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선돌이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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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선돌이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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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선돌이 6장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


그의 이름은 선돌이 6장

무슨 말이냐고? 나도 잘 모른다. 아무튼 몸을 다치지 않는 게 효도라는 것이었다. 체육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몸을 다치지 말고 운동을 하라고 했다. 6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비가 자주 왔다. 비 오는 날 실내 수업 시간에 체육선생님이 가르쳐 주었다. 체육선생이 문자를 쓰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나는 특히 부모님께 감사했다. 죽지 않는 놈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이 너무나 고마웠다.

‘당연히 부모님이 주신 몸을 다치면 안 되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윤정 선생님하고는 별일(?)이 없었다. 미술부 형이 날마다 늦게까지 그림을 그렸다. 일주일간 미술실 청소하는 동안 날마다 김윤정 선생님을 만났다. 훼방꾼이 있어서 김윤정 선생님은 내 손도 잡지 않았다. 암사자도 수업시간에 나에게 가끔 웃어줄 뿐 따로 부르지는 않았다. 

그동안 우리집은 이사를 했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돈을 좀 주셨단다. 부모님이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주택에만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하니 좋았다. 내 방이 따로 생겨서 더 좋았다. 두 살 아래인 동생 놈하고 방을 따로 쓴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었다. 등교시간에 버스를 타야했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전철을 타면 되었다.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버스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 타는 버스는 항상 만원이었다. 가끔 버스가 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두 번만 지나가 버리면 여지없이 지각이었다. 물론 나를 각별하게 생각하며 챙겨주시는 체육선생님 덕분에 심한 기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달랐다.

“아- 씨발. 좆같은 하마새끼”

“좆도 하마만 없으면 학교 다닐 만 하겠다.”

하마는 체육선생님 별명이다. 젊었을 때 씨름을 해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했다. 씨름을 해서인지 무지하게 덩치가 컸다. 그래서 하마다. 학생주임까지 맡아서 우리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론 나는 예외였다.

‘아- 씨. 오늘은 또 어떻게 견디나?’

아침에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어깨가 축 쳐졌다. 힘없이 걸어가는데 저 쪽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왔다. 아담한 키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였다. 긴 생머리를 하고 쇄골이 들어난 셔츠를 입었다. 치마는 미니스커트는 아니었지만 무릎 위로 반 뼘 정도 올라가 있었다.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선돌이구나.”

우리학교에 몇 명되지 않는 아가씨 선생님.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예쁜이> 금아란 선생님이었다. 아니 나의 <귀염둥이>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이 동네 사세요?”

“그래....”

“버스 타면서 한번도 선생님 못 봤는데....”

사실은 나도 이 동네에서 버스를 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선생님하고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아빠 차가 고장 나서.... 그 동안 아빠 차를 타고 다녔거든.....”

‘아빠’라고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나도 아버지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아빠라고 했다. 역시 ‘귀염둥이’라고 생각했다. 안아주고 싶었다. 선생님만 아니라면 안아버렸을 것이다. 

다른 날보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늘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선생님 뒤에 섰다. 살짝 바람이 불었다. 비누 냄새인지 샴푸 냄새인지 선생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또 심장이 거칠게 뛴다. 이놈의 심장은 조금만 좋아도 자꾸 심하게 뛰었다.

버스가 도착했다. 다행히 다른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생님과 내가 버스에 타고 사람들이 더 탔다. 뒤에서 밀려오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힘들어 하셨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었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버텼다. 조금이라도 선생님이 힘들지 않게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다음 정류장에서 또 사람들이 많이 탔다. 선생님과 나는 다시 밀려들어갔다. 선생님 옆에 서 있었다. 바로 뒤에 서있으면 죽지 않는 놈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았다.

“선돌아”

내리려면 서너 정류장 정도 남았을 때였다. 나의 귀염둥이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심장이 약한 것 같았다.

“자리를 좀 바꿀래?”

살짝 선생님을 보니 난처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바로 뒤에 있는 놈이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나보다 키가 머리하나 정도 큰 것이 고등학생 같았다. 아침부터 껌을 씹고 있는 것이 조금 불량스러워 보였다.

“선생님 저랑 자리 바꾸세요.”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 주변 학생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몸을 움직여 놈과 선생님 사이로 들어갔다. "선생님"이란 소리 때문에 놈도 별 수 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놈 앞으로 들어갔다. 선생님도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선생님은 몸만 비튼 꼴이 되었다. 결국 나와 선생님은 마주보게 되었다. 버스가 움찔거리며 갑자기 멈췄다.

“악”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내 몸이 기울어지며 선생님을 덮치게 되었다. 손잡이를 잡고 버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선생님의 몸이 내게 기대왔다. 뒤에서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선생님의 몸이 내게 밀착되었다. 실오라기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눈이 내 입에 닿았다. 가슴이 내 가슴을 눌렀다. 죽지 않는 자지가 선생님 보지 부근에 닿아 있었다. 숨이 가팠다.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버텼다. 더 이상 물러나면 선생님이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뒤로 좀더 들어갑시다.”

다시 사람들이 밀려왔다. 선생님의 가슴이 내 가슴에서 일그러졌다. 손잡이에서 떨어진 손이 내 옆구리를 잡았다. 선생님이 나를 안아버린 모습이다. 자지가 압박을 당하고 있었다. 결코 죽지 않겠다는 듯 점점 강하게 일어선다. 자꾸 선생님을 찌르다 보니 자지가 아팠다. 선생님도 아팠을까? 얼굴이 붉어졌다.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보였다. 거칠어진 숨결이 내 뺨을 간질거린다. 

답답했다. 평소 같으면 몸을 좌우로 털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이 앞에 있어서 그렇게도 못했다. 땀이 흘렀다. 어깨로 땀을 닦으려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가 고개를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그때 선생님도 고개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선생님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맞닿았다. 

머리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머리와 몸이 모두 없어지고 입술만 있는 것 같았다. 이 순간만은 죽지 않는 자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선생님의 입술만 느껴질 뿐이었다.

“아저씨- 내려요.”

여학생의 뾰족한 음성이 들렸다. 학생들이 하나 둘 내리면서 틈이 조금 벌어졌다. 선생님이 몸을 틀어서 내게 등을 보였다. 다시 사람들이 타고 선생님의 등이 내 가슴에 닿았다. 여전히 심장은 쿵쾅거렸다. 입술에 남은 선생님 입술의 흔적을 음미했다.

이번 정류장에서 내려야 된다. 학교까지 열심히 달려가면 지각은 면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로 학생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나도 선생님 뒤에서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헉’

갑작스럽게 입 밖으로 빠져나오는 바람소리를 삼켜야 했다. 죽지 않는 내 자지를 만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앞에 선 선생님의 손이 내 바지 앞섶에 있었다. 

"자지를...."

우연히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만져주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머리에서 폭죽이 터졌다. 자지를 만진 손은 금방 떠났다. 정신없이 빠져나가 버스에서 내렸다. 잊지 못할 흥분을 안겨줬던 버스가 떠났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젠 무작정 열심히 뛰어야 했다.

“선돌아”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 같이 뛰려던 나는 선생님의 부름에 멈추었다.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고마워. 자리 바꿔줘서...”

“네.”

짧게 대답하고 열심히 뛰었다. 간신히 지각은 면했다. 하마 선생님이 지키고 있어서 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아니었다. 자습시간 내내 복도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담임선생님 보다 일찍 교실로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점심시간이 끝나고 곧바로 사회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예쁜이 선생님 시간이라고 좋아했다. 난 아침에 겪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역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긴 척 애인 이야기를 했다. 왠지 기분이 안 좋았다. 나의 귀염둥이 선생님이 그런 내 표정을 보았을까? 서둘러 얘기를 마쳤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아침에 버스에서 있었던 일만 떠올랐다.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나하고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그 놈을 밀치며 선생님과 마주쳤을 때. 내 입과 선생님의 입이 맞닿았을 때. 내 자지가 선생님의 보지를 찔렀을 때. 선생님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자지를 살짝 잡아주었을 때. 

아침 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심장이 뛰었다. 자지가 뻐근해졌다. 선우가 어깨를 건드렸다. 정신이 버쩍 들었다. 내 앞에 귀염둥이 금아란 선생님이 서 있었다.

“김선돌”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있니? 선생님이 몇 번씩 불러도 모를 정도로.....”

“죄송합니다.”

지난 번 김윤정 선생님 시간이 생각났다. 무작정 대답해서 난처하게 했었다. 이번에 한 템포를 죽여서 천천히 대답했다. 뒤에 서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교장, 교감선생님에 이어서 아버지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아시면 그야말로 끝이었다.

또다시 방과후에 교무실에 불려갔다. 교무실 앞에 암사자가 있었다. 교무실로 들어가려는 나를 잡았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김선돌”

“네.”

“너 금아란 선생님 만나러 왔지?”

“네.”

“언어연습실로 가봐.”

“네?”

“금아란 선생님.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언어연습실로 가봐.”

암사자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 교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면서 살짝 윙크를 날려주었다. 뭔지 몰라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아침에 버스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귀염둥이 선생님의 가슴, 입술, 보지가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자지를 살짝 만져준 손이 생각났다. 자지가 벌써 열을 내고 있었다. 

2층 끝에 있는 언어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맨 앞 칠판을 가리키는 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칠판을 가르키는 등 다섯개 다운데 하나만 켜져 있었다. 실내등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찾았다. 

“김선돌”


그의 이름은 선돌이 6장

“네.”

“불 켜지 말고 앞으로 나와.”

스피커를 통해 ‘귀염둥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듯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칠판 쪽 불빛을 따라 천천히 책상 사이로 걸어갔다. 맨 앞 선생님이 쓰는 책상에 이르렀다.

“거기 서.”

제자리에 멈추었다. 목소리가 조금 더 떨렸다. 따라서 내 심장도 쿵쾅거렸다. 

“가방 내려”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를 불안함과 흥분으로 나도 떨렸다. 가방을 한 쪽에 내려놨다.

“딸깍”

기계실 문이 열리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기계실 안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다. 내 입은 더 벌어질 수 없이 벌어지고 말았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기대는 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단군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석가님, 공자님.......’

나는 내가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 외쳤다.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업었다. 내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꿈이라면 깨지 마라’

살며시 옆구리를 꼬집어보았다. 아픈 것이 꿈은 아니었다. 그래도 꿈인 듯싶었다. 다시 한 번 옆구리를 꼬집었다. 역시 아팠다. 확실히 꿈이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역시나 똑 같은 모습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진정으로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했다. 평상시 무서운 아버지께 이토록 고마워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 나의 천사. 나의 귀염둥이.......’

귀염둥이가 내 앞에 섰다.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앙증맞도록 자그마한 발이 멈추었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흘르고 있었다.

"..........."

"..........."

"..........."

"..........."

"..........."

"..........."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살결이 내 앞에 있다. 커다랗고 동그란 눈이 떨린다. 코 아래 붉은 입술이 달싹거리며 고개가 숙여진다. 가슴 한 가운데 언덕을 이룬 젖가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릉의 꼭대기에서 보기에도 아까운 젖꼭지가 나에게 인사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깨물어주고 싶었다. 잘록한 옆구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운에 자리한 배꼽이 유혹하는 듯 했다. 그 아래로 울창한 숲이 흔들이고 있었다. 동굴이 보이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얌전히 모아진 두 다리가 황홀했다. 무릎을 지나 발까지 내려간 다리의 선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금아란 선생님. 아니 나의 귀염둥이가 알몸으로 서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완벽한 알몸으로 서있었다. 당장이라도 덥석 안고 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

그 잠간의 순간이 내겐 천년 만년처럼 느껴졌다.

“선돌아”

“........”

“부끄러워....”

귀염둥이가 간신히 내뱉은 말을 듣고서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나.... 좀..... 안아줄래?”

기어들어가는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천둥보다 더 큰 소리로 들렸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여 귀염둥이에게 다가갔다. 딱 두 걸음을 옮기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부처님이 말한 억겁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왈칵’

용기를 내었다. 팔을 벌려 귀염둥이를 안았다. 귀염둥이가 나에게 안겼다. 매미가 나무에 ‘찰싹’ 달라붙듯이 안겼다. 꼭 안아주었다. 냄새가 났다. 아침에 맡았던 그 냄새가 아니었다. 귀 밑에서, 목에서, 어깨에서 냄새가 났다. 아주 달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냄새였다. 선생님이 몸에 향수를 뿌린 것이었다. 참 좋은 향수인 것 같았다. 

귀염둥이의 턱을 찾았다. 턱이 들리며 귀염둥이가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귀염둥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귀염둥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입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오른쪽과 왼쪽 눈을 번갈아가며 살짝 핥았다. 이윽고 귀염둥이의 붉은 입술에 입을 포개었다.

“흡”

떨리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귀염둥이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꿀보다도 달콤한 맛이 났다. 입술을 살짝 눌렀다. 입술을 달싹이는 게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혀를 넣었다. 입술이 열리고 이가 벌어졌다. 열린 문으로 혀를 더 집어넣었다. 혀가 잡히지 않았다. 조금 더 밀어 넣자 꼬리를 말고 숨어있던 혀가 나타났다. 혀를 괴롭히자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혀를 타고 생명수 같은 귀염둥이의 침이 넘어왔다. 침이 식도로 넘어가자 환호성을 지르는 듯했다. 

‘꿀꺽’

천둥소리만큼 크게 들려서 하마터면 입을 뗄 뻔했다. 다시 입이 말랐다. 열심히 혀를 움직여 생명수를 빨아먹었다.

‘꿀꺽 꿀꺽’

귀염둥이의 등을 껴안고 있는 손을 움직였다. 가슴으로 온 손을 살며시 젖가슴에 올렸다. 귀염둥이의 몸이 또 꿈틀했다. 거북처럼 아주 천천히 또 천천히 움직였다. 꼭대기에 있는 젖꼭지를 만졌다. 세상구경하다 눈이 가린 젖꼭지가 볼록 튀어 올라왔다. 엄지와 검지 사이로 젖꼭지를 끼고 살살 비볐다. 비 맞은 참새처럼 바르르 떨고 있다. 살며시 손바닥으로 덮어주었다. 안심이 된 듯 얌전해 졌다. 가만히 젖꼭지로 전해오는 귀염둥이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헉..... 헉......”

귀염둥이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들렸다. 숨이 막힌 듯했다. 입술을 떼고 귀염둥이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포시 감았다. 그런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다시 입술을 맞추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있는 배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의 귀염둥이가 떨고 있었다. 손을 더 아래로 내려갔다. 잠자던 풀잎들이 아우성을 치며 일어났다.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이 참 좋았다. 귀염둥이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풀잎들이 자리한 곳을 맴도는 손바닥이 가장 먼저 느꼈다. 손가락이 풀잎사이로 골짜기를 발견했다. 살짝 힘을 주었다. 골짜기 사이로 난 길이 있었다. 손가락이 길 사이로 들어갔다.

“흐응...”

내 귀로 귀염둥이의 신음이 들렸다. 혀를 심하게 놀리며 입술을 세차게 빨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조금 더 넣었다.

“흐...”

다시 귀염둥이의 신음이 들렸다. 입술을 떼고 바라봤다. 귀염둥이가 재빨리 눈을 감았다. 귀염둥이의 귀를 살짝 빨았다. 젖가슴만큼 부드러웠다. 귀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귀염둥이 선생님.”

“...........”

선생님을 귀염둥이라고 불렀다. 귀염둥이는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귀염둥이”

선생님이란 말을 빼도 얌전히 있었다. 

“참 좋아요.”

“...........”

여전히 나를 꼭 껴안고 있는 나의 귀염둥이였다.

“우리 귀염둥이.....”

“...........”

“보.지.가 참 좋아요.”

멈췄다. 귀염둥이의 떨림이 순간적으로 딱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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