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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참 말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봤는데 왜 못 믿는단 말인가??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 두 눈으로 분명히 똑똑히 보고 있는데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런 상황이... 아니 믿고 싶지 않은게 맞겠지..

'왜...왜 너가.. 그렇게...'

단순한 내 욕심때문인지.. 소영이가 원래 그런 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말리고 싶다는 것.. 소영이가 더 이상 변하지 않게.. 원래의 모습으로.. 내가 알던 예쁘고 순진한 그런 소영이의 모습으로 다시 돌려놓고 싶다는 것 밖에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어느새 아까처럼 채팅방은 종료되어 있었다. 방송이 종료된 까만 화면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난 정신없이 소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하지만 그런 내 기대를
처참히 부수려는 듯 소영이의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당연히 진호형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개새끼.. 니가 우리 소영이를.. 소영아.. 왜...왜 안 받아.."

꽉 다문 어금니 사이로 낮은 절규가 터져나왔다. 도저히 난 맨 정신으로는 잠들 자신이 없어 밖으로나가 소주 2병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안주따윈 필요없었다. 한 방에 확 취하기 위해서는 깡소주가 제 격이니까..
소주를 따서 한 병을 그대로 원샷으로 입 안에 털어넣었다. 역한 소주 냄새가 나며 한 번에 다 마시기 힘들었지만
난 꾹 참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구멍 안으로 말끔히 밀어넣었다. 확 올라오는 취기.. 정신이 얼떨떨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였다. 이 정도면 안됐다. 좀 더 취해야지만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좀 더..
조금 더.. 난 나머지 한 병을 따서 다시 입 안으로 마구 밀어넣었다. 안주도 없이 빈 속에 소주를 두 병째 마구
들이부이니 위에 구멍이 날 것처럼 쓰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몸이 아픈게 더 나으니까..
두 병째를 깔끔히 다 비우고 나니 여기가 어딘지로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난 그대로 방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깨질듯한 머리.. 그리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천장..
이제서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마음은 조금 편해졌지만.. 몸은 죽을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구토가 올라오고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깨질듯이 아프더라고 뭐가 어떤가.. 지금은 마음만 편할 수 있다면 소주 2~3병을 더 마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점점 흐릿해져가는 시야.. 잠이 오는 것 같았다. 거부할 필요가 없었다. 한 잠 자고 나면 모든게 꿈이라면 내 맘이 더 편할테니 말이다. 어느새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게 까맣게 변하며 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창문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 아직 더 자고 싶었지만 도저히 햇살때문에 더 이상 자기는 힘들 것 같았다.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고 정신을 차리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 일어나 난 본능적으로 소영이를 찾았다. 하지만 옆엔 아무도 없었다.

"꿈이 아니였구나.. 그럼 아직 안 들어온건가..."

난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열어 연락이 왔었나 확인했다. 하지만 밤 사이에 단 한 통의 문자도.. 부재 중 전화도
와 있지 않았다.

"씨발....."

비참했다. 하루 밤 사이에 완전히 버려진 느낌.. 정말 생각같아선 회사고 뭐고 안 나가고.. 집에 드러누워 있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생각이고.. 정말 그렇게 폐인같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취기를 깨우기 위해 찬 물로 세수를 하고 나오자 그나마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대충 아무
옷이나 입고 회사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사서 나왔다. 소영이가 있었으면 술 먹었다고 해장국이라도 끓여 줬을껀데.. 아침에 컵라면을 때우려니 참 하루 사이에 신세가 많이 초라해져
있었다. 컵라면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회사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회의.. 바이어간 미팅.. 밀린 업무
처리.. 오늘따라 유난히 일이 바빴다. 차라리 바쁘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생각할 시간조차 없으니.. 하지만
가끔 휴대폰을 보며 연락이 왔었나 살필때마다 소영이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건 꽤나 짜증나는 일이였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다보니 어느새 3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소영이와 사귀고 나서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보지 않고 지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도저히 난 답답한 걸 견딜 수 없어 회사를 마치고 소영이네 회사 앞에 찾아가 기다렸다. 소영이가 없으면.. 그 친구라도 만나야했기에.. 한 2~30분을 기다리자 퇴근하는지 한 두 사람씩 나오기 시작했고, 그 중에 소영이와 함께 입사한 동기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랑 만난적은 한
번 밖에 없었지만, 소영이가 자주 그 사람 얘기를 하는 걸로 봐선 회사에서 소영이랑 친한 사이인 듯 했다.

"저기.."

"네? 누구??"

"저 소영이 남자친군데 기억 못 하시겠어요?"

"네?? 아~~ 이제 기억나네요.. 그런데 어쩐 일로?"

"저기 소영이 요즘 회사 안 나오나요?"

"네.. 모르셨어요?? 몸이 좋 안 좋다고 휴가 냈는데.."

"그래요?? 그렇구나.."

"소영이랑 싸우셨어요?"

"네? 아...네.. 그래서 요즘 연락도 안되고 해서..걱정되서.."

"그러시구나.. 하여튼 소영이 요즘 그래서 안 나와요.. 다음 주나 되야 회사 나올거 같은데.."

"몸이 많이 안 좋대요?"

"글쎄요..;; 저도 그냥 병가 냈다고 듣기만 해서.. 걱정되서 저도 연락해봤는데 휴대폰을 안 받더라구요.."

"네..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뭘요.. 그럼 전 약속이 있어서.."

"네.."

병가라..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정신이 멍했다. 한편으로 진짜 아픈건가 걱정도 되고.. 하지만 진짜 아플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날 비록 영상으로 본 모습이였지만 소영이의 모습은 너무나 멀쩡했으니까.. 아프다는건 핑계일
뿐.. 지금 소영이가 어디서 어떤 모습일 지 뻔히 상상이 되니 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파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찾아가면 되겠지만..그건 아닐테니..
지금으로썬 소영이가 먼저 연락오기 전까지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하고.. 회사까지 찾아왔지만 아무도 소영이의 연락을 모른다고 하니 더 이상의 방법은 없었다.
허탈한 마음.. 멍해지는 정신.. 차를 몰고 어떻게 집에까지 왔을까 싶을정도로 난 거의 넋을 잃은 상태로 집까지
차를 몰고왔다. 집 앞의 슈퍼마켓이 눈에 들어왔지만.. 오늘은 담배.. 술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거의 죽을 정도로 마시고.. 필 것만 같아서..
집 안으로 들어와 난 거의 술에 곯아떨어진 사람이 픽 쓰러지듯이 그대로 바닥으로 몸을 내동댕이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바닥에 부딪히는 머리.. 소리로 봐선 굉장히 아파야 정상이겠지만 지금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지라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느낌..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때문에 너무나 피곤했던 탓일까.. 오늘은 일찍 퇴근했고..
어제도 잠을 푹 잤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피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자고 있던 나를 깨운건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소리였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난 억지로 눈을 뜨고 기어가다시피 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휴대폰을 들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소영...소영이였다!!! 난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를 외쳤다..!! 완전 미친사람처럼 커다랗게..

"여보세요!!! 소영이니? 어디야???"

"오랜만이다..ㅎㅎ"

"뭐야? 누구야??"

"그새 목소리를 까먹었나..나야 진호형~ㅎㅎ"

"형? 형 좋아하네!! 이 개새끼야!! 어디야!! 빨리 말 안해?"

"뭘 그리 흥분하시나..기다려봐 니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여자친구 목소리 들려줄께.."

잠시간의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들리더리 착 가라앉은 소영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소영이니? 어디야?? 거기 어딘데? 내가 갈께!! 어디냐고!!"

"오빠.. 진정 좀 하구.. 나 괜찮거든.."

"괜찮긴!! 그걸 말이라고해? 그 새끼들이 회사에 병가 내라고 시킨거야?? 그런거야?"

"무슨 소리야..지금.. 오빠 회사 찾아갔었어?"

"그럼!! 찾아갔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해? 연락도 없고!! 나보고 뭘 어쩌라고!!!"

"알았어...알았다구..!! 진정 좀 해.. 회사에 병가낸건 내가 스스로 낸거야.. 누가 시키고 그런게 아니라.."

"왜?? 진짜 어디가 아픈거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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