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즈시절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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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즈시절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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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리즈시절 - 6부 

 

-9부 그녀의 진심

나의 리즈시절 - 6부
 

9시가 다되어서야 드디어 삐삐가 울렸다. 세미의 메시지였다.

[선배 여기 뮌휀호픈데요 좀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준이가 좀 너무 취했어요]

세미는 내가 정작 궁금한 정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간단하게 그렇게만 음성을 남겼다.

부리나케 집에서 뛰어나가는 내 뒤통수에다가 어머니가 다 늦은 시간에 어딜가냐며 야단을 하셨지만 승용이 만나러 간다고 늦을 거라고 거짓말을 해 놓고선 택시를 잡으러 뛰어 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호프집에는 금요일 저녁임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으나 어렵지 않게 정화와 그 동기녀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만취한 동준이의 목소리가 입구에서부터 들려왔던 것이었다.

들어오는 세미가 나를 발견했던지 나를 불렀다.

“선배 여기예요”

그 소리에 동준이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선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을 무시한 채 정화의 안색부터 살펴보았다. 정화는 얼굴이 잔뜩 굳은 채 화가 나 있었고 내가 왔음에도 따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얘 선배 왔다”

정화가 가만히 있자 세미가 민망했던지 정화에게 내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알아” 그저 단답형으로 끝나는 정화의 대답. 정화가 나 때문에 화가 나 있는건지 동준이 녀석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이 선배…. 아니지 아니지 윤.성.지 선.배.님? 흐흐흐”

어이 선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순간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곧 군대가는 녀석을 팰 수도 없고 그저 콧웃음만 치고 말았다. 오히려 후배녀석들이 당황하여 동준이를 자리에 앉히고 있었다.

“얌마 왜이래?”

앉아서도 이 녀석이 횡설 수설 하였다. 

“정화가 그렇게 ?아다닐 땐 딴 사람 좋아하느라 쳐다보지도 않더니 정화가 기껏 나랑 사귀니까 왜 그사이에 끼어들어서….”

그제서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정화가 발끈하여 야단하였다.

“내가 너랑 사귀면서 오빨 만난건 아니잖아”

“그래도 어떻게 니가 …” 웅얼거리는 말투에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말을 횡설수설 하는 그 놈

보다 못한 내가 정화 옆으로 가서 서면서 한마디 해 주었다.

“그래 미안하다. 군대나 잘 갔다와라”

쫘~~~~악

순간 내 눈에서 별이 번쩍하였다. 분명 동준이가 아니라 내 눈에서 별빛이 어른거릴 정도의 힘과 함께 왼쪽 뺨이 벌겋게 부어 올랐다. 정화의 매운 손이 내 귀싸대기를 날린 것이었다.

“오빠가 왜 미안한데요? 네?”

정화의 두 눈에 금세 눈물이 그득해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가방을 들고 나가버리는 그녀. 호프집 안에는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미 전체가 고요해져 있었다. 세미가 눈짓으로 내게 따라가보라며 눈치를 주었다.

“이 녀석 택시 태워 보내라”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만원짜리 몇 개를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정화를 찾아 ?아 나갔다.

멀리도 가지 못하고 학교 쪽으로 가는 방향의 벤치에 앉아 그녀가 울고 있었고 지나는 사람들이 그녀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한참을 안고 있으려니 조금은 안정되었는지 그녀가 내 어깨를 살짝이 밀어내고선 바로 앉았다.

그녀를 쳐다보며 내가 말했습니다.

“오빠가 미안하다.”

“훌쩍…. 뭐가 미안한지는 알아요?” 코가 막혀 코맹맹이 소리로 되묻는 그녀

“어.. 내가 말을 잘못했지? 미안해 그리고 항상 미안하기만 해서 더 미안해”

“………훌쩍”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눈물을 닦고선 코도 시원하게 한번 풀어내는 정화. 그리곤 조금 화가 풀렸는지 내 왼뺨을 만지며 물었다.

“오빠 미안해 아팠어요?”

“아팠지… 별이 왔다갔다 했는데”

“흑 미안해 오빠…”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괜찮아”

“흑흑흑”

장난스레 한 대답에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보자 나는 다시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연애를 시작한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우는 여자를 어떻게 할 방법은 삐진 여자 달래는 것과 달리 너무나 어려웠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정화야 집에 가자 오빠가 데려다 줄께”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울고 있는 정화에게 어떤 말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녀를 부축하여 일어나는 순간 정화가 다리가 풀렸는지 휘청거렸다. 

“오빠 업어줘”

“어????????? 어…. 그래 알았다”

다 큰 처녀를 업고 학교근처를 걷고 있자니 맞아서 붉어진 것 만큼 얼굴이 붉어질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정화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내 등에 업힌 정화는 자취방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 목을 감싸 안고 있는 팔에 힘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자는 것은 분명 아니었는데도 숨소리 외에 우리 사이에 아무런 대화는 없었다.

한참을 걸어서야 자취방 앞에 도착하였다. 

“정화야 다 왔어 내리자..”

정화가 약간 비틀거리며 내 등에서 내렸다. 가방 안에서 키를 찾고 있는 정화에게 내일 만나자며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빠 가지마”

“응???”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다. 길지는 않았지만 사귀자고 한 이후로 단 한번도 그녀의 자취방에 나를 들여 놓지 않았던 그녀였다. 어디 여자 혼자 사는 방안에 들어오려고 하느냐는 그녀의 논리였고, 나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방에 구경도 한번 못가보냐며 옥신각신 하였으나 철저히 자기방엔 남자는 못들어온다는 정화의 주장을 나는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정화의 방은 단정했습니다. 전공책 몇권 그리고 침대하나 화장대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많지 않은 화장품 그리고 작은 농 하나 이게 전부였다. 여자의 방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화장품 냄새가 순간 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정화가 침대에 걸터앉더니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말했습니다.

“안아줘요”

그냥 순수한 목소리였다. 그냥 진짜 안아달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가슴에 꼭 품어 주었다.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저 그냥 그렇게 우리는 꼭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침대에 누워 그녀를 안고 토닥이고 있으려니 한참만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빠가 나빴어요”

“어 그래” 영혼 없는 대답 무조건 이럴 땐 알았다고 해야 합니다.

“어떻게 오늘 가라고 그래요? 가지 말라고 해야지…”

“그런거야? 난 가라고 해야 멋있는 줄 알았지”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화는 다다다다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 내고 있었고 내 대답을 듣고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동준이한테 미안해서 가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어요. 동아리 들어오고 나를 2년동안이나 ?아다닌 건 동준이었고 그런 동준이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했던것도 저니까요. 오빠랑 사귀게 되면서 그 녀석 아플 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요. 그래도 우리 벌써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진짜예요”

“그래 알았어”

“얼마 전부터 오빠 제대합니다고 해서 내가 들떠 있었나 봐요 동준이가 그걸 알고 나한테 화를 내더라구요. 어차피 너는 내가 오빠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었잖냐고 내가 좀 몰아붙였었어요 그러면서 못 견디겠거든 헤어지자고 그랬더니 진짜 헤어지잔거예요 그래서 그러자고 그랬어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나봐요. 웃기죠?”

“오빠 제대하고 둘이 술먹은 날 알죠? 그날도 다른 선배들이랑 후배들이 선배 오는 거 알고 동방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먼저 가 있으면 내가 선배오면 데려가겠다고 했구요. 아마 연락이 안온건 세미가 거기서 내가 데리고 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바람잡고 있었을거예요”

묻지도 않았는데 종알종알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 들려준다.

“정화야 말 안 해도 돼 괜찮아”

“아녜요 다 말하고 싶어요. 그날 밤 오빠랑 처음 자고 나서 오빠가 저 자꾸 만지고 그거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다 알았어요. 근데 오빠를 어떻게 그렇게 가지게 되는 되었지만 자꾸자꾸 하면 오빠가 저 싫어할 거 같고 마치 싼 여자처럼 생각 할까봐 겁났어요. 오빠랑 사귀게 되서 너무 좋았는데 몇 번 오빠랑 자다가 오빠가 나한테 실증내면 어쩌지? 오빠가 나 버리면 어쩌지? 그런 걱정. 동준이 이야기는 괜히 했습니다는 후회 나 처음 아니라서 오빠 실망할까 봐도 걱정했고… 오빠 나 이것 저것 너무 걱정되는게 많았어요.”

정화 목소리가 다시 촉촉하게 젖어왔다. 이 녀석 그동안 나랑 사귀면서도 마음 고생이 심했나 보다. 그저 난 연애를 하는 마음에 들떠 있기만 했는데 미처 이 녀석의 마음을 헤아려줄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널 왜 버려?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내가? 내가 미치지 않은 다음엔 절대 그럴 리 없다. 자 약속”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내가 내민 새끼손가락에 그만 피식 웃는 그녀다. 그러고는 수줍게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며 또 한번 내게 확답을 받는다.

“오빠 나 버리면 안되요. 알았죠?”

“그래”

나의 리즈시절 - 6부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뭐 볼게 있다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 주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고, 또 다시 미안해졌다. 그러나 지금 미안하다고 하면 정화가 화를 낼 것 같았다.

“정화야”

정화가 나를 쳐다보았다.

“사랑해”

처음으로 정화에게 사랑합니다고 말을 해 주었다. 정화가 나에게 다시 안겨왔다. 우리는 그대로 안은 채 잠이 들었다

새벽이 밝아왔다. 토요일이라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지만 눈이 일찍 떠졌다. 내 팔에는 정화가 그대로 잠들어 있었고 울다 잠들어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손을 슬그머니 빼내려는데 이 팔이 또다시 감각이 없었다. 헛 웃음이 나왔다. 한달전의 데쟈뷰 같았다. 한달전? 우리가 처음 관계를 갖던 날이었는데라는 생각이 퍼뜩 떠 올랐다.

저번과 달리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자고 있어서 가슴이 슬며시 보이지도 않았고 바지를 벗지기 않는 한 손을 쉽게 넣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더욱이 어젯밤에 헤어짐을 두려워하고 또 싼여자 취급받을까 겁이 난다던 아가씨를 잠든 틈을 타서 어찌 해 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잠든 정화 옆에 가로 누워서 정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예쁜 속눈썹 예쁜 코, 예쁜 입술 그녀를 하나 하나 만지고 또 쓰다듬으며 내 손끝에 그녀를 기억시키고 있었다. 티셔츠 위로 가슴도 살짝 만져보고 잘록한 허리도 쓰다듬고 엉덩이도 그녀가 깰까 조심스레 그녀를 만지며 그녀를 바라 보고 있었다.

자꾸만 만지다 보니 딱히 성욕을 가지고 한 일이 아님에도 나의 분신이 용트림을 하였다.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세수를 한 다음에야 어느정도 가라앉을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 내 분신에게 살짝 말을 걸며 화장실을 나오는 순간 아악~ 하는 여자 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로 주저 앉았다.

정화의 목소리였다.

“ 정 정화야”

“오빠??? 아 맞다 오빠 맞구나 … 힝 일어났는데 오빠가 없길래 갔는가 했는데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아 미안”

“뭐가 미안.. 오빤가 했는데 문이 벌컬 열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놀라서… 바지 안 젖었어? 어머 어떻해 힝”

세수를 하고 물을 바닥에 뿌린터라 그 위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으니 이미 바지는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미 버린 바지를…

괜찮다며 일어나서 미안해 하는 정화의 이마에 모닝 뽀뽀를 쪽 하고 해 주었다. 당연히 기분 좋게 받아줄 줄 알았는데 작은 주먹이 또 날라들었다.

“따가워 따가워 내가 면도하랬잖아 따갑다궁”

얘는 요즘 조울증도 아니구 울었다 팼다 아주 내 혼줄을 쏙 빼 놓는다.

“오빠 슈퍼가서 면도기 사와라 수염 아주 덥수룩하다 염소수염같애.. ”

“바지 젖었는데?”

“응? 저기 옷장에 보면 내 체육복 바지 있을거야” 악 아니다 내가 줄께”

갑자기 뭐에 놀랐는지 자기가 꺼내 준단다. 정화가 꺼내 준 빨간 트레이닝 바지는 당연히 내게 작았다. 내가 날씬한 편이지만 정화도 작은 편이라 가장 큰 옷을 꺼내 주었다고 꺼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도 끼이고 다리는 심지어 칠부바지 같았다. 그 꼴을 보고 정화가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야 이 옷을 입고 어떻게 나가니?”

“그럼 저 바지 입고 나갈거야?”

“면도 안 하면 되지”

“안되 나갔다 와!”

단호한 정화의 말투에 어쩔 수 없이 지갑과 담배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자취방 밖으로 나갔다. 슈퍼는 꽤나 멀었고 대학생들이 우글거리는 하숙거리를 이 꼴을 하고서 간다는게 영 마뜩찮았다. 차라리 젖은 바지를 입고 가는게 나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휴~~~~ 담배 한대를 물고 주변을 살펴보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좀 안정이 되었다. 학교 근처 자취방들이 몰려 있는 거리는 토요일이라 다행히 인적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학교에 갈 사람은 일찍 갔을 것이고 대부분은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느라 아직도 뻗어 있는 탓 인거 같았다.

앞도 끼이고 뒤도 끼이는 옷을 입고선 한참을 걸어서야 슈퍼에 당도 했습니다. 슈퍼로 가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한결 마음을 안정시키며 슈퍼문을 여는 순간 이런 젠장 아주머니 한 분이 카운터를 보고 계신게 아닌가? 아차 슈퍼에 사람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바보도 아니고... 헐

아주머니는 내 옷을 보고선 아주 노골적으로 웃음을 지으신다. 면도기랑 치솔 담배 한갑을 계산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뒤통수에서 아주머니의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뚜두두두두 마치 X-ray라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슈퍼에서 나오자 마자 그 길로 정화의 집까지 냅다 달려 들어갔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씻고 나오던 정화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다 큭큭큭큭 거리며 한참을 웃기 시작했습니다.

“야 웃지마”

“호호호호 네~~ 호호호호호호”

어느새 머리라도 감은 건지 옷도 갈아입고 머리에 수건도 둘러싸고 있었다.

“오빠 머리 감으시고 샤워하고 나오세요 면도! 꼭 하구요 호호호 치솔도 잘 사왔네요”

밍그적 거리는 내 등판을 짝하고 때리고선 욕탕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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