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만난 그녀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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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만난 그녀 2부

동치미 0 496 0 0

편의점에서 만난 그녀 2부 

 

 

‘따르릉!’

 

‘왜 요즈음 날 자꾸 물먹이니?’

 

‘누님,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기어이 침대에서 둥글대고 있는 나를 찾는 전화가 울렸다. 2주가 넘게 못 봤으니 보지에 불이 나기도 할 것 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움직여 나가기가 싫어지고 있었다.

 

‘몸이 좀 그래요…..’

 

‘많이 아프니?’

 

‘요즈음 회사에서 일이 하도 많이 쏟아져서 그런 모양이에요. 아시잖아요? 그 쪽 회사랑 공조로 벌이는 그 프로젝트, 사람 피 말린다니깐요! 이번 주까지만 좀 쉴께요. 다음주 화요일에 어때요? 제가 회사 앞으로 찾아 갈께요.’

 

‘알았어. 그럼 그때 봐. 딸깍’

 

열나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기의 폴더를 접어 때리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

 

‘사흘 굶은 놈은 남의 담을 넘고, 사흘 굶은 보지는 좇대 안 가리고 타넘는다고 효선이가 그랬는데, 그 말이 틀림 없구만….’

 

나는 혼잣말을 해 놓고도 효선이의 욕을 인용한, 나 자신이 우습기만 했습니다. 별다른 약속이 없는 한가한 토요일 한밤중, 나는 빌려온 영화를 보다가 속이 허전해서 무어라도 사먹을 심산으로  나섰다. 새벽 2시 즈음, 밤은 깊어 갔지만 무슨 할 일들이 많은지, 차들은 아직까지 어디론가를 향해 달음박질 쳐대고, 길거리에는 아직도 잠을 잊은 사람들로 붐빈다. 저 멀리 보이는 편의점의 불빛, 주변의 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고, 어둠에 잠겼지만, 편의점의 불빛은 그 주변을 잠들지 않는 영역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편의점의 앞에는 누군가 나와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효선이 였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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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꼭 저렇게 남, 담배 맛있게 빨고 있을 때, 좇 같은 타이밍 맞춰서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니깐. 들어 와서는 좇도 사는 것도 없이, 껌 쪼가리 사면서 냉큼 카드 내고 토껴요. 에이 씨부럴…’

 

‘저.. 성함이 효선씨죠?’

 

‘왜 남의 이름은 함부로 입에 담고 지랄이래?’

 

그건 사실 그랬다. 안면식도 없는 상대의 이름을 먼저 불러 재낀 것은 욕들어 쌌다. 편의점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내가 들어가 물건을 이것 저것 고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들어오질 않고 있었다. 기어이 담배를 다 피우고, 손을 탁탁 털며, 들어온 그녀, 술을 고르는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는,

 

‘으이그, 나이 쳐먹은 보지들만 줏어 잡술 줄 알았지, 물건 고르는 눈깔은 영 동태구만. 그 술 가져다가 한번 먹어보지? 왠간한 안주발로 밀어도 그 다음날, 대가리 말짱하면 내 보지털로 목도리 짜서 공짜로 줄게! 그 옆에 있는 술 쳐먹으라니깐? 그건 깡으로 먹어도 그 다음날, 말짱해요.’

 

효선이는 안주까지 골라주고, 돌아서서는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집어 든다.

 

‘내가 언제?’

 

‘아니, 씨발, 나이 살이나 쳐먹고도 그걸 갈켜 줘야 아남? 컨설팅 받았으면 대가가 있어야쥐! 술 쳐먹기 전에 아이스크림으로 곱창에 쳐발라 봐. 한결 속이 덜 부대끼니깐.’

 

정말 대단한 상술 이었다. 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그녀가 찍은 대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고…

 

‘하이고, 돈은 빠다라시네? 늙은 보지 쳐먹는다고 누가 뭐라고 했었나? 돈은 빳빳한 신권만 넣고 다니니……’

 

‘내 이름은 민 균이야. 균이라고 불러. 민증 이야 까 봐야 알겠지만 얼추 비슷한 거 같은데…’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꼭 노는 꼬라지가 세균 같더라니. 씨발, 요즈음은 곰팡이도 돈 내고 이렇게 잘 사나? 내 이름은 한 효선…. 보시다시피 편의점 알바 하는 되도 않는 년이고, 입이 좇나게 걸어서리, 상종하는 좇대가리들, 완타치로 빠수는데 이골 난 년이야. 잘 알지?’

 

‘근데, 아무나 보고 그렇게 욕 해대도 괜찮아?’

 

‘아니, 이 동네에서 내 욕 안들은 고딩, 중딩 새끼들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요즈음은 군바리 까정 나서서 욕 먹으려고 환장을 했습니다니깐! 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여기다 핸폰 번호나 따라. 언제 술이나 한번 하지.’

 

‘나 핸폰 같은 거 없어. 알바 해서 씹구녕 패드 사기도 바쁜 이 판국에 전화질은? 그리고, 이 한밤중에 무슨 치도곤을 들으려고 왠 작업?’

 

나는 요즈음 세상에 핸폰도 없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에 다음 대화의 수순을 잊질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편의점에서 만난 그녀 2부
 

 

‘안이고, 밖이고 간에….그렇게 늙어빠진, 임자 있는 보지들, 줄창 까먹었으면 됐지, 나 같은 노는 보지도 잡수시게?, 예끼 여보슈….. 내 씨발, 고자가 보지 달래면 줬을까, 니 눔 한테는 좇또 주고 싶은 맘 없네! 번지수가 삥꾸라네!’

 

나는 나라는 사람을 겪어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유부녀들만 골라서 잡아 잡쉈던 과거를 그렇게도 쪽집게 같이 짚어 내는지 놀랄 뿐 이었다.

 

‘왜 내 말이 틀렸나? 균이도 세상 살아가면서 욕들을 짓이란 말, 잘 알지? 니 인생, 척보니 바로 욕들을 짓 하면서 산 거 같은데, 아니야?’

 

나는 입이 열개 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욕에는 상대의 폐부를 깊숙이 찔러대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상대를 그 욕지기 앞에 무릎 꿇리는 그녀만의 코드…나는 그녀란 사람이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어디 갈 것도 없이 우리 편의점 문간에서 술이나 한잔 하자. 밤새 욕이라도 들으면 체쯩이 확 가실 것 같다.’

 

‘어쭈구리! 지랄은…. 그럼 좋아. 우선 담배 한대 줘봐.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긴, 내 담배 하나 날라가는 거지.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나의 제안에 마주 걸어오는 그녀의 선심이 고마웠다. 나는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면서 흡사 군대 동기끼리 보초를 서면서 나누어 태던, 숨켜 갖고 온 담배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웅크리고 앉았지만,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털썩 앉지는 않았다.

 

‘담배 피는 거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이놈의 자세가 엿 같단 말이야.’

 

‘왜,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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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긴 왜야, 꼭 똥 싸는 폼이라서, 방금 똥을 싸질르고 왔는데도 똥꾸녕이 씨벌떡 거리니 이거 어떻해야 되는 거야, 균아, 넌 뭘 쫌 아냐?’

 

‘글쎄. 나처럼 엉덩이 깔고 철푸덕 앉지? 그럼 좀 덜할 텐데….’

 

‘으이그, 그러고도 남 보지 까먹는다고 설쳐 대기는…야, 여자는 아랫도리 차게 하면 바람 들어간다는 할머님 말씀도 못 듣고 자랐냐? 허긴 곰팡이 끼리 유전자만 날렸지, 교육이 있었겠나? 씨발, 물은 내가 미친년이지….’

 

‘야, 그래도 우리 할머니, 인테리셨다구, 일본 유학도 갔다 오시고, 얼마나 유식 하셨는데…..’

 

‘유식? 유식 다 얼어 죽었네. 유식한 할멈 손자가 임자 있는 보지, 호도알 까 재끼듯, 냉큼냉큼 줏어 삼키셨남? 어디 들이댈 데가 없어 할머니를 들이 대나? 하여간 대가리 없는 아메바나, 유전자만 날리는 곰팡이나 그게 그거다.’

 

‘인터넷에 보니까 팬클럽도 있드만, 알아?’

 

‘있든가 말든가, 그게 나 좋아서 만든 건 줄 알아? 다 지들 가다 세우려고 만든 거지. 내 그놈의 시샵 새끼, 눈에 띄면 불알 까다가 알탕 해먹는 다구 그렇게 엄포를 놨는데도, 말을 않듣데….그래서 그냥 놔 뒀어. 술이나 까봐. 왜? 돈은 니가 내구, 내가 조져대니, 좇나 아깝냐? 니가 까쳐 먹은 씹보지 주인도 똑같아 임마.’

 

‘입만 뗐다 하면 그 놈의 보지 줏어 먹은 얘기…..야, 막말루다가니 요즈음 노는 보지들이 얼마나 좇대가리 오라고 꺼덕 대는지 너 아냐? 이건 뭐, 바겐 세일도 아니고, 지천으로 널렸다니깐. 그런 보지 중에서 쫌 건져 먹었기로 서니, 한강에 배 지나간다고 자죽 나는 거 봤냐?’

 

효선이와 있다 보니 나의 입도 걸어지고 있었다.

 

‘하이고 째진 아가리라고…. 술이나 따라 봐. 너 그런 말, 들어는 봤냐? 한강에 자죽은 않나도……, 그 배가 있기에……. 한강은 언제든지 그 배를 띄워줘야 합니다는……. 좇 같이 슬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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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선이는 술을 들이키면서 숨을 길게 내 쉬고 있었다. 차가와진 밤공기 사이로 허연 김이 그녀의 입에서 담배 연기처럼 뿜어지고… 그녀의 말 한마디는 욕 같으면서 욕 같지 않게, 폐부를 치르는 망연함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 그런 면이 있었네….. 욕들을 짓을……. 많이 하긴 했지…..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 였지만…..’

 

‘아니, 다행이네, 이런 쉐이들이 더 좇 같애, 지 잘못 알면서도 끝내 좇대가리 또 후두르는 인간들, 내 알지, 알고말고…..’

 

‘얼굴은 왜 그렇게 머리로 가리고 있어? 보기에 열나 답답해 보이는 구만.’

 

‘볼래?’

 

그녀는 머리를 치우려다, 지나가는 고딩 같은 놈이 던지는 인사에 또다시 발끈합니다.

 

‘누나 안뇽!’

 

‘너 이, 씨박 쇄끼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길거리 쏘다니고 지랄이야? 토요일은 밤이 좋아? 개좇이 좋냐? 다시 한번만 눈에 뛰면 까진 좇, 또까서 소금 뿌려 버릴 테니깐 알아서 해!’

 

그래도 빙글빙글 웃어대며 걸어가는 학생은 보기에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 처럼 보였다.

 

‘쟤 죽이는 애야, 수학경시 대회다, 무슨 대회다 하면 상 안타는 적이 없고, 전교 1등 놓쳐 본적이 없는 아이 라구. 그런데, 엄마가 바람을 펴….. 자기에게는 언제나 바른 길을 가라고 말하는 엄마가 놈팽이랑 보지 둘르고 다니는 걸 본 이후로, 껄렁대다가 이제서야 맘 잡고 공부해. 아마도 독서실에 있다가 집에 가는 걸꺼야. 엄마 얼굴이 뵈기 싫다고 저렇게 늦게 가는 게지. 내 욕을 들으면 자기가 살아있는 걸 느낀다나 뭐라나…’

 

‘니 얘기 좀 해봐. 나야 뭐 다 알고 있는 걸 테고…’

 

나는 그녀의 얘기가 듣고 싶어 졌다. 그러나, 그녀는 술만 연거푸 들이킬 뿐, 대답이 없었다. 근무 중에 이렇게 술 들이키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녀는 줄담배를 태웠다.

 

‘얘기하면 뭐하냐? 달라지는 게 뭔데? 쓰발, 어떤 하숙집 주인은 내 사정 얘기도 들어보질 않고, 내가 술집에 나가는 줄 알고 방도 빼라 하드만. 애길 하나 않하나, 그게 그거드라구.’

 

매일 밤근무를 서고 낮에는 카텐 까지 쳐놓고 잠을 쳐자는 그녀의 행태가 못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만의 잣대로 사람들을 보고 있었고, 그게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으니까.

 

‘요새 짭새들이 좇나 열불내고 다닌다는 집창촌 알지? 그게 내 고향이야. 엄마는 냄비 팔다가 그 자리에서 터잡이 되서 펨푸 되버리고, 아버지란 인간은 냄비들 도망갈새라 열나 바쁜 둥기새끼 였구…..’

 

‘둥기 라니?’

 

‘기둥서방이란 말도 모르냐? 좇대가리만 휘둘렀지, 일반 상식은 좇도 없구만?’

 

그녀의 어미는 고아였다고 했습니다. 서울 천지에 내버려진 여자에게 돌아갈 직업은 그리 마땅한게 없었단다. 모르는 남자들을 향해 무수히 가랭이를 벌려야 하는 수치심을 이겨보려고 환각제도 먹어보고, 뽕도 맞아가며, 몸은 썩어갈데로 썩어갔지만 그래도 질긴 게 목숨이라고 에미는 그 와중에 자신의 목덜미를 붙들고 있는 둥기였던 애비와 혼인을 했고….

 

‘어려서부터 수많은 이모와 언니들이 주위에 있었지. 어렸을 때는 정말 학교에서 좇나 싸우고 돌아다녔어. 내 손에 머리카락 않 뽑힌 년들이 없었으니까. 난 고깃간 같은 붉은 조명아래, 곱상 하게 치마를 입고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누나들 때문에, 미술 시간에도 줄창 공주만 그려댔지. 씨발, 그걸 보고, 그것도 평이랍시고 양공주라고 좇나 놀려 대는 거야. 그래서 어째? 조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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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주변처럼 모든 사람들이 창녀를, 섹스를 평범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줄 알았단다. 그러던 그녀의 에미가 서서히 약과 술에 빠져가는 것을 목도 하던 즈음, 그녀는 이모라 부르던 다른 새파란 창녀들과 살을 섞어대던 아비의 생활을 알게 되었고….

 

‘그게 나는 싫었다니깐. 엄마는 매일 술에 쩔어서 비틀대며, 손님도 못 물어오고…그 인간은 허구 헌날, 낮에는 목욕탕 가는 이모들 뒤따라 감네 하면서 언제나 바지춤 붙들고 들어오는 거 였어. 대들기도 많이 대들었지만 그게 그 바닥의 생리였던 걸 몰랐던 거야. 끊임없이 그네들의 보지에 좇도장을 찍어대고, 뒤꼭지에 버티고 서서, 제대로 가랭이 벌리고 냄비 대주나 감시하는 둥기의 직분…….나는 엄마가 어째서 술에 쩔어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가기 시작했고….재미없지? 내가 들어 봐도 이건 좇나 지랄이네.’

 

‘아니야. 계속해…’

 

나는 마저 남은 술을 병째 나발을 불어가며, 그녀의 얘기를 청했습니다. 이제 길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저 미친 듯이 지나가는 뜸한 자동차 몇대 뿐….

 

‘허구헌날 싸워대는 엄마와 그 인간 사이에는 또 다른 내가 모르는 일들이 있었지. 그건 손모가지를 끊어도 버릴 수 없다던 애비의 도벽이었어.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지. 상상이 가? 16살 여학생의 주변에, 술이랑 약에 쩔은 에미, 오입이랑 도벽에 정신이 나간 애비, 그리고, 하루도 걸르질 않고 켜지는 붉은 집창촌의 정육점 조명…..그 끝이 어떨는지…..그런데, 일이 터진거야.’

 

‘뭔 일?’

 

‘그 인간이 집에 한 달이 넘도록 들어오질 않는 거였지. 왠일 인고 알아보니 빚이 뿔어나 더 이상 도박을 할 수 없게 되자, 몸이 그 하우스 뽀스에게 붙들렸다는 거였어. 난 옳다구나 잘 됐다 했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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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긴 왜야. 그곳을 뜰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으니까. 난 그 하우스의 주인을 만났어. 고등학생 신분으로 겁대가리도 없이….그리고는 얘기했지. 좇나 그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하지도 않았잖아?’

 

‘그러게, 그게 지랄이었던 거야. 얘기를 하면서 울음을 흘리는데도 얼마나 목구녕이 간지럽던지… 글쎄 하고 많은 구라 중에 어째서 아버지와 섹스를 못하게 되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왜 그랬는지 몰라. 씨발, 피는 못속인다고, 구라를 쳐도 꼭 그렇게 삔이 나간 얘기만 해댔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그 자들이 그냥은 못 보내준다고 해서 그럼 그렇게 하라고 했고…..’

 

그녀는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면서 한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내려뜨린 머리결을 접었다.

 

‘보여?’

 

‘뭐가?’

 

나는 그 자그마한 얼굴을 내 앞에 들이대며, 보이냐며 묻는 그녀의 질문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깔은 폼으로 붙이고 다니냐? 이거 개눈깔 이야.’

 

그 애비를 구해오는 빚탕감의 조건은 눈알 한쪽 이었단다. 효선이는 눈을 그 불한당 같은 놈들에게 내어주고, 다시는 얼굴 보며 살지 말자고, 부모를 뒤로하고, 그 집창촌을 돌아다 보지도 않고 빠져 나왔다고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잘했습니다는 생각이 들어. 집도 없이 편의점 뒤의 창고에서 잠을 잘 지언정, 마음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거든. 그곳에 계속 있었으면 아마 나도 한 냄비 했었을 걸?’

 

그녀는 집도 없이 편의점 창고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낮에 편의점에 들러 점장에게 자신의 얘기를 묻고 간 것도 문틈 사이로 보고 있었다는데…

 

‘근데, 이거 하나만 묻자, 왜 그다지도 욕지기는 해대는 거야?’

 

‘너 아일랜드라고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알지? 어떤 인간은 그것도 드라마냐고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난 그 드라마 보면서 줄줄 울었어. 왜냐구? 거기 나오는 삼류 애로 여배우로 나오는, 김 뭐시긴가 하는 탈렌트 있어. 그 애가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그애 엄마가 날건달로 그 여자 집에 빌붙어 사는 자슥에게 하는 대사가 있어.’

 

‘뭐였는데?’

 

나는 드라마를 보질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 엄마가 얘기하지. 그 애의 욕지기는 다 나에게로부터 온 것이고, 그 욕은 바로 그 딸의 가슴속에 서린 한 때문에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 애의 눈물이라고 말이야. 나 그 대사 듣고 며칠 밤을 울었는지 몰라.’

 

그녀의 욕지기. 그 안에 감추어진 서릿발 같은 비수는 바로 그녀의 찢어지는 슬픔이었고, 세상을 향한 그녀만의 코드 였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너, 이렇게 술 쳐먹고, 일 할 수 있냐?’

 

나는 일어서면서 비틀하는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습니다.

 

‘하이고, 좇나 줏대 없는 것들이 욕지기도 꼭 요렇게 따라 하기 바쁘다니깐? 쳐먹긴 뭘 쳐먹었다구?’

 

나는 어차피 잠도 달아난 김에 그녀와 아침 교대시간 까지 같이 있어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카운터에 앉아 졸고 있는 사이, 나는 마대 자루를 꺼내 교대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바닥 청소를 대신 해 주고, 입구에 널려진 쓰레기도 말끔히 치워 버렸다. 라면 쪼가리와 흘린 국물도 깨끗이 닦아 놓는 사이, 새벽에 도착합니다는 본사의 물품 트럭이 도착하고, 나는 얼결에 그녀와 같이 물건을 창고로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교대할 점원이 지난 밤의 매상을 점검하는 동안, 나와 그녀는 음료수를 넣어두는 냉장고에 음료를 채워넣기 위해 창고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음료를 밖에서 채우는 줄 알았는데, 실은 안쪽으로 들어가 밖에서 음료를 꺼내는 손님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음료를 채워넣기 위한 구조였다. 열려진 냉장고에서 흘러 나오는 냉기가 두 사람의 입김을 하얗게 만들고, 음료를 건네는 내 손이 그녀의 손과 맞 닿으면서 찌릿한 전기 같은 것이 흐른다.

 

‘너, 곰팡이! 씨발 옷이나 좋은 것 쫌 입고 댕겨라. 그렇게 정전기가 많아서리, 씹구녕 쑤실 때 감전 되서 뒤진 년은 없었냐? 허긴, 보지에 불난 년들, 감전 되 봐야 복상사 뿐이 더 하겠냐마는…’

 

나는 음료를 채워넣고 돌아서는 그녀를 와락 껴안고 입을 덮어 버렸다. 열린 냉장고의 문을 닫을 생각도 없이 허연 김이 안개처럼 쏟아지고, 내 품에서 그 발칙한 욕지기 같지 않게 그녀의 몸이 떨리며, 야들 대는 걸, 나는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술과 담배 냄새에 쩔은 그녀의 입술이었지만 서로가 그걸 느끼기에,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의 키스는 그런 대로의 쾌감이 뒤따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그녀가 나를 밀치며,

 

‘지기미 씨부럴, 키스 하랬더니 조냐, 졸아?’

 

나는 웃기만 했습니다. 음료를 채우고, 인수인계를 한 뒤에 그녀는 다시 창고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밖은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담배나 한대 더 태우자고 권했습니다.

 

‘곰팡이 너 때문에 심심찮게 보냈네…’

 

‘효선아…. 우리…… 같이 살까? 결혼 그런 거 말고, 그냥 같이 사는 거……. 우리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고, 난 형제도 없어. 어때?’

 

‘이 날새벽에 좇대가리 회포 풀 년이 필요 하신가? 이 양반아, 정신 차리게나. 하긴 사내 새끼들은 아침이면 그 좇대가리 세워 어쩔 쭐을 모르긴 하드만…..’

 

그냥 웃는 그녀…..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직 켜져 있는 TV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곰팽이, 너 죽는다! 씨발, 이게 무신 드라만줄 아냐? 그 사료통 쫌 저리 치우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아가리 들이대는 것들, 한번만 더 TV보다 내 눈에 띄기만 하면, 탈랜트고 뭐고 간에 좇이랑 씹털이랑 아예 새끼를 꽈서 아주 아작을 낼 테니….아가리에서 얼마나 좇 같은 냄새가 나는데, 사랑 어쩌구 지랄 하면서 일어나자마자, 그걸 들이대나, 들이대길? 또 그렇다, 곰팽이, 너 이빨에 낀, 털 안 뽑을래? 어제 그렇게 보지 빨 때, 내 알아봤어. 허는 짓이 꼭 그렇지….하여간 새끼 까면 두고 볼거야. 니눔 닮았는지 아닌지…..’

 

내 옆에 누워서 부른 배를 씩씩거리며, 나에게 아침 댓바람 부터 욕지기를 해대는 그녀가 나는 너무 구엽기만 하다. 그녀의 욕은 이미 감추어진 비수가 아니라 나를 향한 사랑이었기에…..그렇게 나는 그녀의 욕을 평생 들을 결심으로 그녀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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