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부부로
저는 이제 막 20대에 진입한 소녀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일찍이 저를 낳아 잘 키우셨는데
아빠가 고등학교의 선생님을 하셨고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셨는데 돌아가신 할머님의
말씀으로는 우리 아빠 엄마의 부부금실은
많은 사람들이 질투를 할 정도로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태어나고 첫 돌이 지난 어느 날 아침에 손수 차를 몰고 학교로 출근을 하시며
엄마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앞에 엄마를 태워드리고는 아빠가 근무하시는 고등학교로 출근하시다
중앙선을 침범한 덤프트럭에 아빠의 차가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찌그러져 우리 아빠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말았답니다.
우리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자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저를 키우시며 묵묵하게 사셨는데
엄마는 저를 외할머니에게 맡기시고는 출근을 하셨다가 퇴근하며 저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다람쥐 체 바퀴 돌 듯이 사시면서도 남에게 기를 안 죽이고 저를 키우시려고 무척 애를 쓰셨답니다.
그러던 중에 엄마도 연탄불의 과열로 집에 불이나 저를 구하고 피하려다 그만 허벅지 아래에
큰 화상을 입어 장기 입원을 하는 바람에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 때문에 교직에서 사직을 하고
퇴직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치료비를 하여 보기 싫은 화상 흔적을 간직하고 퇴원을 하였답니다.
그 때 내 나이 6살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엄마의 고생은 그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합니다.
명색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던 엄마는 엄마의 화상으로 화병이 생기신 단 두 분의 혈육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중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외할머니에게 저를 맡기고 행상부터
식당의 설거지까지 골고루 하시며 두 명의 입에 풀칠을 시키기에 급급한 생활을 하셨답니다.
그렇게 살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중학교에 입학을 하던 해에 단 한 명의 어머니
혈육이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도저히 엄마 혼자 저의 뒷바라지가 힘이 드시던 차에 엄마를
잘 아시는 분이 엄마에게 한 남자를 소개 시켰는데 당시에 중학교 3학년이 아들을 하나 두고 키우는
홀아비라 엄마와 그 분은 바로 의견일치를 보아 살림을 합쳤습니다.
저는 그 분을 아빠라고 부르고 그 분의 아들을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오빠 역시 우리 엄마를 엄마라고 불렀고 저를 동생으로 여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와 새 아빠가 주책 없이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하나 낳았습니다.
아빠나 엄마 오빠 그리고 저는 그 아이를 극진하게 예뻐하며 키웠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새 아빠와의 혼인 신고를 안 하였답니다.
먼저 돌아가신 우리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못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제가 중학교를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2학년에 올랐고 오빠가 대학에 입학을 하여
열심히 다니던 어느 날 아빠와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연휴 휴가를 떠나셨는데 그 것이 우리와의
마지막 작별이 될 줄은 오빠나 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것은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었습니다.
나를 낳아주신 아빠처럼 중앙선을 침범한 덤프트럭이 엄마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이 탄
차를 형체도 알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뭉개어버렸는데 엄마와 동생은 현장에서 즉사를 하고
아빠는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오빠와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운명을 하신 엄마나 동생의 장례는 뒷전이고 숨을 유지하고 계시는 아빠가 사시기만을 기대하였습니다.
엄마와 동생의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 지금도 생각이 안 납니다.
그 정도로 오빠와 저는 아빠가 소생하시기를 기도하고 병실에서 날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아빠도 일가 친척이 안 계셨고 저의 엄마도 일가 친척이 없었던 터라 오빠와 저는 친 혈육
이상으로 가까웠고 서로 위로를 하고 서로 잠을 권하며 아빠의 간병을 하였습니다.
아빠가 일반 병실로 옮겨 오빠와 나는 한시름 놓고 지내기를 몇 일 하던 차에 오빠의 아빠가
위험하여 다시 중환자 실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빠와 저는 손을 잡고 중환자 대기실에서 아빠의 회복을 기원하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리자 아빠의 담당 선생님이 나오시더니
마지막으로 할 말씀이 있다는 군하시며 힘없이 말씀을 하시고는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아빠 힘내세요하고 말하자 오빠도
아빠 죽으면 안 돼하고 아빠의 손을 잡자 의사 선생님이
곱게 보내요하는데 아빠가
민수야 현영아 너희 둘은 피는 안 섞였지만 분명하게 남매이다, 둘이 사이 좋게 잘 도우며 살아라하시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