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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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상

에버찡 0 417 0 0

한 세상

 

 

-한 세상-

 

자리를 털고 일어남도 이제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손에 쥐어진 수금푸(쇠부삽의 경상도 방언)가 아니고서는 한발자욱도 맘 놓고 다닐 수 없는 두 다리의 허약함을 탓할 맘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앉은 자리에 풀도 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지분거림처럼, 의례 나는 습관처럼 엉덩이의 흙이 살을 갉아 먹는 것처럼, 일어서기 무섭게 털기 바쁘다.

 

“하이고 어르신, 오늘은 출타 안 하십니껴?”

 

“예끼, 이눔, 늙은이 놀려 먹다 불알 터질껴...”

 

나를 찾으려면 길바닥이나 시전 골목길 보다는 싼거리 분첩향이 코를 찌르는 기생집이 제격이었으니 그 농도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이구, 그 넘의 똥바지 왜 안나타나나 혔넹....입담배 쳐 드시고설랑, 이빨이나 왕소금으로 잘 딲으시던가, 아님, 이 춘삼월에 도화홍 물들인 꽃단장이나 허실일이지, 허구헌날 저리도 똥바지를 고집허실 건 또 뭐래? 쯧쯧..”

 

“멀쩡한 세치 혀는 뭔일로 고롭혀? 명절도 아닌 이런 날, 제기 찰 일도 없을 터...”

 

“오늘 마실(=외출의 사투리) 나갈 요량이믄 애저녁에 문 닫아 걸었응께, 일찌감치 퇴청허쇼.”

 

나는 내 일면식을 알아보기 무섭게 빗자루로 내치고 있는 마당쇠의 깔끄러움이 못내 심사가 상하고 있었다.

 

“술 떨어진 게로구먼..허 이 사람...”

 

“술이 문제가 아니랑게요. 그 넘의 향도계(지금의 상조회사를 지칭허는 이익집단)인지 뭔지 허는 개뼉따구들이, 아주 난리도 아니었단 말시...”

 

“아니, 하루 이틀 목도한 것도 아닌것을...”

 

“긍게, 그게 문제여...임금질 허면시로 입만 뗐다허믄 그 넘의 혁파, 혁파, 누군 그러고 싶질 않은 자들이 워디 있간디...”

 

기생들이 거하는 기루는 나랏님도 눈칫밥을 나누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왔다. 남정네라면 한번쯤은 거쳐 보았을 유곽과 달리, 기루는 어찌보면 열린 공간 이었고, 다양한 종류의 인간 군상이 거쳐가는 곳인지라, 소문의 발원지 이기도 했지만, 문제의 도화선이기도 했다.

 

“애초에 발을 들이게 몸을 허락한 자가 문제 일뿐, 어디 지 살길 찾아가려 악쓰지 않는자 없을 터..”

 

“하이고, 어르신도 참....눈뜨면 이눔, 저년, 가릴거 없시롱 뒈져불고, 그걸로 먹고 사는 자들이야, 지천으로 널린거이, 도가(향도계,위친계,혼상계와 같이 대사를 앞두고 패당을 져대는 이익 집단을 모집하고 관리허는 노동조합 가튼 거인디, 요 집단에서 일진으로 몸푸는 인간들이 검계랑게, 이른바 무뢰배....ㅋㅋ....무뢰하기 이를데 없시롱, 품안에 정부 비인가 칼침 하나 떡하니 품고 댕기다가니, 수틀리믄 칼춤 확 춰불고, 곰새 품에 감추고서리, 시침 뻑따는 묘헌 인간들, 더하여 쫌 질다르긴 혀도 주먹이랑 힘만 써재끼는 왈짜패도 여기 소속 이란말도 있슈...ㅋㅋ 믿거나 말거나 쥐...)에서 연통 질러댄 향도곈디...., 

 

갸들 쪽수가 워디 한두꼽샌가유? 어디라고 아귀짝 난 짐승들, 찾기두 전에 아가리 벌리고 틈만 보는디, 선하게 살려해두 별 도리가 없당께요... 그 자들이야 강짜가 근본인디, 수틀리믄, 상여 매는 것들이 작당허여, 묏자리도 오감타허고 똥깐에 퍼붓는거 보셨자뉴?”

 

니이미 마당만 쓸어재끼는 마당쇠도 고로운 때라 하니, 길을 막고 물어봐야 누구나 어려운 시절임은 분명했다. 그러니 사람들의 시름은 술과 여자가 아니고는 답이 애초부텀 없다고 봐야 했다. 하여 술의 조제를 막지는 않았으되, 술의 공급은 나라의 입장으로 봐도 커다란 골치거리가 분명했다. 

 

시절에 따라, 변란이 있고나면 의례, 임금은 밥먹듯이 금주령을 날려대기 바빴고, 그로 인해, 녹아나는 것은 일반 양민 이었다. 이른바, 술의 공급량은 쌀과 직결된 산수가 적용되고 있었기에.... 

 

청주 마신자 빠져나가고, 탁주 마신자만 걸려든다는 속칭 계층주가 가져다 준 양반과 일반의 위화감은 눈에 띄게 증폭되어 가는 지경이었다. 

 

이른바, 도수가 높은 청주, 즉 소주는 양반의 애호품이었고, 비싼 가격으로 인한 신분의 표출주 였으며, 그 가격은 바로 보다 많은 곡물의 소비를 의미했다. 곡물이 가치의 기준이 되어 있던 시절, 마시고 조져서리 똥오줌 밖에 남는게 없어지는 곡물의 과다소비는, 금주령으로 해결되기 힘든 반발력이 이미 내재되어 있던 셈이었다.

 

묘하게도 임금의 입장으로 보면, 신분을 빌미삼아, 다탕(차끓여 먹는 척 함시롱, 술로 바꿔쳐서 쳐먹는 얍삽한 포대갈이 사기술, 캬!)허는 척, 끼리끼리 들쳐모여 회음(여성의 성기주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모여서 술쳐먹고 작당질 허는 그 당시 유행질)하는 작태가 더 문제 꺼리 였던 것이다. 

 

일컬어 뒷담화의 공포....한 사람, 두 사람 모이다 보면, 이다지도 치사빤쭈의 사기발 앞세우는 것도 모지라, 나라에다 미리 보고허고 눈치 깨버린 병술(술이 일정량만 담긴다는 의미의 용기형태..당시 술집은 이걸 그려 놓은 병술등불을 달아 놓기도 했대나 뭐래나...)을 허리춤에 차고 디리 빨다 보면, 없는 자리에서 단박에 안주발 드세지면서, 시정불만, 정론타박등으로 화제가 불붙듯이 옮겨 간다는 사실을 임금질에 목이 빠지신 당사자가 모를리 없었다.

 

“그자들이 기루에 감정이 있어봐야 뭐 있겠나?”

 

“아주 썪을 것들 이랑게요. 아니, 기생두 인간인디 아무리 소문내고 내두르는 냄비라 혀도, 지들끼리는 지키고 자픈 것이 있다 않혀요? 거 뭐시냐....설라무네...향화 뭐라 허든디...”

 

“향화형제를 말함이냐?”

 

“아니, 워치코롬 척 하면 척이랴? 흐미 씹좇 들러붙는 소리 보드라고...긍게, 그 문제의 중심에 떡허니 좇대로 중심잡고 서계신 냥반이 어르신 아닌가베? 맞쥬, 지 말이?”

 

그 말은 맞았다. 아삼륙이 맞아 돌아가는 기생들끼리는 아우,동생 허면서, 온갖 냄비 우려먹는 삶의 고초를 토로하며 가까와진 결과로, 향불을 피워놓고 형제의 의를 맺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서 한 기녀가 머리를 올려준 정인이나 연인을 꿰어 찾을 경우, 그 연정남을 모두가 순차로 품어대는 돌권의 법이란 불문률도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에....

 

사는 낙이 기루 문지방 닳게 하는 짓이고 보면, 내 눈도장 받고 머리 올리지 않은 기생이 없다는 말도 허튼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니 감사의 의미로 한코, 먹고보니 구관이 명관이라 또 한코, 놀다보니 심심혀도 가려먹는 보지 식성에 또 한코....어찌하다 보니 나는 병술도 쫌시럽다하고 말로 들이켜 대는 주량만큼, 허리춤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년들이 줄나래비를 선 지경이 된 것이 언제쩍인지 벌써 기억도 가물가물한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별칭은 서너가지를 넘고 있었고 부르는 년들마다, 지 꼴려잡숫는 식성대로 불러댔다. 이른바, 안전함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년들이 주구장창 돌려먹는 동네셋서방이 바로 나였으니까.

 

“오늘 벼락가치 들이닥친 검계 몇 놈이, 주고(연회와 행사를 위해 술을 공급허던 정부 창고)로 부터 담보 삼은 소주 몇짝을 막고 서서는, 칼춤을 추는디....”

 

“그랴서....”

 

“지들끼리 좋자고 맘먹은 연정남 차례가 워찌코롬 지들에게는 순번이 안 돌켜오느냐고 진상을 떨었다 않혀요? 아니, 이눔 주고 저눔 돌렸다가니, 그 냄비 당해나감유?”

 

“누가 주선에 나섰는고?”

 

“아효 말씀도 마시랑게요....모다 벌벌 떨고 있는디...”

 

“떨고 있는디?”

 

“거 뭐시냐...피맛골서 사헌부 지평이랑 맞짱 떴다던,.....웅...옳커니, 이제 생각났당... 시파치 율가 있자녀요?”

 

시파치는 중국에 공물이자, 예물로 바쳐지던 매를 잡아 정부에 바치던 자들을 일컫는 말로, 조선이 건국되고, 초기를 지나면서 다 없어졌지만, 함흥차사도 모자라 아비를 힘으로 압박허던 이방원이, 그나마 선친의 존심을 치켜준다는 명분으로 남겨놓은 것이, 함경도 지역의 시파치로서 그 당시 유일한 직종이었다. 그들은 정부의 고관과 직거래를 한다는 치세로 인해, 콧대가 여간한 게 아니었고, 어디에 발을 담그고 있더라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매 잡아 잡솨라는 말 빼고는 모두 진정으로 믿어주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디....그 율가가 검계중에 앞장선 자에게 귀엣말 한마디 허니껜, 부들부들 떱디여...”

 

“어째서?”

 

“그게 어딘지는 모르는디...두서넛의 검계들이 등짝을 서로 감아댐시롱, 발검을 혔다 않혀요?”

 

“누가 나섰냐 묻지 않더냐?”

 

“긍게, 지도 그기 의문이랑게요...빡 허니 사발 깨지는 소리가 남시롱....”

 

서넛의 검계와 맞서고 있는 것은, 힘없이 끌려 나와 무릎 꿇려진 너뎃의 기녀, 그 가운데는 전언을 귓속말로 날린 시파치 율가가 한 팔에 매를 붙들고 팔짱을 끼고 있었으며, 대청 마루에는 오늘도 헷지랄 떨고 앉았네라는 표정으로 곰방대를 털고 있는 기생에미의 퍼들어진 한숨이 뉘엿뉘엿 흐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대개 검계들은 주야를 거꾸로 살며, 빤쭈는 비단으로 겉옷은 빈티지, 맑은 날은 나막신, 궂은 날은 가죽신의 역전패션으로 일관했고, 쌍판떼기로 먹고 사는 세상이었던지, 삿갓도 위에 구녕을 뚫어 내려쓰고, 그나마 알바생들 동물 가면 쓰고 헤롱대는 꼴이 사나왔던지, 지들은 삿갓에 두구녕 뚫고 세상 구경 오지게 하고 다니는 형국이었다.

 

그들의 생명줄 이자, 연장이었던 칼을 기어이 뽑았다는 사실은 주변을 엄습한 살기를 그제서야 느꼈다는 의미였다.

 

“슈...슈...슈...슛”

 

정확히 네개의 물체가, 칼을 둘러쥐고 진을 펼치려던 네 사람의 검계에게 정확히 비류했다. 그것도 네 사람은 등을 맞대고 있었기에 사방의 광경은 서로의 영역에서 빈틈이 없어 보였다. 

 

대청 옆 연회루를 향하고 있던 자의 십자 인대위에 정확히 꽂히는 하얀 비수..그 자가 앞으로 고꾸라지자, 그를 돌아보다 몸을 틀어댄 좌우 검계의 목젖에 정확히 도려내듯이 육포를 뜨는 그 다음의 백색편류....그리고, 나머지에게는 이미 진이 풀어져 아무도 그를 막아줄리 만무한, 뚫린 허공을 타고 마지막 강공이, 칼을 쥔 손등위로 정확히 박히는 것이었다. 뒤이어 급보를 듣고 달려든 왈짜패들은 눈 앞에 거적떼기처럼 선혈을 뿌리며 목숨만 부지한 채, 널부러진 동료들을 쪽팔림도 무릅쓴 채,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 자가 누구더냐?”

 

“그걸 알면 지가 여기 있간디유? 바알써 자리깔고 복채 챙기러 저자거리로 행차갔지유....아효 어르신두...”

 

모두 그 자의 신출귀몰할 무공과 민첩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시파치 율가가 입을 다물고 있는 한, 대청옆 연회루에서 홀로 소주를 들이키다, 행공과 함께 사라져 버린 그 자의 얘기는 손톱의 때만큼도 알려진 게 없었다. 변고가 일어났던 향원각의 마당에 들어 선것은 일이 마무리 되고도 한식경이 지난 후였다.

 

“그 자가 무슨 연장을 쓰더냐?”

 

“연장은 무쉰....그거이 검계들이나 써재끼는 창포검 쪼가리가 아니랑께요.”

 

“그럼?”

 

그 자는 소주를 들이킬 때 쓰던 하얀 백자잔을 정확히 장력으로 내리쳐 네 동강을 낸후, 그 자들을 향함도 없이, 정확한 간격을 두고 그 잔조각을 날렸다는 후문 이었다. 그렇다고 잔이 박살난 주탁위에는 피 한점 없었다 한 걸 보면, 고강한 무예가 하늘을 찌르는 자가 분명했다. 나는 기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목이나 축이고 가야 할 값에라도 등청은 기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이고, 똥물도 파도가 있다고.. 어르신, 평소처럼 뒷방에 숨어갈 생각은 없으신 모냥이쥬? 돌쳐 연회루로 드시는 걸 보믄...크크크크...”

 

뒷꼭지로 비아냥을 쳐대든, 날리든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모두가 오늘만큼은 꺼려하는 연회루에 주인인양 발을 들여 놓고야 만다. 평소 같으면 기집들 쭈물탱이에다, 다리속곳(보지가리개) 벗겨낼 궁리에 뒷방이 제격이었겠으나,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 자의 사기 조각이 어떤 각도에서, 그리도 신퉁방퉁허니 검계들에게 일퇴를 멕였는지가 궁금할 따름 이었다. 내가 연회루에 좌정하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또다시 비좁은 기루는 고함으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뭔가가 기루로 쳐들어 오는 형국이 아니라, 기녀들과 잡역부까정 스스로 몰켜 나가는 폼새로 보아, 분명코 기루 밖에서 변고가 터진 게 분명했다. 자고로 제일루 신나고 경을 칠 구경, 바로 쌈박질 아니면, 불구경, 둘 중에 하나였다.

 

-워매 저 팔뚝 좀 보소...

-저게 뭐당가? 문신도 아니고설랑...

-저거이 에헴...내 식견으로 볼짝시면 검계의 표식이랑게.

-검계의 표식?

-그려...월색이 침침헌날, 검기 하나만으로도 비쳐 볼짝시면...

-볼짝시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는 봐야, 지편 칼침 쳐대는 헷지랄은 안할 거 아녀?

-손목에 저 흉흉허게 난 칼자죽이 서로를 구분허는 표식이라 안혀?

-그런겨? 난 봐도 몰러....

-그러니 니눔이 까막눈을 못 면하는 겨...갈켜주면 알아쳐머글 눈까리나 온전혀야징...

-그럼 모다 워딜 보고 있는겨?

-그건 나도 몰러...뭘 보고 저리 땀빼고 있는 겨?

-니나 내나, 피차 마차 쌍마차 아닌가베? 굿이나 보고 떡이나 쳐묵세...힝

 

사람들은 저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한 곳을 주시하며, 발검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검계의 무리들을 향해 온갖 추측을 비벼대고 있었으나, 기루 안쪽의 마당도 역시나 볼거리는 좋았다. 담벼락에 붙어 깨꿈발로 딛고 서서, 밖을 주시하는 기생들의 뒤태가 곧바로 내 눈앞을 가려왔다. 

 

저마다 물이 올라 터질듯이 몽글거리고, 팅팅한 채로, 둘러입은 치마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바람이 의도하는 궁금증을 스리슬쩍 풀어주며, 따사로이 지는 석양 속으로 둔부의 미려한 곡선이 천천히 드러나는 것은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 

 

난 사실, 밖이야 곤죽이 되든 말든, 년들의 뒷태에서 걸죽허게 묻어나는 둔부의 음탕시러움을 감상하는 게 더 좋았다. 오줌을 참아가며, 다리를 꼬아가며, 지리는 것도 별 무소용인 듯, 담너머에 온 생각을 까쳐먹는 그녀들의 관심사는, 자신이 겪고 있는, 또 겪어 왔던 일이 아니기에 저렇듯 더 신명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연회루에서 나는 기둥과 기둥을 잇는 난간 위로 선뜻 올라섰다. 담 너머에는 잔잔한 너울거림이 잦아드는 형국이었다. 사실 상대가 확인되면, 기세를 누르기 위해 을러보기도 하고, 으름짱도 놓아 보련만, 발검한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사방경계에 온 힘을 쏟는 다는 사실은 충분히 만개한 공포, 그 자체였다. 어딘지, 누군지도 모른 채, 자신들의 동패가 비명에 생을 달리 한다는 것은,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실정이라, 흡사 그것은 이미 패가 다 읽혀져 버린 장기판과 다를 바 없었다.

 

“푸슉...슉슉....푸슉”

 

난 가장 비열한 수작질중의 하나가 매복이라고 언젠가 가리킨 적이 있었다.

 

“매복 같은 치졸한 전술은 진정한 맞짱이 아니라 헌다?....오호....어찌 하여 궁밖에서는 거느림이 없어야 그것이 진정한 숫컷의 싸움이라 부르는가?”

 

내가 세자궁의 별감으로 있을 시절, 호기방창하시던 군들께서는, 곧잘 사람을 잘 치고 다니던 나를 불러 세워놓고, 쌈박질의 명인이라며 치켜세우며, 그 비급을 전수하네 마네 하며, 똥꾸녕에 바람을 솔솔 불어대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마마, 운신의 첫걸음은 사전에 지형지세를 파악하는 것이옵니다.”

“지형지세라...손에 검이 있고, 휘하의 장수가 몇인데, 내가 더 알아야 할 것이 무에냐?”

“맹수지존인 범생이가 토깽이라도 잡을라 치면, 먼저 주위를 살피는 본능이 있더이다.”

 

검계의 시퍼런 악행이 변란지절을 넘겨오면서 하늘을 뒤흔들고 있는 시점이라, 되는대로 막 사는 인간들이 지천인 것도 짜증날 판인데, 몸 가는데로 앞길을 가늠하며 몸을 사리고 운행을 결심하기란, 거의 불가능했기에, 모두들 책과 장터는 근본부터 다르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저...저...저...저기도...여기도...”

 

그랬다. 이미 검계를 토벌하기로 나온 세력들은 그 자들이 누군지는 밝혀진 바 없어도, 그 숫적 우위와 지형지물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자들이 분명했다. 꺾어진 골목의 폼새하며, 그 위로 적절히 이어져 나가는 초가의 높낮이 기럭지를 더하여, 검계들의 퇴로를 몽조리 파악한 것도 모자라, 산개하여 후일을 도모키 위해, 있는 길, 없는 바닥, 혀로 핥듯이 흩어져 가는 꽁지빠진 도마뱀 쪼가리패들의 머리 위로, 누가 댕겼는지도 모를, 부지기수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이 어디서 오는지 눈깔뱅이로 마주설 인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름하야 독이 오를대로 오른 매복이었다.

-시방 활 댕긴 넘 보긴 봤는가?

-보긴 뭘 봐? 나뒹굼시롱 자빠진 놈들 천진디...들고 빼는 작자들 신경 쓸 틈이나 있남?

-긍게 월래 거기 살아 뻔지고 있던겨?

-활이 한 곳에서 온 게, 아닌 갑서...쯔쯔...보고도 모르니 저걸 눈깔이라고....

 

그랬다. 수 십이 한번에 댕긴 화살은 저마다 침착한 선조준이 되어 있었고, 다른 지붕에서는 그 후차적인 연공으로 계획된 연이은 화살이 적들을 향해 날라가고 있었으니, 이미 검계들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활시위를 당긴 자들은 이미 자리를 떴고, 뒤이어 달겨드는, 이른바 목숨줄을 거두어 간다는 그 자들 뿐이었다.

 

-흐미, 저 날랜 것 보소...

-아효 저 날라댕기는 거이, 날다람쥐 뺨 치겄소....

 

이른바, 청소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휘두르는 칼춤의 형상마저 자기를 드러내는 신분증명서 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누구의 사사를 받았네, 발놀림이 누구를 빼다 박았네 하며, 쌈박질의 형태만 접해도 구술만으로 그 자가 누구인지 또렷하던 시절이었기에...

 

선공에 맥없이 주저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명을 재촉허는 검계들의 사이로 흑의와 가면을 뒤집어 쓴 자들이 아무런 검기도 뿌리지 않은 채, 그들 사이를 종횡무진 휩쓸고 지나가는 회오리 바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의 두 팔과 두 다리에는 날이 선 검들이 붕대처럼 감겨 있었을 것이고, 정확하고 간결한 타법으로 단시간에, 겨우 목숨만 부지허고 주저앉아 있던 검계들의 목젖을 찬란한 휘돌림으로 그어대고 사라진다는 것을....

 

“그려 뒈진 넘은 말이 없는겨....”

 

더 이상, 문초도, 삼심의 정의구현도 이 자들에게는 아깝다는 듯이, 말문을 막아 황천으로 인도허는 그들 만의 마무리....죽은 자는 저자거리를 가득 메웠는데, 정작 죽인 사람은 거리에서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이미 계산된 매복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생명줄 청소, 그에 이어서 얄미울만치 완벽한 퇴로구축...울컥하는 심정에 연회루 난간에 버선발로 올라 선 나의 두 다리가 부들거리긴 했어도, 난 이미 퇴물 중의 퇴물....어찌할 바를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르신....어르신...”

 

연회루의 난간에 서 있던 내 모습이 하도 불안했던지, 기생에미가 대청마루에서 나를 불러세웠다.

 

“날은 또 왜이리 덥누?”

 

둘러선 치마를 덥다며 훌렁이니 그 안으로 벌건 속살과 아울러 배꼽을 향해 불타오르는 형상의 씹털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인생 뭐 있간디? 그냥 이러저러 얽혀 사는 거이지....어디 노는 불알, 알까기나 험세?”

 

역시나 기생에미의 혓바닥은 두께가 만만했다. 또 가릴 건 무엔가? 내가 궁을 나와 사라진 뒤, 혹자는 내가 죽었다 허고, 혹자는 미쳤다고도 했다. 기루를 못내 벗어나지 못허고 살아가는 곡절을 기생에미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다들 바깥 놀음에 미쳐있을 때, 나는 습관처럼 기생에미의 치마속으로 피접을 간다. 야리야리한 속곳을 제치고 혀라도 들이치면, 기다란 곰방대를 통해 더 깊은 한숨이 솟아 나오고...

 

“허라는 알까기는 제껴두고 보지 주름은 왜 잡고 있디야? 누가 집주름(부동산 업자의 옛말) 아니랠까봐 그 지랄이데?...질기기도 혀지 그 넘의 목숨줄....”

 

난 무언가가 두려웠던 게다. 산 목숨, 어디 에선가 부지허는 거, 어려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검계의 옷을 걸치고 죽음을 내노라 하며 칼차고 댕겨보던 시절....잠도 깊이 들지 못하게 하던 소리는 바로 야경꾼과 함께 들려오던 그 놈의 씨근덕대던 웅얼거림이었다.

 

“갈아 마실겨...어디 한번 그 넘의 질긴 목숨, 이서나(=이어나) 보소. 내 찾아 갈띵께....껄껄”

 

이건 뭐 혼자 주절대는 곡소리도 아닌 것이, 장안에서 시작된 그 자의 소문은 모든 검계들을 벌벌 떨게 했으니까. 그자의 이름은 장사또, 아니 호는 우우제이며, 자는 운거, 본관은 인동, 검계들의 숙적, 장붕익이었다. 경상도좌병사, 군기시제조, 어영대장, 훈련대장, 형조참판, 우포도대장....이름만 들어도 무관으로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약력은 줏어넘기기에도 숨이 찼다. 검계들끼리는 장사또가 우포도대장으로 있을 시절, 서부 서린방 혜정교 동쪽(지금의 서울 종로구 종로1가 동아 일보사 일대)을 향해서는 오줌도 지리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내가 검계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그와 마주 쳤을 적, 그는 나를 척허니 알아 보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목격했다는 말을 훈련대장인 신분 이었음에도 임금께 불려가 집에 검계가 들었다는 사실을 고해야 하는 주강(임금의 주간집무 및 경연시간) 에서 조차 발설하질 않았다.

 

“...잠결에 창 밖의 사람 그림자를 보고서 칼을 들고 나가니, 사람이 칼을 가지고 대청 마루에 섰다가 이내 뛰어서 뜰 아래로 내려가므로 함께 칼날을 맞대고 교전하여 외문까지 옮겨 갔었는데 그 자가 몸을 솟구쳐 담에 뛰어 올라 달아났습니다”라고 하였다.

 

장사또는 야음을 틈탔다는 거짓으로 나의 신분을 속여 주었다. 적홍색 의관을 차려입고 왕명을 전달하거나, 왕비전이나 동궁전에 소속되어, 감히 포도청이나 다른 관부에서 얼쩡대기도 어려운 위치인 별감이란 관록을 걸머지고 있던 나에게 유일한 비자금 제공처는 바로 기루였다. 어찌 맨 살로 장사또를 대할 수 있었으리요? 내 행색이야 누가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었지만, 그는 의리가 있었다. 

 

게다가 나의 행색을 보면 모르겠는가? 주구장창 수금푸(쇠부삽의 경상도 방언, 또 말해줘야 알간?)를 들고 설치며, 검계 이면서도 검계가 아닌 척, 주먹질에 울고 웃는 왈짜패이면서도 아닌 척, 부삽만을 후둘러대던, 기루의 기생충 버러지, 집주름 표철주 임을.... 장사또가 임금께 고한 내용과는 다르게, 뜰에서부터 마당을 지나 외문까지 옮겨가며 몇 십합의 교전을 치루는 동안 몰라볼 리 만무했기에...

 

“허, 자네는 집주름 표가 가 아닌가?”

 

장사또는 그 날 밤, 대청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부삽을 거머쥔 나를 보고 첫 눈에 알아보고 있었다.

 

“행색이야....박쥐가 따로 없음이야....이 사람 하고는....껄껄”

 

내가 서슬이 시퍼런 훈련대장의 집까지 찾아가 도살하는 적임자로 선택된 것이, 나의 의지는 솔직히 아니었다. 이미 단물 빠져버린 별감의 직책은 벗어던진 뒤였고, 말술로 이성마저 헤롱대고 나면, 두 주먹 불끈 쥐고, 보이는 족족 세상사 푸념 떨어가며, 사람치고 다니기 바쁘던 시절, 나는 나를 가리켜 왈짜패라 부르는 소리가 듣기 좋았던 것일게다. 

 

그러나, 날이 밝아 취기가 가시고 나면, 온 방이 떠나가라고 꺽꺽대며 통곡이 한사발....그리 살고 싶진 않았는데....그리 한 세상 지새고 싶진 않았는데.....그러다, 배운 도둑질, 떨쳐보지도 못허고, 말술에 몸을 맡기고, 수금푸 후두르고 나면 그래도 가라앉던 그 놈의 분풀이...역시나 사람들은 미친갱이 집주름이, 잡으라는 주름은 안잡고서리, 저자거리를 주름잡고 다닌다고 입방아가 한소끔이었다.

 

그걸 몰라볼 장사또가 아니었다.

 

그러니, 왈짜패도, 검계도 눈엣가시인 장사또를 건드릴 만큼 간땡애리 부어제낀 인사도 없었을 뿐더러, 살기 싫어 목숨줄 내던지고, 하루가 멀다허고 저자거리에서 패악질인, 이도 저도 속한바 없는 나란 인간은, 그들이 슬그머니 뒤꽁무니로 밀어대다 절벽에서 비명횡사 시키기에 딱 떨어지는 박쥐가 아니고 그 무엇이었겠는가 말이다. 

 

“기다리게나, 내 찾아감세...짐승몰이보다 더 재미지게 해줄걸세....껄껄”

 

그 호탕한 웃음이 나를 기방안에서 오도가도 못허게 하고 있는 것을 난 안다. 장사또는 선전포고가 없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의 뒤를 따르는 갑사들은 평소에 훈련도, 습진(주부 습진이 아니고 진법을 연습헌다는 말)도 없었지만, 어디서 구해다 놨는지, 검계들의 말미를 잘도 찾아내서는 그 잔혹한 마무리와 매복으로 목숨줄을 거둬가는 것이었다. 장사또의 경고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 영원히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한 세상 그까이 꺼, 좇되버린 것이다. 

 

허나, 단 한가지, 장사또는 임금께 고하지 않은 것이 또 있었다.

 

“표가 네 이놈, 그 탁월한 무예로 어찌 이처럼 버러지 같이 곡을 하며 사는고?...쯧쯧...목숨만은 살려줄 터이니, 영원히 내 부장이나 함은 어떠허냐...너랑 나랑 호형호제 허면서 한 세상 살아봄도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말이다....껄껄”

 

그랬다. 장사또가 건넨 손을 마지막으로라도 잡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을 지금의 나. 검계들은 하나, 둘 힘을 잃어간 이유를 그들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며, 이토록 모진 목숨줄 부여잡고, 기녀들 씹털속으로 피접이나 떠나는 나의 행색이 어찌 이리도 호화로운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건 누구나 빠짐없이 살아대는....그런 한 세상과 별로 달라 보이진 않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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