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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깁니다."

희뿌연 하늘, 장마가 시작되려는 7월 어느날 오후.

시내 외곽의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난 그를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동안이시네요."

"아 네에 고맙습니다. 장진철 이라고 합니다."

"네 박현상 입니다."

장진철. 나이 43. 올해로 3년차 기러기 아빠 신세라고 했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스폰서를 붙여주려고 생각한건 금전적 목적은 결코 아니다.

지난 몇년간 만나면서 여자친구는 나의 성적인 취향을 맞춰주기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고, 난 그녀에게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애정을 갖고 있다.

박소현. 올해로 서른살인 그녀는 조금 후 퇴근을 하고 이 곳에 올 것이다. 그녀는 나의 네토라레 취향을 이해했고, 한가지 조건만을 전제로 나의 뜻에 충실히 따라주곤 했다.

그 한가지 조건은...나는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 아니면 된다고 했다.

"여자친구분이 아주 미인이신데요. 허허."

"아뇨.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죠모."

장진철 이남자는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면서도 스마트폰 속 소현이의 전신사진을 끈끈한 시선으로 훑어본다.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왜 이런 걸 하시려는지 다시 한번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게 말이다.

열명중에 여덟은 미친놈 취급을 할 일이다. 비록 집에 있는 와이프는 아니지만, 몇년을 만나면서 정도 많이 든 여자친구를 외간남자에게 스스로 돌리려는 남자가 제정신인가.

하지만, 성에도 취향이라는게 있다. 물론 상대가 원하지않는 강간이나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로리타 같은 취향은 현실에서는 존중되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상대가 어렵게 인정해 준 나의 네토라레 성향을 매번 미친놈 취급받기싫어 구구절절히 설명해야하는건 좀 지치는 일이다. 물론 변태스럽다는건 인정하지만...... .

인내심을 발휘해 남자에게 나의 성향과 그간 시도했던 몇번의 작은 이벤트를 어느정도 설명해 주었다.

남자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다는 표정이지만, 어쨌든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이다. 기러기 4년이라지 않은가...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에게는 주실 것 없이 만남이 끝나면 여자친구에게 주시면 됩니다."

"얼마를 드리면 되죠?"

"일단 한달 정도 만나는걸로 하시고, 한번 만날때마다 20만원씩 어떨까요?"

"무리한건 아니네요. 게다가 이런 경험이 없는 일반인 이라니... 그럼 만나는 회수는 상관없단 말씀이죠?"

"네. 일주일에 두번이든 세번이든 편하실때 연락해서 만나시면 됩니다."

"그럼 오늘만 같이 보는걸로하고, 다음부턴 제가 직접 여자친구분과 연락하면 되나요?"

"네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같이 여행이라도 가게되면 따로 사례만 하면 가능하겠지요?"

"네... 여자친구 스케줄만 맞고 서로 동의한다면 안될건 없죠."

"오호.. 네 기대되는군요. 언제쯤 오시나요? 여자친구분은...."

아이스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마시며 여자친구의 잠자리 성향같은 은밀한 이야기를 몇개 주고받는 사이 날은 조금 어두워졌다. 그리고 핸드폰에 찍힌 문자.

- 나 도착했어. 어디에 있는 커피숍이야?

- 버스정거장에서 내려서 오른쪽 길 건너편에 OOOO 라고 있어.

맞은편 길 건너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있는 그녀가 보였다.

흰색 브라우스에 짙은 감색 정장치마를 입고, 숄더백을 앞으로 내려 양손에 가지런히 붙잡고 있는 모습이 단정해 보인다.

"아.. 저분이시군요. 사진보다 미인이신것 같습니다. 허허"

남자는 나와 얘기할때와는 달리 긴장이 풀린 얼굴을 하며 그녀의 모습을 응시했다. 아마도 그녀의 발목부터 머리까지 훒으면서 그 속에 숨겨진 나신과 살결의 느낌을 상상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벌써 그녀가 그에게 유린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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