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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에 도착해서 안을 둘러보니 작은 방 두 개와 욕실 하나, 그리고 주방이 딸린 커다란 거실이 있었다. 생각보다는 작았지만 꽤나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방 하나에 짐들을 몰아넣고 점심식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조들은 분주히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우리 조는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각자가 먹을 3분 요리는 물이 팔팔 끓고 있는 냄비 안에서 이미 3분 넘게 담겨져 있었다. 밥은 학생회에서 전체가 먹을 양을 준비했기 때문에 우리 조는 밥만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학생회 선발대가 미리 와서 밥을 준비했기에 우리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식사를 끝냈을 때에도 다른 조는 썰고 깎고 지지고 볶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란스러운 펜션을 뒤로 하고 시은이와 나는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펜션 곳곳을 둘러보다가 마당 끝 강가까지 갔다.

 

마당 아래 강둑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나 찾아보니 한쪽 끝에 작은 비탈길이 보였다. 우리는 눈빛으로 내려가 보자는 의사를 주고받았고, 바로 그리로 움직였다. 비탈길은 좁고 경사도 심한데다가 땅도 고르지 않아 내가 먼저 한 발짝 내딛은 다음 시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은이는 내 손을 잡고 천천히 따라 내려왔다. 우리는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강둑에 자리 잡고 앉았다.

 

“우리도 뭐 만들어 먹을 걸 그랬나?”

 

“난 이것도 괜찮은 거 같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맛없는 거 먹느니 이렇게 우리들만의 자유시간이라도 생기는 게 더 좋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안 하길 잘한 거 같네.”

 

“시은아, 넌 집에서 요리 같은 거 아예 안 해?”

 

“응. 아직 해본 적 없어.”

 

“귀하게 컸구나.”

 

“넌 해봤어?”

 

“계란 프라이는 가끔 해먹어.”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너 안 해봤잖아. 안 해봐서 그런 소리 하는 거야. 계란 프라이가 얼마나 어려운 요리인데…… 옛말에 계란 프라이를 할 줄 알면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다는 말도 있잖아.”

 

“그런 소리가 어딨어?”

 

“너 또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 내가 처음 계란 프라이 만들었을 때 그렇게 말했었어. 그게 옛날이니까 옛말이지, 뭐.”

 

시은이는 내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웃어보이자 같이 웃어주었다. 약간은 비웃는 기분이 들었지만 돌을 맞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내가 맛있는 요리 해줄게.”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

 

“연습하면 되지.”

 

“나한테 요리해주려고 연습하겠다는 거야? 이야, 감동이다.”

 

“너 때문은 아니고, 나도 시집가야 되니까 조금씩 연습해야지.”

 

“무슨 벌써 시집이야. 너무 어색한 변명 아냐? 하긴 네가 나 때문에 요리 연습하는 게 더 어색하긴 하다. 소연이면 몰라도……. 소연이는 요리 좀 하려나.”

 

“요리는 모르겠고, 빵 만드는 건 좋아할 걸?”

 

“정말? 나한테 그런 말 안 했는데…….”

 

빵 만드는 걸 좋아한다면서 내게 한 번도 안 만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그런 사실조차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게 조금 서운했다. 내가 알았더라면 만들어오라고 귀찮게 하긴 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도 안 해주다니 너무했다. 이렇게 알게 된 이상 한동안 계속 빵타령하며 귀찮게 굴어야겠다.

 

점심식사가 끝났는지 우리를 찾는 전화가 와서 펜션으로 올라갔다. 과대는 게임을 하겠다며 거실 가운데 서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과대를 중심으로 각 조별로 둘러앉아 게임이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첫 번째 게임은 무난했다.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인데 스피드 게임과 똑같이 단어를 설명하는 건데 말을 할 수 없고 몸으로만 표현해서 설명해서 단어를 맞혀야 하는 게임이다. 몇몇 단어들과 코믹한 자세의 설명으로 간혹 큰 웃음이 터지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게임은 커플 게임이었다. 두 사람이 땅에 발이 닿지 않고 신문지 안에 있으면 되는 게임인데, 한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신문지를 반으로 접어서 서 있을 공간을 줄여나갔다. 우리 조에서는 정호와 가희가 나갔는데 별다른 활약 없이 끝났다.

 

세 번째 게임 또한 커플 게임이었다. 여자가 바닥에 눕고 여자 위에 엎드려 남자가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과대가 선배들한테 잘못 배워온 것 같다. 굳이 동기들끼리 살을 부비거나 야릇한 자세를 만들면서 친해질 필요가 있을까? 난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무엇이든 간에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소연이가 참여한 것이다. 그것도 지철이와 함께…….

 

물론 소연이는 지철이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철이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지 않은가. 나와 소연이가 사귀게 되면서 마음 정리를 했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정말 소연이의 머릿속에는 내가 지워져 있나보다. 엠티를 올 때 다짐했던 대로 소연이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 눈은 오로지 소연이만 주시하고 있었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연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앞으로 나와 다른 여자들과 나란히 바닥에 누웠다.

 

과대의 신호에 맞춰 남자들이 여자들 위에 엎드렸고, 구령에 맞춰 팔을 굽혔다 폈다하며 여자들 몸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떨어졌다했다. 평소의 지철이는 재밌고 인간성 좋은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소연이를 덮치려하고 있는 한 마리의 늑대로 보였다. 지철이의 눈은 소연이 위에 쓰러져 누울 타이밍을 찾고 있는 것만 같았다. 보통은 남자가 적당한 타이밍에 포기하며 아무런 일없이 게임을 끝내지만 지철이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지금 나는 지철이에 대한 불신으로 가슴이 끓고 있었다.

 

한 명씩 나가떨어졌고, 지철이와 영식이만 남게 되었다. 두 사람의 팔은 떨려왔지만 괜한 자존심 싸움인지 포기하려는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말 이러다가 둘 중에 한 명이 여자 위에 쓰러지며 끝이 날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열기는 점점 더해졌고, 지철이의 얼굴에서 흐르던 땀방울이 소연이의 볼에 떨어졌다. 너무나도 불결해 당장이라도 가서 닦아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영식이가 쓰러지며 내가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찝찝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소연이는 게임에서 이겼다는 사실에 아이처럼 기뻐하며 지철이의 팔을 주물러주는데 기분이 확 상했다.

 

과대는 계속해서 다음 순서를 진행했고, 나는 또 커플 게임을 하길 바랐다. 선배들한테 잘 배워 온 과대는 우리를 마당으로 끌고 나가더니 역시나 커플 게임을 진행했다. 커플게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2인3각 게임을 하였는데 나는 소연이에게 보란 듯이 시은이와 함께 참여했다.

 

시은이와 내 다리를 묶고 나는 시은이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우리는 다정스럽게 꼭 붙어서 구령을 맞춰보며 잠깐의 연습시간을 가졌다. 곧 게임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나는 시은이의 손을 꼭 붙잡아 높이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시은이도 해맑게 웃으며 승리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슬쩍 소연이를 쳐다보았는데 소연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게 웃어보였다. 그게 더 자존심 상했다. 나 혼자 질투에 눈이 멀어 난리를 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진 것이다. 나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발에 묶인 줄을 풀고서도 시은이와 더 다정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우리 조가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줄다리기 등 몇 개의 단체 게임이 더 진행된 다음 저녁식사 시간까지 휴식시간을 가졌다. 시은이와 나는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편하게 휴식을 즐겼다.

 

“너 소연이가 그렇게 좋아?”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아까 소연이 때문에 그런 거였잖아.”

 

나는 시은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면서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은이는 그런 내가 우스운지 미소를 머금고 눈을 흘겼다.

 

“소연이가 부럽다. 네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소연이도 너처럼 눈치가 빠르면 얼마나 좋을까. 얘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 같아.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가……. 차라리 너랑 사귀었으면 더 잘 맞았을 거 같기도 하다.”

 

“누구 맘대로? 네 맘대로 사귀냐? 내가 눈이 얼마나 높은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도 소연이가 백배 좋거든!”

 

순간적으로 시은이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가 사라졌다. 비교 당해서 기분이 상했나보다. 그래도 시은이는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넘겼다.

 

“내가 더 좋은 게 이상한 거지. 너 아니라도 나 좋다는 사람 많아.”

 

나는 시은이가 들릴까 말까 할 정도로 조용히 웅얼거렸다.

 

“언제는 없다더니…….”

 

“뭐라고?”

 

“아무 말도 안 했어.”

 

“내 욕 했지?”

 

“바로 앞에 두고 무슨 욕을 하니? 욕은 뒤에서 해야지.”

 

“진심인 거 같은데? 뒤에서 내 욕 무지 하나봐?”

 

“당연하지. 너같이 도도한 아가씨랑 친구해줬으니까 그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냐?”

 

“내가 뭐가 도도해? 그랬으면 너 같은 애랑 친구 했겠어?”

 

“그건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도도한 건 사실이잖아. 남자애들이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다가가기 힘들다고 난리야.”

 

“그거야…… 내가 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선을 그으니까.”

 

“그럼 난 선택받은 거야? 이거 좋아해야 되는 건가.”

 

“당연하지. 넌 신의 축복을 받은 거야. 나같이 예쁜 애랑 친구니까.”

 

“네 입으로 그런 소리하면 안 민망하니?”

 

“너니까…….”

 

나라서 괜찮다는 건가? 역시 우리는 진정한 베프인 것인가, 어떤 말이든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내가 여자와 친구 아니, 베프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남녀관계에서는 친구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나인데 몸소 깨닫고 있었다,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녁식사를 하며 시작된 음주는 10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술 마시는 내내 시은이는 내 옆에 붙어있었고, 소연이 옆에는 지철이가 붙어있었다. 이런 이상한 대치상황은 소연이가 균형을 무너뜨렸다.

 

소연이의 문자를 받고 밖으로 나가니 마당 끝에서 소연이가 내게 손짓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청바지에 남방을 입고 있던 소연이는 언제 갈아입었는지 트레이닝복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가 소연이에게 다가가자 소연이는 내 손을 잡고 의자로 이끌었다. 소연이는 술을 꽤나 많이 마셨는지 볼이 발그스름해 있었다.

 

“술 많이 마셨어?”

 

“응. 조금, 아니 많이.”

 

“이제 그만 마셔.”

 

“쪼끔만 더 마실게.”

 

“그래. 오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근데 너…… 시은이랑 계속 붙어있더라?”

 

“시은이 말고는 친한 사람이 없으니까. 재훈이도 안 왔고, 나랑 제일 친한 소연이란 애는 오긴 했는데 아는 체 하지 말래서 놀 사람이 시은이밖에 없어.”

 

“치, 그래도 다른 애들이랑 놀면 되잖아.”

 

“너도 지철이랑만 놀았잖아. 커플게임까지 같이 나오고.”

 

“그거야 네가 시은이랑 그러고 있어서 홧김에 그런 거지.”

 

예상치 못한 소연이의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라는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나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소의 소연이라면 끝까지 내색하지 않고 넘어갔을 텐데 역시 술의 힘이 좋긴 좋은가보다. 이렇게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활짝 웃으며 소연이를 달래주었다.

 

“우리 소연이 질투 났구나? 질투할 필요 없어. 시은이는 그냥 친구야. 저스트 프렌드!”

 

다소 억지스럽긴 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있던 소연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지고 진지한 눈빛이 감돌았다.

 

“나 솔직히 네가 시은이랑 붙어 있는 거 싫어. 시은이 너무 예쁘잖아.”

 

“시은이가 뭐가 예뻐? 내 눈엔 네가 젤 예뻐. 아니, 너 말고는 예쁜 사람이 없어. 너랑 상대가 안 되는데 뭘 신경 쓰고 그래.”

 

“정말?”

 

“당연하지. 나한텐 우리 소연이밖에 없어. 이리 와봐.”

 

나는 소연이의 허리에 손을 감아 내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소연이와 내 몸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었고, 나는 소연이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렇게 예쁜 널 두고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이 갈 리가 있겠니? 정말 시은이는 친구일 뿐이야. 그래도 네가 싫다면 시은이 안 만날게.”

 

“그럴 수 있어?”

 

“물론이지. 만나지 말까?”

 

그 순간 술에 취하지 않은 소연이가 그리웠다. 겨우 새로 생긴 베프가 사라지게 생긴 것이다. 자기가 안 놀아줘서 만든 베프였는데 그마저도 허락지 않다니 소연이는 욕심쟁이였다. 시은이도 좋긴 했지만 소연이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므로 소연이가 우선이었다. 소연이의 욕심을 채워주는 게 지금 내가 소연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라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됐어. 그냥 친구라는데 내가 어떻게 만나라, 만나지 마라 해. 대신 언제나 시은이보다는 내가 우선이야. 알았지?”

 

“약속해. 시은이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네가 우선이야.”

 

나는 소연이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소연이는 얼굴을 살짝 뒤로 빼면서 말했다.

 

“누가 나오면 어떡해?”

 

“뭐 어때. 사랑하는 사람끼리 키스하는 걸 누가 뭐라 그래?”

 

나는 소연이의 머리를 잡고 더 이상 못 물러나게 한 다음 입술을 덮쳤다. 소연이의 혀는 내 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오늘이야말로 진도를 더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여기라면 소연이는 다른 사람들 눈에 띌까 두려워해 나갈 수 있는 진도도 못 나가게 할 것이다. 나는 소연이의 입에서 내 입을 떼며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느끼하게 쳐다봐?”

 

“우리 저기 강둑 가볼래?”

 

“갈 수 있어?”

 

“저기 옆에 가는 길 있어. 가자.”

 

소연이와 나는 강둑으로 내려가는 비탈길로 갔다. 나는 핸드폰 불빛으로 바닥을 비추며 먼저 앞으로 가 소연이의 손을 잡고 내려갔다. 다 내려가 강둑에 내려서서 소연이를 돌아보는 순간 소연이는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으며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 내게 안겼다. 그 모습은 넘어질 뻔 했던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춤을 추듯 날아와 내게 살포시 안기는 것과도 같았다. 소연이가 어디서 탱고를 배워 와서 내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넘어지는 척 하며 안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움직임이었다.

 

내가 소연이를 뒤에서 안고 있는 형상이 되었는데, 가벼운 소연이의 몸놀림에 비해 나는 어정쩡하게 움직이며 소연이를 잡아주다 한쪽 가슴을 움켜쥐는 꼴이 되었다. 전혀 의도치 않게 소연이의 가슴까지 진도를 나가게 된 것이다.

 

“괜찮아?”

 

“응. 너 없었으면 강물로 뛰어들 뻔 했어.”

 

“안 다쳐서 다행이다.”

 

“근데 손은 언제까지 거기 둘 거야?”

 

“어? 어……. 놀라서 손이 붙어 버렸나봐. 안 떨어져.”

 

소연이는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나는 소연이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소연이의 가슴을 움켜쥐고 손을 떼지 않았다. 소연이의 가슴은 지연이 누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컸다. 혜림이 누나보다 조금 더 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많이 커서 가슴을 만지는 감촉이 꽤나 기분 좋았다.

 

“빨리 떼.”

 

“이러고 잠깐만 더 있음 안 돼? 이렇게 있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져.”

 

“말도 안 돼.”

 

“진짜야. 근데 너 아까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가브리엘 앤워 같았어.”

 

“됐어. 이제 그만 놔.”

 

소연이는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 했고, 이번에는 나도 순순히 소연이를 놓아주었다. 소연이는 날 흘겨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뽀뽀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틈만 나면 뽀뽀하고 키스하고 만질라 그러고……. 미워주겠어, 진짜.”

 

“그게 다 널 무지 사랑해서 그런 거야. 아무도 못 가져가게 하려면 내 거라고 입술도장 꽝꽝 찍어둬야 될 것 같단 말이야.”

 

“말이라도 못 하면 얄밉지나 않지.”

 

나는 헤벌쭉 웃으며 소연이를 꼭 끌어안았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소연이와 나는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고, 나는 손을 슬쩍 가슴으로 가져가 조몰락거렸는데 한 번 만져서 그런지 소연이의 제지가 전혀 없었다. 그동안 소연이는 진도를 더 빨리 나가기를 바랐는데 괜히 내가 지레 겁먹고 못 나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로 이미 가슴을 만진 상황이긴 했지만 첫 시도에 아무런 제지가 없다는 게 좀 의아해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진도를 나가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에 나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브래지어 위로 가슴을 만져도 가만히 있었고,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져도 소연이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소연이의 부드러운 살결과 단단하게 서있는 젖꼭지가 손에 잡혔다. 소연이의 젖꼭지는 정말 작았다. 그 작은 젖꼭지가 나와의 키스, 그리고 내 손길에 자극을 받아 단단해져 있다는 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우리의 키스는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내 손길도 오래도록 소연이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다. 소연이와 내 입이 떨어졌을 때는 서로의 입술과 그 주변은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연이는 날 보며 싱긋 웃으며 입을 닦아주었다. 나도 소연이의 입을 닦아주며 말했다.

 

“우리 애기 다 컸어.”

 

“뭐가 다 커?”

 

“가슴도 이렇게 크고 키스도 잘하고 이정도면 다 컸지. 나한테 시집와도 되겠어.”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안 올 거야? 그럼 어쩔 수 없지.”

 

“네가 장가와. 난 안 갈 거니까.”

 

“그럴까? 그럼 갈 테니까 오늘 신랑이랑 첫날밤 보낼래?”

 

“어우, 진짜. 생각하는 거 하고는…….”

 

나는 다시금 소연이의 입술을 덮쳤고, 소연이도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혀로 내 혀를 휘감았다. 내 손은 조건반사적으로 소연이의 티셔츠를 파고들었다. 소연이의 젖꼭지는 말랑말랑해져 있었지만 몇 번의 손놀림만으로 금세 단단해졌다.

 

내 손은 소연이의 가슴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이번에 공략할 곳은 소연이의 보지로 마음을 먹고 움직이기 시작한 내 손이었다. 내 손은 소연이의 배를 타고 내려와 아랫배 위에 가만히 올려졌다. 한동안 손가락으로 아랫배를 살살 긁다가 바지 속으로 손을 스윽 집어넣었다. 이상하리만큼 소연이는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작정하고 온 건지 술기운에 대담해진 건지 모르겠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소연이 보지털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나는 얽어진 소연이의 보지털의 감촉을 팬티 위로나마 느끼며 더 거친 키스를 선사했다. 손을 더 아래로 내리려 했으나 소연이가 오므린 다리를 풀지 않아 보지가 갈라지기 시작한 부분만을 문지를 수밖에 없었다. 다리가 벌어질까 기다려봤지만 그럴 기색이 보이지 않아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소연이의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 더 세게 오므려 더 이상의 손가락을 집어넣기는 힘이 들었다. 난 들어간 가운데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여 소연이의 보지를 자극했다. 소연이는 내 입에서 자신의 입을 떼더니 내 손을 잡아 빼 손에 힘을 주어 꽉 쥐었다.

 

“너 진짜…….”

 

“응?”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자.”

 

“키스 한 번만 더 하고 가자.”

 

“여태 했잖아. 가자. 안 갈 거면 나 혼자 간다.”

 

소연이는 뒤돌아서서 비탈길로 올라갔고, 나는 뒤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소연이는 우리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냈으니 들어가서는 다시 각자 동기들이랑 어울려 놀자고 했다. 시은이랑 너무 붙어 앉아있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소연이는 학생회 애들이 있는 술자리로 향했고, 나는 시은이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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