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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제 통화되네. 이대리님?”

다시 정신이 드는 것 같다. 무빙블루 마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휴, 제가 몇 번을 전화했는데, 무슨 통화를 이렇게 오래해요”

“아...네...근데 어떤 일로...”

“오늘 저희 가게 한번 오세요. 제가 한잔 살게요”

“아...그게..고맙지만 다음에.....”

“다음에는 안되요!”

“네...그 무슨..”

“실은 이대리님에게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러니 오늘 가게에 오세요. 안오시면 안되요”

“네...알았어요...저녁에 갈게요”

갑자기 나를 애타게 찾는 마담이 이상했으나, 나는 지금 그것을 물어볼 정신이 없다. 내 머릿속에서는 전화기를 통해 들리던 아내의 거친 숨소리만이 맴돌고 있다. 저녁 무렵 무빙블루로 향했다. 최마담이 나를 미소로 반긴다.

“어떤 일로 나를 다........”

“후후, 급하시긴요”

“아니, 최마담이 먼저 나를 그렇게 찾은 것은 처음이라서....”

“어, 제가 그랬나요? 좋아하는 마음 안 들키려고 하다보니....”

“어..엉?”

순간 나의 얼굴이 붉어진 듯하다.

“호호호, 얼굴 빨개지는 것 좀봐”

붉어졌던 나의 얼굴이 다시 굳어진다. 오늘은 마담의 이런 호의 섞인 농담조차 받아주기가 힘이 든다.

“실은.......잠시 이쪽으로.....”

마담은 나를 일전의 그 방, 자신의 사무실로 이끈다.

“이방에는 또 왜....”

“저...사실...이것 보여드려야 되나 고민 좀 했는데요...괜히 자꾸 이런 정보 흘리다가 이상한 오해 살까봐요...”

“어...무슨...?”

“실은 어제 저녁에 K병원 이선생이 손님 몇 분과 왔었거든요”

순간 나는 혹시 아내와 관련이 있는 일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누..누구랑?”

“거...왜....이대리님도 잘 아시는 분들 이세요”

최마담은 나를 쇼파에 앉히더니,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서 무슨 동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어제 이선생님방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이대리님에게 알려드려야할 일 같아서....제가 CCTV화면하고 음성을 휴대전화로 담아놨거든요”

“어? 그래요?”

“저...그...그렇다고해서..제가 손님들 대화 엿듣고 옮기고 하는..그런 사람으로.....”

“알아요. 최마담이 나 많이 챙겨주는 것. 항상 고맙게 생각해”

나는 살며시 손을 내밀어서 휴대전화를 잡고 있는 최마담의 손을 잡아준다. 끈끈한 스킨십이라기보다는 고마움과 친밀함의 표시정도이다. 평소와 같으면 이 정도 스킨십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최마담의 얼굴이 순간 조금 붉어지면서 고개를 살며시 숙인다.

“화질이나...음성이 상태가 좀 그렇긴한데...내용 알아보실만 할 것 같아요...영업적으로 뭔가 중요한 일 같은데...제가 뭐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죠...”

“아, 정말 고마워”

최마담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나의 손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다른 손으로 잡고는 쥐어준다.

“동영상 다보시면...그 파일 지우시고...”

“알았어. 다보면 파일 지우고 카운터에 맡기고 갈게..내가 오늘은 좀 일찍 가야해서...”

최마담은 사무실에서 나가고 나는 동영상에 집중한다. 좀 작은 룸에 이선생과 다른 남자 다섯명이 앉아있다. CCTV 모니터 화면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것이어서, 화질이 좀 흐리기는 하다. 다른 남자들도 얼굴이 정확하게는 안 보이지만 대략의 형상과 음성을 들어보니 대충 짐작이 된다.

“아니, 이선생님 어떻게 그런 식으로 납품을..........”

“뭐요. 차부장! 그런 식이라니?”

“아...아니...저 그게 아니라...”

“병원 속사정을 다 알려주기라도 해야 한다는 겁니까? 뭡니까? 이제까지 우리병원 덕분에 그렇게 잘 영업해왔고, 또 이번에도 좋은 기회 만들어주는 것인데...이거 뭐 적반하장이라고 해야하나..왜들 이렇게 말들이 많아요?”

이선생 맞은 편에 앉아있는 다섯 명의 남자는 다른 의료기기 업체의 영업사원들이다. 대략 살펴보니 우리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곳도 있고, 다른 종류의 장비를 취급해서 경쟁은 아닌 기업들도 있다. 얘기를 잘 들어보니, 최마담이 왜 나를 불렀는지 이해가 된다.

이선생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암센터 건립에 예정된 신규 장비 발주분이 수백억원에 달하는데 그것을 턴키(일괄 발주)로 납품을 받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턴키 납품의 주체를 우리 회사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다. 계약, 납품, 수금의 주체를 우리 회사로 되도록 협력해주라고 대놓고 지시하고 있다.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개별적으로 K병원과 거래를 하는 것이 마진률이 더 높은 것이 당연하다. 현찰 회전도 더 좋아지고 말이다. 또 다음에 다른 대규모 병원들과 거래할 때도 더 명분도 서고 말이다. 반대로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납품업체 들로부터 추가적인 마진도 챙기고, 현금 보유기간도 더 길어지고, 다음에 대규모 납품을 준비할 때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튼......이게 우리병원 경영진의 방침이니.......뭐....생각이 다른 업체가 있다면 알아서들...독립적으로 제안하던가...다른 업체들과 컨소시엄하던가 하세요...하지만 알고있죠? 업체 선정..평가를 누가하는지? 아 그리고 이 뜻에 따르건 안 따르건 공식적 공고뜰 때까지 입 단속 잘 들 하시고....”

“...............”

다섯 남자는 아무도 말이 없다. 결국 이 말은 이 뜻대로 따르던가 아니면 이번 암센터 납품껀은 손을 떼라는 말과 다른 없다. 화면 속의 다섯 남자들 모두 암센터 건립 기획 시부터 암센터 납품 껀을 따내기 위해서 사전 작업을 꽤 해왔을 것이기에 입맛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K병원...........우리회사에서 나말고 영업라인이 없는데...이제까지 나와 이런 식의 납품 방법을 논의해본적이 없는데........대체 이선생은 무슨 생각이지?’

“자, 그러면 저희 뜻대로 따라오시는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럼 뭐 모인 김에 간단하게 한잔씩 할까요?”

“네...그..그러시죠”

“아..네...... 좋지요”

“네....뭐”

“...네 저도 뭐....”

“이선생님 뜻이 그러시다면야..뭐 저희도...”

다섯 남자 모두 결국 이선생의 뜻을 받아들인다. 잠시 후 이선생은 웨이터를 불러서 술을 주문한다. 녹화된 동영상은 거기까지 이다. 휴대전화를 최마담에게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도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와이프 때문인가...아무리 그래도 이건.....내 와이프를 한번 더 품어보자고...그런 무리한 생각을...?......아니야....’

집에 돌아와 보니 9시이다. 아내는 웬일인지 침대에 벌써 누워있다.

“여보 어디 아퍼?”

“...으...응..뭐 아냐...........”

“어, 어디 아픈가 본데?”

“아..아냐”

아내는 방문 쪽에 서서 말하는 내게 등을 돌린채 누워있다. 목소리로 봐서 아직 졸린 것 같지는 않은데, 나와의 대화가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역시....오늘 낮의 일 때문에..너무 충격이 컸나?............그 전의 일들보다 오늘 일이 더 그랬나..그 전에는 그래도 평온했는데..오늘 일 때문에............???’

방문앞에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뭐라고 말을 걸지 잘 생각이 안 떠오른다.

“여보...나 피곤해서..먼저잘게..당신....마루에서 TV라도 좀 보다 자요”

“..어...”

아내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올린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처음 하루 이틀은 낮에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기도 괜히 멋쩍어서 위치 추적만 몇 번 해보았다. 아내는 하루 종일 집에만 붙어있다. 그 다음에는 가방 속에 설치한 전화기의 배터리가 다 달았는지 연결이 안 된다. 하루에 서너번 아내에게 전화를 해본다. 아내는 갑자기 왜 이리 전화를 자주하냐고 의아해하면서도 그리 싫은 눈치는 아니다. 아내는 요즘에도 집에서 꼼짝을 안하는 것 같다.

“여보, 요즘 너무 기운 없어 보인다. 친정에라도 며칠 가있던가?”

회사 일이 바빠져서 아내를 챙겨주기도 어려워서, 슬쩍 떠보니 아내가 좋아한다. 오히려 아내가 친정에 가있는 것이 더 내가 안심이 될 듯해서 아내를 친정으로 보냈다. 아내는 경주에 있는 친정집에 1주일간 가있었다. 나는 그 사이 역시 매일 전화를 해서 아내의 안부를 확인했다. 아내의 목소리는 그전보다 한층 밝아져간다.

‘아, 이제....대략 보름 정도인가? 아내에게 이제는.....아무 일도 없구나...’

그 사이 나는 K병원의 암센터 납품 껀으로 정신이 없다. K병원에서는 지난번 무빙블루 최마담의 휴대전화로 본 내용과는 다르게, 그저 우리 회사 장비에 대해서 일반적인 자료들을 요청하고 납품가와 납기 정보 등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 나는 최마담 휴대전화로 본 내용은 역시 아무 것도 아니었다보다 라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릴 뿐이다. 회사에서도 이번 암센터 납품 껀에 대해서 거는 기대가 크기에 나는 K병원을 쫓아다니는 것만으로 전보다 더 분주해졌다. 아내가 친정에서 돌아오고 다시 삼사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저녁이다. 아내는 대뜸 내게 이상한 질문을 한다.

“여보 K병원에서 암센터 건립으로 정신이 없다메....?”

“어, 당신이 그걸 어떻게...?”

“어...어..모...나도 신문에서 본다 모....”

“아 그렇구나. 맞아 내가 요즘에 그 것 때문에 정신이 없잖아”

“그렇구나...근데..그런데 만약 자기네 회사 장비 납품하고....모 그러면.....당신 보너스 엄청 받겠다 그치?”

“하하..맞아...당신...”

“...........”

“암센터 납품......우리 회사....아니 나도 가능성이 꽤 있어. 규모도 작지 않고...문제는....일단 우리 회사랑 경쟁 회사들도 좀 있고...또 납품을 따 내도 규모가 문제이고.......또....마진률 확보도 중요하고 뭐 그렇지”

“음..그렇구나...근데...그럼...만약에 그 사업을 당신 회사..아니 당신이 다 따내면 엄청나겠구나?”

“허허허, 당신 배짱도 크다. 그렇게 큰 것을 어떻게 내가 혼자 따내. 그리고 우리회사 규모로도 그렇게 큰 납품은 어려워. 병원에서 그렇게 일 잘 안 줘 그리고...흐흐”

“아...그...그래....”

“당신, 보너스 너무 기대하는 것 아냐?”

“아...아냐...모 나야 보너스 많으면 좋긴 하지만...근데...그러면......단독 납품은 말도 안되는 건가?”

“아냐..뭐 그런 것은 아니고...안될 일이야 없지...K병원에서 밀어주기만............”

나는 순간 몇 주 전 최마담의 휴대전화에서 봤던 내용이 다시 떠오른다. 아내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부사장이 나를 찾는다. 일 년에 몇 번 회의석상에서 마주치는 사람인데, 갑자기 나를 찾아서 나는 몹시 당황했다. 부사장은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오더니 두 손으로 내손을 덥썩 잡는다.

“아이고, 이대리님! 이것 뭐....정말 대단해요...영업을 어떻게 하셨길래!”

“네...무...무슨..........”

“아니, 그 K병원 암센터 좀 전에 부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는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러하다. K병원 부원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이번에 건립된 암센터에 들어갈 장비의 상당수를 턴키(일괄 납품)로 납품받으려고 하는데, 우리 회사도 꼭 제안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경쟁 입찰 방식을 취하겠다고는 것이고, 평소 거래관계 있던 우리 회사에게도 제안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부원장이 직접, 그것도 담당 영업 사원인 나도 아닌 부사장급에게 직접 요청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확실한 언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하하...이거 뭐..이대리님 실력은 저도 믿어왔지만..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아..아니...그게..뭐..제안을 해봐야 아는.......”

“하하하...겸손하시기는.........부원장이 그리고 이말도 하더라고요....이번 턴키사업 추진을 꼭 이대리님이 해줬으면 한다고...이대리님 일 실력이면 자기가 100% 믿음이 간다면서요...허허허허”

부사장이 내손을 너무 오래 꼭 쥐고 있어서 땀이 다 난다. 나는 손을 슬며시 빼서는 양복 바지에 슬쩍 딱아낸다.

“네..사실...전 아직...턴키 사업 자체가 추진된다는 것을 솔직히....잘..아니..아직 몰라서요”

“하하. 부원장도 그 얘기 하더라고요. 내부적으로 뭔가 결정할 것이 있어서...그랬는데...이제 턴키방식이 확정되었다고”

순간 내 머릿속에는 기쁨보다는 불길한 예감만이 가득하다.

“저....제가..그렇게 큰 일을...좀 자신이..........”

“어허. 이대리님 왜 그러세요? 부원장이 실은.....이대리님이 사업 안 맡으면 안된다고 까지 했어요”

“아...그래도 저는........”

“에고...그간 K병원에 공 들이신게 이제 빵~하고 대박을 터트릴 순간인데..왜 그러세요? 병원영업이 어디 그리 만만합니까? 규모 크다고 얼지 마시고...이럴 때 한방 하셔야죠. 이런 기회.....영업 일이십년해도 한번 잡을까 말까합니다!”

“아...저..저는..........”

부사장은 나의 이런 반응에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업 사원입장에서 이런 기회를 못 잡아서 안달을 내야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런 저런 말로 나를 회유하고 독려해본다.

“어디 생각을 해보세요. 이번 납품 잘되면 이대리님에게 돌아가는 보너스가 어느 정도일지 예상이나 하세요? 사실 뭐 K병원에서 그런 요구만 없다면..사실..이런 껀은 부사장인 제가 직접 나서야할 사안입니다만......아무튼.........일이 성사되면 이대리님 한 10년치 연봉? 그것 한방입니다!”

“10..10년치요?”

“하하....놀라시기는..우리 회사 보너스 산출방법 다 아시잖아요? K병원 납품 규모, 방식가지고 한번 보너스 따져보세요. 제 말이 빈말인가........”

부사장 앞에서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부사장에게 맡아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선다. 그리고 며칠간 K병원을 들락거리면서 과연 턴키 납품이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본다. 부원장이 부사장에게 건 낸 말이 허언은 아닌 듯싶다. K병원의 다른 거래처 영업 사원들도 대놓고는 말하지 않지만 우리 회사가 턴키로 납품하는 것이 확정된 듯이 생각하는 것 같다.

몇 주후에 K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찰 공고가 나오고, 드디어 우리 회사는 K병원에 턴키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 동안 나는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내를 잘 살피지는 못했으나, 아내에게 별다른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일주일 후면 턴키 사업자가 공식적으로 확정된다. 부사장이 갑자기 나를 방으로 부른다.

“아, 이대리님! 소식이 왔네요!”

“네? 무슨!”

“하하...부원장이 또 전화가 왔는데...아...글쎄...장비 납품일 확실히 챙겨줘야 하다는 얘기를 꺼내네요!”

“네? 그말은....”

“하하하...그래요...뭐...일주일 후이기는 하지만.....확실한 언지죠? 마지막 남은 3차 프리젠테이션만 잘 해주세요”

순간 다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과연 납품을 따내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아무 말도 못하자, 부사장이 먼저 말을 꺼낸다.

“뭐 이대리님도 아시겠으나, 이번껀 성공하시면.........보너스가.......”

“네..잠시만요.....”

나는 부사장에게 나의 조건을 제시했다. 회사에서 원래 규정된 보너스의 2/3만 받는 대신에 K병원에서 초기 계약금이 넘어오는 대로 보너스를 바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사장은 나의 갑작스런 요청에 매우 당황했으나, 나도 꽤 강경하게 내 의견을 밀어 붙였다. 부사장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더니 내 뜻에 따라주기로 한다. 어차피 계약만 확정되면 내가 할 일이 큰 것도 아니고, 보너스의 1/3을 절감하면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니어서 차라리 미리 돈을 주고 마는 것도 괜찮다고 여긴 듯하다. 또 이번 일에서 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내 기분을 맞춰주고 싶다고 생각한 듯한 눈치도 보인다.

‘그래...이번 일 끝나면.....이일 그만 둬야지....이제 아내가 조금씩 평온해지고 있는데..그래..이번일 계약 성사시키고....보너스 받고...바로 회사 때려치는 거야..그래야 나...그리고..아내와 K병원과의 이 더러운 인연도 끊고...그래...좀 더 버텨보자..이제 곳 끝이다’

저녁 식사 시간. 아내는 별 말이 없다.

“여보, 나 이번에 정말 큰 거 한방 할 것 같아...”

“.............”

“여보...내 말 들려? 나 이번에...”

“응....듣고있어....”

“큰 거라니까?”

“응...그래요 축하해요...”

“축하? 금액은 안 물어보고.........잘되면 집한채야. 이사람아!”

“아..그...그래요...축하해요..좋겠다”

“좋겠다라니? 뭐 남의 일이야? 이사람이 내가 보너스 잘 가져다 주니까 너무 무뎌졌나..이번에는 정말 장난이 아니라 집한채라니까!”

나의 너스레에 아내는 조금 기분을 맞춰주는 듯 하면서도 역시 어딘가 이상하다. 기분이 가라앉아보인다기 보다는 어딘가 넋이 나간 것 같이 보인다. 나는 이번 일만 끝나면 K병원과의 악연이 끊어진다는 생각에 그저 마음이 들떠있을 뿐이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사무실에서 3차 프리젠테이션 준비로 분주하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린다. 무빙블루의 최마담이다.

“어, 최마담! 반가워”

“저.....”

“그래 나 이대리야!”

“네..알아요...제가 전화했잖아요”

“아..내가 요사이 너무 바빠서.....술먹는 영업보다....문서정리할 것이 많아서 좀 뜸했지?”

“저 혹시 오늘 저녁에...”

“저녁에? 나 시간이....”

“꼭...꼭...저희 가게로 오세요....”

최마담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 낮게 깔린 채 떨리며, 뭔가 갈등이 섞인 듯한 음성이다. 내 목소리도 들뜬 기운이 사라지고 조용하게 물어본다.

“최마담, 무슨 일인데?”

“...일단..저녁에 꼭 오세요....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응? 뭘 어떻게?”

“아녜요. 저녁 9시니까 꼭 오셔야 해요...안 오시면...암튼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요...아...저녁 9시니까..그전에 이삼십분전에는 꼭 오세요”

“뭐가 9시...”

“저 이만 끊을께요”

“최...최마담!”

전화가 끊긴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갑자기 메신저로 차혁씨의 메시지가 들어온다.

‘형 나 오늘 야근하는데 저녁에 심심하면 얼굴보자‘

‘야 나 요즘 바빠서 글고 오늘 저녁에 어디좀 가봐야데’

‘아니 그 저녁 말고 자정이나 새벽녘에’

‘미친 놈 갑자기 뭔 소리야 너 뭔일 있냐?’

‘내가 무슨 일은’

‘야 내가 이번 일 끝나면 거하게 한턱 쏠테니 그때보자’

‘그런가.....그래도 혹 생각나면...........’

나는 메신저를 닫아버리고, 3차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리해보기 위해서 다른 업체 담당자를 만나려고 사무실을 나선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여보...바빠?”

“응, 뭐 그렇지. 나 이러다가 보너스에 깔리기 전에 일에 깔려 죽겠어 흐흐”

“나...오늘..”

“응? 뭐....나 운전 중이어서 뭔 일인데..”

“나...오늘....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아..그래 나도 저녁 밖에서 먹고..좀 늦을 것 같은데..잘 됐네”

“어..그...그래.........나도 좀 늦을거야”

“그래...뭐 잘 다녀와라”

난 전화를 끊고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가 무슨 약속이 있는지도 안 물어봤다. 그저 친구들을 만나서 맥주한잔에 수다를 떠나보다라고 생각한다. 거래처에서 일을 끝내고 나니 저녁 7시이다. 나는 집으로 차를 향한다. 그러다가 집에 중간 쯤 갔을 때 쯤 낮의 전화 두통이 생각난다.

‘아! 맞다. 오늘 와이프가 저녁 약속있다고 했구나’

‘아..그리고 최마담이 꼭 오라고는 했는데...’

나는 집에 아내도 없고 해서 최마담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번에 내게 중요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나를 두 번이나 도운 셈이니 말이다. 중간에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무빙블루에 도착한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 30분이다.

“어..오셨군요”

최마담은 나를 본인이 먼저 청해놓고는 마치 왜 왔냐는듯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인사하는 얼굴에서 미소는 전혀 없이 서늘하고 우울한 기운만 느껴진다. 최마담은 오늘도 나를 룸이 아닌 직원구역내의 자신 사무실로 안내한다.

“저....20번 방이에요”

“뭐가? 무슨 일인데....”

“오늘 9시 정도부터 20번 방...그러니까 우리 업소에서 좀 후미진 방인데...그 방에서 중요하 일이 있나봐요”

“누가 오는데?”

“.............”

“저는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좀 있다가 집에 갈라고요. 그러니까 이대리님 이방에 계시다가 알아서 가시면 되요”

“어, 최마담 고맙기는 한데..뭔가..이상해..뭔 일인데..오늘은..?”

“저..저도..잘........”

“..........”

“저..저도..고민 꽤 했어요....”

“으...응? 무슨 소리야.......?”

“그..근데..제가....할 수 있는 것은....이 정도네요”

“알아듣게 얘기를 해야지”

“...................”

“최마담!”

“저는....이대리님......아주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그리고........”

“저기 마담언니....사장님이 빨리 와보래!”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어떤 아가씨가 최마담을 불러서 데려간다. 최마담은 하던 말을 끊어버리고 나를 힐끗 돌아보더니 사무실을 나선다. 최마담의 눈가에 이슬이 맺혀 보인다. 그리고는 일이십분을 기다려도 최마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뭐야...대체....최마담은 집에라도 갔나?’

최마담 휴대전화를 걸어보니 전화가 꺼져있다. 나는 9시가 되기를 멀뚱하게 기다리고 있다. 나의 눈은 최마담이 일러준 대로 20번 방의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다. 9시가 되기를 몇 분 남겨둔 시간이다. 20번 방의 문이 열리더니 몇 명의 사내가 함께 들어온다.

룸에 나타난 사람은 총 여섯 명이다. 부원장, 김과장, 이선생, 박선생 그리고 지난 번에 집에서 대접할 때 동행했던 레지던트인 최선생. 다른 한명은 나와는 안면이 거의 없는데 신경외과에 있는 강과장이란 사람으로 기억한다.

(부) “김과장 그쪽은 몇 시에 오지?”

(김) “네 20분 정도면 오겠네요!”

(이) “그런데 김과장님, 이것 뭐 잘 되려나요?”

(김) “갑자기 뜬금 없이 무슨 소리야?”

(이) “아니...그게 사람이 좀 많은게 아니라..”

(일동) “하하하하”

(부) “맞아, 이선생 말이 일리가 있어. 뭐 다들 좋다고 나서기는 했는데...이거 뭐 나도 좀 어색하구만”

(강) “음...그러면 부원장님 이러면 어떨까요? 뭐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TV프로 보면 MC가 나서서 교통정리 하던데...저희도 그렇게...”

(김) “허허, 역시 강과장이야..그것 좋은데..”

(부) “허허허허, 이것 뭐 그것 꽤 재밌겠구만....어때 자네들 생각은...”

(이) “저희도 좋죠 뭐...자네들도 그렇지?”

(박) “아이고 뭐 최선생하고 저야...불러주신 것만도 황송합니다”

(강) “자...그러면 MC....누구로 해야하나?”

(김) “박선생, 자네가 해보지? 자네가...그래도 이방면으로는 내가 알기로 젤 쎈데.....”

순간 박선생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금새 표정이 바뀌면서 나선다.

(박) “흐흐 뭐 인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오늘 여러 선생님들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강) “어..이거 뭐 외과에 인물 났구만..자 그럼 박수라도...”

룸안의 여섯 남자는 뭐가 그리도 신난지 박수를 치면서 왁자지껄 웃어댄다.

(박) “자...그러면 이제부터 제가 MC인데요....뭐 선생님들 걱정처럼..이게 진행이 잘 안되면...좀 버벅거리면...사실 좀 그렇잖습니까? 그러니 오늘은 제 진행을 확실히 믿고 따라와주시기 바랍니다”

(부) “허허, 알았어 이사람아. 내가 자네에게 전권을 주지. 김과장도 좋지?”

(김) “하하하 여부가 있습니까?”

(박) “자..그러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기다리면서 흥분도 고조하고 그간의 스토리도 함 짚어보시죠”

(이) “아..그것 좋은 생각이구만...”

(박) “흐흐..네..뭐 서로들 대충은 아시지만...어떻게해서 여기까지 왔는지..한번 더 짚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자 그럼 각자 순서대로 어떻게 거사를 치르셨는지 말씀해주시지요....먼저 김과장님과 이선생님 콤비 맞으시지요?”

(김) “콤비?!”

(박) “아...김과장님..죄송합니다..제가 표현이........”

(김) “아, 아냐. 그런게 아니야..하하하...뭐 콤비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이) “흐흐 뭐 순번이 길어지니...제가 간략히 정리해보면...뭐 처음은 김과장님이 결단력있게! 그년 치마속에 손을 꽂아 넣으신게 이 모든 역사의 시작입니다 흐흐흐....뭐 저도 지지않고...흐흐...같이 그년 치마속을 탐험해서..결국 그날 바로 저희가 접수를 했지요”

(김) “흐흐...이사람 말 참....”

이선생은 김과장을 바라보면서 능글스런 미소를 짓더니 말을 잇는다.

(이) “뭐..저희는 그냥 길게 안끌고요..바로 이대리 침대로 데려가서...김과장님이 먼저 입에다 한차례 일보시고...그담에 제가 바로 아랫구멍 접수했지요...뭐 그다음에는 위아래 구멍 바꿔서 한번씩 더하고요...흐흐...김과장님은 너무 힘들어 하셔서 그쯤에서 쉬시고...제가..그년 아랫구멍 한번 더 쑤셨는데...뭐 막판에는 좀 헐렁거려서 좀 거시기 했습니다요...흐흐...”

다른 다섯 남자는 이선생의 말을 들으며 맥주를 들이킨다. 표정에는 끈적한 호기심과 야비함이 가득하다.

(박) “자..뭐 그 다음에는..저희 병원의 영원한 태양. 부원장님께서....”

(부) “이거 뭐..좀 쑥스러운데.....뭐 좋아..말 나온 김에..난 그년을 내 방에서 해치웠는데....아 고년 참...그 홀복 입고 있는 것 보고....어찌나 묵직해지던지....오래하지도 못했어...그래서 그년 보내고 나니..더 안타깝지 뭐야...그래서 내가 김과장을 한동안 꽤 들볶았고 하하..”

(김) “별말씀을요 부원장님....제가 좀 더 빨리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어쩌다보니 시간을 너무 끌었습니다”

(부) “어..아냐 아냐....시간을 꽤 끌긴했지만..이렇게 확실하게 일이 되고 나니..뭐 더할나위 없지...우리가 죽기 전에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 것 같아? 자네들 뭐 아직 나보다 젊지만.....그건 어려운 일이야...암튼 이번일은 김과장, 이선생의 공이 커!”

(박) “아...네....잠시 김과장님의 지원발언이 있으셨는데요...이쯤에서 얘기가 너무 늘어지면 안되니...저도 주제넘은 보충 설명을 좀 올리자면요....제가 알기로...그년이 다시 진상이 안되는 바람에...한동안 외과 김간호사가 부원장님 연구실에 자주 갔습니다...히히히...”

(부) “하하하..이것 뭐 비밀이 없구만!”

(박) “자..그다음에는 뭐 접니다...저는 대충 아시겠지만....이대리 술이 떡이되게 하고...뭐 사실 저희 병원 의료기술도 좀 써서요..흐흐....이대리 방에다 재우고..마루에서 그년하고...바로..그냥 떡 쳤지요......그년이 너무 흥분하고 적극적으로 나와서 제가 중간에 사~~알짝 당황하기는 했습니다만...역시 뭐 최고였습니다”

(부) “그랬구만..근데 그 다음이 누구였어? 최선생? 강과장? 내가 그 뒷얘기가...”

(박) “네..그 다음은 최선생이었습니다”

‘뭐...뭐...최선생도 그렇다면......도대체 언제....?’

나는 최선생도 이미 아내를 범했다는 생각에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김) “암튼 박선생, 최선생은 맨날 붙어다니더니...뭐든 나눠먹는 구만”

이제껏 잠자코 얘기만 듣던 레지던트 최선생이 끼어든다.

(최) “아이고 뭐 제가 동기 잘 둔 덕을 톡톡히 봤죠”

(박) “알아주니 고맙구만..하하”

(최) “저는 뭐 박선생 일이 있고는...며칠있다가 바로 집으로 쳐들어 갔습니다. 이대리가 없을 낮시간에...”

(부) “아니..그..그랬어?”

(최) “네...머릿속은 복잡한데...당최 뭐 너무 꼴려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실은 저도 첨에 이대리집 간 날 그년 복장보고...특히 부엌에 왔다갔다하는데..그 엉덩이며...가슴골이 들여다 보이는데..미치겠더라고요. 더 그런건...김과장과 이선생님이 그년 허벅지 주무르는데....아 너무 야속하시더라고요..저희에겐 기회도 안주시고...”

(이) “흐흐흐 이사람. 기회는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지..”

(최) “하하하 맞습니다 이선생님! 그래서 제가 박선생의 개선 소식을 듣고서는 용기를 얻어서..그냥 낮에 쳐들어가서...한번 떡치자..하고 그냥 바로 땄습니다”

(부) “야..이거 뭐 젊은 친구들이어서 대단하구만...”

(최) “아닙니다..부원장님...저도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고...뭐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말이 그렇지..그년이 눈 똑바로 뜨고 덤비는데..처음에는 쫄았습니다. 그래도 뭐 별 수 없더라고요. 내가 이판사판 다 까발린다고 하니까...집에서 입고있던 청바지 바로 벗더라고요”

(부) “오...그랬구만..그래서”

(최) “저는..뭐 다른 건 비슷한데...좀 참신한 게 한가지 있지요”

(부) “그게 뭐야?”

(최) “저도...첨에는 그년 보지에다가 쑤셨는데..너무 일찍 끝나서...그 담엔..그년 입에다가...싸버리고....흐흐...그것도 그년이 첨에는 뱉으려고 지랄하는데...제가 뱉으면 가만안둔다고 좀 그랬더니..꿀꺽하더라고요...”

(부) “오,,,그..그래?”

다들 최선생의 말에 푹 빠진 듯하다. 특히 부원장은 탁자를 두 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숙인채로 듣고 있다.

(최) “뭐...위아래 구멍 다 따고나니....나머지 구멍은 하나 더라고요”

‘뭐..뭐야..설....설마..?’

최선생은 갈증이 나는지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킨다.

(박) “자자...최선생 진도 빨리 빼야지!”

(최) “흐흐. 알았어. 뭐 그다음에는..그년의 유일한 아다..뭐 그거죠...제가 후장을 땄습니다!”

순간 모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랬다가는 금새 박장대소한다.

(박) “야..이 친구 뭐야. 내게도 그런말은 없더니만....”

(최) “흐흐..제가 순번은 좀 뒤였지만...그년 확실하게 접수했지요. 뭐 그년 아다 딴 사람은 이중에는 저 뿐 일 겁니다 하하하하”

(부) “아..역시...대단하구만....그럼 마지막이 강과장이구만?”

(강) “아....뭐 저도 친구잘 둔 덕분으로...실은 김과장이 이대리 와이프 얘기를 술자리에서 해줘서...제가 김과장을 좀 많이 졸랐습니다”

(부) “그럼, 언제 해치운거야?”

(강) “아..뭐 저는 그렇게 오래 안됐습니다”

(부) “어 뭐야, 김과장. 내가 그렇게 한번 더 보게 해달랄 때는 안된다고 하더니만...강과장은 최근에...”

(김) “아..죄..죄송합니다. 부원장님..실은 강과장에게 제가 큰 신세를 진게 있어서요”

(강) “흐흐, 네 맞습니다 부원장님”

(박) “아..그럼 도대체 무슨 신세를.......”

(강) “실은 뭐 다들 아시다시피 제가 기러기 생활이 오래되서...저희과 박간호사를 오래전부터 끼고 사는데....박간호사가 저희 병원에서 뭐 거의 에이스 급이잖습까..근데 걔가 그렇다고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서요....그런데..김과장이 하도 박간호사 한번 달라고해서...제가 어렵게 좀 엮어줬지요”

(김) “흐흐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쩔 수없이 보답차원에서...부원장님 죄송합니다”

(부) “하하하하. 아니야..다 지난 일인데 뭘...아....여담으로 나도 조만간 박간호사 한번..어디 가능할까? 강과장? 허허허”

(강) “하하..여부가 있겠습니까? 부원장님 덕분에 이렇게 좋은 자리에도 꼈는데요”

(박) “자자..그럼 강과장님은 어디서 어떻게.....”

(강) “아..저는 뭐 좀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그냥 김과장이 좀 실력행사를 해서....호텔로 불렀습니다...하룻밤 편하게 즐겼습니다”

“똑 똑 똑”

순간 룸의 문을 두드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룸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나의 아내 진경이다. 아내는 룸싸롱 아가씨처럼 짙은 화장에 틀어 올린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다. 옷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인지 란제리 같은 검은색 원피스형 나시 드레스를 입고 있다. 어깨 쪽은 얇은 끈으로만 걸려있고, 가슴 부분은 작은 레이스가 달려서 깊게 파여있다. 드레스의 밑단은 무릎위로 20cm 가까이가 올라온다.

(박) “자자...긴장들 푸시고...오늘의 주빈인...미세스 최...진경씨를 소개합니다...박수한번 쳐주시죠?”

룸안의 남자들은 당황한 듯이 잠시 아내 쪽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웃어댄다.

(부) “오...이거 뭐 오늘 보니...뭐 더 죽이는구만”

(박) “자...부원장님 너무 초반부터 흥분하시면 안되고요..히히”

사내들은 다시한번 박장대소 한다

(박) “자....일단..호칭이 중요한데...그냥 편의 상 ‘년’이 어떨까요?”

아내는 순간 박선생의 저급한 표현에 몹시 당황한 듯 고개를 살짝 들어서 박선생을 흘겨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채로 있는다.

(김) “뭐...좋구만....호칭이야 뭐...”

(박) “자 그럼 오늘의 첫 순서는...일단 가볍게 워킹부터.....야...니가 다른 선생님들 계신 곳 사이사이로 해서 테이블 한 바퀴 돌아봐라”

지금 룸 안에는 큰 테이블이 두 개 붙어있고, 사내들은 그 테이블을 빙 둘러앉은 형태이다. 룸싸롱 구조가 어디나 그렇듯이 테이블과 쇼파 사이가 좀 좁아서 사내들 앞을 지나갈 틈은 거의 없다. 아내가 머ant거리자 이선생이 나선다.

(이) “아..이거 왜이래? 이제와서...오늘은 다 그냥 풀어놓고 하기로 했잖아? 안그래”

아내는 몇 초간 머뭇거린다. 그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이 고개를 치켜든다. 그리고는 테이블과 사내들의 좁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아내는 박선생을 시작으로 강과장, 부원장, 김과장, 이선생, 최선생의 무릎과 테이블 사이를 차례로 비집으며 지나간다.

아내가 지나갈 때 마다 아내의 허옇게 들어난 허벅지와 무릎 쪽이 사내들의 양복바지 위로 무릎과 허벅지 쪽을 스치고 있다. 사내들은 중간중간 손을 뻗어서 아내의 히프와 뒤 허벅지를 빠르게 쓰다듬는다. 그렇게 아내는 테이블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문가쪽에 선다. 아까와 달리 사내들의 눈빛이 조금은 풀려있는 듯하다.

(박) “자자...다들...갈길이 먼데....좀 자제하시고요..흐흐”

(김) “박선생, 다음 순서는 뭔가?”

(박) “자 우선 번호부터.....”

박선생은 담배 여섯 개피를 꺼내더니 볼펜으로 숫자를 세기는 것 같다. 그러더니 담배를 손에 쥐고 돌아가면서 하나씩 뽑도록 한다. 아마도 그것으로 순번 같은 것을 정하려는 듯하다. 사내들은 웃기도 하고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박선생의 지시에 맞추어 자리를 옮겨 앉는다. 그리고는 쇼파 중앙에 있던 두 개의 테이블을 옮겨서는 문 쪽으로 치운다. 그 바람에 문이 막혀버린 모습이 되버렸다.

(박) “자 그러면 이제 자리가 정리됐지요. 이제 편하게 노셔야죠. 이년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1번이 이선생님, 2번이 김과장님, 3번이 최선생, 4번이 부원장님, 5번이 강과장님, 그리고 6번이 접니다”

(부) “어..이거 뭐 4번이라...암튼 이제 뭐를...”

(박) “자자...이런게 원래 또 기다리는 묘미, 지켜보는 묘미가 쏠쏠합니다. 지금 부터는 순번대로 제가 3분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년과 단독으로 그 시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단..옷을 벗기시거나.....바로 찔러 넣으시거나..그건 안됩니다”

(최) “아..이사람...감질나게..”

(이) “흐흐..아냐..박선생이 MC아닌가? 말잘 들어야지..어디 그럼 내가 1번이니..나부터 먼저..”

이선생은 말을 채 끝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손목을 끌어서는 쇼파 쪽으로 이끈다. 그리고는 자신이 쇼파에 먼저 앉고 아내를 자신의 무릎위에 앉힌다. 이선생은 왼손으로 아내의 등을 받치고 오른 손으로는 먼저 아내의 가슴부터 주무른다. 이선생이 아내의 가슴을 강하게 주무르자 아내의 젖가슴이 절반이상 보인다. 아내는 아마도 브라를 안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내들은 이선생의 행동만을 넋을 놓고 보고 있다.

(이) “아...오늘보니 역시..가슴이 끝내주는 구만...박선생..뭐 빠는 것은 허용되지?”

(박) “아..네 그거야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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