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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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걸이 0 443 0 0

 

 배앓이 

 

대학도 떨어져서 맨날 고삘이 여친들과 어울리고 군대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 친구가 하는 회사에서 군대 가기전까지만 근무하며 용돈이나 타서 쓰라는 얘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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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나와도 또 한번의 취직하려면 지옥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요즘 세상에 영식처럼 대기업에 놀다가 돈만 타가라고 일자리가 떨어질줄 누가 알았나.

영식의 나이 겨우 스무살.

오랫동안 탱자거리며 놀기도 했거니와 유전적으로 나쁜 머리탓에 아무리 기름칠하고 쪽집게 과외를 받는다해도 감히 대학 명함은 언감생심 인연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부모 재산만 물려받는다면 그까짓 대학교 하나 눈 딱 감고 세울 생각도 있다. 학교를 설립해 준 사람한테 설마 고삘이라고 깔볼놈이야 없겠지.

아버지는 인물이 워낙 좋았다. 얼굴 잘난 탓에 돈 많은 처가살이를 하다 재산도 물려받았다.

엄마 얼굴도 잘났다. 잘난 두 사람 사이에서 태아났으니 영식의 얼굴도 당연히 얼짱이다.

얼굴이 잘나다 보니까 좋은 점이 너무 많았다.

아슬아슬 짤릴 듯 말 듯 다닌 고등학교 생활중에 편들어주는 사람이 많아서 학교생활은 정말 지상낙원 같았다. 성적이 쪽팔리다 싶으면 엄마가 둠뿍 뿌리는 돈 맛에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었다. 성적표만 상위권이라는 얘기다. 진짜 실력은 전교 꼴등.

눈치 빠른 애들은 내 성적이 조작된걸 안다. 그냥 부러워했겠지. 껄걸.

교문만 나서면 빵집에서든 아이스크림집에서든 삐끔 고개를 빼고 날 기다리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교양이 가득한 집에서 자란 탓에 여자애들이 아무리 엉켜붙어도 사고는 치지 않았다. 그냥 허리좀 잡아보고 허벅지 정도 슬쩍 문대본게 전부다.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기습적으로 키스 받았던 일이 제일 큰 사건이랄까?

영식의 귀공자 타입 얼굴보다, 사고치지 않고 여자를 돌봐준다는 소문이 더 빨리 퍼져서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것같다.

역시 남자는 품행이 방정해야 존경 받는다.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술도 안마신다. 그까짓것 피우고 마셔봤자 디스며 소주일텐데 집에가면 스카치위스키, 꼬냑들이 줄비한데 먹고 싶으면 그걸 먹지 지저분한 꼼장어를 안주삼아 어린애들이랑 어울릴 이유가 뭐 있을까.

요즘 영식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화장발도 잘 먹히고 쭈쭈빵빵 몸매도 맘껏 과시하는 여직원들이 영식의 주변에 매일 얼쩡거리기 때문이다.

고삘이들이랑 완전히 차원 다르다. 걔네들은 억지 화장발로 분 가루가 날리거나 어색한 립스틱이 눈에 뻔히 띄던 철부지들일 뿐이었다.

뭔가 결정할 때도 부모의 간섭이 필요한 미숙아들. 하지만 여기서 매일 보는 여직원들은 성숙한 몸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이 완벽한 자기 결정이라는 장점을 갖추고 있는 살아있는 회감 아니던가.

첫 출근해서 인사과에 들렀다. 뻔한 일이지만 내가 맡아 할 일도 없는 탓에 잡일이나 거들라는 뜻으로 비서실로 배속시켰다.

비서실 문을 막 열고 들어서려는데 눈에 띄일 정도의 미인이 두명이나 있었다. 우와, 엄청 미인이네 하며 탄성을 지를 뻔했다.

겨우 참고 쭈빗거리는데 정장차림의 멋진 신사가 마중 나왔다. 비서실장이라며 내게 빈 자리에 앉도록 권한다.

내일은 별거 아니었다. 결재서류가 올라오면 차곡차곡 내 자리에 쌓인다. 사장님 눈치를 봐서 좋은 시간대에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매일 오는 신문중에서 회사와 관련된 정보가 있으면 가위질해서 스캐너로 뜬 후 편집해서 깔끔하게 정리해서 비서실장한테 주기만 하면 된다.

컴퓨터로 하는 일이 스캐너뿐이다. 난 그 컴퓨터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포르노도 보고 영화파일도 다운받아 짬짬히 감상하면 하루 일과가 끝이다. 정말 한가한 일 때문에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는게 아니다.

회사에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몰라도 각 부서의 여직원들이 나만 보면 점심을 사겠다 저녁을 사겠다며 졸라대는 통에 어떨 때는 따블로 약속이 잡힐 때도 있다. 정말 고삘이 여학생하곤 질이 틀리다.

고급스런 음식도 매일 먹는다. 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먹고 싶은거 다 먹는 정말 행복한 놈이다. 사장님 조카라고 소문이 났다지 아마.

하루는 비서실 미스김이 저녁을 쏘겠다고 한다. 실장님 눈도 있고 해서 감히 얼굴도 못 챙겨 봤는데 이게 웬 횡잰지 모르겠다.

조용한 레스토랑에 불려갔다. 마주 앉을거라 생각했는데 미스김 누나가 불쑥 내 옆에 앉아 버린다. 우와, 이건 기대하지도 않았던 횡재다.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 술도 한잔 하자며 포도주를 시켰다. 술 안먹는다고 사양했지만 여자인 자기도 먹는데 어떠냐고 자꾸 권한다. 한잔 마셨다.

달콤한게 술맛이 이런거구나 싶어 또 한잔을 마셨다. 술 그거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스김이 포도주 한병을 또 시키는 것 같다. 달콤한 맛에 목에 들이부었나 보다. 횡설수설 말이 많았다.

핑돌았다. 아무 기억도 없다. 따뜻한 불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포근한 침대위에 놓여있었다. 발가벗겨진 몸에 놀라고 말았다.

미스김이 누워있었다. 뽀얀 젖가슴을 드러낸채 깊은 잠에 빠져든것같았다. 빠지듯 아팟던 물건을 만져봤다. 휴지가 덕지덕지 붙은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불을 제쳐 미스김의 아래를 봤다. 그곳에도 얼기설기한 휴지가 묻어있었다. 누가 이 일을 알까?

새벽녘에 영식은 혼자 호텔을 나왔다. 차마 코까지 골며 자는 미스김을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첨으로 외박까지 하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개운치 않은 어젯밤의 일을 떨쳐 버리려고 사우나에 가서 샤워를 했다. 아팟다. 뭔가 꺼림직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물건에 흠집이 난 듯 따가울 수가 없다.

차가운 물로 온 몸을 뒤집어 써 본다. 아무 기억도 없었다.

회사 앞 라면집에서 가볍게 김밥 한줄을 사 먹었다.

비서실 문을 여는 순간 미스김이 화사하게 웃으며 반긴다.

"커피 한잔 할래?"

부드러운 목소리에 혼이 달아날 지경이다.

"네."

겨우 짧은 목소리가 목을 빠져 나왔다.

"일찍 출근했네. 아직 사장님 오시려면 삼십분은 더 있어야하는데."

"어제 어떻게 된거에요?"

나지막히 용기내어 물었다.

"너 술에 떨어져서 오도가도 못했잖아. 니 무거운 몸을 겨우 바쳐들고 가까운 호텔문을 열었지 뭐. 잠결에 니가 나를 무섭게 덥치더라. 피할 수가 없었단 말야. 너 책임져야 하는거 알지?"

영식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믿어지지 않았다. 술이 아무리 취했더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어머 영식이 일찍 나왔네."

미스박이 문을 들어서며 반가워한다.

"헤헤, 안녕하세요."

미스박의 인사에 겉 웃음이 실실 나왔다.

어제저녁 딱지를 뗐다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못하는 술때문에 귀중한 추억을 날려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어젯밤은 얻은 것 보담 잃은게 너무 많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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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슬금 앉아 몰래 다운 받아놓은 뽀르노를 보며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을까 온갖 궁리를 다해봤다.

"어, 모두들 일찍왔군." 비서실장님이 들어서며 신문더미들 턱 내 자리에 던져 놓는다.

신문은 다른 사람들에겐 보고 버리는 일상이지만 내게있어선 밥벌이다. 깨알만하게라도 우리 회사에 대한 기사가 나오거나 동종업계의 소식이라도 눈에 띄면 칼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도려내서 복사지에 풀칠을 해 대다 보면 구멍이 뻥뻥 뚫린 걸레쪼가리로 변해 버린다.

한참 칼 질을 하다보니 목이 뻣뻣하다. 목 운동도 할겸 허리를 펴고 목을 한껏 뒤로 제꼈다.

순간적으로 미스박의 엉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펑퍼짐하지도 않고 알토란같이 둥글며 야무져 보인다. 옆으로 돌리는 눈을 돌릴 것도 없이 미스 김의 엉덩이도 눈에 들어왔다.

미스박보담 커보인다. 몇일동안 같이 일하면서 왜 한번도 두 여자의 엉덩이가 눈에 띄지 않았을까?

가벼운 운동으로 목을 풀고 커피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기 위해 문을 나섰다. 백원짜리 동전이 땡그렁 떨어지며 불이 들어온다. 밀크커피를 눌렀다.

주르르 커피물이 쏟아진다. 컵을 꺼내기 위해 허리를 막 굽히려는데 미스김이 다가왔다.

"영식아, 너 날 책임져야돼!"

엉덩이를 툭 치며 던지는 말이었지만 너무 놀라 꺼내던 컵을 놓쳐 버렸다.

바닥은 온통 커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서둘러 비서실 문을 밀고 들어가 마대자루를 가져왔다. 먹기도 아까운 커피를 쏟게 만들고 제 갈길만 가버린 미스김이 미웠다.

대걸래로 벅벅 문질러도 커피물이 다 닦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서 발로 꾹 눌러 물기를 짜낸 후 다시 자판기 커피를 마저 닦아야겠다 싶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어마, 너 왜그래?"

총무과 미스리가 화득짝 놀라며 화장실문으로 도로 들어간다.

허거덕, 커피물이 뚝뚝 떨어지는 대걸레를 얼른 짜내려고 급한김에 여자 화장실을 열었던 모양이다. 뒤로 물러서며 상황파악을 한 미스리가 딱하다는듯이 걸레를 가로챈다.

쓔~왁 하는 물소리에 철퍽철퍽하는 우왁스런 모습으로 대걸레를 빨아준다. 씩씩하게 대걸레를 들고가선 자판기앞에 남은 커피를 말끔히 청소해주곤 다시 깨끗하게 걸래를 빨아준다. 고마웠다.

"영식아, 나이두 어린데 커피 너무 많이 먹지마."

미스리가 한마디 건네며 총무과로 향해 또박또박 걸어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을 멀쑥 쳐다본다.

엉덩이가 보인다. 왜 여태 여자 엉덩이가 안보이다 이제부터 마구 보이기 시작하는걸까? 우습다.

커피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왔다. 직원 인터폰목록에서 총무과 미스리의 인터폰번호를 찾아냈다. 고맙다고 전화해야지 하는 마음에서다.

"총무과 미스립니다."

상냥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저, 영식인데요. 아까 고마웠어요."

감사의 전화를 했다.

"말로만? 점심이라도 사야되지 않니?"

미스리가 토를 달았다.

"아직 월급도 안탔는데 돈이 어딨어요?"

슬그머니 오리발을 내밀어봤다.

"그렇구나. 그러 너 월급탄 후 한턱 쏘고, 오늘은 내가 점심살까?"

미스리가 점심을 사겠단다.

"아뇨, 점심 약속 있걸랑요."

"그래? 그럼 저녁은 어때?"

미스리가 다른 제의를 해 왔다.

"괜찮아요. 맛있는거 사줄실꺼죠?"

"알았어. 이따 퇴근할 시간에 전화할께."

미스리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미스박이 전화내용을 듣고 휘둥그레 다가왔다.

"영식아, 점심 내가 살건데 다른 약속있니?"

하지도 않은 점심약속을 들먹이며 다른 약속을 왜 묻는지 모르겠다.

"아뇨, 저녁 약속만 했어요."

"그래, 점심 내가 쏠께."

미스박이 점심을 산단다. 또 점심값 굳었다. 이러다 재벌되지 싶네.

세명이 짜장면 집에 왔다. 미스김은 깍뚜기로 궃이 따라오겠다고 우기는 통에 둘 만의 시간이 될 수는 없었다.

"영식아, 니네 집 어디니?"

미스 박이 묻는다.

"불광동요."

짜장이 한입 물린채 대답했다.

"어머, 우리집도 불광동인데."

미스박이 반가워한다.

"너 노는 날은 뭐하니?"

"여기 다니기 전까진 맨날 백수였걸랑요. PC방에서 시간 떼웠죠 뭐."

"건전한 스포츠 같을걸 하지 그랬니..."

PC방에서 죽때리고 있었던 미련한 시간을 질책하는 듯하다.

"너 핸드폰 있니?"

"아뇨, 필요없어서 아직 없어요."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창밖에 어둠이 내리면서 직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있다.

비서실장님이 먼저 자리를 뜨고난 후 미스김과 미스박도 갱의실로 향한다. 제복은 벗겨지고 멋진 몸매를 뽑낼 수 있는 개성있는 옷들로 변해 버리겠지.

전화가 왔다. 총무과 미스리다 싶어 얼른 받았다.

"영식아, 퇴근안해?"

"다 퇴근했어요. 누나 전화 기다린걸요."

"그래? 누나 전활 기다렸다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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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길 건너 레스토랑 타임있지? 거기루 와."

미스김은 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지하도를 건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손님도 별로 없다. 미스리는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벽에 걸린 텔레비전만 쳐다봤다. 한참이 지났을까 미스리가 문을 들어선다.

손을 흔들어 얼른 눈에 띌 수 있게 했다. 배시시 웃으며 미스리가 옆 자리에 앉는다. 어제 미스김도 옆자리에 앉았는데 요즘 레스토랑에서 앉는 방법이 바뀐것 같다.

"뭐 먹을래?"

미스리는 앉자마자 메뉴를 펼치며 묻는다.

"다 먹을줄 알아요. 맘에 드는것 시키세요."

"그래? 먹성은 좋은가 보구나. 그럼 돈까스 시킬까?"

"좋죠. 비프보담 쫌 산 맛도 있으니.."

"싼건 싫어?"

"아뇨, 그렇다는 얘기죠 뭐."

"생맥주도 한잔 할래?"

"좋아요. 어젠 포도주 먹었걸랑요."

"너 술 잘하니?"

"어제 첨 먹어봤어요. 맥주도 오늘 첨인걸요."

"그래? 너 보기보담 쑥맥인가 보구나?"

"쑥맥은 아니죠. 먹을 필요가 없어서 안먹었을 뿐이니까요."

"그럼 한잔 마셔봐."

음식을 먹기 전에 맥주 한잔을 단숨에 쭈~욱 들이켰다.

목을 타고넘어가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꺼~억 하고 트름을 하며 탁자에 빈잔을 내려놨다.

"우와, 너 보기보담 대단한데. 한잔 더할래?"

"맥주가 이렇게 시원한줄 몰랐네. 그래요 한잔 더 하죠 뭐."

다시 나온 맥주를 단숨에 또 벌컥 거리며 들이켰다.

연거푸 맥주를 다섯잔인가 마셨다.

돈까스가 나왔다. 대충 먹고 또 맥주를 사 달라고 졸랐다. 맥주가 또 나온다. 계속 마셔댔다. 시원했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한바탕 쏟아냈다. 오줌발이 튕튕 거리는게 장관이다. 비틀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맥주가 또 놓여있다. 미스리는 두어잔 마신 후론 넋을 놓고 내가 비워나가는 맥주잔을 세고 있는듯 했다.

밤이 깊어간다.

휘청 일어서며 몸을 가눌 수 없다.

어제밤도 포두주에 취해 비몽사몽간에 뭔 일이 생겼는데 오늘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큰일이다. 책임질 사람이 또 늘어나면 어쩌나 싶어 애써 정신을 챙기려고 기를 써 본다.

미스리의 팔이 내 허리를 감는다. 아마 휘청이는 나를 지탱하려고 애쓰는것같다.

갈짓자로 마구 걸어간것같다. 몇번인가 길가에 오물을 토해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참이 지났다. 조금씩 의식이 돌아왔다. 포근한 침대위에 눞혀져있었다. 따뜻한 방안에 뒹굴듯이 헝클어진채 이부자리를 뒤집어쓰고 휘감아 똘똘 뭉치고 자고 있었다.

새로 산 양복바지가 마구 꾸개졌다. 겨우 윗양복만 벽에 걸린채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목이 말랐다. 물을 찾아 손을 뻗으니 없다. 일어서 두리번 거리니 생수통이 놓여있다. 벌컥거리며 두어잔 마시고 정신을 챙겨본다.

이런, 미스리가 침대 바닥에 이불도 덮지 않은채 색색거리며 자고 있다. 밤새 나를 치닷거리 하다 힘겹게 잠이든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안아들어 침대위에 눞혔다. 어렵게 잠이들었는지 번쩍 안아들어도 미동하지 않은채 잠을 잔다.

허리와 어깨를 잡아끌며 겉옷을 벗긴 후 벽에 걸었다. 스타킹이 까칠거린다. 치마가 마구 꾸겨진 속에 반짝이며 빛을 낸다.

후크를 풀러 조심스럽게 치마를 벗겨냈다. 옷걸이에 주름이 펴지도록 걸어놨다. 미스리의 옆에 조심스럽게 몸을 눞혀본다.

꾸겨진 이불을 잘 펴서 두 사람이 함께 덮을 수 있도록 했다. 연거푸 외박을 하고 있다. 큰 덩치를 조그만 여자몸에 의지해 알수없는 곳으로 던져진 날들이다.

미스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도 피곤하다. 곤히 잠들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에게 책임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한 팔이 내 어깨위에 걸쳐진다.

또 다른 허벅지가 내 허벅지 위에 걸쳐진다.

색색 곤히 잠든 숨결이 내 가슴팍에 부어진다. 돌아누워 서로가 마주 보고 자고 싶은가 보다. 그런 미스리의 자세에 맞게 조금 몸을 틀었다. 편안한 밤이다.

아래가 자꾸 부풀어 오른다.

스물스물 미스김에게 당한 일이 어떤것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오늘 밤 미스리도 어제 미스김처럼 아침에 깨고나선 덕지덕지 붙은 휴지쪼가리를 가리키며 책임지라고 앙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잠에서 깨어난다.

미스리의 가슴이 봉긋하다. 옆으로 누워 늘어진 가슴살이 오히려 도톰하게 드러난다.

뽀얀 목살 속으로 연분홍 꼭지가 보일것 같았다.

호기심이 발동한다. 보는 정도야 책임질 일은 없겠지 싶어 목을 빼서 미스리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숨이 가빠진다. 자꾸 더 깊은 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 심장이 꿍꽝 거리고 있다. 손이 부르르 떨려온다.

모른 척하고 한 손을 봉근한 젖가슴이 끝나는 배 위에 얹었다. 둥~둥 귀를 울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두툼한 언덕으로 향할 수 있다. 미스 리의 몸이 휘청하며 모로 돌아 눞는다.

어설프게 얹혀졌던 손은 그 움직임으로 여지없이 바닥에 떨어졌으니 영식의 식은땀 나는 도전은 닭쫒던 개처럼 낯간지럽게 되어 손바닥을 회수해야만 했다.

"어휴, 엄청 땀나네." 땀 방울이 주르르 등짝의 계곡을 따라 흘러 내리고 있다.

미스 리의 몸은 다시 미동조차 없이 깊은 잠에 나락에 떨어져 버린듯하다.

영식은 슬금슬금 허벅지 위로 손가락을 올려 놓는다. 마치 거미가 기어가듯 살금살금 다가간 곳은 아까의 그 둔덕. 도톰하게 솟아오른 기름진 둔덕에 머물러 있다.

팬티스타킹으로 꽁꽁 감춰진 둔덕이지만 여느 곳과 달리 열기가 화르륵 느껴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은 점점 계곡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젠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맺혔다. 도저히 떨려서 더 이상의 진행을 하다간 심장이 터져 버릴것만 같았다.

영식은 손길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껏했다. 차라리 아침까지 미스 리를 꼭 끌어안고 자는게 수명단축을 막는 길 같았다.

흐트러진 미스 리의 몸을 추슬러 바르게 눞히고 영식도 그 옆에 가지런히 누웠다.

수없는 갈등은 결국 미수로 끝나고 말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자신이 힘들 때 몸을 가뉘며 들락거리기 어려운 이곳까지 데리고 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자위하며 팔베개를 해 준다.

밤새 잠을 설치면 뭔가 나쁜 생각만 날 것 같아 억지로 잠이 들어보려고 수도 없이 숫자를 세어본다.

어설프게 잠이 들었나 보다. 미스 리가 화득짝 깨어나며 영식을 밀쳐낸다. 깨어나보니 겉옷만 곱게 벗겨져 있을 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미스 리는 뛸 듯이 기뻣다.

영식이는 역시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는 확신이 더욱 들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에 대한 서운함도 스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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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 깨기전에 얼른 샤워를 하고 머리결을 손봐야 한다는 생각에 살며시 침대를 빠져나왔다.

욕탕에 물을 크게 틀면 영식이 깨어날까 걱정되어 물줄기를 작게 해서 뽀동뽀동한 살결을 따라 물을 뿌려본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몸매다. 뽀얀 젖가슴이 오늘따라 더욱 거세게 기지게를 켜며 솟아올랐다.

은밀한 삼각지에 물을 대 본다. 엄마한테 솔밭같다고 놀림받던 그 곳을 따라 일자로 갈라진 틈까지 깨끗하게 씻어본다.

아무일도 없는게 확실하다. 영식이가 아직 어린앤가 싶기도 하고 기특하다 싶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샴푸로 문질렀다. 값싼 것이겠지만 향기가 좋다.

기분좋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지막 물줄기를 쏟아붓는다.

커다란 타올로 물기를 말끔히 닦아내고 서둘러 속옷가지를 다시 걸쳤다.

문을 열고 나가서 겉옷만 걸치면 어제 일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되겠다 싶어 살금살금 영식이 자고 있는 침대곁으로 다가섰다.

옷가지를 집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영식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궁금하다.

남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불을 살짝 들쳤다. 영식의 아랫도리가 높은 깃발을 세운 듯 치켜올라와있다.

흐미, 저런 장대를 달고 걸어다니면 딸랑딸랑 힘도 들겠다 싶다. 피식 웃음도 나온다. 여자처럼 깔끔하게 일자로 갈라지면 걷기도 얼마나 쉬운데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손을 살짝 깃발위에 대 본다. 뭉뚝한 머리가 만져진다. 송이버섯처럼 위가 크고 아래가 짤록하고 딱딱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미스 리는 옷가지를 마져 걸치지 못하고 영식의 아랫도리의 빳빳한 느낌을 감상하며 한 동안을 엉거주춤 구부린 자세로 서 있었다.

이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더니 영식의 팬티를 살짝 내려본다. 장대한 물건이 툭 튀어 나왔다. 징그럽다. 시뻘건 생살이 어찌 저리 장대하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손바닥으로 감싸듯이 물건을 위 아래로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렸다. 영식이 무의식 속에서도 뭔가 느낀 듯 작은 신음소리를 낸다.

미스 리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임의 속도를 점차 더해갔다. 머리 밑에 갈린 표피가 심하게 움직인다.

머리는 더욱 빨개지고 빛을 발하더니 점차 굵어졌다. 언젠가 친구 비디오에서 본 물건보다 더 커 보인다. 그때 여자가 입으로 빨았던 기억도 났다.

미스 리는 숨이 가빠지고 있는 자신을 느끼지 못했다. 조금 더 영식의 몸에 다가와선 한 입 넣고 싶다는 욕망만이 가득할 뿐이다.

미스 리의 작은 입으로는 물건을 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워진 물건 옆으로 쭈쭈바를 빨 듯이 입술을 문질렀다.

영식의 물건에선 벌컥거리며 하얀 물이 치솟았다. 그 물줄기는 마치 물총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을 연상시켰다.

진한 향기가 방안에 진동했다. 서둘러 화장지를 말아 물총 입구를 틀어막았다.

자신의 머리칼에도 하얀 액체가 범벅이 됐다. 미스 리는 머리를 다시 감기위해 욕탕으로 뛰어 들어갔다.

영식은 어떤 쾌감으로 몸을 강하게 전율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부비며 잠에서 깨어난다.

몽정할 때 가끔 느끼던 그 것 보다 너무 강력한 쾌감이다 싶어 얼른 자신의 물건에 손에 대어본다.

휴지가 두텁게 덮혀있다. 화득짝 놀라 미스 리가 누워있던 옆자리를 더듬어 봤다. 빈 자리다. 샤워실에서 쉬~아 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책임질 일을 하고 말았다 싶어 걱정이 눈 앞을 까맣게 덮친다.

휴지를 대충 뜯어내고 바지를 걸쳤다. 책임지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얼른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눈꼽만 대충 떼어내고 모텔문을 나섰다. 회사까지 걷는 동안 찬 바람이 휭 하니 귀를 때린다.

낮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스박과 미스김이 수다스럽게 다가와 뭔가 말하는 것도 들리지 않았다.

비서실장님이 던져준 신문 스크랩에만 몰입하며 몇시간이 흘렀다.

배앓이
 

점심도 걸러 버렸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길게 흐른다.

즐거운 일만 생각하며 살자고 했었다. 흐트러진 많은 것들을 볼 기회는 많았지만 그래도 자신만은 흙탕물속에 뛰어들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기분으로 몇일 직장 나온 사이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연거푸 발생했다. 작은 경험속에서도 살이 떨릴 정도로 고민이 밀려든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뜬다.

양치도 하지 않은 탓에 입한번 벌리지 못하고 한나절을 그렇게 보냈나 보다.

쳐진 어깨를 추스르며 영식도 퇴근해야겠다 싶어 자리를 정리했다.

한낯의 태양이 밝게 빛난다.

불광동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

토요일 퇴근길의 좌석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피곤한 마음에 좌석 깊이 몸을 파묻고 안도의 숨을 몰아 쉰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부르릉 거린다. 이제 한시간남짓 눈만 붙히면 안락한 집에 도착하겠다 싶어 눈을 살짝 감아본다.

"너 정말 이 동네에 살았구나?"

누군가가 반색하며 잠결의 영식을 깨운다.

"어, 미스 박 누나!".

영식의 옆자리엔 미스 박이 타고 있었다.

"난 다음 정거장인데 넌 어디서 내리니?"

"응, 난 다다음 정거장이에요. 근데 언제 탓어요?"

"너 코까지 골면서 잠에 떨어졌더라. 차가 막 출발하길래 한참을 뛰어서 겨우 탓거든."

"피곤했어요."

"직장 생활이 첨이라서 피곤했나 보구나?"

"아뇨, 요즘 일이 꼬여서 피곤했어요."

"너 그럼 낼은 뭐할꺼니?"

"그냥 잠좀 푹 자려고요."

"난 등산 갈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싫어요. 그냥 밀린 잠이나 푸욱 잘래요."

"젊은 애가 맥없이 왜그래? 넌 몸만 와. 먹을건 내가 다 준비할테니까."

궃이 마다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많이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이 동네 살기가 불편해 질 것 같았다.

"너 핸드폰 없다며?"

"네."

"낼 어떻게 연락하지?"

"그냥 약속 정하면 되죠 뭐."

"그렇게 막연하게 정하면 답답하니까 니가 내 핸드폰 갖고 있어. 그럼 낼 아침에 내가 전화하면 얼른 약속 장소로 나오면 되잖아."

미스박은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신의 핸드폰을 손에 꼭 쥐어준다.

일요일 아침일찍 미스 박의 핸드폰이 울렸다.

영식은 두툼한 방한복과 등산화를 챙겨서 문을 나선다.

엄마는 종일 틀어박혀 잠만 잘거라 생각했던 영식이 갑자기 등산 차림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게으름만 피우던 녀석이었는데 몇일 직장 다니면서 제법 의젓해졌다 싶어 대견스럽기도 했다.

약속장소에는 미스박이 먼저 나와 있었다. 빨간 소형 차 속에는 미스 박이 앉아 창문을 통해 영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와, 영식아~"

영식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맷다. 주머니속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미스 박에게 돌려줬다. 차가 서서히 출발한다.

서부간선도로를 진입하며 가속도가 붙어 시속 백이십킬로가 넘게 달리는 것 같다.

북한산이 서해안으로 옮겨졌나 보다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바닷가는 차갑게 전개되고 있었다. 비들긴지 갈매긴지가 하늘을 낮게 날고 있다.

몇 몇의 연인들이 해안가를 걷고 있다. 허리를 굽혀 모래를 한줌 손에 쥐었다. 흩뿌리듯 바닷가를 향해 던져 본다. 발바닥엔 조개가 밟힌다.

두터운 방한복쯤이야 겨울바다에 어울린다 치더라도 등산화가 밀려오는 파도에 쓸릴 때는 왠지 모르게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박은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종일 재잘 거리며 내 귓전에 뭔가를 쏟아낸다.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걷고 있을 뿐이다. 팔짱을 껴오며 몸을 많이 기울인다. 모른 척 받아주며 가끔은 허리까지 팔을 감아준다.

연인사이다. 남들이 보면 딱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보기 좋은 그림 한폭일 것이다.

바닷가에는 수 많은 모텔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우리는 간판에 뭐라 써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냥 추위에 떨면서 더 이상 바닷가를 걷는 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걷다가 어느 모텔인가 불쑥 들어갔다. 방이 없단다. 또 다른 모텔에 들어갔다.

배앓이
 

역시 빈 방이 없다며 한 시간을 기다리란다. 또 다른 모텔 문을 열었다. 다행히 온돌방 하나가 있다는데 부르는게 가격이란다.

텔레비젼을 틀었다. 음란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얼른 공중파 방송으로 채널을 바꿨다. 두꺼운 방한복을 벗으니 몸이 나른하다.

바닥이 따끈한게 한숨 푸욱 자고 나면 몸이 한결 풀릴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이부자리라서 조금은 찝찝했다. 몸을 눞혔다.

다리를 길게 뻗고 누워서 기지개를 켰다. 나른하다. 잠이 들었다.

가슴팍이 간지럽다. 스물거리며 기어 다니는 벌레를 잡으려고 조심스럽게 간지러운 곳에 손을 가져간다.

다섯가닥의 손가락이 있었다. 미스박의 손가락이었다. 영식은 미스 박을 끌어 안았다. 깊게 키스하며 몸을 달궜다.

네 다리는 서로 엉켜붙어 떨어질줄 몰랐다. 가쁜 숨이 교차한다. 젖가슴을 짓이기듯이 휘저었다.

어린아이 젖 빨 듯이 쭉쭉 빨며 두 사람은 한 덩어리로 몰입해갔다.

두 사람의 완벽한 합체를 위하여 미스박의 다리가 한껏 벌어졌다.

일자로 갈라진 틈에선 부드러운 물이 범람한 강처럼 주변을 마구 적셨다.

꼿꼿해진 영식의 몸 일부가 그 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파도가 친다. 격랑이 인다. 일엽편주의 작은 배는 크나큰 파도 속으로 한 없이 밀려 들어간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미스 박은 갑자기 핸드폰을 영식에게 불쑥 내민다.

"영식아, 너 이거 갖고 다녀. 나랑 통화할때만 쓸 수 있지?"

영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스 박이 던지듯 넘기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출근해서 오전은 신문스크랩으로 시간을 때웠다.

점심때 네 명이 함께 짜장면을 먹었다. 미스김, 미스박, 미스리는 어느새 자매같이 다정하게 영식을 둘러싸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도 모른다. 각자의 일들은 다만 영식이만 알 뿐이다.

영식은 세 사람과의 일들이 치밀한 군사작전 처럼 한치도 중복되지 않고 몇 달인가 지속되고 있는 사실에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세사람의 스케쥴에 의해 영식의 몸은 달구어졌다. 어쩌면 자신이 아바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때도 있었다.

남자직원들 사이에선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 아는 일인데 본인인 영식이만 모르는 일이 있었다.

애초부터 영식은 여직원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었을 뿐이다.

남자직원들 중 영식을 동료로서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장님이 개인 면담을 하겠다고 한다. 매일 보는 사장님이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사장실 쇼파에 앉았다.

미스 박이 커피를 내왔다. 침묵이 흘렀다.

"너 도대체 몇 명이나 건드렸어?"

사장님의 언성은 낮으면서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네?"

까무러칠 듯 놀란 영식의 대답은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군대 자원해서 얼른 도망가.아니면 너 이놈아 장가 몇번 가야할지도 모른단 말야. 너 때문에 창피해서 직원들 얼굴 보기도 민망해."

사장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차마 친구의 아들을 더 이상 나무랄 수 없어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알겠다.

"이 회사 여직원들이 죄다 너랑 결혼날짜 잡느라구 일을 못해 이 쟈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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