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젊은날의 진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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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젊은날의 진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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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젊은날의 진상 5 


면접은 싱겁게 끝났다. 실장이란 사람이 이력서에 적인 것들을 간단히 물어 본 것이 전부였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서진이 형의 부탁, 퍽 쓸 만한 나의 학벌, 특전사에서의 군 생활 등이 크게 작용했다. 

다음날 회장님 댁으로 바로 출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시절 젊은날의 진상 5

면접을 마치고 사무실 문을 열고나서니 초초한 듯 앉아 있는 소연이 모습이 들어왔다.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와의 만남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모른 척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녀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소연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잘 지내지?”

“으응.”

왜 나를 버렸는지 묻고 싶었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수없이 속삭여 놓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떠난 지금은 행복한지 묻고 싶었다.

“나 운전기사 아르바이트 할 거 같아.”

“응. 들었어.”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목구멍에서 맴돌 뿐 차마 입 밖으로 내뱄진 못했다. 

지금까지 이별 통보도 없이 떠나버린 그녀를 원망했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본 순간 오히려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 일 것이다. 

가슴속의 아련함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나를 냉정히 떠났던 그녀에게 그리움을 들키고 싶진 않았다. 

그녀에게 근사한 나의 모습만 남겨지기를 바랐다.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이 나에게 아름다운 보물로 남아있듯이 그녀도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기를 원했다.

소연이를 만난 지 500일이 되던 즈음 우리는 동거에 들어갔었다. 정식으로 살림을 합친 것은 아니었다. 

나도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소연이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많다 보니 내 자취방은 그냥 짐을 쌓아두는 창고처럼 이용하게 되었다. 

주중에는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수업과 숙제, 동아리 생활, 과외 아르바이트로 바빴고 졸업반이었던 소연이는 취업준비와 졸업논문으로 바빴다. 

하지만,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보냈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우리는 모든 약속을 접어두고 외부와 단절된 채 열정을 불태웠다. 

우리는 눈만 마주치면 섹스를 했다. 샤워를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심지어 밥 먹는 도중에도 섹스를 했다. 

내가 섹스를 갈구하는 도전적 눈빛을 보낼 때면 날보고 짐승이라며 흘겨보았지만 단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주말에 소연이와 나는 항상 옷을 벗고 지냈다. 

에덴동산에 사는 아담과 이브처럼 숨김이 없었고 욕망에 충실했다. 

처음엔 벗고 생활하자는 나의 요구에 부끄럽다며 팬티만이라도 입고 있자고 했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섹스가 이어졌고, 서로의 벗은 모습이 익숙해지다 보니 옷을 입는 것이 거추장스럽게 여겨졌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엉덩이 있는 땀구멍 개수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해져 있었다. 

“소연아, 너 항문하고 보지사이에 점 있는 거 알아?”

“뭐?”

“정말이야. 조그만 점. 두 개나 있어.”

“아니야.”

“정말이라니까. 내가 보여줄게.”

“......”

나는 화장대 옆에서 손거울을 들고 왔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손거울을 그녀가 볼 수 있게 비스듬히 잡아주었다. 

“어디? 없는데?”

“잠깐만. 내가 보여줄게.”

나는 손으로 보지 아래 부분을 잡고 살짝 밀어 올리며 항문 쪽에 붙어있는 점들을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지?”

“됐어. 그만 봐. 창피하단 말이야.”

항문 옆에 있는 점을 확인하고는 부끄러운 듯 내 머리를 멀어내더니 다리를 오므렸다. 

“야. 뭐가 창피해. 똥구멍 옆에 점 있는 게 부끄러워? 그럼 너 똥구멍에 주름이 몇 줄인 줄 알아?”

“미쳤어. 완전 변태야.”

“몇 줄이냐 하면은......”

“나 안 들을래. 아~~~~~~~~~”

자신의 귀를 막고 듣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녀의 귀여운 몸짓 하나하나가 나를 흥분시켰다. 

나를 보며 앙증맞게 얼굴을 찡그릴 때면 너무나 사랑스러워 꼭 안아 주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어느 오후, 우리는 아직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보드라운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일요일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을 때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의 엄마였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온 김에 김치를 전해주겠다며, 곧 도착하니 주차장으로 좀 내려오라는 전화였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동시에 침에서 벌떡 일어났다. 

먼저,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을 치워야 했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남자의 흔적을 지워야 했다.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는 내 옷들을 옷장에 던져 넣고, 

화장실에 칫솔과 면도기를 없애고, 콘돔이 가득 담긴 쓰레기통을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았다. 

집에 불이 났어도 이렇게 민첩하게 행동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즈음 초인종이 울렸다. 얼음이라도 된 듯 모든 동작을 멈추고 소연이를 바라봤다. 

소연이가 현관에 놓여있는 내 신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신발을 잡고는 소리가 날 새라 발뒤꿈치를 들고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어머니가 집에 도착했다. 

현관에서 김치만 전해주고 가겠거니 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는 아직도 팬티만 입은 채였다. 살아남으려면 탈출을 해야 했다. 

탈출의 유일한 길은 뛰어내리는 것 뿐 이었다. 

소연이의 빌라는 3층이었다. 하지만 1층이 반 지하였기에 실제로는 2층이 조금 넘는 높이였다. 

급하게 바지를 치켜 올리며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 다 보았다.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높이였다. 

하지만, 방에서 소연이 어머니에게 걸리는 날에는 죽기보다 더한 수모를 견뎌야 할지 몰랐다. 

윗옷을 먼저 밖으로 던지고,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살기위해 나는 몸을 던졌다. 

“으아악. 웁.”

뛰어내리다 발목을 삐었다. 그렇다고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는 다리를 절뚝대며 현장을 벗어났다. 

나중에 소연에게 전화가 왔다. 나중에 방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없어서 정말 놀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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