지죠?” 

“넌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떻게 아냐...” 

  

애꿎게 냐옹이에게 쏘아붙이고 말았다. 

  

“이게... 지금 화 낼 일이에요?” 

“미.. 미안..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짜증만 자꾸 낸다...” 

“됐어요. 이미 기분 상했어요...” 

“미안합니다” 

“큿큿.. 또 개그 칠려고 일부러 그랬구나. 난 것도 모르고 진짜로 화난 줄 알았잖아요." 

  

냐옹이를 웃기기 위해 말장난을 쳤지만 내 얼굴은 웃고 있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은 울고 있었다. 

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더 우스꽝스러워야만 했다. 

  

“너 이 잘생긴 얼굴로 김영철 흉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 건 줄 알어?” 

“웅... 이제 얼굴 알아서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머릿속에 상상이 되요. 큿큿, 간만에 잼있다.” 

“흣, 너한테 재밌다는 소리 첨 듣는 것 같다..” 

“흐음... 내가 그렇게 인색했나... 이게 다 오빠 때문이에요. 

칭찬에 인색한 사람하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냐옹아 - 2부
 

“미안합니다” 

“푸훗.. 그만해요. 2번하면 재미없는데~~” 

“미안합니다” 

“아 그만~~~ 자꾸 그러면 확~~~~” 

“.......” 

“아~앙~~...치사하게 왜 나한텐 안 물어 봐요~~” 

“그냥... 뻔~~하면 재미없잖아..” 

“치.. 완전 자기 맘대로야..” 

“어허~~~ 자기 아니고 오빠래도 그러네...” 

“피.... 어떻게 한번을 안 받아 주냐... 말이라도..” 

  

순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지금껏 둘이서 얘기 할 때면 이런 정적은 없었는데 너무나도 어색했다. 

  

“나 이만 자야겠다.. 컨디션이 영 아니다..” 

“저기 오빠... 저 할 말이 있는데....” 

“뭔데??” 

“그게 저기... 일전에 언니가 전화해서...” 

“아~ 그거... 난 또 뭐라고... 걱정하지 마..” 

“네?” 

“오해 안 해 임마~~. 술 취해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너랑 나랑 얼마나 봤다고 그런 게 있겠냐,,, 모임에서 기껏 딱 한 번 봐놓고.. 

나 그렇게 이해심 없는 사람 아니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유쾌한 척, 남자인 척. 

나는 이것으로 더 이상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아~~ 도저히 안 되겠다 몸이 피곤해서 나 그만 간다. 담에 보자~~” 

  

난 이번에도 냐옹이에게 대꾸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내 할 말만 하고 나와 버렸다. 

이렇게라도 목 박아버리니 마음속에서 피어나던 조그마한 여지조차 사라져버렸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미련은 두지 말고 원래대로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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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난 며칠간 게임도 톡에도 접속을 하지 않았다. 

내 다짐이 조금은 단단해지면 그때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이... 탱커~~ 무슨 일 있냐?” 

  

매일 빠짐없이 접속하던 내가 오지 않자 길마형에게 전화가 왔다. 

  

“아뇨. 좀 일이 바빠서요. 눈 코 뜰 새가 없네요. 요새” 

“다행이네... 난 뭔 일 있나 했지...” 

“문자라도 남겼어야 했는데.....” 

“됐다.. 뭐 일로 바쁘면 좋은 거지” 

“그나저나 한번 놀러 오신 다더니 오시지도 않네요..” 

“아... 안 그래도 내 이번 주에 그 쪽 갈 일이 있는데 만나서 한잔 하자 그럼”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나서 길마형과 길드 동생들이 찾아왔다. 

  

“야~~ 밖에도 좋은데 많은데 굳이 왜 집으로 오라 그러냐. 번거롭게..” 

“나가면 맘 편히 먹기가 그래서요. 모처럼 진탕 마셔야죠.” 

“아따 네가 웬일이냐. 나야 좋지. 그럼 함 달려 보까나~~” 

  

모처럼 내 자신을 내려놓고 술독에 빠졌다. 

집안에 장식품처럼 진열해 두기만 했던 온갖 술이란 술은 다 꺼내와 마셨다. 

  

초저녁부터 달린 나머지 어떻게 내가 깔아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거실엔 빈 병과 안주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깔아져서 완전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도대체 몇 시나 된 것인지 우선 확인부터 하기위해 충전기에 꼽아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젠장...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사람들이 급하게 들이닥치는 통에 확인도 못하고 있었다. 

핸드폰 전원을 눌러놓고 타는 듯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엌으로 가고 있는 사이 

핸드폰에선 알림음이 요란스럽게 연이어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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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일까.. 

핸드폰 액정에는 수십 개의 알림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목록이 떠 있었고, 

걸려온 곳의 번호는 모두가 동일했다. 

비록 저장해 두지 않았지만, 굳이 외우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무던히도 지우려 했지만 

내 머릿속에선 그 번호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반.. 마지막으로 전화가 온건 5분 전..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난 냐옹이가 남겨놓은 음성부터 확인을 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오빠... 전데요... 우리 집 냥이가 없어졌어요.. 어떡해요.. 엉.엉..” 

“두 번째 메시지입니다. 오빠... 또 전데요... 아무리 찾아도 우리 냥이가 안보여요.. 좀 도와줘요... ” 

“세 번째 메시지입니다. 혼자 있어서 너무 무서워요 지금... 오빠 어디에요.... 지금 좀 와주면 안 돼요...” 

“아홉 번째 메시지입니다. 야이~ 나쁜 자식아~~ 맨날 사람 마음가지고 들었다 놨다 하니 재밌냐? 

이 나쁜 자식아.. 이 나쁜... 나 지금 니네 동네 가니까~~ 너 딱 기달려.. 너.. 택시~~~” 

“열 번째 메시지입니다. 저기 택시 기산데요. 지금 일산인데 아가씨가 주소를 모른다고 해서 전화했습니다. 

빠르게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술에 취한 것 같은 냐옹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무작정 택시를 탄 것인지 경솔하고도 무모한 그녀의 행동에 몹시 화가 났다. 

  

“여보세요... 오빠?”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와.. 

그리고 맨 정신도 아닌 술에 취한 채로 택시를 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 왜 화만 내요...” 

“딴 말 필요 없고 기사 아저씨 보고 도로 집으로 가자고 해.. 아니다 나 좀 바꿔 줘봐...” 

“싫어.... 집에 냥이가 없어 나 혼자 있어야 한 단 말야.. 안 갈 거야.” 

“아니... 고양이가 없어졌다고 왜 집에 혼자 못 있어....” 

“무서워... 혼자 있어서 무섭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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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써는 도저히 그녀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돌려보내려 설득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택시비 다 돼서 이제 내려야 하는데 어떡해 오빠...” 

“그러게 왜 무턱대고 여기는 와!!”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어떡해 오빠.. 자꾸 이상한 사람이 따라오는 거 같아....” 

  

더 이상 주저하다간 그녀가 위험에 처할 것만 같았다. 

  

“아오... 주변 둘러 봐봐. 건물 뭐 있어?” 

“술집하고... 노래방하고,,, 피씨방하고...” 

“그럼 피씨방으로 지금 달려가서 거기 카운터 있는 사람한테 전화 바꿔...” 

  

잠시 뒤.. 

  

“여보세요.. 00피씨방인데요.” 

  

간단하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그 곳의 주소를 물었다.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불안정한 상태의 냐옹이를 잠시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너 내가 거기 갈 동안 꼼짝 말고 거기 있어. 필요한 건 카운터에 얘기하고 이상한 사람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알았지?” 

“우웅.. 오빠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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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액셀에 발을 올려놓았다. 

내 스스로가 단정하게 느껴지지 못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데 

지금의 내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깔아져서 잔 흔적이 남아있는 머리, 입에선 술과 안주 냄새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까딱하면 음주운전으로 걸릴 수도 있는데, 좀 전까지 그녀를 무모하다고 나무라던 내가 

지금 이처럼 무모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그 곳에 도착하는 동안 다행히 단속을 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운전 하는 내내 휴대전화는 쉴 틈 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1분도 못 참고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 냐옹이 때문에 도저히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난 그녀가 있는 곳까지 가서야 통화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피씨방에 도착하자마자 냐옹이의 모습부터 확인했다. 

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피씨방의 에어컨 때문이었는지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자 커다란 두 눈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이슬이 맺혀있었다. 

  

“이 나쁜 놈아... 왜 인제와... 내가 얼마나 무서웠다구...” 

  

상황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이 난데 없는 광경이 재밌는지 

게임을 하다말고 저마다 우리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참이나 내 품에서 울고 있던 냐옹이를 간신히 달래서 밖으로 나왔다. 

막상 나오긴 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왜 이곳에 왔는지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불안정한 그녀를 다시 울릴 것만 물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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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로록...” 

“.......” 

“오빠... 저 배고파요...헤헤” 

  

이 판국에 밥이 넘어갈리 만무했지만 밥이라도 먹이고 도로 집으로 돌려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빠 저기~~ 해장국집 가요..” 

  

길을 잃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던 고양이는 내 품에서 어느새 안정을 찾은 듯싶었다. 

  

“저기 이모~~~ 여기 뼈다귀 감자탕 소짜 하나랑 소주 하나 주세요~~” 

“야 미쳤어? 저기요... 여기 소주는 아니구요.. 감자탕 하고 공기 2개만 주세요..” 

“왜요~~~ 나 술 마시고 시포..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나 때문에 무서웠다니 식당에 온 새벽손님들은 

저마다 나를 이상한 놈으로 보는 듯 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냐옹이는 끝내 자신이 직접 소주를 들고 왔고, 

난 그 모습에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자... 오빠도 한 잔 해요 헤헤...” 

“됐어.. 너나 마셔 난 운전해야 돼” 

“치..... 화 많이 났어요?” 

“그걸 아는 사람이..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 넌 지금” 

 

냐옹아 - 2부
 

  

버릇이란 참으로 무섭다. 

이 상황에서도 개그프로그램의 대사가 튀어 나올 뻔 했다. 

말이 나온 김에 따끔하게 그녀를 혼내려고 했지만 때마침 감자탕이 나와서 말을 하진 못했다. 

  

“저기 이모~~ 이 오빠 나쁜 오빠에요... 지 보고 싶어 찾아온 사람을 보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막 그랬어요.” 

  

냐옹이의 말에 상관도 없는 식당 아주머니가 나를 정말 나쁜 놈인 양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생면부지의 식당 아주머니한테까지 해명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그저 어이없었지만 

아무리 부정을 해봐도 아주머니의 눈초리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총각이 그럼 못써!!!” 

“그쵸 이모~~~ 사귀자고 매일 찾아와도 사겨줄까 말까인데” 

“아가씨 쪽이 훨~~~~씬 아까워~~~. 키도 길쭉하고, 얼굴도 예쁜데다 몸매까지 이뻐 아주” 

  

아주머니는 점수라도 매기는 듯 나를 눈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주머니.. 저도 어디 가서 남한테 손가락질 받을 외모는 아니라구요....” 

“이.... 긍께... 딱 총각은 그 정도야 이....” 

“메롱~~~~” 

  

아주머니의 말씀에 난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었고 

식당 아주머니를 등에 업은 냐옹이는 아주 신이 난 모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냐옹이는 2잔 외에는 더 이상 술은 마시지 않고 있었다. 

배가 정말로 고팠는지 아니면 해장을 위해서였는지 그녀는 열심히 국물을 들이키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냐옹아 - 2부
 

  

이제야 냐옹이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처럼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를 쓰면 답답해서 군대를 제외하곤 써 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아마도 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피부가 원래 좋아서 일까. 보통 여자들은 화장 전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임에도 참으로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엄청나게 눈물을 쏟아낸 후라 눈두덩이 약간 부어있었지만 

난 왜 지금의 모습이 더 끌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입고 나온 옷은 딱 누가 봐도 라면을 사러 

잠시 집밖으로 나온 여자의 모습이었다. 

깊게 파인 흰 나시티에 하늘거리는 치마, 

노출 부위의 살색이 다 비치는 검은색의 쉬폰 가디건. 그리고 슬리퍼... 

스타킹만 신고 있지 않았다면 이건 딱 동네 마실 나온 여자로 보일만한 의상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이곳까지 온 것은 확실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던 것만 같았다. 

  

한사코 사양해도 내 접시에 굳이 뼈다귀를 올려주며 다 먹으라던 냐옹이는 

정작 자신의 그릇에 있는 뼈다귀 한 덩이를 그저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만 있었다. 

여자로써 차마 남자 앞에선 뼈다귀를 붙잡고 뜯을 수는 없었는지 

괜스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국물 외에는 별 생각이 없던 나는 뼈다귀의 살코기 부분을 다 발라내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오빠~~” 

  

별것도 아닌데.. 꽤나 감동한 눈치였다. 

  

“먹어 배고프다며..” 

“의외로 자상한 데가 있네. 헤헤.” 

“의외가 아니라 원래 자상하거든. 내 사람한테는...” 

“하모. 그래야지.. 

여자보다 남자가 외모가 딸리면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던 가, 

아니면 밤일을 잘 하던 가, 것도 아니면 자상하기라도 해야지 자기 여자한테..” 

  

국물이 쫄았는지 식당 아주머니는 육수 한바가지를 부어주시면서 내게 또 한 소리를 하고 계셨다. 

안 그래도 술기운에 양 볼이 빨갛던 냐옹이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더욱 더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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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나오니 대략 오전 6시 반. 

새벽의 거리에는 남보다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여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와 할 것이라곤 그녀를 도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차에 타.. 집 주소 찍고...” 

“싫어....” 

“아 왜 또??” 

“나 오빠 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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