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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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밑머리

민이옹 0 524 0 0

귀밑머리

 

 

 

모든 일들이 어느 한순간 죽도록 싫어보일 때가 있다. 항상 내 눈에 고정된 프레임으로 다가오는 주변의 모습도 짜증나는 그런 오후 2시 15분....난 이런 시간을 애써 외면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보는 습관적인 동작조차도 꾸울꺽 삼켜버리며 스스로 나 자신을 가두는 훈련에 익숙해지는 편이었다. 탁자 위에 놓여진 핸펀이 울리고 있다. 누군가 그랬지. 꼭 묘한 시간에만 울리는 핸펀, 심심할 때면 잠이 들어버리는 핸펀...꼭 우리들 같다고.

 

“얘, 요즘은 전화통화 할라치면 가슴이 더 쿵쾅대는거 있지? 분명히 방금전까지 톡질 하다가니 금새 전화 때릴 요량이면 그게 더 반가워야 하는데, 어째서 음성을 들어야 하는 내맘이 더 불안해 지는건 또 뭐니? 그거 정신병 이라매? 아니 톡질로 다져진 성장판, 정신병 표딱지로 깁스하고 싶은 맘...눈꼽만큼도 없는데...혹시 너두 내가 이렇게 육성으로 날려대는 아나로그 감성이 부담스럽다, 뭐 그런거야?”

 

난 그냥 시큰둥 대답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불안하기는 했다.

 

“이건 뭐 버퍼링의 압박도 아니고설랑, 에코우도 없고...내가 먼저 걸어놓고 니 추임새 없다고 지절루 삐치는 거....암만해도 내가 미친겨, 분명해...”

 

그래, 너나 나나 대놓고 마빡에 불밤 때리면서도 웃겨 좋아죽는 사이일 지언정, 미친건 미친거지...정보의 홍수에 빠져 사는게 아니라, 이미 우리는 그 물에 빠진것도 모른채 히죽대며 뒤져가는 동종이라고...이젠 모두가 한발 앞선 시간이 아니라 가상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난 항상 생각했다. 이미 내 폰에 저장된 시간은 지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과정탐구의 일환으로 전락했고, 기준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나 있는 암기덕목일 뿐이었다.

 

“그러게나 요즘은 미쳐두 표 안내는 게 미덕이라매? 그래 이년 저년 다 미친갱이 인데, 뭐 다를 거 있니? 시셋말루 셋트로, 콤보로, 니이미 의리로 미쳐가는 중에도 제정신은 옵션이라 이거지...”

 

그 친구는 나에게 항상 지적질을 언제나 사전예고 하는 편이었다.

 

“얘, 이거 지적질이다...넌 왜 감동이 없다니? 좋아할 수 있는 쬐깐한 것들, 주변에 널렸자나? 내가 심리치료사는 아니래두 한마디는 해야 겠다. 맘을 고쳐 잡수세요. 그러다 병나요. 병나면 헛돈 나가요. 헛돈 새다가 사채쓰시고 그러다 부채압박으로 날고생허면서 씹빠빠 되시는 거 잠깐이시거든요? 할일 없으시면 독설 내공이나 닦으시든가...근데..... 너 아직도 그 쇄끼 만나고 댕기니?”

 

“응”

 

대화는 그걸로 뚝....아마도 그 친구는 지적질을 핑계로 나의 주변이 더 궁금했기에 얼토당토 않게, 앞뒤 문맥도 지랄처럼, 질문을 뒤섞어 날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쇄끼라는 욕지기가 목에 가시처럼 제까닥 걸리기는 했어도 난 별관심 없다는 듯이 발끈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나의 삶에서 중요성을, 감성을, 의미를, 가치를 상실한 것처럼 그 쇄끼에 대한 나의 잣대도 그 호칭보다 나을것도 못할것도 없었으니까.

 

“너 누구 옆에 있니?....대답 없는 걸 보니 그 쇄끼구만...알긋다...담에 걸께.”

 

굳이 껄직한 맘으로 음성통화 하자할 때부터 나는 그 쇄끼의 지분거림을 마다하고 탁자 위의 핸펀을 일부러 집어들려고 몸을 빼고 있었으니까. 

 

“자기야, 도대체....누군데?”

 

이젠 둘 사이에 이름도 무색해졌고 서로를 가칭으로 불리워지는 것에 무던해졌다고나 할까? 언젠가 그 놈의 오글거리는 호칭에 내가 뻑이 간거 아니냐는 투의 비아냥에 화를 벌컥 낸적도 많았다. 어느날엔가 대화중에 내 이름이 뭐야라고 내가 분이 나서 물어댄 돌발성 직구에 극히 짧은 순간, 그 쇄끼의 눈빛이 흔들리면서 머뭇했던 것이 하루종일 눈꺼풀위의 뾰루지처럼 맘을 성가시게 했던적도 있었기에.....

 

“왜? 내가 무슨 연주회 왔니? 핸폰끄고 묵념하게? 별거아냐...그냥 친구..”

 

아마도 스스로에게 허락된 지금이란 가치가 망가질까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모든 연결의 끈과 소통의 도달의지들이 그 알량한 별거아냐라는 단어로 땡처리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년은 분명코 나를 향해 내가 좇밥되라고 너한테 비싼 음식 쳐먹고 전화질 했냐 어쩌고 하면서 게거품을 물었을 것이 뻔했다.

 

“자기야...왜 우린 이걸 계속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짓들은 어째서 우리 주위에서 없어질 줄을 모를까?”

 

그 쇄끼는 내가 이토록 철학적인 감상을 염장에 자맥질 당하면서도 그걸 멍청하게 우스개로 받아 넘긴다.

 

“목마른 사람이 샘파는 겨....우리 인간은 뭘해도 뒤질때까정 갈증의 마약에 취해있는 멍청한 동물...왜냐구? 인간의 모든 구녕이란 구녕은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있지만 물이 들어가서 순순히 몸땡아리가 복종하는 구녕은 아가리밖에 없다는 거....수요공급의 원칙상 정법이든 편법이든 들고 빼는 구녕은 많은데 물줄기는 한곳만 들어가는 걸 보면 총량적 계측으로 볼때, 바디는 언제나 비축량이 모자라게 되어 있다나..너 또 딴 생각허니? 링거로 바늘 디리 꼽꾸 어쩌구...그리해도 물 쳐 넣을 수 있다, 뭐 이런거 상상허덜 말구...넌 그게 문제야...섹스도 뭐 알약 몇개 털어 놓으면 몸안의 방어기제가 그걸 섹스로 인식 전환해서리, 섹스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뭐 그런 좇거튼 매커니즘에 머리박고 있는거, 뭐 그런거 아니냐구?”

 

“왜, 그럼 안돼?”

 

“안돼지...섹스는 식재료가.... 아니지만 서로에게 갈증의 해독은 못해주어도...그러니까...뭐냐...암튼 뭔가 멕여주잤니?”

 

그래 뭔가 주긴 줬다. 즐거움은 그 쇄끼의 좇대가 꺼덕대다 마요네즈 뱉어낼 때까지 뿐이었고...나머지는 모두 나의 뒷감당 뿐이고, 갈증의 무한반복에 날 빠트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후회와 더불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어리석은 기약마저 덤으로 선사했으니까.

 

“얘, 남친이 니 인생 책임지는 것두 아니구, 네 바디에 길 날대로 나서 왠통 타이어 자죽 뿐이면 슬그머니 신작로 따라 한눈 팔거는 뻔할 뻔짠데, 넌 어찌그리 미련 곰팅이처럼 주구장창 그 니기미 씨불탱이 몸뚱아리에 목숨 건다니?”

 

목숨을 건다....목숨을....그래 아직까지 난 목숨을 걸어볼 정도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그 즈음에서야 깨닫게 되었다.분명히 그 쇄끼의 좇대가리가 용광로 안에서 꺼낸 쇳물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내 보지속을 자글대며 지져댔고, 나도 그에 화답하듯이 그 좇대가리가 이뻐서 못살것처럼 씹물로 담금질 해주고 몸을 후둘거렸던 건 분명하니까. 그런데 어째서 나는 나날이 후회를, 연민을 거슬러받은 잔돈처럼 세고 또 세고, 내가 지불한 돈에 비해서 한푼이라도 손해입지 않으려는 것처럼 찌질대고 있었던 것인지......

 

“그 쇄끼, 뺀질이 따라잡기 학원댕기니? 아님 개인교습이라두 받고 댕기니? 유남이란 쇄끼가 어찌그리 느물느물 꽁무니도 않 밟히고 그렇게나 너랑 붙어 댕기냐, 댕기기를.....그런 쇄끼는 쌍끌이 어망으로 바닥부텀 싹싹 긁어서리 그 놈의 여편네 앞에서 패대기를 쳐야 하는뎅....”

 

그럴 필요는 없었다. 흘리고 다니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개삽질의 명인들과 달리 그 쇄끼는 인생의 목표가 단촐했다. 그건 다름아닌 단전, 단수되기전에 평소에 철저히 준비하자 였으니까. 내가 봐도, 그러고 왜사니라며 묻고 싶을 만큼 그 쇄끼는 자신의 일상과 삶을 조직화하고 극화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있는 종자였다. 

 

“상체 좀 낮춰봐...옳지....허리에 라인을 주고...다리는 서로 약간 간격을 둔채로...오옳치...조와...요래야 자기 보지가 꽃이 화알짝...화들짝...들척지근...우히히...ㅋㅋㅋㅋ...난 말이야 이게 너무 좋은거야... 자기랑 이렇게 들러붙어 있으면서 평범한 대화를 유유자적하게 나눌 수 있는 이 여유로움...이 순간들을 위해 내가 월매나 대가리 뽀사지도록 알리바이와 뺑끼칠에다 음모론의 조작까지...이게 내 인생이야.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총맞아 뒤지지 않는한 끝까지 시청률 만빵 때리는 졸나 재미진 막장 블록버스터급 전쟁영화 주인공이란 말씀....”

 

그 말은 옳았다.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게 될 정도로 그 쇄끼의 에고이즘은 극을 달렸으니까. 그건 나쁜남자라고 내가 착각하고 질러댄 오류를 영원히 가슴치게 만든 그 만의 알량한 전술이었을 뿐이었는데...

 

“넌 섹스하고 그 쇄끼 눈 앞에서 옷 갈아입니, 아님 돌아서서 따로따로 옷입니?”

 

“그게 왜 궁금한데?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누가 너보고 싸구려 연애심리상담 해달라디?”

 

사실 서로 옷을 벗는 것에 익숙한 이유도 알지 못했지만, 더 나아가 옷을 입는 마무리에서 다가오는 그 찝찝함은 갈수록 의문이기는 했다. 섹스도 행위의 일종이니까 그에 따른 감정의 연장선이 없을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게 무슨 도둑질도 아니고 오로지 나만 느껴대는 건지....

 

“커피 한잔 어때? 아님...아냐....저녁 먹기는 시간이 너무 어중간해...밥이야 집에서 먹어야쥐....같은 영화 자꾸보기, 밥 쳐먹고 공복처럼 연기하기, 이젠 신물난다..”

 

그 쇄끼의 각본질은 휴식이 없다. 짜임새 있는 시간의 안배와 더불어 노력봉사형 이벤트가 겹쳐지지 않게 하려는 꼼수의 화려한 개인기...나의 우울함이 언제나 표출되지 않고 살속 깊숙히 잠겨버리고마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 쇄끼의 그런 철저한 단도리질이 두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첩경임을 이미 체득하고 있기에...섹스를 하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와 상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감격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는데도 난 나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그러니 미친년 소리를 듣지... 

 

 

2.7시 15분

 

택시를 타는 것이 불편할 때는 오히려 섹스후 였다. 밀폐된 공간안에 운전기사분과 나, 이렇게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택시안의 공기는 솜방망이처럼 풀려있는 전신을 훑고 지나가며 질문을 촘촘히 수를 놓는 느낌이었다. 창문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바람맞은 사람 취급하기 일쑤였고, 헤벌래 무릎마저 풀린채로 고갯질이 시계추 리듬을 타면 여지없이 혀를 차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난 지옥철이네 뭐네해도 주구장창 전철을 고집해왔다. 수 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감정의 외투를 두르고,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시선마저 부자연스럽게 놀려대는 지하철은, 오히려 그 사람들의 무관심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단어와 걸맞지 않게, 대중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는 집단최면속에 머물면서, 목적지를 향해 멍을 때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나도 그 안에 살며 몸을 비집고 들어가, 그들 처럼 흉내만 내고 있으면 되었기에, 난 그것을 자발적 좀비화라 부르기도 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난 무얼 해야되는 사람처럼 시간에 쫓기는 남들의 흉내에 익숙해 있는 자신을 본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쌈박질도 모자라, 노는 행위까지 휩쓸려가는 시간의 격류속으로 쓸어다 내버리는 나의 멍청한 귀차니즘...그러나, 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 쇄끼, 또 집에 일찍 쳐들어가디?”

 

“그렇지 뭐.”

 

“어이구 이년아, 니가 무슨 오다가다 왠잡놈들이나 주물탱하다 놓고 나가는 전동차 문기둥이니? 하여간 미련한 년이, 눈치까지 묵사발이라니깐. 정리 쫌 하지?......허긴 니년이 스스로 입맛 다시고 퍼질리고 있는데 내말이 귀에 들어올까 싶다마는.....”

 

그랬다. 내 몸은 이미 그 쇄끼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는 리듬감에 들썩이고 있었고, 지겨울 정도로 사람을 기대에 벅차도록 만드는 그 쇄끼의 애무는, 이제 벗어나기를 스스로 포기한 나의 부끄러운 자술서 였다. 그 쇄끼와 횟수를 넘길때마다 세어보던 그 뿌듯함도 어디로 사라지기 무섭게, 이제는 만남 속에서 억지로 시간을 쥐어짜는 대신에, 도리어 그를 위해 시간을 두부모 짜르듯이 뭉텅 갖다 바치는 나란 년은 구제가 불가능한 노예이자, 그 쇄끼의 살맛에 이성이 마비된.....그냥 그렇고 그런 년이었다. 세상의 모든 섹친들의 행복은 그냥 미스테리 였고, TV에서 개나발처럼 떠들어대는 사랑타령은 소싯적부텀 내 세상의 복음서는 아니었기에....

 

“이 와중에 짝을 찾는건 우습지?”

 

내 질문은 또 삐딱선을 탔다. 아직 나의 마음은 무게중심도 없고 속절없이 정처없다는 것, 그게 지지리 궁상틱한 나의 유일한 이유였고...저녁이 오고 있다는 것이, 시간속에서 또다시 홀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원천이기도 했다.

 

“안 나올래? 너 누구 기둘리는 둥지녀도 아니자네?”

 

그건 그랬다. 난 시계를 다시금 쳐다본다. 마법이 끝나고 호화롭던 드레스가 누더기로 변하고, 마부와 시종장이 함께 했던 화려했던 럭셔리 마차가 호박으로 땅바닥에 그냥 버려질까봐 두려워 하는 것처럼, 나는 다시금 시간을 확인하는 헷지랄을 떨고 있었다.

 

“저 얼굴 봐라...내가 거울을 눈 앞에 철사로 묶어주까? 그게 얼굴이 얼굴이니? 아주 온 전신에다 빨대를 고슴도치 맹키로 꼽아 빨아 자셨구만.....”

 

내 마음이 점차 무너져 가면서, 그 쇄끼의 좇질이 기어이 나의 기력을 썰물처럼 앗아가고 있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듯 싶다. 달달한 당분의 우위점령으로 인해 커피의 쓴맛이 입안에서 겉돌아 가면서, 난 나를 향해 움츠린 심정으로 혀를 차는 친구의 걱정도 기우로만 들리고 있었다.

 

“너 약발 떨어질 때 않됐니? 케미가 통하는 시절도 다 지났다는 거, 너두 인정하지? 근데 어쩌자고 남은 인생 다 살아버릴 것처럼 그 쇄끼랑 불싸질르면서 댕기느냐 이거지...”

 

케미라...그래, 도파민으로 얼빠진 년 자처하며 색안경 장착하고, 페닐에틸아민으로 스킨쉽 진도 나가면서, 옥시토닌을 쌈장삼아 그 쇄끼 좇대가리 없으면 보지가 발동도 안걸리게 영점조준해서 명절도 아닌 주제에 열나 떡방아 쳐댔고, 이제는 엔돌핀으로 잡아놓은 물고기, 수질관리 걱정도 없이, 존경의 눈썰미로 어장만 챙겨대는 미친년 따우...난 그 과정의 단계를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미친년으로 나를 몰아가는데 이골이 나 있던 모양이다. 그게 오히려 나를 올무처럼 옥죄는 수단이었음에도 난 랄라룰루 미친년임을 자처하며, 골때리는 호르몬을 지 아까운 줄도 모르고 쥐어 짜가며, 그 쇄끼를 위한 나의 지지래가 똥인줄도 모르고 아름답게 그 세월위에 덧칠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언제나 나의 편이 아니었으며, 망가질대로 망가져 두 다리를 질질 끌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이라 할지라도 억지로, 강제로 기어 들어오는 나를 가리켜 그 쇄끼가 갈증의 동물이라고 지적했던 건방짐을 타박하진 못했다.

 

3.12시 15분 

 

집안에 있어도 맘이 편치는 않았다. 내가 박차고 나간 이부자리 고대로 석고처럼 굳어버린 자태를 다시 돌아와서 목도하는 순간, 아,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실감하는 괴로움은 매일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미 집은 자기 책임이 아닙네 하면서 나에게 현장검증을 들이대고 있었고, 나는 꼼짝없이 범죄사실을 토설해야 하는 전과자 였으니까. 손에 걸리는 족족, 눈길 가는 구석구석마다, 내 몸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검문장소들이 줄지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 쇄끼와 만날때는 언제나 내가 나중에사 밀회장소를 빠져 나왔다. 몇번은 같이 물장구도 치고, 씻겨주네 뭐네 하면서 앙금처럼 쫄아져 버린 후색의 갈증을 풀고자 난장을 치르긴 했었지만, 그래봐야 집으로 돌아와 끈적대는 속내의를 다시 빨아야 하는 번거로움만이 남는 걸 알았다. 상대를 보내고 반신욕이든 전신욕이든 간에, 머리가 다 젖어서 나 방금 떡치다 왔네하고 광고하고 다닐지언정, 난 결벽의 첨두에 곤두서서 살껍질이 벗겨져라 때까지 밀고 그 자리를 뒤따라 나오게 되었다. 그래야 집에 돌아와 아무런 뒷손질 없이, 바로 뻘로 기어들어가는 백합조개마냥 쉽사리 잠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것이 바로 얼마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난 오늘 집앞에서 몇분을 서서 망서렸다. 그냥 번호를 누르면 되는데....손잡이를 돌리면 아침나절에 보았던 익숙한 풍경속에서, 동물처럼 내 영역에 가득차 있는 내 오줌냄새를 통해 안정감을 손에 쥐어볼텐데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음에도 말이다. 난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핸폰을 만지고 있었다.

 

“달빛이 밝진 않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올려다 본 검은 하늘...나는 문명의 이기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문명인 답지 못하게 하늘의 검은빛에 대해 의문조차 생각해낼 수 없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엉뚱하게도 나는 그 수많은 핸폰의 앱들 중에서 무언가를 손끝으로 건드렸는지 알수 없는 빠른 속도로 화면이 절환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 지금의 시각이....그러니까....야자시....삼경...오호라...’

 

초딩시절, 언제나 잘난척 즐겨하던 친구가 입버릇처럼 아침마다 불러대던 그 질문을 난 한번도 바로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그냥 서기 몇년이라고 하면 될것을 굳이 단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같은 시간대를 다른 영역으로 취직시키던 못된 버릇....그걸 난 억하심정이 눌러 차있는 것처럼, 현재의 시각을 비비 꼬아 옛날로 회귀시키며 좋아라 하고 있는 모냥새였다.

 

‘퍽’

 

짧은 그 찰나,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림자를 보지도 못하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핸폰을 놓치지 않으려고 울렁대다 기어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눕고 말았다. 난 발끈하며 돌쳐 일어나 주위를 먼저 살폈다. 집으로 갈걸 괜히 길가로 다시 걸어나왔다는 후회를 할 겨를도 없이, CCTV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매달려 있었던가 보다.

 

“왜 이래요?”

 

누군가 휘황한 불빛으로 나를 비추고 있었기에 난 화를 내고 있었다.

 

“다치신줄 알고....”

 

그 사람은 평소에 동네 사람들도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 흉기수준의 렌턴을 나의 면상에다 디리 조준하고 있었기에.....

 

“미안합니다. 제가 밤길에 좀 무섬증이 있어놔서....주변 조명이 조금만 어두워도 냅다 뛰어가거든요...여러모로 실례했습니다. 다치신 곳은?.....”

 

난 그게 허튼 수작이란 의심을 풀지 않고 있었다.

 

“됐어요...갈길 가세요...숨차게 열나 달려서 엄마 젖이나 더 잡숫고서 길거리 배회나 하시든가....”

 

그 사람의 머쓱해하는 태도도 아랑곳 하질 않는 나는 정말 못되쳐먹어 보였고.......

 

“이 밤에 어딜 그렇게 정신줄 놓고 다니냐....그런 인상이신데...”

 

“아뇨...절대 아닙니다. 이 모퉁이로 항상 다니시질 않길래, 어쩐 일인가 물어볼 수도 없고....하지만 절대 오해는 하지 마시고....그냥 같은 동수에다 이웃으로 지내니, 의도치 않아도 언제 어떻게 들락이시는 거 알게 된거죠....뭐. 별 뜻은 없습니다.”

 

시키지도 않는 얘기를 술술 불어대는 모습이 착하다 못해 덜 떨어져 보이기까지 한다. 

 

“ 전 오늘 비번이어서...”

 

“제가 꼭 알아야 하나요?”

 

난 상대방의 대화에 찬물 정도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부어대는 못된 습성이 있었다. 그게 최선의 방어라는 심각한 오류도 덩어리째 믿고 있었으니까....

 

“그거...그 머리...”

 

난 그 사람이 무얼 지적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혹시 이 치가 나의 섹스후 해리성장애를 넘겨짚는 거나 아닌지 가슴마저 서늘해지고....

 

“내 머리가요? 샤워하고 말리질 않아서요. 날씨가 더워서 드라이기를 쓰면 또 땀이 나서....”

 

되도않는 이유를 주어 섬기는 나의 모지란 성정...난 그제서야 야맹에서 벗어난듯이 어둠속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이 선, 그의 눈매를 알아볼 수 있었다. 평범한 얼굴에 집안에서 그대로 튀어나온듯한 옷차림새 하며, 언밸런스한 랜턴을 든 그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아파트의 뒷켠과 연이어진 모퉁이는 적절한 달빛만이 교교히 흐를뿐,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기는 매한가지 였는데, 나는 오늘 저녁, 이 야심한 시각에, 공교롭게도 생면부지의 남정네와 뜻하지 않은 조우로 당황하고 있었다. 

 

“참 묘하죠?”

 

난 그게 그 사람의 수작으로만 보이고 있었기에 쏘아부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거 아세요? 언제나 옛사랑의 발자취들을 현세에 전한 사람들은 밤을 잊고 사는 사람들 이었다는 거요. 도적들이 그랬고, 야반도주의 커플들이 그랬고, 못다이룬 사랑을 위해 야음을 틈타 길거리로 뛰쳐나온 양반댁 규수들이 그랬고..근데 이상한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하소연을 털어놓지는 않았다는 거죠.”

 

“그게 뭐 중요한 일인가요?”

 

“뭐 재미없는 얘기죠. 더 재미진 얘기들이야 인터넷에 널려 있을테고....전 시간여행을 믿는 사람중의 하나거든요.”

 

“아니, 뒤통수에 원광이 훤하시니 도나 배우삼 어쩌구 하는 얘기라면 일찌감치 접고 딴데 가 보시죠. 날씨도 더운데 짜증나게시리....똥파리의 계절도 아니고설랑..”

 

그 사람은..... 흔들리는 얼굴이 애초에 아니었다. 나를 향해 평소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동회직원처럼 바득바득 턱밑에서 올려부치고 싶은 자세였으니까.

 

“또 어디서 누군가는 이렇게 서있는 저와 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별종의 스토리로 짜깁기 하겠지만요.”

 

“아니, 누가 우릴 봐요? 이 시간에? 누가요?.....”

 

“아니, 볼 수도 있다는 그냥 가능성의 확률을 얘기하는 거죠. 누군들 자신이 타인의 인생을 장식하는 땟거리가 된다고 상상이나 하겠어요? 그냥 지대루의 삶을 살아간다 하겠죠. 안그래요?”

 

난 이미 그 사람의 대화에 말려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댁은 나를 치한으로 바라보고 나는 댁의 촉촉한 귀엣머리가 눈에 띄고....서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타력에 몸이 밀려들면서 바라볼 뿐, 그 시각의 기준이 잘못 되었다고 탓할 수 없죠.”

 

그랬다. 엉뚱한 장소에서, 수작도 아니면서 나는 그 사람의 말꼬리에 온 전신이 척척 감기는 스킨쉽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으니까. 그는 이제 다른 곳으로 몸을 돌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모퉁이라는 공간이 가져다주는 방어심리는 대단했다. 칼끝처럼 버티고 서있는 모퉁이의 상하수직선은 양쪽으로 다른 포괄곡선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었으니까.

 

“근데...저는 잘 모르는데, 이 근처 사신다구요?”

 

난 스스로 꿩입네 하며 광고하고 다니는 매친년이었다. 내가 모른다고 남도 나를 모를것이다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이른바 이제까지 배워쳐먹은 학비가 아까운, 지랄맞도록 두서없는 똥대갈통....

 

“네. 층간소음이 가장 취약한 바로 댁의 아래층이죠. 항상 욕실에서 노래 잘 부르시잖아요? 몇번을 뛰어 올라가려다가 이제는 그 소음이, 아니 그 소리들이 자장가처럼 들려서 그러려니 하죠. 단적인 예로, 창문만 열어놓고 있으면 뭘 하시는지 거의 알 수 있다고 봐요. 단꽈리고추에 멸치를 볶으시는지, 아니면 섬유유연제를 어떤 것을 쓰시는지 바람따라 댁의 빨래가 뿜어내는 향기로도 알 수 있고...뭐 스토커 수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들 살아가는 수준이란 게 거기서 거기 잖아요?”

 

그 사람은 무척 섬세한 면이 있다고 느껴졌다. 나에게는 그냥 먹고 살기 위한 루틴이었는데 그에게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람의 단조로운 일상도 어떤 각도에서 조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품고있는 기본 성질과 판이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에 나도 조금은 공감하고 있었기에...

 

“오늘도 외출후에 목욕 가방도 없이, 때빼고 광내고 오시더군요....”

 

그랬다. 남자들은 다르지만 여자들은 사우나를 가거나 찜질방을 가더라도 들고가는 짐들이 꼭 있다. 그런 세세한 변화도 그에게는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댁은 사우나나 찜질방은 안가세요?”

 

“전 안가요. 가기 귀찮다기보다는 집에서 몸을 씻는 쾌감이 더 안정감이 있죠.”

 

난 쓸데없는 단어에 몸이 반응하는 내가 싫기도 했다. 쾌감이라....두 사람은 이제 너무 많은 부분을 까 보이면서 대화의 수순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럼, 갈길 가세요...전바빠서 이만....”

“잠깐만요.오늘이 아니라도.... 그 이후에 어느때라도 우리가.... 시간 속에서 말입니다....아니 그 시간속에...원하든 원치않았든 간에...지금처럼...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아닙니다. 제가 괜한 소리를....”

 

그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만을 되풀이 하다가 그것 마저도 의미없을거라는 지레짐작의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난 모통이를 돌아서서 다시 집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사람과의 대화가 마음속에 남아있지는 않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버릇처럼 집안으로 들어와, 들고 간 소지품을 확인해서 일정한 장소에 쏟아낸다. 내일이란 기준선이 시작되면서 나에게 주어진 여유로운 준비의 시간을 기약할 수 없기에, 나의 허둥댐으로 인해, 오늘의 완벽한 준비기간이 내일도 허락되리라는 보장이 차마 없기에...나는 나갈때의 허물을 고대로 벗어 가장 신속한 시간에 들쳐입을 수 있는 준비를 마쳐야 안심이 되고 있었다. 

 

“니이미, 시간여행? 개뿔....설사 그렇다 치자. 그게 시간여행의 결과란 증거나 있나? 미친쇄끼...하여간 쇄끼라고 이름 붙일 것들 많아 이 세상 증말 행복해 질거야...”

 

난 그 사람도 그저 그런 치들과 다를바 없단 생각이 들고 있었다.

 

@띨띨띨@

 

친구의 전번이 떴다. 친구는 나에게 그 링톤 좀 바꾸라고 몇번을 얘기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는 그 링톤을 가리켜 띨띨한 링톤이라고 지칭했다.

 

“야심한 시각에 어딜 그렇게 싸돌아 댕겨? 그 쇄끼랑은 초저녁에 찢어 졌다매?”

 

“응...그냥 집 주변에서 머리 좀 식히다가 지금 들어와서 누웠네...하여간 누가 귀신이라 않해도 스스로 귀신인척 어뜨케나 이러케 집에 겨 들어오는 시간도 잘 맞출까?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 개입허는 기관투자가보담 훨 낫수”

 

난 자랑도 아니었지만, 오늘 저녁에 아파트 모퉁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친구에게 첨부터 끝까지 소상히 일러바쳤다. 그건 일러바친 정도가 아니라 까발렸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 했다.

 

“허이구 이년아, 대갈팍이 모지라면 센스나 배워 쳐먹든가? 손에다 핸펀은 들고 댕기면 뭐하누? 그저 주구장창 코메디랑 영화 뒤꽁무니나 따라댕길 줄 알았지, 의문사항을 해결할 의지도 없고, 질문은 더더욱 피곤허고, 그냥 너같이 생겨먹은 핸폰이랑 주구장창 그렇게 살다 뒤져라...내가 입아프게 설명해도 그게 그런가 하는 의심두 없고...그러니 니년이 멍청하게 그 쒸발 쇄끼의 좇대가리에 대가리 뚫려서리 건조대에 내걸린 코다리 신세된겨...”

 

난 친구의 설명을 듣자마자, 옷도 걸칠새 없이 집에서 입고 있는 핫팬츠와 반팔면티만 걸친채로 팬티도 브래지어도 까먹고 집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나, 그 자리에 그 사람은 이미 없었다. 난 그 모퉁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의 얘기를 오래도록 곱씹고 있었고...

 

“이 년아, 시간이 개떡같이 많으면 뭐하구, 달여서 쪼글장되서리 소금밭 된들 또 뭐하누? 알아쳐머글 대가리가 똥밭인디....남정네가 넌즈시 귀엣머리 허면...그게 당신을 향한 연정이 그 귀엣머리에 꽂혔다 이러케 알아 쳐먹어야 돼, 안돼? 귀엣머리가 뭐냐구? 니년이 종치고 한참 됐는데도 똥 끊고 안나온 채, 노래부르고 자빠질 년이여. 그게 결혼하고자픈 여인네에 던지는 남정네의 젠틀한 프로포즈랑께....글고 시간이 야자시 삼경 이었다매? 으히구 배라머글 년따우...넌 박물관에 가서 씹떡질 새끼줄만 꼬아봤지, 그림을 본 일도 없쥐? 그러니 그 유명한 환쟁이 쌤이 그려 놓으신 월하정인 이란 그림, 너 모르쥐? 모르는게 당연허쥐....그 쇄끼 좇대가리랑 뿡알에 넋이 꽂혔는디 뵐 리가 있남.

 

달빛 어두운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사람만이 알겠지...

 

니이미 알기는 뭘알어...말 잘혔다. 그 당시에도 너그들처럼 야밤에 조우헌 것들을 본 사람이 있었던겨...가까이 다가설수도 없고, 그러니 뭔 말을 씨부리는지 말소리도 들을 수 없고, 도대처 뭔 맘으로 그 밤에 둘이 옷들 쳐입고 서 있는지도 짐작이나 했겄냐? 그저 그 시간의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은 맘에 뜬 달이나 그려 놓을 수 밖에...핸폰이 있었으믄 찍었어도 별볼일 없이 그 모습 이었을겨...그 사내 증말로 아껍당....그 밤에 너 가튼 년을 보고 그 시간을 거꾸로 흘러, 그 자리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너를 통해 본것인디....그걸 까쳐먹고 미친갱이 취급을 허고 집으로 돌쳐 드가? 니가 제정신이여?”

 

그랬다. 그 사람은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나를 만나려고 그 험한 나날들을 뚫고서 내 앞에 나타난 바로 그 사람, 월하정인이었다. 내가 시간속에서 그토록 기다려 온 사람 이었건만 나는 그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내가 내지른 주먹, 내 힘으로 땡겨야지 라는 책임감으로 말미암아, 그 쇄끼와의 질펀한 섹스가 내 삶의 운명이라고 믿으면서 나에게 다가올 이런 천금같은 순간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고....난 시간의 약속을 저버린 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맘대로 굴려버린 맹한 떨거지 였다. 그래서 그림속의 연인은 그 표정이 속마음을 알수없도록 닫혀있었는지도...간송미술관에서도 난 유달리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 그림을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고, 손에 들려있는 핸폰을 통해 그 쇄끼와 떡칠 기쁨에 들떠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운명은 그래도 나를 가엽게 여겼는지, 시간의 함정속에서 나를 한순간이나마 그 모퉁이로 밀어낸 것이고...난 시간의 흐름속에서 똑똑한 척, 얼굴에 언제나 핸폰의 현재시각을 들이대고 있었으면서도 그 오랜 세월을 넘고 넘어 나를 알아 본 그 찰나의 순간에서도 정인을 알아차리지 못한 미친갱이였다. 누군가는 그 모퉁이에서 마주친 나와 그 사람을 알아보았을 것이고 먼 훗날, 간송미술관이 아닌 다른 영역과 화두속에 또다른 형태로 회자될 것이 뻔했다. 그는 시간을 넘어서 내 앞에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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