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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중앙도서관 옥상 벤치에 앉아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것도 처음 한두 번 봤을 때나 아름다운 서울 야경이었지, 이젠 그저 휘황찬란한 불빛일 뿐이었다. 오늘이 벌써 며칠 째이던가, 소연이에게 끌려서 중앙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는 것이…….

 

내가 도서관에 앉아 있다고 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책상 위에는 그동안 노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소설들과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미술 관련 서적이 너부러져 있었다.

 

지난 12년간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리며 여기까지 왔기에 최소한 1학년 때만큼은 넓은 세상을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의 위세를 온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소연이는 지난 12년, 아니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한 삶에 익숙해졌는지 몸에 밴 습관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소연이 때문에 시험공부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은 내 신념에 대한 배반인 것 같았고, 궁여지책으로 또다시 머리만으로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친 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옥상으로 나온 지 30분쯤 흘렀을까, 내 코앞에 소리 없이 눈웃음을 치고 있는 시은이가 보였다.

 

“깜짝이야.”

 

“놀랐어?”

 

시은이는 어울리지 않게 헤벌쭉 웃으며 내 옆에 자리 잡았다. 시은이와는 몇 번 같이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새침하고 도도해 보이는 시은이의 인상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다. 인상뿐만 아니라 성격도 그리 유하지는 않았다. 똑 부러지는 말투와 직설적인 화법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 같았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시은이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장미의 가시처럼……. 그런 시은이가 내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어서 놀란 것보다 그게 너라는 게 더 놀랍다.”

 

“무슨 의미야?”

 

“그냥…… 넌 이런 장난 안 칠 거 같았거든.”

 

“그렇긴 해.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도 아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잠깐 미쳤었나봐.”

 

“친구 남자친구라고 만만해 보여서 그런 거 아냐?”

 

“그런가? 근데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흘러가는 청춘에 사죄하고 있었지.”

 

“무슨 소리야?”

 

“헛소리.”

 

답답한 내 심정을 털어놓을까 했지만 혹여나 소연이 귀에 들어가 잔소리 들을까봐 멈칫했다. 그저 멋쩍게 웃으며 이 질문을 넘길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안쓰러워 할 뿐이었다.

 

“싱겁긴…….”

 

“넌 왜 나왔어?”

 

“머리 좀 식히려고.”

 

“공부 열심히 했나보구나.”

 

“그렇지도 않아.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조금만 해도 힘들어서 그래.”

 

“고등학교 때는 정말 공부 많이 했는데…… 그치? 수능 끝난 지 반년도 채 안됐는데 벌써 그 습관이 사라지고 몇 시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으니 사람이란 참 영악하면서도 어리석은 동물인거 같아.”

 

“인류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겠고?”

 

“그건 아니야.”

 

“그런가…….”

 

나는 웃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한 마디에 시은이는 정색을 하며 답했다. 역시나 시은이에게는 말 한마디라도 조심스럽게 가려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에 시은이는 까르르 웃었다.

 

“장난이었어. 너 진짜 내가 되게 어려운가보다. 장난을 못 치겠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속상하다. 난 네가 편한데 넌 날 불편해하니까.”

 

“아냐. 절대 그런 거 아냐. 나도 네가 편해.”

 

“치, 이제 와서 그래봤자 이미 늦었네요.”

 

시은이는 내게 놀리듯 혀를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 정말 시은이는 내가 편하게 느껴지나 보다. 우리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만 만났었기에 지금처럼 단둘이 있으면 어색해 할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커녕 시은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보여주던 새침때기의 모습은 완전히 감춰버렸고, 오히려 장난끼 많고 약간은 푼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서 억지로 연출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해맑은 표정이었다.

 

“빨리 시험 끝났으면 좋겠다.”

 

“시험 끝나면 뭐 하려고? 소연이랑 데이트하게?”

 

“그런 것도 있지만 그냥 빨리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어. 지금 이 순간이 싫어.”

 

“이렇게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 나 내려갈까?”

 

“아니야. 근래 들어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좋아. 널 만나기 전까지가 정말 싫었다는 거야.”

 

“거짓말. 소연이랑 단둘이 있을 때가 더 좋으면서…….”

 

“소연이랑 단둘이 있을 때는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뿐인데 뭐가 좋겠어?”

 

“진심이야? 소연이한테 이른다?”

 

“그 말이 또 소연이가 싫다는 말은 아니잖아. 소연이는 정말 좋은데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내가 싫다는 거지.”

 

“그게 그 말이지. 소연이가 널 책상 앞에 묶어두고 있는 거니까.”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시은이가 소연이에게 얘기하더라도 소연이는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날 부려먹을 약점으로 이용할 게 뻔했다. 그런 피곤한 상황은 애당초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소연이한테는 암말도 말아줘. 응?”

 

“생각해볼게.”

 

“꼭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그래도 넌 좋겠다. 시험 끝나면 소연이랑 실컷 놀 거 아냐. 난 시험 끝나도 같이 놀 사람도 없고…….”

 

“왜 없어? 우리가 있잖아.”

 

“너희랑 남자친구랑 같니?”

 

“너도 남자친구 사귀면 되잖아. 너 정도면 남자들이 엄청 쫓아다닐 거 같은데…….”

 

실제로 시은이는 인기가 없었다. 아니, 인기가 없다고 하기 보다는 남자들이 지레 겁먹고 접근을 못한다고 하는 편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우리와 같이 어울리는 동기인 현준이도 시은이에게 호감을 가졌던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대시할 용기가 없어 마음을 접고 다른 동기에게 집적대고 있었다. 이런 케이스가 내가 들은 것만 해도 현준이 말고 두 명이 더 있었으니 시은이가 인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시은이에게 선뜻 못 다가간 것은 아니었다. 선배 중 한 명이 시은이에게 영화 보자고 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는 얘기를 소연이가 해줬었다. 시은이가 눈길이 가는 외모이긴 하지만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데다가 거절당한 선배 얘기를 전해 들었다면 나라도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 누가 나 쫓아다녀? 나도 좀 알자. 가르쳐줘.”

 

“없어? 그럼 내가 쫓아다녀줄까?”

 

“이거 위험한 발언인데? 소연이가 들으면 뭐라고 하려나…….”

 

“야, 당연히 농담이지.”

 

“난 진담인 줄 알았지.”

 

시은이가 눈웃음을 치며 날 바라보는데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시은이가 늘 이런 표정을 짓는다면 정말이지 남자들이 줄을 서서 쫓아다닐 거 같았다.

 

“농! 담! 이! 거! 든!”

 

“뭘 그까짓 걸로 정색을 하고 그래?”

 

“됐고, 외로우면 소개팅 시켜 줄까?”

 

“나도 됐고, 심심하면 내가 자주 옥상 올라와줄까?”

 

“여기? 와준다면 좋지. 혼자 서울 야경 쳐다보고 있는 것도 지겨워지고 있었으니까.”

 

오늘 이렇게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의 시은이였다면 불편해서 어떻게든 둘러대며 대답을 피했을 것이다. 시은이가 먼저 내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나는 시은이에게 마음을 금방 열 수 있었고, 시은이와 함께 이러고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올라올 때 문자해. 쉬고 싶은 타이밍이면 올라와줄게.”

 

“그래. 대신 커피는 내가 무한제공 해줄게.”

 

“난 커피 안 마시니까 생과일주스로 준비해줘.”

 

“6시면 여기 까페 닫잖아. 그냥 자판기에 있는 거 마셔.”

 

“싫어. 그럼 안 먹을래.”

 

“좋아. 그럼 지하 편의점에 있는 걸로 말해. 거기까진 내가 갔다와줄게.”

 

“그럼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키위나 딸기로…….”

 

“너 변비 있어?”

 

“넌 애 낳을 때만 미역국 먹어?”

 

“변비 없구나.”

 

시은이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내려갈 거야?”

 

“응. 가자.”

 

내려가 보니 소연이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옆에 앉든 말든 오로지 책과 노트에만 시선이 가 있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나의 이런 생활은 반복되었다. 달라진 거라곤 읽는 책 하나였다. 시험이 코앞에 닥쳐서는 소설에 눈길을 주지 않고 오로지 시험공부만 했기 때문에 책만 달라졌을 뿐 다른 건 다 똑같았다. 소연이 옆에 앉아 책을 보다가 지겨우면 옥상으로 올라가서 시은이를 불러 수다 떨며 놀고, 그러다가 다시 들어가 공부하는 게 나의 시험기간 생활패턴이었다.

 

고마운 건 내가 부를 때마다 시은이가 나와서 놀아주었다는 것이다. 시은이마저 없었다면 나는 무슨 낙으로 길고도 긴 시험기간을 버텨낼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시은이도 공부하기 무지 싫었나보다. 부를 때마다 재깍재깍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매일같이 만나서 얘기하고 놀다보니 시은이와 꽤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소연이보다 시은이가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베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 * *

 

 

 

시험이 끝나기만 하면 마냥 기분 좋은 일들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시험이 끝난 날부터 지연이 누나와 싸웠다.

 

지연이 누나는 시험기간 내내 내가 소연이와 붙어 있었으니 주말을 둘이서만 같이 보내자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주말 내내 같이 보내자는 말은 밤을 함께 하자는 말이기도 한데, 그 말은 우리의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천금 같은 기회를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나로서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동기엠티가 그때 잡혀있는 걸 어떡한단 말인가. 그것도 가겠다고 오래 전부터 소연이와 약속했던 거라 도저히 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연이 누나는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시험기간에 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시험이 끝나서까지 소연이와 함께 있겠다는 것이 못 마땅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시험기간에 소연이에게 붙들려 있긴 했지만 은근히 자유로웠던 몸이라서 지연이 누나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그랬다면 내가 시은이와 베프가 될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연이 누나도 소연이와 비슷한 부류의 학생이었기에 날 만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먼저 연락한 경우도 거의 없었고, 내가 문자를 보내면 항상 공부하고 있다는 짧은 답문을 보내곤 했었다. 진원이 형을 옆에 앉혀놓고 혼자 계속 공부만 했을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아무튼 나는 지연이 누나와의 다툼은 진행 중인 상태로 마무리 짓지 않고 훌쩍 서울을 떠나버리려고 청량리로 왔다. 지연이 누나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것, 일단 동기엠티를 열심히 즐기고, 다음 일은 다시 서울에 왔을 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동기들은 청량리의 마트 앞에서 진을 치고 앉아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연이는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엠티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은이와 담소를 나누며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추 다 모였을 때 과대가 나와 엠티 조를 발표했다.

 

“3조. 김정호, 김가희, 박수철, 이승훈, 정윤호, 차시은, 최희진”

 

의외였다. 내 이름이 있는데 소연이 이름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나는 눈을 돌려 소연이를 찾았고, 소연이는 내가 자신을 찾을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어 주었다. 소연이는 조가 이렇게 짜여진 것을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였지만 나는 왜 이렇게 되도록 놔두었는지가 궁금했다.

 

“소연이가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 우리 조 애들이나 모아서 얘기해보자.”

 

시은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나도 일단 시은이 앞에서는 대범한 척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우리 조 애들을 불러 모았다. 펜션에 도착해 먹을 점심과 저녁에 먹을 안주거리를 사야했다.

 

“일단, 우리 조 점심 뭐 먹을까?”

 

“간단하게 먹자.”

 

다들 요리에는 젬병이라 점심은 즉석요리로 해결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고기가 나올 테니 안주로는 만드는 게 아닌 만들어진 것이나 날로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사기로 합의를 봤다.

 

마트로 들어가 각자 먹고 싶은 즉석요리를 골랐고, 과자나 한치 등 마른안주와 통조림 몇 개를 골라 카트에 담았다. 계산을 끝내고 아까 있던 자리로 가니 우리만 나와 있었다. 시계를 보니 장을 보라고 준 시간까지 아직 20분 넘게 남아있었다.

 

나는 시은이만 살짝 데리고 다시 마트로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씹을 주전부리를 살 생각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버스에서 먹자.”

 

“나 일단 목말라.”

 

“나가서 생과일주스 사서 들어올까? 아님…… 그냥 요구르트 마실래?”

 

“너 혼자 가서 사오면 생과일주스 마실게.”

 

“내가 네 몸종이냐?”

 

시은이는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떨어트리고 괜히 바닥을 툭툭 차며 말했다.

 

“그럼 요구르트 먹지 뭐.”

 

“알았어. 사다줄게. 여기 있어.”

 

“나 혼자 있어?”

 

“장난해?”

 

“농담한 거야. 같이 가자.”

 

“그럼 과자 먼저 사서 나갈까?”

 

“그래.”

 

우리는 과자 코너로 이동했다. 시은이는 이건 이래서 맛있고 저건 저래서 맛있다며 내게 과자 품평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없이 살아서 과자를 한 번도 못 먹어본 불쌍한 아이로 보였나보다. 나도 다 먹어봐서 안다고 빨리 하나 고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내 가슴 속에 차오르고 있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내 목으로 새어 나온 말은 시은이 말에 대한 맞장구였다. 시은이가 신나서 얘기하는 걸 초치고 싶지도 않았고, 해맑은 시은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왠지 흐뭇하고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링글스가 손에 들려져 있는 시은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시은이도 소연이만큼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근처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가서 딸기 주스 두 개를 사서 근처에 앉아 마셨다. 시은이는 과자를 고를 때부터 연신 신이 난 표정이었는데 주스를 마시고 있으니 더 기분이 들뜬 것 같았다.

 

“그렇게 맛있어?”

 

“응? 으응…….”

 

“뭐야? 그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표정은 아주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인데…….”

 

“내가 그랬나? 맛있어, 정말. 기분도 좋고…….”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한 번 사줄 걸 그랬나?”

 

“진작 좀 사주지. 그래도 뭐…… 이렇게 안 잊고 사줘서 고마워.”

 

“뭘 안 잊어?”

 

“내가 생과일주스 좋아하는 거.”

 

진심 기쁜 듯 미소 짓고 있는 시은이의 예쁜 얼굴을 보니 잡스러운 것들을 잘 기억하는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꼭 안아주고 싶었다. 난 정말 빠질 데 없는 멋진 남자라는 자부심이 솟아오르며 괜히 어깨가 쫙 펴지고 인자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소연이가 산산이 부셔버렸다. 출발할 때가 되었다고 아까 있던 데로 빨리 오라는 소연이의 전화에 시은이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시은이와 내가 가자마자 어슬렁거리고 있던 동기들은 일제히 버스를 타러 가려고 움직였다. 우르르 움직이는 군중들 속에 한 사람만이 우두커니 서서 시은이와 내가 오는 걸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주스 한 잔 마시고 왔어.”

 

시은이는 소연이와 나를 뒤로 하고 군중들 속에 묻혀버렸다. 소연이와 나도 동기들과 조금 떨어져 뒤따라갔다. 오늘 처음 봤을 때 잠깐 인사를 나누었던 걸 빼면 처음으로 단둘이 있게 된 것이다.

 

“시은이랑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우리 원래 친했을 걸?”

 

“웃기시네.”

 

“질투하는 거예요?”

 

“아주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네요.”

 

“근데 왜 우리 같은 조 아니야?”

 

“그거 일부러 그랬어. 그동안 우리 둘이 붙어 다니느라 동기들이랑 못 어울렸잖아. 너도 동기들이랑 좀 친해져야 될 것 같아서…….”

 

“네가 오랜만에 나 잊고 동기들이랑 놀고 싶어 그런 건 아니고?”

 

소연이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것도 있지.”

 

소연이가 그동안 동기들이랑 어울리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못 어울리고 있었나보다. 내가 소연이를 그렇게 얽매어 놓은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내가 나쁜 놈이 된 거 같았다. 그래서 정말 동기들과 실컷 놀 수 있도록 소연이에게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럴 거라고 미리 말해줬더라면 동기엠티를 오지 않고 지연이 누나를 만났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기왕 이렇게 와버리게 된 것 나도 소연이 못지않은 즐거운 엠티가 되도록 열심히 놀 거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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