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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무료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 묘안을 찾는다. 



“여보! 우리 재미 있는 놀이 할래?” 



아내 영희는 



“날 또 뭐 어떻게 하려고? 아직도 안 해본 게 있나요?” 



철수는 본디지 도그플 메니아이고 그기에 아내 영희 또한 부창부수라고 안 응해 준 것이 없었다. 영희도 이젠 남편의 똑 같은 레퍼토리에 식상해 했고 또 남편이 장난으로 하고 영희 또한 응해 줘도 장난이고 두려움, 공포, 치욕 등등의 이상한 감정의 몰입이 잘 안되고 그것이 잘 안되니 쾌감의 정도도 반감하고 있었다. 



철수와 영희는 결혼한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게 섹스를 밤마다 하는데도 기다리는 임신은 안되어 고민도 크지만 애가 없으니 둘이 놀기는 우선 좋다. 



결혼하고 첨엔 아내에게 약한 것 하나 요구해도 응해주지 않았고 설득하며 애간장 조리는 재미, 집요하게 꼬시는 재미가 그만이었다. 응해 주는 영희도 이상한 남자 만나 꼬래 섹스하는 대상인 남편인데 안 응해 줄 수도 없고 뭐 사람 죽이는 일도 아니라 생각하고 응해 주면서도 살결이 떨릴 정도로 치욕스러웠다. 



그 치욕스러움이 온 몸을 할퀴지만 누가 보는 사람도 없고 늘 발가벗고 섹스하는 자기집 깊숙한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참고 응하면서도 서서히 일종의 쾌감에 빠져 들었다. 이젠 너무 많이 하고 나니 쾌감보다 귀찮아졌다. 아내의 반응이 그러하니 철수도 재미 없고 그게 누구 탓이랴. 





다 자기가 저질러 놓은 것이었으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또 노팬티로 시내 나갈까요? 지하철 탈까요? 아니면 내 또 묶을래요? 지금 벗을까요?” 



철수는 선뜻 말을 못한다. 



“그럼 또 주인님! 주인님! 하면서 거실을 개처럼 기어 다닐까?” 



“그게 아니라니까. 말 하기가 좀 뭣해서.” 



“당신이 말 하기 거북해 하는 것도 있었어요? 아파트 계단에 또 발가벗고 10분간 서 있을까요?” 



“당신이 순순히 해 버리니 이젠 그것도 재미 없어.” 



“봐요. 내가 거절할 때 좀 안 했으면, 그리고 슬슬 했으면 아직도 좋을 텐데 그렇게 시켜대고 할 것 다 해 버리니 지금 이 꼴이 되잖아요.” 



영희는 도대체 남편이 시킬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철수 또한 생각해 놓은 것이 있지만 말하기 거북하여 망설였다. 말은 꺼내놓고 속 시원히 남편이 말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도우미 남자 불러 나와 시키고 당신은 또 그것 구경할래요? 전에 한 번 해 보니 난 별로 내키지 않던데 당신이 원하면 하죠. 뭐. 인터넷 들어가서 아무나 하나 지금 불러요.” 



“그것이 아니라니까.” 



“어이구. 속 터져. 속 시원히 말해 봐요.” 



“당하는 것 보다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밋어.” 





“그? 뭐 뜬금없이 뚱딴지 같은 소리를요?” 



“당신은 재미 없고 다른 여자하고 하는 거지.” 



“에게. 미쳤어? 어느 여자가 할거라고? 나 같이 맘이 넓으니 해 주는 게지요.” 



“난 맘 넓은 여자 재미없어.” 



“호호호 당신 웃긴다. 어느 여자가?” 



“하하하 우습긴 하다만 꼭 안 된다 만은 할 수 없어.” 



“호호호 그럼 해 봐요. 난 구경하지 뭐.” 



“구경하면 재밋어.” 



영희는 혼자 생각하는 듯 하다가는 



“그것 재미 있겠네. 어디 내 보는 앞에서 함 해 봐요.” 



“좋아. 당신 허락했지?” 



“그래요. 허락했어요. 어디 될 법한 말을 해야지.” 



“그럼, 우리 할 것이 정해 졌으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자.” 



“호호호 뭐 사업 시작해요?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게? 우리 신랑 어쩌나?” 



영희는 꼭 철수를 장난 삼아 지껄이는 개구쟁이 아니 살짝 간 사람 취급한다. 



“하기사, 나에게도 다 저렇게 첨엔 시작했지만.” 



철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긴 시간은 아니다. 시계를 쳐다 보니 저녁 8시다. 



“아~ 아직 시간 많다.” 



‘호호호 시간이야 많지만, 오늘만 시간이에요?” 





“아니, 오늘 후딱 해 치울 거야.” 



“호호호 점점 궁금해 지네요?” 



“당신은 부를 친구 하나 물색해 놔.” 



“누구를요? 부르긴 왜요? 뭐 하려고?” 



“궁금한 건 이따 해결 될 테니, 우선은 묻지 말고 부르면 지금 올 수 있는 친구로.” 



“모 하려는 데요?” 



“너무 알려 하지 말고. 다 알면 재미 없어.” 



“친구 불러서 묶고 보지 꼽고 그 작당하려고요? 안 들어도 비디오여요.” 



“보지에는 안 꼽는다. 내가 어찌 당신 보는 앞에서 당신 친구와 그 짓 하겠어?” 



“안 꼽는 것 맞지요?” 



“그래. 내 자지는 안 꼽는다. 당신 것인데. 꼽아 달라 사정해도 안 꼽아준다. 



“그럼 딴 건 친구 보지에 꼽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던 내 자지는 당신이 허락 안 했으니 안 꼽는다. 이따 되어 당신이 꼽으라 사정하면 몰라도 나도 꼽고 싶지는 않아. 난 당신의 것인데.” 



“참~ 말은 이쁘게 하셔.” 



철수는 아내를 꼬실 때 그냥 이렇게 시작한다. 예전에도 그렇게 했듯이. 조리 있게 남을 설득시키는 별난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아내가 응해 주니 되는 것이었다. 



철수는 아내의 호응에 감동 감화 받으며 뭐 큰일이라도 





이루어낸 듯 하늘을 쳐다보며-쳐다 봐야 천정 벽지와 형광등 밖에 보이는 게 없지만-자신의 플랜에 스스로 대견해 했다. 



“천정만 할 일 없이 쳐다 볼게 아니라 내가 부를 친구 정했으면 담은 어떻게 하는데요? 구체적 실행 계획이라니? 호호호 그래서요? 담은?” 



“잠시만 머리를 정리하고.” 



“이 남자 돈키호테 아냐?” 



“돈키호테든 우키오테든 잠시만.” 



철수는 생각에 잠긴다. 담 자신이 실행해야 할 행동에 스스로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요?” 



“일단 내가 여자 하나를 사냥해 온다. 그 여자를 농락하고 우리 놀이에 세뇌시켜 동참시키고 그 이후에 당신 친구를 부른다.” 



“참. 어려운 숙제 받았네. 어느 여자가 지금 따라 오겠어요? 당신 계획대로라면 나 친구 부를 일도 없네. 괜히 누구 부를까 고민했네.” 



“내 지금 나가면 당장 여자 하나 잡아온다. 그 여자를 어떻게 다루고, 그 여자가 어떻게 허물어져 가며 수치와 죽음의 공포에 떠는지 당신은 구경만 하면 돼.” 



“에그. 따라 올 여자도 없지만 그렇게 하다 당신 학교 가고 나 생과부 만들 거에요?” 



“당신은 나를 너무 과소평가 하구먼.” 





“과소고 과대고간에 빨랑 나가 하나 잡아와요.” 



“그전에 당신이 할 일이 있어.” 



영희는 궁금하여 묻는다. 그냥 재미로 궁금해 한다. 



“뭔데?” 



영희는 그냥 남편이 지금처럼 이렇게 부품하게 말로만 설치다가 ‘헤헤’하며 ‘내 얘기 재밋었어? 당신은 꼭 할 줄 알았지? 농담이야.’ 하고 마는 경우가 전에도 있었다. 



“내가 밖에 나가 여자 하나를 잡으면 전화 한번 걸게. 그 전화 당신이 받을 필요는 없고.” 



“그래서?” 



“그 전화 받자마자 안방에서 발가벗고 부엌칼 안방에 두고 그 칼에 캐찹 바르고 바닥에 좀 흘리고 당신 알몸 가슴 복부 등등에 바르고 죽은 듯이 펴져 있어. 알았지?” 



‘호호호 당신 영화 찍냐? 알았어. 여자 하나 데려 오기나 해 봐.” 



철수는 쉽게 아내의 협조를 받았다. 



“그리고 당신은 죽은 듯 누워 있으면서 부르면 반드시 올 친구 하나를 생각하고 있어.” 



“알았어. 알았어. 나가 빨리. 하나 찝어 와. 우리 남편 여자 꼬시는 실력 함 보자.” 



철수는 아내의 협조 아래 집을 나선다. 밖은 이미 어둡다. 여자 하나 못 낚으면 ‘헤헤’ 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다. 사방을 살피며 거리를 나선다. 





철수는 이리저리 살피며 거리를 돌아다녀 봐도 당장 여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았다.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나왔고 또 하나 낚기만 하면 오늘 밤이 즐거울 테고 또 아내에게도 이색적 놀이를 보여줄 텐데. 말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여자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이트나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 지금 당장 구해 들어가야 되는데 나이트 가서 언제 데려 올 것이며 술집 가시나 돈 주고 사오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다. 



잔뜩 기대하고 있을 것 같은 아내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생각했으나 날을 두고 여유 있게 꼬시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1시간 내에 꼬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를 가지고 슬슬 다니며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여자를 획 낚아 채올 수도 있겠지만, 철수는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고 그냥 집 근처만 뱅뱅 돌고 있었으며 설사 차를 가지고 나갔더라도 그렇게 하다가는 쇠고랑 차기 99% 순도를 자랑할 것이다. 강제로 끌고는 못 온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철수는 휴대폰 액정 화면의 시간을 본다. 집에서 나올 땐 8시 조금 넘었는데 벌써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한 번 만 더 돌아 보고 안되면 그냥 들어가지 뭐.” 



철수가 아까 갔다 온 지하철 한 코스 앞 저쪽 xx사거리로 다시 걸어간다. 



“저기 쇼윈도를 들여다 보며 두 여자가 서서 서로 얘기 나누며 서성거리네?” 





“좋아 함 해 보는 거야. 아냐, 될 턱이 없지. 안돼. 그래도 함 해 보는 거야!” 



철수는 슬금슬금 그 두 여자 옆으로 가서는 뭔 말인가 하려는데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누라니까 해 주는 거지. 어디 세상에 여자가 많다 하나 그렇게 해 줄 여자가 어딨어?” 



철수는 거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 걸으며 주머니를 살피니 담배가 없어 다시 밖으로 나간다. 다시 아파트 정문을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니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는 틈의 담배 포를 찾아 한 갑 샀다. 한 개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여 빨아들이며 길거리에 그냥 서 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쳐야 하는데. 난 이게 뭐고?” 



그렇게 자신을 나무라다가는 다시 연기를 빨아들인다. 



“밑져봐야 본전이다. 한 번만 더 큰길 지하철역 입구까지만 가보자.” 



한편, 아내 영희는 9시 뉴스를 보고 있지만 그 시간엔 그것을 하니 보는 것이지 뭐 연속극도 아니고 별 재미를 못 느끼며 



“이 사람 안되면 들어오는 거지. 뭐 하는지 모르겠어.” 



남편이 호기 있게 나가니 영희는 좋은 구경 하냐 싶어 





기대도 첨엔 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니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간다. 



“당장 따라올 여자가 어디 있다고?” 



“혹시 데려오면? 데려오면? 나 몰래 그전부터 알고 있던 여자?” 



“아냐 못 데려올 거야. 아잉~ 그래도 하나 데려 왔으면 좋겠어.” 



사실 영희는 자신이 한 것을 다른 여자가 하고 자기는 관람객이 되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자를 묶을 때 동참하고 늘 치욕과 능멸을 당하는 측에서의 쾌감이 아닌, 남편처럼 그런 치욕과 모멸감을 주는 입장에서의 쾌감이 어떠한지 맛보고 싶었다. 



영희는 반신반의하지만 그래도 혹여 남편이 여자를 데리고 올 것에 대비하여 준비를 해둔다. TV 보다 말고 소파에서 일어나 무엇인가 분주히 찾는다. 



“추적자에 보니 여자를 묶어놓고 머리에 정을 박고 망치로 때리던데?” 



영희는 공구 통에서 망치와 제일 큰 드라이브를 꺼내 안방으로 들고 들어간다. 다시 주방으로 나와 부엌칼과 냉장고에서 캐챱을 꺼내 다시 안방에 갖다 놓고 장롱 서랍을 열어 평소 남편이 자기에게 사용하던 밧줄 꾸러미를 모두 내 놓았다. 그리고 밧줄 세 개를 현관입구에 떨어뜨려 놓았다. 



“에이~ 캐챱을 바르면 피 난 것처럼 보일까? 아까징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영희는 망치, 부엌칼, 드라이브, 밧줄을 안방에 적절히 펼쳐놓고는 



“이래 놓고 내가 죽어 자빠져 있으면 그 어느 여잔들 혼비백산 하지 않겠나? 후후후~ 우리 남편 제발 하나 잡아와 내가 준비 다해 놨는데…….” 



철수는 큰 도로까지 다시 나가 봤으나 허탕하고 되돌아오면서 



“와이프하고 술이나 한잔 하자.” 



생각하며 다시 골목길로 접어들어 서서 걷다가 저 앞에 슈퍼에 들어갈 요량으로 바쁘지도 않는 걸음 이리저리 먼산 보며 걸어 거의 슈퍼에 다 왔는데 슈퍼 밖에 널부러지게 쌓아놓은 상품들 사이에 지나가는 인도 사람들에게 걸 거치지 않게 쪼그리고 앉아 꼭 숨어 있는 듯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철수는 슈퍼에 들어가려다가는 멈칫 서서는 슬금 두 발을 뒤로 걸으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 여자 앞에 와서 빤히 내려다 봤다. 옷은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무릎 사이에 꼭 끼워 접고 앉아 있으니 더 이상 보이는 것은 없었고, 철수가 아래로 내려보니 블라우스 사이로 큰 유방이 보이는 듯 했다. 그냥 보이는 듯 했지 보이지는 않았다.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곳이 불빛의 사각지대라 약간은 어두웠고 숨어 담배 피우기도 딱 맞은 곳이었다. 



10 



요새 여자들 보면 길거리 활보하며 대 놓고 담배 물고 다니는데 이 여자는 그래도 그것이 여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 생각했는지 약간은 숨은 듯 피우는 것을 보니 막 까진 년은 아닌 듯 했다. 



철수가 말 없이 내려다 보니 그 여자도 고개를 들어 힐끗 위로 쳐다보고는 다시 자기 앞을 주시하면서도 ‘가던 길 가지. 뭐 쳐다보냐? 하지는 않았다. 



철수는 순간 ‘됐어. 구세주는 여기 있었구먼.’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은 태연히. 



“아가씨? 여기 불편하지 않아요?” 



‘불편하건 말건 뭐 상관이냐? 니가? 난 아가씨 아냐.’ 



“저어~” 



‘말 해 봐. 나도 지금 혼자 이렇게 계속 있긴 싫어.’ 



“아~ 저도 담배 하나 피울게요.” 



‘그래? 그래라. 피던 말던. 근데 말하기 그래 어렵니?’ 



‘아~ 가시나. 내가 말 걸어도 일어나 가버리지 않네?’ 



‘내 오늘밤 한 번 줄까? 니가 말을 잘하는가 보고.’ 



그녀는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말도 있듯이, 남편과 사소한 문제로 말싸움 하다가 기선 제압해야 하는 신혼인지라 신랑에게 쌔게 공격하고는 제 분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왔다. 또 몇 시간 있으면 화도 풀릴 것이고 다시 들어가겠지만. 



“보아 하니 집도 근처인 것 같은데, 우리 생맥주 한잔 할래요?” 



그녀는 말 없이 일어났다. 적어도 몇 시간 후에 들어가야 



11 



되는데 혼자 어디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일단 담배 한대 피며 생각하던 중 한 놈이 접근하여 무료한 시간을 메워 주겠다는데 그 생맥주 집 못 따라 갈 일 없었다. 바로 슈퍼 맞은편에 생맥주 집 그기로 둘은 들어갔다. 테이블 잡아 마주 앉고는 



“여기! 500 둘!” 



철수는 그 여자의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시켰다. 잠시 후 맥주잔 두 개와 마른 안주 접시 잔을 받고 



“자~ 우리 서로 초면이지만 한잔 합시다.” 



철수는 그녀에게 권하고 그녀도 잔을 들어 서로 약간씩 마셨다. 



“댁이 어디시죠? 아마 근처인가 본데요. 전 바로 여기 xx아파트 x동입니다. 



“어머! 그래요? 저도 그 동인데요.” 



“하하~ 우리 서로 이웃간이네요. 아직 미혼? 아니 아가씨?” 



철수는 딱 보니 미혼은 아닌 것 같이 보였으나 그래도 그렇게 말을 걸었다. 



“아뇨! 호호 아가씨로 보이니 좋네요. 결혼하고 집에 있는지 2년 되어가요.” 



“요새는 결혼했어도 남자들 눈엔 다 아가씨로 보여요. 구분하기 힘들어요.” 



둘은 다시 잔을 들어 비우니 그깟 500CC짜리가 얼마나 된다고? 반 컵 밑으로 쑥 내려간다. 철수는 마른 안주에 손이 가며 



12 



“뭐라 부르는지요? 전 김철수 입니다.” 



그녀는 몇 시간 갈 곳 없는 자기의 말벗이 되어주고, 보니 맘도 괜찮은 것 같고, 무엇보다 안심되는 것은 한 아파트 한 동에 산다니 그냥 친해 지는 기분을 느꼈다. 



“전 김순희에요.” 



“순희 씨? 저와 종씨군요. 근데 집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뇨. 호호 그렇진 않아요. 잠시 바람 쐬러 밖에 나왔어요.” 



두 사람이 다시 마시니 잔이 비워진다. 



“이웃인데, 우리 집사람과 인사도 할 겸 알고 지내요. 맥주 몇 병 사서 저희 집에 갈래요?” 



“집에요?” 



“예! 한 동에 사는데 만나보면 저희 집사람과 안면이 있을지도 모르죠. 맥주 사러 나왔다가 순희씨 만났는데 아마 우리 집 사람 지금 많이 기다릴 텐데.” 



순희는 가만 보니 제 아내와 같이 마시려고 슈퍼에 잠시 맥주 사러 온 것 같아 자기와 오래 앉아 있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이 사람 보내 버리면 또 어디 가서 혼자 쭈그리고 있어야 할지 몰라 잠시 생각한다. 



“따라 가서 한잔 하다 시간되면 집에 들어갈까? 아님 여기 그냥 앉아 있다 들어갈까?” 



철수는 놓치는 한이 있어도 같이 가자 사정하는 낌새를 보여선 안 된다 생각하며 



“어쩌죠? 일어나야 해서.” 



하며 일어나는데 순희도 무심코 몸을 일으킨다. 



13 



순희는 자기의 자세가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건 완전히 따라 가겠다는 표시 아냐?’ 하며 속으로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죠.” 



하며 일어난다. 



철수는 일어나 카운터 가서 계산하고는 뒤따라 와 서 있는 순희에게 



“순희 씨! 잠시만요. 화장실 좀.” 



철수는 화장실로 들어가자 마자 아내에게 전화 건다. 



“10분 후에 집에 도착한다. 잘 준비하고 있어.” 



“알았어요.” 



철수는 순희를 데리고 생맥주 집을 나와 다시 길 건너 그 슈퍼로 갔다. 그냥 폼으로 맥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따 진짜 맥주 파티 열어야 하니 말이다. 철수는 속으로 생각한다. 



“몇 명이지? 보자~ 내, 와이프, 이 여자, 와이프 친구, 이 여자에게도 친구 하나 불러 라면? 보자 아~ 다섯 명이네.” 



옆에 있던 순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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