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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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적

투다리 0 445 0 0

이중적 

 

 

나는 그녀의 이중적인 잣대가 궁금할 적이 많았다. 그 근원이 자신의 불만족과 만족의 경계선을 구분짓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주관적 입장인지 말이다.

‘그거 쫌 시트로 가리지?’

방금전까지 신주단지 모시듯이 붙들고, 빨고, 핥고, 온갖 애무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내 좇대가리를 시껍잖은 눈꼬리를 내리깔면서 그녀의 입에서는 항상 그런 투박한 비아냥이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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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축 늘어진 좇대가리는 관심 밖이니 안구정화 차원에서 시야나 더럽히지 말라고?’

이럴때면 그 몇초..... 싸한 냉기가 흘러댔지만, 우린 그러기에는 시간도, 상황도, 사정도, 관계도 한계상황에 놓여있음을 두 사람 모두 직감하고 살아온 세월 때문인지, 별 시답지도 않은 농찌거리로나마 그 울컥한 꼭지를 묘하게 넘기곤 한다.

‘요즘 우리, 이름 불러본 거 얼마나 됐지?’

그건 그랬다. 그녀나 나나 밀회의 시간에는 롤플레잉 타임이 아닌 다음에야 방안이 찌렁찌렁 하도록 서로의 이름을 목놓아 외쳐댄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여보, 자기 어쩌구 하는 부부틱한 호칭은 초반에나 흔한 메뉴였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에게 지금의 섹질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인 죄책감과 부담을 은근히 자극한다는 서로간의 공감대로 인해 그만둔 지가 꽤나 되었었다.

‘저..저...봐라..아예 고개가 돌아가네, 돌아가...니이미, 아예 TV대고 좇질허지?’

나도 뭐 딱히 잘 한 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칭찬과 스스로 구역질하듯 내장 바닥을 훑고 올라오는 섹질의 포효를 그나마 딴 투숙객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소리를 있는대로 올린 채 틀어 놓은 TV라도 눈꼽에 차지않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쭉빵 때리는 걸그룹이나 피트니스 전문 강사라도 나올라치면 그녀가 쏟아내놓는 지적질이 그것이었다. 바로 눈 앞에서 번들거리는 씹살이 질척여도 화면 안에서 뭉글대는 싱싱한 활성바디로 눈길이 쏠리는 거야....뭐...딱히 이건 아니넹 이라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봤으니까.

‘이 넘의 핸펀도, 톡지랄도 뜸허다....’

그녀를 만난 초기에는 가족들 눈 피해서 톡하고, 약속 잡고, 짬짬이 섹스후감에 기꺼워도 해보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장소와 시간을 다채롭게 바꾸면서 서로가 간첩 뺨치게 모닥불에 콩튀듯이 이리저리 방황하던 때와 다르게 요즈음의 내 핸폰은 반 가사상태다. 불시에 내 핸폰을 검사라도 해달라라는 듯, 난 이제 비번을 걸어놓지도 않는다. 의례 나와 그녀는 이미 만나는 장소는 고정되어 있지만 일상의 새끼줄 속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정화 된 매너리즘을 걸뱅이 빤쭈에 벼룩 키우듯, 애지중지 함도 없이 내깔겨두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 싶다.

예정에도 없던 이벤트가 터지거나, 혹은 아내가 몰고 다니는 자동차의 접촉사고랄지, 뭐 그런 일이라해도 예전 같으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그 난리통에도 끝끝내 짬내어 곤한 몸 드글대며 온탕에 몸 담그듯이, 그녀의 몸 안에 회포를 풀어야 속이 후련 했었지만, 요즈음은 그것도 전화로 찍 날려대며 그냥 프론트에 메모 한장이 달랑이다.

‘장모 침입...나 간다잉~~~’

다음에 대한 기약도 그 무엇도 없다. 다음 번이 되면 의례 나와 그녀는 그 장소에서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시간에 밀회를 끼니 축내듯 떼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은 그녀도 마찬가지 였으니까. 되도 않는 이유에다, 싫증이 섞인 일회까임권이라해도 이제는 여간해서 둘 사이에는 삐칠 이유가 되지 않고 있었다.

‘.....변절자....이중인격자....’

이 두가지는 우리끼리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다들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하며 바디가 꼬여진 커플들은 오징어뺨 후리는 오글별칭으로 서로를 한껏 띄워 준다지만....사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전엔 그랬었다. 이제는 서로를 부르는 이 개고랑말코 같은 호칭이 너무나 객관적이고 사실적이어서 장엄한 느낌마저도 가져다 준다. 나의 호칭은 변절자, 그녀의 호칭은 이중인격자. 그렇지만 이 호칭은 묘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남자의 경우, 겉은 변절자, 속은 이중인격...그러니까 남자는 외향적으로는 저러고도 왜 마누라랑 같이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개차반인 상황이지만, 속으로는 상대방 섹친이 알까봐서리 이중인격으로 집을 지어 놓은 후에, 언제든지 너 같은 걸은 끊어낼 수도 있고, 또 난 집으로 고고씽 가능허지라고 쌍지팽이를 꼬나 짚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여자는 뭐...부가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 반대로 보면 된다. 겉으로는 섹친과 남편에 대한 극렬한 평가기준에 입각해서 저울 양쪽을 균등하게 처리하며, 폼나는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자신을 떨어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바닥에 기어나온 걸들은 이미 집과 연결된 떨거지들을 향해 등짝을 돌려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말이다.

‘쫌 잘해보지? 내가 첩사위도 아니고설랑, 너 정력보충까지 신경 써줘야 될만큼 여유롭지 않거든?’

젊고 팡팡한 시절...정말 좇나 빨리 지나 가드라만....이제는 섹친에게까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나이까지 이 지랄을 해대고 있으니 나 이거야 원....쯧쯧....하긴 그 말도 맞긴허다. 뭐 인물 파먹고 살 나이도 아니고, 그나마 알량하게 남은 색기 하나 붙들고 이 바닥에서 굴러먹고 있는 판국에 좇질마저 휘청거리니 욕 먹어도 싸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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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그렇게 복잡한 쌍판으로 가랭이 리듬타고 앉았니? 이거야 원 가슴 썰렁해서 눈길 두기도 깝친다....쯧쯧’

변절자와 이중인격자가 만나서 무쉰 애국적 견지로 대가리 쥐어 뜯고 쌈박질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긴 둘다 이런 삶의 곡절을 겪으면서 속이 편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예전엔 그런 복잡한 미로가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훑고 지나가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다. 나 이외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거야 라는 그 통쾌한 깨소금 맛....그러나, 그건 그냥 지나가는 차창 안으로 스며드는 길가의 짜장면 냄새 같은 것인 줄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알게 되긴 했다. 손에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처 차밖으로 튀어나와 인생의 목적이 오로지 짜장면 인 것처럼 만사 재껴두고 식당찾아 삼만리 할 무모함도 상식이 아니라고 나를 억누르던 시절.....

‘끝났으면 내 위에서 숨고르기 허덜말고 빨랑 쫌 내려오지?’

배가 정말, 아니 쪼끔 나오긴 했다. 결혼 하고서 연예인 아닌 담에야 인격으로 통칭되는 배가 조금 나온 다는 사실...자연스런 현상으로 치부해도 되건만 그녀는 이제 섹스후에 숨조차 가빠하며, 땀을 빌빌 흘려대는 나의 무게가 비로소 느껴지는가 보다. 내 몸무게가 살가와서 나와 만난 후에는 가슴에 하물며 손이라도 얹지 않고는 잠들기가 쉽지 않다고 앙탈을 부리던 그녀 였는데, 이제는 내 몸무게로 인해 버거움으로 그 앙탈이 바뀌었다니 만나도 너무 오래 만나지 않았는가 싶은 맘이 들때도 있었다.

‘왜? 나이 제한 맞다 싶으면, 열나 손들고 재롱 떨어보게?’

그녀의 지적질은 미묘한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긴 했다. 항상 내가 먼저 도착해서 샤워하고 앉아서 그 뻘쭘함을 이겨내고자-딱히 그런 것은 아니고...-방에 비치된 컴터로 번섹이나 초대요청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항상 내지르는 말이 그것이었다.

‘아서라, 초대남 나이제한...넌 벌써 애저녁에 훌쩍 도움닫기 했네그려....’

이런 나의 상황을 애처로운 긍휼의 눈빛으로 보듬어 주는 보지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거만한 표정의 도취 일색....난 깨갱이 신세가 되고 만다. 하긴 내 나이 위로 겉늙어 가는 년들 볼 이유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칼차고 화살 메고 이 바닥의 사냥감을 모조리 꿰찰듯이 후달리던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발발발 손목이 떨려 사냥감 앞에서 침 흘리는 것조차 겁이 나는 나이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내가 너무 안주하고 있었지. 지금이라도 만장으로 널려있는 싱싱보지들의 어장을 내가 관리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야..’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산 이었다. 어려 보이는 약병아리들도 이제는 예전만큼 순진하지 않다. 순진하면 오히려 골동품 취급받는 세상 속에 살고 있음을 절실하게 통감하면서 그들 스스로도 섹스의 가치에 대해서 많은 조건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밀당의 기본을 마스터 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자라온 세상과 삶이 그들에게 섹스라는 DNA의 형질변화를 유도했고, 자신이 속해있던 가족의 특성이 상대를 이해하는 흉한 잣대로 돌변하는 시대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 나란 퇴물이었니까 말이다.

‘넌 남자에 대한 강렬한 정복욕을 가진 걸 보면, 아무래도 어렸을 적 부친이나 오빠들로부터의 트라우마가 있는 게 분명해.’

그녀는 그렇다고 당연스런 표정으로 대답했었다. 뒤로박기를 외치며 때밀이 아쟈쉬들이 몸을 돌리라는 신호마냥 땟수건으로 몸을 툭툭 때리는 동작처럼, 그녀의 둔부를 툭툭 건드리면 의례,

‘왜, 좇질하며 내 쌍판 보기가 그렇게 역겹냐? 면상대신 궁딩이 까는게 더 행복허디?’

그 알싸한 느낌 때문에 번번히 뒤로박기를 실패할 때면 난 당연히 애교섞인 표정으로 다가니,

‘아니쥥, 당신 보지 뒤로 까지 말고, 폼나게 말타라는 야그였쥐...뭘 또 그렇게나 심각허게 뒷치기를 딴 데 취직시키남?’

하긴 여러모로 둘 사이에 껄끄러운 불협화음이 많이도 뾰드라졌음에도 여지껏 그녀와 나는 살을 섞고 있다. 난 내 스스로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지금까지야 그렇다 쳐도, 앞으로의 일은 어찌 될까? 앞으로 1년후, 5년후, 10년후....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을까? 아님, 계속 만나야 할까?’

단지 섹스가 좋아서, 서로가 무언가 통하는 듯한 그 미묘한 꿰어맞춤으로 인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건만, 돌아보니 남은 건 모텔방의 휴지통에 그득하게 쌓인 휴지 뭉테기와 힘없이 널부러져 임종을 고한 콘돔쪼가리 뿐이었다.

‘나도 문제지만 너두 나 말고 딴 년 만날 요량이면 고생이 한두껍일 거야....’

그건 위협이나 경고라기 보다는 한탄에 가까왔다. 그 동안 난 그녀가 나 몰래 더 싱싱한 좇대가리를 찾아 응댕이를 흔들어 댄 것을 알고 있었다. 이름하야, 술이 웬수라는 이벤트....회식 후에 잘못 내디딘 2차, 3차가 기어이 필름 잡아 잡숫고, 애꿋은 젊은 좇대까지 낼름 삼키셨다는 호기로운 고백....나 이거야 원....난 이를테면 줏대가 없는 건지, 좇대가 사라진건지 아무튼 그런 종자뻘이 되어 있었던 시기 였다.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난 쿨한 척, 그녀의 외도-?!-를 인정하고 그치가 어찌 박았었느냐, 기럭지는 얼마나 되디, 굵기가 짱똘만하더냐는 식의 농으로 넘기면서 속으로 터져 나오는 울분을 벗삼아 평소에 그렇게도 범접허지 못하도록 악을 쓰던 똥꼬따기를 유순한 페이스로 도달해 버렸으니 별 손해랄 것도 없었다.

‘야이, 씨벌넘아, 아무리 딴좇대가리 시음회 갔다왔기로서니, 니가 네 똥꼬를 이리도 유괴하나?’

‘썅년아, 아무나 국어 하냐? 유괴가 아니고 유린이닷! 국어 못하는 년은 보지에 자물쇠도 없다더니,

아주 꼴뚜기 값을 해도 너무 해요....’

난 그 당시 겁대가리가 없었다. 욕지기에 머리채까지 휘어 잡으면서 보지 끝에 창자 입구가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리도 디리 쌔려 박아대면서도 만족할 줄 몰랐으니까.

‘비열한 쇄끼...눈빛 하고는....’

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그 어느 순간, 특히 사방이 거울로 치장된 방을 선택했을 경우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로가 갈급해서 이름을 불러제끼고 고성방가를 물불 가리지 않고 외쳐대던 시절에는 솔직히 상대의 얼굴에서 풍겨오는 미묘한 감정의 실루엣을 잡아채기가 거의 불가능 했었다. 그러나, 시간과 횟수가 쌓여가면서 비명은 신음으로 축약되고, 좇끝이 지리리 아려오는 사정의 순간에 감겨졌던 눈은 이미 떠 진지 오래이고 보니, 이제는 상대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심정적인 조각들이 눈에 밟히게 되고, 그 순간, 눈 앞의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 표정까지 동시적으로 살피며 느끼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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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년, 네가 별 수 있냐? 이렇게 내 좇에 뻑가는 맛에 아직도 내 몸뚱아리 밑에서 버둥대는 거이지. 거럼 거럼, 저 표정 봐라 말이야, 아주 좋아 죽는 구만. 입술을 질끈 물다가 아예 씹어 잡술 모냥이네?’

나의 표정은 흡사 이미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해서 기가막힌 정조준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 눈을 부라리며 그 꽁무니를 죽자사자 뒤쫓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내 위에서 말 달리고나서 내가 끝내 장렬히 전사할 때, 나를 내려다 보는 그녀의 표정은 또 사뭇 다른 감이 있긴 했었다.

‘아효, 나이 쳐먹었어도 좇대가리가 점잖을 줄을 몰라. 개씨부럴쇄끼, 오만년에게 이딴식으로 쑤시고 다닌 걸 자기 마누라는 알랑가 모르겄넹...어휴...어휴...’

그건 욕지기 인지, 칭찬 인지 알다가도 모를 표현이었다.

‘....너 모르게 나잇값 시비당하기 싫어서 약 쳐먹었다 개년아!...’

딱히 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쪽 팔리기에- 난 그 당시, 뒤 떨어져가는 체력으로 인해, 약을 먹고 있기는 했다.....쩝....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나에게 지분거린, 욕인지 칭찬인지는 두가지의 감정을 일으키게 했다. 첫째는 이런 상태를 유지하지 않았다가는 대번에 까일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하나이고, 둘째는 아직도 나이가 솔찮음에도 이런 좇대가리로 인해 뻑이 가는 자신이 못내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결코 씹살 안에 가둬둔 이 좇이 가져다 준 오묘한 경련들을 쉽사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하는 자기합리화의 극강모델풍이넹..., 그게 두번째였다.

‘넌 즐겁지 않니? 그렇게 온 상을 찌푸리면서 이 바닥에는 왜 나왔대?’

내가 항상 그녀의 표정을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이었다. 누가 봐도 쾌락의 파도라고 보기에 그녀의 표정은 쥐어짜는 행색이 분명했고, 그 상태를 열락의 궁극이었다고 믿기에는 확실한 거리감이 있어왔다.

‘저질...싼마이....천하디 천한....’

그건 그랬다. 그녀나 나나 까고 보면 그 실체가 천한 행위의 실천도장 이었고, 싼값에 팔려온 짐승노예 노름이었으며, 공개적이었다가는 한방에 매장될 수도 있는 시한폭탄임에 분명했다. 그녀도 이런 점을 백분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렇듯 똥빠는 표정이었던 것이아닐까 하고 예측해 볼 뿐, 내어놓고 서로의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은 없었다.

‘우리 좀 우아할 수는 없을까?’

내가 요즈음 화두로 그녀에게 던지는 것 중에 하나가 그것 이었다. 우아라....우아....그녀는 그런 나의 진지함이 시덮지 않은 지, 우아는 개뿔이라며, 이 세상에서 가장 타락한 노동행위 중의 하나인 불륜섹스의 역군들끼리 무쉰 우아라는 되도 않는 단어나 주워 섬기고 있느냐며 코웃음을 만빵으로 날리던 그녀.

오늘 난 그녀에게 초심의 열정에 대해서 설득할 목적이 있기는 했다. 첨부터 나와 그녀의 대화가 걸레물 수준은 아니었다. 한동안 유행했던 욕지기 옵션에 혹해서리, 섹스 도중에 되도않는 욕들을 줏어섬기는 우를 범하다가니 이 지경이 되어 있던 것이다. 이제는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도 세월 속에 서로의 몸에, 전갈처럼 자신의 오줌을 농축시켜 독을 생성하는, 자살테러형 메커니즘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처럼,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서로가 살을 섞었을 지언정, 언제든지 서로의 목숨줄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꼬리의 독침이 상대를 은밀한 각도로 겨누고 있음을 느낀지 오래다.

‘너무 징하게 오래 만나왔음이야...’

그 말은 그녀가 오늘 먼저 꺼냈다. 난 훅 하는 혈압강하를 느끼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자연스럽게 풀기 시작했다. 아, 이제사 올 것이 왔구나. 이럴때면 남자들은 의례, 진상 흉내에 명인이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 왜 그러느냐, 내가 앞으로 잘할테니 뭔 일인지 털어놔 봐라 라는 등의 상투적인 변명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아직도 뭐가 잘못인지, 왜 인지 모르니까 이 사단이 난거지....’

난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게 맘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정말 모르니까 모른다고 한건데....걸들은 이런 상황쯤은 이미 네가 알아차렸어야 한다는 쪼로 말을 꺼내는 그 넘겨짚기가 짜증을 솓구치게 하고 있었다.

‘몰라? 정말 몰라? 아직도 대갈빡이 뱅글뱅글 잘 안돌아?’

그래 이 쒸부럴년아, 몇년을 이런 상태에서도 좇질에 씹탕질에 세월 보낸 게 얼만데 모른다는 말이 오히려 정직한 거 아니냐는 말이 목구멍을 치받치지만, 그래도 내가 인격적인 완성도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알량한 자만심으로 인해 가까스로 하고픈 말을 꿀꺽 삼키는 모범을 보이고 있었다.

‘너, 째진 아가리라고 잘도 지껄인다? 누군 입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니?’

말을 해 놓고 보니 근데 난 입이 두개고, 그녀는 세개였다....내가 당연히 질 수 밖에....으이그....이런 모든 사단은 요즈음 내가 수시로 애널을 요구한 때문이란 걸 내가 모를 리 없다. 사실 내 스스로 성의 정체성이 흔들릴 나이도 아니지만, 그녀가 아니라 해도 다른 여자들과의 섹스에서도 흔쾌히 맛보던 애널의 탄력을 잊을 길 없어 그녀에게 주구장창 요구한 나에게도 기실 잘못이 있기는 했다.

‘내가 내 입으로 말해줘? 몰라서 묻니? 것두 한 두번 이래야지, 수시로 허구헌날 똥꼬가 쫄깃하네, 꽉꽉 쪼이네, 궁뎅이 비쥬얼이랑 같이 쑤셔보니 그 맛이 진국일세 하면서 벌리기 싫다는 응댕이 좌우로 까벌리면서 똥꼬 내어 준 것도 감지덕지 일텐데...아주 진상을 떨어요.’

난 단박에 돌발적 응대의 한 수로서 너두 좋았잖아라고 대꾸할 뻔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대가리 속에서 한 쿠션 돌리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금 나를 향해 포화를 열었다.

‘왜? 너두 뻑이 가도록 개지랄 떨지 않았느냐며 지껄이고 싶어 안달이 났쥐? 너 솔직히 여자들이 남자 좇대가리 빨아주는 거 무슨 감흥이라도 있는 줄 아니? 아직도 내 목구녕이랑 뽈따구니 안쪽에 성감대 있다고 오해하는 건 아니지? 왜 오묘한 표정에다 눈 질끈 감는 줄이나 아니? 이 좇대가리 뽈끈 세워서 내 씹구녕 호강시킬 생각에 좋은 척 해 줬다. 알간?’이중적 

난 정말 내 좇이 그녀의 입천장에 성감을 꽤나 뭉테기로 전달하는 줄 알고 살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긴 했다.

‘글구 쒸발쇄끼야! 내 젖은 폼으로 달고 댕기는 줄 아니? 내가 너 만나서 똥꼬나 따이고 씹구녕만 쑤셔주면 만사 오케이 였는 줄 아니? 그윽한 표정으로 니 기름 떡진 대가리 부여잡고 내 젖꼭지 향해 헤드락을 매번 왜 걸었다고 생각허니? 나만 혓바닥으로 니 좇대가리에 봉사할 의무있다고 누가 그러대? 니 혓바닥은 구녕만 빨고, 돌기는 나 몰라라 허는 개망종 이래니?’

사실 볼륨감 없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녀였기에 초반에는 졸나 칭찬해주긴 했지만 내 마누라도 아닌 값에야 내 돈들여가며 가슴수술 해주기 싫었던 게 솔직한 내 심정이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나바론의 건포도같은 그 스탈에 눈길 갈 리 만무했고, 혓바닥도 구녕 이외에는 자라목처럼 겨 들어가서 나올 줄 모르니 나라고 어찌 하였겠나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난 뒤이어 그래 끝내, 끝내자 라고 할 뻔 했다.

‘그래, 너 끝내자구 할려고 그랬지? 그렇게는 못허지!’

엥? 이게 아닌뎅....난 뒤통수를 제대로 줘 맞고 있었다. 난 순간, 평소 그녀에게 금전 관계나 부동산 관련 빌미가 될만한 보증 내지는 담보설정, 혹은 밑도 끝도 없는 약속이나 서약서를 취중에라도 써 준적이 있는지 되새기고 있었다. 그러나, 단연코 확실한 선을 그어놓고 만나왔던 그녀에게 호미걸이가 될만한 빌미를 제공한 사실은 아무리 꼬집어 봐도 기억하기가 불가능 했다.

‘내가 너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니?’

난 가뜩이나 떠도 잘 뵈지 않는 눈을 똥그랗게 치켜뜨며 마지막 강공을 그녀에게 퍼부으면서 이 숨막히는 설전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동안 애써서 나 자신을 희생에 가깝도록-사실 희생까지는 아니지만....-드라이빙 하면서 그녀와의 밀회를 소중하게 여겨 왔건만 이제 그녀의 입맛에 안 맞는다는 처량한 이유로 그녀에게 까이게 된다는 현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내 자존심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너 아직두 모르겠니? 내 하나만 알려주까? 좇대가리 백만번 쑤셔봐라, 어디 한부분 찌끄러지는 곳이나 있나? 근데, 아닌 막말로 씹구녕은 애새끼 대갈빡 삐져 나오다 헐랭이 됐다치자, 평생 안에서 밖으로 내보낼 줄로만 알고 있는 미련한 똥꾸녕, 기어이 찢어가며 밖에서 안으로 쑤셔 넣고나면 너두 알다시피 뿔나서 색깔까지 까매지는 거 너 알아 몰라?, 게다가 한번 쑤신 똥꼬,니이미 시도때도 없이 딜딜대는 건방구에다, 똥싸기 전에 비질대며 치약 쥐어짜듯 찔겨나오는 건 또 어떻고... 이게 다 알량하다 못해 나이 쳐먹고도 고개 수그리는 거 까쳐먹은 니 좇대가리 때문인 걸 왜 모르냐고요?’

하긴 내가 그녀의 똥꼬를 섭렵하고나서 다음번 만나자마자, 대뜸 뒤통수를 그 매운 손으로 휘갈겨 대판 싸운 적이 있기는 했었다.

‘쒸발넘아, 내가 이 나이에 빤쭈에 똥쌀 일 있니? 내가 똥꼬에 쑤시라 했어, 말라했어?’

‘쑤시지 말라했쥐. 그냥 박으라 했쥐.....ㅋㅋ’

난 그 날. 하늘의 별이 대낮에도 뜰 수 있는 걸 첨 알았다는 거 아닌가? 내 조둥아리를 뺨인 줄 알고 휘날린 그녀의 손바닥으로 인해 하루종일 내 입술은 마이콜처럼 띵띵 부엇었으니까. 그뿐인 줄 아는가?

‘너두 한번 해볼래?’

그 날도 의례 그녀를 다독여 보지와 똥꼬를 위아래, 위위아래 리듬에 맞추어 디리 박아댈 즈음, 불현듯 야동에서 본 그 장면을 떠올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오바 만빵이었음을 인정하고 싶다. 슬그머니 그녀의 통증을 애처롭게 보살피는 척하며, 천천히 좇대를 빼어서는 머리를 수그리고 흡사 백팔배의 번뇌에 빠진듯한 자세로 머리 박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번들거리는 좇대를 내민 것은 정말 실수라고 나도 솔직히 인정은 한다.

‘야, 이 개고랑말코 가튼 씨발넘....야동이랑 현실도 구분 못허는 개뼉다구...방송도 좇도 모르고 편집의 마술도 알 리 없는 무식한 종자.... 내 똥 묻은 니 좇대가리, 나보고 빨아 씻으라구? 너두 한번 해 볼래? 그래, 내 손가락 니 똥꾸녕에 푸욱 담가서 니 아가리에 쳐 넣어 줄테니 얼마나 잘 빠나 한번 볼까?’

사실 내가 의도했던 장면이 절대 아니었고, 상상했던 콘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꿈도 못 꾸었다는 게 무리가 있기는 했다. 야동에서의 그 장면은 이른바, 편집의 기법상 끊어 간다는 것이었고, 똥꼬에서 꺼낸 좇을 깨끗이 닦아낸 후 빠는 것이었지만, 나처럼 대가리 모지란 작자들은 어구구 어구구 허면서 똥꼬에서 빼낸 좇을 씻지도 않고 잘도 빨아재끼네 하면서 감탄사를 날리기 십상이었다. 뭐 나도 TV 방송이나 신문에서 내 이름 석자도 찾기 어려운 종자이고 보면 보편적인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말이다.

이중적
 

‘그래서?’

난 강공을 택하기로 했다. 여기서 휘말렸다간 딲이고 까이고 만신창이가 될 것은 불보듯 뻔했으니까.

‘그래서? 나쁜 새끼...비겁한 새끼....치사한 새끼....’

난 그래서 여자란 동물이 위대하다고 말해온 바 있다. 어쩜 저렇게 상대 인격 분석을 저렇게 적확하게 날리는지...나쁜 놈 맞고요, 비겁한 거 빙고 고요, 치사한 놈 딩동댕....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는 갑다.

‘흑흑흑....그럴거면, 그렇게 될 거였으면...그렇게 된 후에라도...’

여자의 눈물은 날카로운 비수와 같다고 그 누가 설파했던가? 서로가 눈깔을 부라리며 입에 피 튀겨가며 쌈박질 하던 것들을 한방에 뒤로 미루어 버리는 그녀의 눈물.....난 요게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 타이밍 즈음에 어깨를 슬며시 보듬어 주며, 귀 간지런 멘트 몇개 날리는 척 허면서 바로 자빠뜨리면 오늘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난 작정하고 있었다.

‘알았어..알았다구...자 일루 와봐...’

‘놔...놔...좋은 말로 할때 바른생활 해라...응?’

‘바른생활?’

‘그래, 바른 생활....나란 년 이 정도 망가뜨려 놨으면 됐어. 나중에라도 딴년 만나면 제발 솔직하게 살아. 아무리 오다가다 씹좇질에 각막이고 처녀막이고 마구잡이로 마비되서 이지경 되었다고 그 본심의 솔직함까지 잃고 살지는 않으니까.’

난 그녀의 논리에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보듬으려던 내 팔이 무참하게 창피해지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이렇게 있다간 병신쪼다 삼세판에서 완폴승은 따 놓은 당상이 될 듯 싶었기에.

‘솔직해지자구? 솔직한 게 어떤 건데?’

난 내 스스로 너무나 멋들어지게 반격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증말루다가니 대견했다.

‘그래?....너 지금 어디서 살고 있니?’

‘어뒤?......어...음.....집에 살쥐. 그럼 네 귀퉁이 벽 붙들고 길거리에 서 있을까봐?’

‘아니, …..누구랑 살고 있냐고.....’

그녀도 애써 그 질문만은 하지 않으려 했다는 표정으로 마지막 일타를 날리고 있었다.

‘그냥 살지...왜, 쌀 떨어졌을까봐?’

‘이래도 솔직하게 말 못하니?’

난 입이 굳어 버리고 있었다. 좇은 이미 아까전부터 굳어버려 다비드 상의 고추처럼 얼어버린지 오래전이고, 표정마저 멍 때리기 수순으로 가고 있었으니까.

‘뭘 알고 싶은데?’

이중적
 

‘난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이 냥반아.....어휴 답답해.’

난 항상 드라마를 보면서 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빠른 템포로 지금의 꼬여진 상황을 다다다 토설도 못하는 그 작위적 기법을 혐오하곤 했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이런 상황에 처하고 보니, 왜 말을 못하니라는 말은 함부로 할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난 그냥 아픈 줄 알았지...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지.... 말을 않했어?...응?’

갑자기 부드러워진 그녀의 억양...앗싸....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뭔 일?’

그녀는 대답 대신에 테이블에 꺼내 놓은 내 핸폰과 지갑을 들고 왔다. 핸폰을 까고 비번도 없는 내 핸폰을 작동시킨 그녀가 내 눈앞에 디민것은 아내와 내가 좋았던 시절,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언제나 변함없이 내 핸폰의 뒷배경이던 사진... 뭐가 문제란 말인가? 게다가 지갑을 까더니 그것 마저도 내 눈으로 디민다. 그 안에는 민증 옆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아내의 증명사진이 있었다.

‘왜 이게 어때서....이거 뭐라고....’

하지만 떨구어진 나의 고개는 침대에 덩그러니 놓여진 핸폰과 지갑속으로 시선마저도 좇대가리와 더불어 얼어붙고 있었다.

‘그 날, 내가 당신한테 똥꼬 준 날....왜 그런 줄 알아?’

‘.........’

‘단순한 접촉사고 였다며?...... 그냥 별일 아니었다며?......, 자기는 그 날 더위먹고 며칠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며?...왜 죽었다는 말을 못했니?...... 내가 그렇게도 가까이 하기에....... 진저리 쳐질 정도로 싫었니?..... 아님, 세상 등진 마누라가........ 끝내 니 잘못이라고 여겨져서...... 못잊고 사는거니?...아님 그렇게나 사랑해서.... 잊지 못하는 거야, 그런거야?’

니이미 쒸벌....카운터 펀치도 이런 결정타가 없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여적 말은 않허고...... 이렇게 신경질만 낸데?’

그녀는 나를 위해서 평소에 범접할 수도 없는 똥꼬까지 헌사하면서 기어이 꿋꿋이 버티고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나에게 위로를 선사하고 싶었던 게다. 그 날도, 그 이후에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똥꼬에 집착하는 나를 불쌍히 여겼던 그녀의 배려를 난 하얗게 까잡수면서 나의 좇질만이 나의 평균가치를 넘어서는 견인차라고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오랜 시간, 만나 오면서, 자기는 내가 이혼한 것도 알고 있잖아? 어떻게? 내가 다 얘기 했으니까.’

낙하산타고 그녀의 팀장자리를 꿰찬 인물은 바로 전 남편의 후배였었고, 의도적으로 술 퍼멕이고, 성상납 같은 희롱에 눈 한번 질끈 감아준 것을 그 양아치 팀장쇄끼가 빌미삼아 진상피우다 결국은 남편에게 뽀록나고 이혼마저 당하게 되었던 그녀....난 그 당시 그녀의 눈물, 콧물, 씹물받이가 되기를 자청하며, 유연한 이혼연착륙의 유도비행을 돕기도 했었다. 모두 다 그녀가 나에게 시시콜콜이 꼬발렸으니 내가 모를리가 있겠는가?

‘이제 이만큼 했으니 물어내, 늘어진 씹살에, 헐렁해져서 시도때도 없이 방구질에 똥까지 지리는 내 몸뚱아리 워쩔겨?’

‘나 말고 누가 책임 질건뎅?’

난 전세가 나에게 유리해지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근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물을게....왜 얘기 않한거야?’

난 그녀의 눈매가 사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않물어 봤자녀! 난 누가 물어 보기전엔.... 대답 안혀...그거랑게...’

그녀는 기가 차던지 그냥 깔깔대며 내 품으로 스러져 들어왔다. 난 솔직히 대답했다. 그녀가 물어봤다면 난 대답했을 것이다. 앞으로 그녀와 더불어 같은 길을 가리라고 이미 맘먹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나 시간을 끌다가 이제사 질문을 때린 그녀가 미련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길동무끼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어도 이 길을 왜 가느냐고 묻는 법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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