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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떠서야 나는 눈을 뜰 수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혜림이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유리로 되어 있어 훤히 보이는 욕실 안에서 양치하고 있는 혜림이 누나를 볼 수 있었다. 칫솔질을 함에 따라 혜림이 누나의 작은 가슴이 물결쳤다. 양치를 끝낸 혜림이 누나는 샤워기에 물을 틀어 온 몸에 물을 적시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의 늘씬한 몸을 타고 물줄기들이 흘러내리는 걸 보니 나도 저 물줄기처럼 혜림이 누나의 몸을 잠시 지나간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림이 누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슴과 보지를 비롯해 온 몸 구석구석을 씻고 있었다. 유리는 점점 뿌옇게 흐려져 혜림이 누나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오던 혜림이 누나는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혜림이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대로 걸어와서 바닥에 있던 팬티를 집어 들었다. 한쪽 다리를 들어 팬티를 집어넣을 때 섹스의 맛을 아는 혜림이 누나의 보지가 언뜻 보였다. 혜림이 누나는 팬티를 다 입고 브라를 집어 브라마저 다 입었다. 그러고는 침대위로 올라와 내 옆에 기대어 누웠다.

 

“너 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당연하지.”

 

“그리고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이야.”

 

“어제 내가 하자고 할 때 해준다며.”

 

“내가 언제?”

 

“넣어달라고 하면서 그랬잖아.”

 

“몰라. 기억 안 나. 우린 오늘로 끝이야.”

 

물론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잘 구슬린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임자 있는 여자를 막 불러내서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얼른 혜림이 누나 위로 올라타며 말했다.

 

“오늘로 끝이면 지금 한 번 해. 오늘이니까.”

 

“싫어.”

 

혜림이 누나는 일어나려했지만 나는 혜림이 누나의 몸을 누르며 능글맞게 웃었다.

 

“혜림씨, 튕길 입장이 아니실 텐데…….”

 

“뭐야, 협박하는 거야?”

 

“그럴 리가. 한 번만 하자. 깔끔하게 마지막으로……. 삼세번 좋잖아.”

 

“휴……. 마지막이다?”

 

“알았어.”

 

내가 혜림이 누나의 몸에서 내려오자 혜림이 누나는 팬티를 벗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다시 혜림이 누나의 몸 위로 올라갔다.

 

“우리 혜림이는 참 잘 튕기는데, 또 참 잘 줘.”

 

“미친놈.”

 

“너 솔직히 진구 형 말고도 남자 많이 만나고 다니지?”

 

“꺼져. 아니야.”

 

“정말?”

 

“진구 만나고 다른 남자 만난 적 한 번도 없었어.”

 

“그럼 진구 형 만나기 전에 잘 주고 다닌 거야?”

 

“진구가 처음이야. 미친놈아.”

 

“놀라운 걸.”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혜림이 누나가 그렇게 싼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싼 이미지도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남자랑 놀았을 줄 알았다. 이런 순정녀를 내가 범했다니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마구 찔렀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몸에서 내려와 혜림이 누나 옆에 벌러덩 누웠다. 하지만 내 맘과 달리 자지는 꼿꼿이 서서 껄떡이고 있었다.

 

“뭐해?”

 

“옷 입어. 하지 말자.”

 

“왜?”

 

“그냥.”

 

“어차피 하기로 한 거 그냥 해.”

 

하지 말자고 하면 혜림이 누나가 바로 옷을 입을 줄 알았는데 하자고 하는 거 보니 혜림이 누나도 내심 하고 싶었나보다. 혜림이 누나의 그런 반응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 사그라졌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쳐다보았다. 혜림이 누나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싹 지우고 싶었다.

 

“하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네가 하고 싶으면 할게. 억지로 하는 거는 싫어.”

 

“음…… 꼭 내 입으로 말해야 돼?”

 

“응.”

 

“나…… 하고 싶어.”

 

나는 혜림이 누나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혜림이 누나의 젖꼭지는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정말 하고 싶었구나?”

 

“몰라.”

 

나는 한 손으로 혜림이 누나의 한쪽 젖꼭지를 만지면서 다른 젖꼭지를 입에 넣었다. 젖꼭지에 침이 범벅이 되었을 때 혜림이 누나는 말했다.

 

“으흠…… 우리 빨리 하고 나가자.”

 

“내 자지를 빨리 넣고 싶은 건 아니고?”

 

혜림이 누나는 부끄러운지 대답이 없었고, 나는 한 손을 내려 보지를 만져보았다. 보지구멍에는 이미 애액이 충분히 흘러 나와 있었다.

 

“우리 혜림이 보지가 빨리 내 자지를 느끼고 싶었구나.”

 

“으음…… 빨리 하고 나가고 싶은 거야. 흐음……”

 

“그럼 빨리 넣고 빨리 싸고 나갈까?”

 

“아니. 빨리 싸지는 말고…… 흐음……”

 

“알았어. 그럼 우리 혜림이 보지 기분 좋아지게 만들어주고 가자. 넣는다.”

 

“으응……”

 

나는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 자지를 삽입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혜림이 누나는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고 보지의 느낌을 만끽하는 듯 했다. 내 허리의 움직임의 속도에 따라 혜림이 누나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펴졌다를 하며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하아…… 하…… 하아…… 하아……”

 

내가 다시 한차례 속도를 높이며 허리를 흔들자 혜림이 누나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쾌감을 느꼈다. 내가 여자경험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섹스를 맛있게 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좋아?”

 

“하아…… 너무 좋아. 하아…… 하악……”

 

“그럼 맘껏 느껴.”

 

“하아…… 으응…… 하아…… 아앙……”

 

내 자지에서 절정의 신호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표정을 보며 조절을 할까 쌀까 망설였다. 혜림이 누나도 곧 오르가즘을 느낄 듯한 표정이었다.

 

“나 쌀까?”

 

“하아…… 조금 만 더…… 하아…… 나 금방 가…… 하아…… 아앙……”

 

나는 싸도 될 거 같아 세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혜림이 누나의 신음소리도 최고조에 올랐고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다고 느낀 나는 정액을 분출했다. 괴성을 지르던 혜림이 누나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고 날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씻고 모텔을 나서며 친한 선후배로 돌아갔다. 다만, 몸을 섞어 가릴 게 없는 상식 이상의 친한 선후배였다. 혜림이 누나는 몸을 섞었다는 것은 오늘로써 잊고 예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자고 내게 다짐, 또 다짐을 받았다. 우리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 내게는 육체적으로 누구보다 친한 선후배일 뿐이었다.

 

 

 

* * *

 

 

 

“너 수업 끝나고 뭐하냐?”

 

교수님은 앞에서 혼자서 열심히 강의하고 계셨지만 듣는 이는 열에 둘도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재훈이 역시도 수업이 지겨웠는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약속 있어.”

 

“누구랑?”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재훈이는 바로 눈치 채고 대답을 보챘다.

 

“뭐야, 누구랑 만나는데? 여자야?”

 

“어.”

 

“누구, 누구?”

 

나는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들을 새라 조용히 속삭였다.

 

“소연이.”

 

재훈이는 내 말에 깜짝 놀라며 소연이를 힐끗 보더니 내가 했던 것처럼 속삭였다.

 

“진짜? 벌써 그렇게 됐어? 소연이가 너 관심 있어 한다고 할 때는 아니라고 발뺌하더니, 요것 봐라.”

 

나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네가 꼬신 거야?”

 

“꼬시긴…… 그냥 서로 마음에 맞아서 그런 거지.”

 

“그래서 누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아닌 척 하더니 할 건 다한다.”

 

사실 소연이가 같이 영화보자고 연락 한 거였다. 물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도 소연이가 마음에 들어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재훈이에게 인사를 하고 소연이와 함께 나갔다. 소연이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밖에서 만날 껄 그랬나?”

 

“왜?”

 

“애들이 수군대는 거 같아서…….”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당당하게 같이 나갈 거였으면 재훈이한테 소연이 얘기를 할 때 굳이 속삭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뭐 어때. 우리가 만나면 안 되는 사이야?”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하는 소연이의 손을 나는 꽉 잡았다. 그러자 소연이는 깜짝 놀라서 날 쳐다보았다.

 

“너 나 좋아한다며? 너도 나 좋아하고 나도 너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손잡는 게 어때서?”

 

“너…… 정말 나 좋아해?”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손잡고 영화 보러 갈까?”

 

그제야 소연이의 눈빛에서는 걱정이 사라졌다. 대신 사랑스럽게 초롱초롱 거렸다. 볼을 꼬집어주고 싶을 만큼 소연이가 사랑스러웠지만 나는 꾹 참고 마주잡은 두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 놓았다.

 

극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보기로 한 영화는 이미 매진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 사실 나는 보고 싶은 액션영화가 있었지만 소연이가 싫어할 것 같아서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우리 저거 볼래?”

 

소연이는 내 맘을 읽었는지 포스터에 잠깐 머물러 있던 내 눈길을 읽었는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가리켰다.

 

“저거 액션 영환데 괜찮아?”

 

“괜찮아, 재밌으면. 저거 재밌대?”

 

“재밌다고 하던데 그럼 저걸로 볼까?”

 

“그래.”

 

상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우리는 팝콘과 콜라를 산 뒤 바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자리는 앞에서 다섯 번째 줄에 가운데 자리였는데 우리 앞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뒤라고 해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서로 팝콘을 먹여주며 장난을 치다가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나는 소연이의 존재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영화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1초도 눈을 떼지 않고 정말 재밌게 영화를 본 나는 엔딩크레딧을 보며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그제야 소연이가 생각나 옆을 돌아보니 소연이는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소연아, 소연아.”

 

“어? 어. 영화 끝났어? 깜빡 잠들었네.”

 

“나가자.”

 

“응.”

 

난 소연이의 손을 붙잡고 극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테이블의 반 이상은 남자, 여자 커플로 앉아 있었고, 나머지는 여자들끼리 모여앉아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소연이가 그 중에서 제일 예뻤다. 난 괜한 자부심에 뿌듯해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영화 재미없었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

 

“조금……. 넌 되게 재밌게 보더라. 너 재밌게 봤으면 그걸로 됐어. 근데 자는 모습 보여서 조금 부끄러워.”

 

“귀엽던데 뭘…… 다음에는 예매해서 너 좋아하는 걸로 보자.”

 

소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는 네가 자려고?”

 

“아냐. 난 영화는 장르 안 가리고 거의 다 좋아해.”

 

소연이는 내 말에 무언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 보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스크린 속에 들어가는 줄 알았어.”

 

“그랬나? 내가 영화를 좀 좋아해서…….”

 

“주말엔 뭐했어?”

 

“그냥 집에 있었어.”

 

혜림이 누나 만나서 섹스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처음으로 소연이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할지……. 소연이와 관계를 갖게 된다면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러나 나도 남자라는 동물이기에 장담을 할 수 없었다.

 

“넌 뭐했어?”

 

“난 고등학교 때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놀았어.”

 

소연이와 나는 피자를 반반 나눠 다 먹었다. 비록 작은 피자였지만 나는 배가 터질 만큼 불렀다. 남자인 나도 이런데 소연이는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너 되게 잘 먹는다.”

 

“응. 나 잘 먹어.”

 

“근데 살이 안 쪄?”

 

“쪄. 여기저기 안 보이는 곳에 살 많아.”

 

“이렇게 말라 보이는데?”

 

“더 이상은 몰라도 돼.”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볼 일 없으니까 신경 끄세요.”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소연이를 놀렸다.

 

“나는 곧 볼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소연이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변태.”

 

“농담이야. 그럼 이제 일어날까?”

 

나는 진심이었지만 데이트 첫날부터 네 속살을 보고 싶다고 진지하게 얘기할 수 없어 농담이라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빨리 진지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길 바랐고, 또 기도했다.

 

우리 집에서 소연이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아 나는 소연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커다란 대문이 있는 2층집을 가리키며 소연이는 자기 집이라고 했다. 역시 귀하게 자란 사랑스러운 막내딸의 이미지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일부분은 맞는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도 꽤나 넓어 보이는 마당이 있는 소연이의 집을 보니 꽤나 잘 사는 집안의 따님 같았다. 우리 집도 어디 가면 좀 산다고 하지만 우리 집 전 재산으로 소연이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소연이 집 앞까지 이르렀지만 나는 소연이를 그대로 들여보내기가 싫었다.

 

“들어갈 거야?”

 

“그래야지.”

 

“조금만 더 있다 갈래?”

 

“음…… 그럼 저쪽에 공원 있으니까 거기로 가자.”

 

한적한 곳에 있는 공원에는 아무도 없어 연인이 있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소연이와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고 소연이의 말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넌 나 어디가 좋아?”

 

“응? 갑자기 그런 질문을?”

 

“갑자기 궁금해졌어.”

 

“술자리에서 우리 처음 봤잖아. 그때 네가 웃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미소가 좋았고, 네가 무표정할 때는 시크해 보이는 모습이 좋았고, 네가 술 마시고 찡그릴 때는 귀여운 표정이 좋았어.”

 

“너 이거 다른 여자들한테도 하는 멘트지?”

 

“무슨 소리야?”

 

“너무 오글거려.”

 

“헉, 남의 진심을 이렇게 짓밟다니…….”

 

“농담이야. 고마워. 날 좋아해줘서…….”

 

“넌 나 왜 좋아해?”

 

“우리 처음 만난 건 그날이 아냐.”

 

“뭐, 그렇겠지. 수업 시간에 봤을 테니까.”

 

“아니, 우리 대화를 나눈 날이 그날이 처음이 아니라고. 오티 때였어.”

 

“그래?”

 

“우리 다 같이 밥 먹으러 가고 있는데 뒤에서 지연선배가 널 부른 거야. 그래서 넌 멈춰서 돌아섰고, 뒤따라가던 내가 너한테 콩하고 부딪혔었어.”

 

“그랬어?”

 

“그때도 네가 오늘처럼 느끼한 말 했었어.”

 

“무슨 말?”

 

“나한테 안기고 싶니?”

 

나는 소연이의 말에 박장대소를 했다.

 

“그거야 농담이지.”

 

“알아. 근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여유롭게 농담하는 네가 신기했어. 보통은 ‘죄송합니다.’라고 하잖아.”

 

“농담 하나에 반했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그냥 얘기나 좀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같이 술자리를 하게 됐고, 그때 네가 장난스럽지만 속이 깊은 애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래서 좋았어.”

 

“그랬구나.”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그래. 가자.”

 

우리는 붙어버린 듯 손을 꼭 잡고 다시 소연이의 집 앞으로 왔다. 별빛이 내게 속삭였다. 이대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소연이에게 입술 도장을 찍으라고……. 나는 별님의 말에 순종하여 소연이의 꼭 잡은 손을 슬쩍 당기며 볼에 뽀뽀를 했다.

 

“어머.”

 

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소연이는 부끄러운 듯 얼른 대문 앞으로 가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인터폰을 받지 않아 나를 힐끔힐끔 보며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내가 강간범이라도 되고 소연이는 내게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내 누군가 인터폰을 받아 소연이임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소연이는 날 보는 게 쑥스러운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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