ㅃㅂ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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ㅃㅂㅈ 그녀

망각 0 406 0 0

ㅃㅂㅈ 그녀 

 

 

요즘이야 왁싱이 유행이라지만 예전엔 무모증이 아니고야 만나기 힘들었던 백보지. ‘백보지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라는 속설이 있긴 했지만 당연히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낭설이고, 실제로는 색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양식이 가능해지면서 미식의 세계가 넓어진 것처럼, 백보지 역시 왁싱이 보급되면서 이제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백보지를 만나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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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한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랜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고 막 한국에 들어온 데다, 지방에 있는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였기에 서울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스물셋 그녀는 아홉 살 위의 저와 꽤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프랑스에 두고 온 현지인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을 보여줬는데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빠리지앵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ㅋ 소도둑 비주얼의 털보 사진을 보여주면서 “잘 생겼죠?”라더군요. 진심을 말했다가는 실례일 거 같아 대답을 적당히 뭉갰는데, 나중에 천천히 깨달은 사실은 그녀가 매우 독특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그 독특한 심미안은 그녀 자신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옷을... 정말 옷을... 상상도 못할 정도로 못 입었거든요. 얼굴은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고, 피부가 매우 투명하여 대충 걸쳐도 태가 날 법한 그녀였지만,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거나 주워 입곤 했습니다.

그래도 뭐. 내 애인 할 것도 아니고. ㅋ 그저 개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달리 보인 건 우연찮게 들은 그녀의 과거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술이 만땅 오른 그녀가 프랑스 남자친구(그녀는 그를 ‘프남이’라고 불렀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를 술기운에 풀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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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남이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프남이에게는 다른 여자 친구가 있으며 자신은 프남이에게 스쳐 지나간 여자라는 것. 무슨 이야기냐고 묻자 그녀는 프남이와 자신의 관계는 단순한 ‘파트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그녀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나눈 적 있지만....... 그래도 타인에게 “나는 파트너가 있다”라는 말을 하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파트너로 시작했지만 이내 사랑이 되었고, 프남이를 뺏고 싶었더라는 것.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다가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결국 그녀의 프랑스 생활은 거기서 stop. 그제야 그녀가 갑작스레 공부를 접고 한국에 돌아온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저는 매우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그 스트레스를 녹여줄 배출구는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씨발 씨발’거리며 매일을 살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녀는 거의 유일한 말동무였습니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니 저도 모르게 그녀를 믿게 되는, 그리고 그녀에게 내 비밀을 털어놓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털어놓은 저의 비밀 하나.

바로, 소라에 경험담을 쓴다는 것.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아 그래요?”라고 넘기더군요. 사실 비밀을 고백하자마자 ‘괜히 했나?’ 후회했기에 무덤덤한 그녀의 반응에 내심 안심되었습니다.

.......만, 다음날 그녀는 그 경험담을 모두 찾아 읽었다며 “100% 사실이에요??”라고 묻더군요.

ㅠㅠ

덕분에 그녀와 저는 아무런 비밀이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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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섹스는 그녀의 자취방에서 였습니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자취방 안으로 옮겨 오게 되었고, 먼동이 터 올 무렵 우린 그녀의 침대 위에서 몸을 섞었습니다.

딱히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유혹한다든가 하는 몸짓은 없었습니다. 옷깃을 만지는 채근도 없었고 입술을 찾는 더듬거림도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섹스에 대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은 덕분일까요? 아홉 살 차이의 남녀는 아무런 무리 없이 서로의 몸을 받아주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섹스였지만 포근하고 달콤했습니다. 투명한 그녀의 피부를 어루만지니 그녀는 쉽게 열렸고, 그녀가 저를 어루만져주니 저는 그녀 안에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부풀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섹스의 순간이 있지요? 저에게는 그녀와의 첫 섹스가 그랬습니다. 그녀의 자취방은 복층 구조였고, 침대가 있는 2층은 통유리라 외관이 훤히 들어오는 풍광을 자랑했는데, 그녀와 첫 섹스를 마치고 고개를 드니 저 멀리서 먼동이 뻗어오고 있었습니다. 분명 섹스를 시작할 때는 칠흑이었는데.......

그날의 첫 햇살이 우리 쪽으로 쭈욱 뻗어와 그녀의 투명한 살결에 닿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 중 가장 의미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녀는 옆으로 누워 저에게 안겨왔고, 저는 한 팔은 팔베개를, 다른 한 팔로는 그녀의 어깨를 안아주었습니다. 한 품에 쏘옥 들어온 그녀가 저에게 묻더군요. 섹스 판타지가 있냐고.

저의 판타지는 한결 같습니다. ㅋ 저는 가터벨트와 백보지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이룬 적 있어요? 그 판타지?”

“가터벨트는 이룬 적 있는데 백보지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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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닌 거 같은데? 백보지 만난 적 있다는 거 글에서 본 거 같아요.”

그랬던가? 한참을 생각해봐도 왁싱한 보지를 만난 적은 없는 거 같았습니다. 예전 미떼(전작 [나의질내사정기-그란드미떼편] 참고)를 만났을 때도 완전 백보지가 아니었고, 우연히 함께 했던 부산 아가씨(전작 [나의질내사정기-초대편] 참고)도 부분 왁싱이었는데.

“아마 왁싱한 게 아니라 쉐이빙 한 거였겠지. 왁싱한 여자를 만나 본 적은 있어도, 부분적인 왁싱이었지, 전체 왁싱은 아니었어.”

그녀는 쉐이빙과 부분 왁싱, 그리고 전체 왁싱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자세히 설명을 해줬습니다.

“왜? 해보게? 왁싱?”

저는 어린 그녀를 놀리듯 떠봤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는 정말 왁싱을 하고 왔습니다. -0-

아니 이런 황공한 경우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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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오빠가 보고 싶다고 하니까.......”라면서 우물우물 거리는 그녀. 투명한 하얀 피부 안으로 붉게 홍조가 올라오는 게 귀여웠습니다.

그러면서 왁싱샵에서의 일을 말해주더군요.

“거기 언니가 그러는데, 자기는 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들도 많이 보고 연예인 소중이도 많이 보고....... 그런데 내 소중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예쁘다고 했어요.”

사실이었습니다. 맨들맨들해진 그녀의 소중이는 제가 지금까지 봤던 여인들의 그것 중에서 가장 예쁘게 쪼개져 있었습니다.

“나 자세히 봐도 될까?”

“아...... 정말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다.......”

왜 이런 여자를 보면 더 괴롭히고 싶은 걸까요? 저만 그런가요?

저는 일부러 햇빛이 들어오는 침대 위에서 그녀의 다리 사이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녀는 커튼을 치고 어둡게 하자고 했지만 그 부탁을 들어줄 제가 아니지요. ㅎ

그녀의 소중이는 그녀의 피부색 그대로 투명했습니다. 보통 왁싱 후에도 체모의 흔적이 얼룩 같이 남아 있는데, 그녀의 왁싱은 말 그대로 투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투명함 한 가운데에는 정말 얇고 작은 균열이 세로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균열에는 반짝하는 물기가 스며있었습니다.

절로 “아름답다.”라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나 빈말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예뻐.”

그녀는 차마 눈도 못 뜨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계속 부끄럽다는 말만 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소중이 중에서 가장 예뻐.”

흔히 말하는 ‘보빨’. 그렇게 열심히 해본 적도 없을 겁니다. 그녀가 제 머리칼을 움켜쥐고 “그만! 그만!”하며 외쳐댈 때까지, 저는 그녀의 소중이에 머리를 박고 있는 힘껏 예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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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우린 어디까지나 흔한 ‘남과 여’였습니다. 그녀도 저도 누군가를 사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남자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저는 여유 없는 삶이 연애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다른 이성을 엄격히 통제했고, 과거의 여자들에 대해선 그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현재의 여자는 그녀 하나뿐임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녀 역시 저를 그와 비슷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아무런 질투도 없다는 듯 저의 과거를 물었고, 제가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면 흥미로워 하며 더 많은 것들을 물어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 역시 모두 오픈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만났던 동갑내기 첫 남자와 제법 나이차가 났던 두 번째 남자. 그리고 프남이까지.

한 가지 놀라웠던 건, 그녀는 저 이외에도 파트너가 한 명 더 있다는 것. 같은 동네 사는 한 살 밑의 아이인데, 썩 만족스럽진 않다고 했습니다. 테크닉 없이 파워로만 밀어붙이는 게 별로라나? 그러면서 “오빠 만난 다음부터는 그 아이 안 만나고 있어요.”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더군요. 누가 제일 좋았는지, 그리고 외국인 프남이는 정말 다른지. 그녀가 답하길 프남이를 가장 좋아했었고, 섹스 역시 프남이와 하는 게 좋았다고 했습니다. 프남이의 물건은 그 크기가 정말 대단했지만 단단하게 야물진 못했다고. 그러면서 립서비스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오빠랑 하는 게 가장 좋아요.”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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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그녀와의 속궁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합이 잘 맞는 액션 배우들처럼, 우린 딱 좋을 정도의 애무와 딱 좋을 정도의 삽입을 했습니다. 맨들맨들한 그녀의 소중이를 입 안에 머금는 것이 좋았던 저는 오럴을 아끼지 않았고, 제 오럴이 끝나면 그녀 역시 저의 것을 오랫동안 머금어 주었습니다.

그녀는 정상위 만큼이나 측위와 후배위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투명한 그녀 두 뺨에 오르는 홍조를 보기 위해 정상위를 선호했지만, 그녀의 신음이 달뜬 정도를 생각하며 그녀를 요리조리 돌리곤 했습니다.

한 번은 그녀가 묻더군요. 자기와의 섹스를 영상으로 찍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아마도 제가 쓴 경험담을 보고 그녀가 그렇게 묻는 듯싶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의 의도가 그녀 자신과의 영상촬영을 허락하는 것이라 믿고 흡족한 마음에 그러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돌아온 단호박. 절대! 절대! 절대! 안 된다는 것. 말은 안 했지만 그녀는 예전 인연에 상처 받은 것들이 있었고, 쉽게 마음을 연 것과는 다르게 몇 가지 것들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습니다.

저는 맨들맨들한 소중이의 사진은 꼭 찍고 싶다고 졸랐고, 어렵게 소중이 위에 정액이 떨어진 장면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틈날 때 마다 그녀의 소중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깨끗하고 예쁘게 생긴 소중이는 없을 거라고. 본인의 소중이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홍조를 띄며 부끄러워했습니다.

영구제모가 아닌 이상 그녀의 소중이는 ‘관리’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돌아누울 때면 의자에 앉아 족집게로 하나 씩 올라오는 체모를 뽑곤 했습니다. 짓궂게 “내가 뽑아줄게!”라고 했지만 그녀는 항상 자기가 뽑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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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가 쓴 글을 좋아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두 번째 장편인 [3 Players]를 쓰고 있었는데, 항상 업로드를 하기 전에 그녀에게 글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녀는 오타를 수정해주기도 하고, 감상평을 말해주기도 하면서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그러던 하루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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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부인이 이런 기분일까? 남들보다 먼저 보는 기분.”

하지만 그녀는 그 이후의 스토리를 묻는다든가, 자기가 원하는 결론에 대한 의견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견을 글 속에 녹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입장에서 제 글을 기다려 주었습니다.

저는 그런 그녀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해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서 저는 그녀의 집에서 자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밤새 그녀를 안다가 출근하기도 하고, 아예 일을 재끼고 그녀와 종일 좌로 뒹굴 우로 뒹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찬거리가 떨어지면 나란히 손을 잡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우린 콘돔 진열장 앞에 한참을 서서 의견을 나누곤 했습니다.

“우리 신혼부부처럼 보일까?”

“아닐 거예요.”

그녀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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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귀는 사이가 아닌 두 남녀가 이런 관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어느 한쪽의 감정이 무르익게 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루는 섹스가 끝난 후 그녀가 물었습니다.

“오빠는 왜 나한테 사귀자는 말 안 해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 그녀와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것을 짐작조차 안 하고 있었거든요.

“곧 하겠지? 사귀자는 말.”

저는 웃으면서 얼버무렸습니다.

하지만 그 ‘곧’이 가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조금씩 관계가 비틀어짐을 느꼈습니다. 딱히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간조 때의 썰물처럼,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마음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우린 아주 사소한 다툼에 끝인냥 돌아섰습니다.

몇 달 동안 내 옆에 있어줬던 그녀. 그리고 그녀의 부재. 그것은 참으로 고통이었습니다. 있을 땐 몰랐던 그녀의 비중을 일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그녀도 나와 같을까?’라는 것. 그녀 역시 나의 부재를 가슴 아파할지 궁금하면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백기를 든 건 제 쪽이었습니다.

흔쾌히 저를 다시 받아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저는 오만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해요.”라더군요. 생각할 게 뭐있냐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면 되지 않냐고 묻자 “지금 이렇게 한 번 헤어진 것도 힘들었는데, 또 헤어지면 그땐 정말 더 힘들 거예요.” 저는 달리 대꾸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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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아온 그녀.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예전엔 섹스를 위한 만남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젠 데이트를 위한 만남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타러 간다든가 그녀 학교에 놀러 간다든가. 파트너가 아닌 여느 연인과 같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한번은 강남의 그녀 자취방에서 선유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그녀가 묻더군요.

“이 옷 야하지 않아요?”

그녀는 스포츠 브라에 스포츠 레깅스차림이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까부터 자전거 뒤로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골로 향하더군요.

“멋진데, 왜?”

저는 엄지를 들어 보이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의 학교. 그녀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데 그녀가 그러더군요.

“여자들이 자꾸 오빠 쳐다봐요.”

저는 민망한 마음에 그러냐고 대답을 얼버무렸는데 그녀가 말하길 “이런 기분인가? 여자들이 내 남자를 쳐다보는 기분이.”

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녀는 제가 질투해주길 원했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물었던 제 과거를 듣고 그녀는 질투했고, 자신이 털어놓은 과거를 듣고 제가 질투해주길. 아무리 터프한척 연기를 해봤자 고작 스물셋 여자아이였던 그녀였습니다. 우리가 파트너로 지낼 때도 그녀는 이런 애정을 갈구했던 것입니다.

그녀가 복덩이였을까요? 이상하게 그녀와 함께 하자 끝 모르게 꼬였던 일들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특히 그녀가 오타를 봐줬던 전작 [3 Players]가 국내 최고의 출판사에 팔렸습니다. 그녀도 놀라고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첫 고료를 받으면 그녀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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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멀어지게 된 것은 100%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이상할 만큼 일이 잘 풀리던 가을 무렵, 저에게 큰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저만 오케이 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제안이었습니다. 물론 수익에 대한 반대급부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녀였습니다.

고민이 이어지자 그녀가 먼저 눈치 채고 무슨 일인지 물었고, 저는 “요즘 생각할 게 있어요.”라고 둘러댔습니다.

“괜찮아요. 난 공부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당시 그녀는 또 다른 유학을 위한 준비 중이었습니다.

결국 제 선택은 이기적이었습니다. 다시 못 올 기회라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그녀에게는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더 이상 너를 만날 수 없어, 라는 말로 그녀를 돌려세웠습니다.

한 번 더 헤어지게 되면 처음 헤어질 때보다 더 힘들 거라고 했던 그녀. 독이 올랐는지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한 번 웃더니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녀는, 지금도 저를 개새끼로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못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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