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탐정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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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탐정소 1

지신 0 490 1 0

제1화 자동차사고

 

(상편)

 

따르르릉~~ 따르르릉~~

 

민종이가 헐레벌떡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화장실에 간 사이 전화가 오다니~ 벌써 일분가까이 벨이

울린지라 투덜거릴새도 없이 민종이는 재빨리 전화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 바지자크를 위로 올렸다.

 

"여보세요, 가정탐정소입니다."

"저~ 한가지만 여쭤보겠는데요~~"

"녜. 말씀하십시요."

"거기가 가정내의 일만 취급한다는 탐정사무소인가요..."

"예. 맞습니다...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목소리가 되게 젊어보이는데 댁이 탐정이십니까?"

"탐정님은 잠시 밖에 나가셨을니다만...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아~~ 됐습니다.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지요."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요~~~ 막 탐정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민종이가 전화기에 대고 다급하게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을 도와 탐정사무소에 나온지 한달. 몇번의

실패끝에 이런 전화는 한번 끊어지면 다시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으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락처정도는 알아놓아야 했다. 민종이는 상대가 전화를 끊지않은걸 확인하고 재빨리

사무실 책상을 열고 입안에 음성변조기를 집어넣었다.

 

"여보세요. 강탐정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 전화상으로는 좀 곤란한 일인데..."

 

상대방의 망설이는 목소리를 듣고 민종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작전성공... 잘하면 한건의 거래를

확보할수 있다는 사실에 민종이의 기분이 좋아졌다.

가정탐정소 1
 

"흠~~ 그렇다면 저희의 사무실로 방문을 해주셔도 되고, 그것이 곤란하시면 지정하는 장소로 제가

나가뵙겠습니다."

"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밖에서 만나지요."

"좋습니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말씀해 주십시요."

 

민종이는 종이와 볼펜으로 시간과 장소를 적고 전화를 끊으며 목에 있는 변성기를 뺐다. 야호~~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첫의뢰의 물꼬를 텄다는 뿌듯함에 민종이의 입에서 저절로 환호성이 튀어

나왔다. 

 

"이 녀석~ 방정맞게 그게 뭐야!"

 

언제 사무실에 들어왔을까? 한명의 여자가 들떠있는 민종이의 등을 쳤다. 넓은 이마, 뚜렷한 이목구비

등 눈에 확 띄는 아름다운 얼굴과 날렵한 몸매를 소유한 여인... 기습을 받은 민종이는 재빨리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그리고, 씽긋 미소를 띄우고 있는 여성을 보고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이~ 엄마! 놀랐잖아!!!"

"쯧쯧!!! 잘하는 꼴이다. 누가 온지도 모르고..."

 

혀를 차며 민종이를 나무래는 여인. 그녀는 바로 가족탐정소의 두탐정중 한명인 혜숙이었다. 사십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 민종이의 엄마. 하지만, 가날퍼보이는 그녀를 만만히 보았다가

큰코다친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흥~! 엄마가 은밀히 접근했으니까 몰랐지 다른 사람이면 벌써 아작났어...!"

"녀석! 건방을 떨기는... 하옇든 왜 그렇게 호들갑이었니?"

"하하~~ 드디어 내가 한건했어, 엄마"

"이녀석이~~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 한건이라니...? 사건을 맡긴 기억도 없는데...!"

"에이~ 그것말고... 사건수주...!"

"정말! 너가...?"

"그럼 이걸 이용해 멋지게 성공했지!"

 

민종이는 책상위에 있는 변성기를 흔들며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호호~ 서당개삼년이면 풍월을 읖는다더니... 제법이네, 변성기를 이용할 생각도 다하고..."

"흐흠... 엄마, 몰랐어.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에라~~!!!"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아들에게 군밤을 날리던 혜숙이는 그만 허공을 쳤다. 이미 민종이가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던 상태라 옆으로 슬쩍 움직여 피했고, 뒤이어 날라올 주먹을 위해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하지만, 혜숙이는 다음 동작을 하지않고 씽긋이 미소를 띠었다. 모성애가 가득 담긴 따스한 

사랑의 눈빛으로... 순간, 민종이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눈이 부실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기에...

 

"내 얼굴에 뭐가 묻었니?"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녀석... 싱겁기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혜숙이도 약간 쑥스러웠다. 많은 남자들이 자신을 보고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걸 많이 봐와 이제 만성이 되었거늘 아들이 똑같은 표정을 띠자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으니...

가정탐정소 1
 

"히히... 이제 어떻하지, 엄마~?"

"뭘?"

"손님을 만나러 나가야 되잖아...!?"

"아~ 그거... 너는 신경쓸 필요없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

"어떻게 할건데요... 아빠는 외국에 가 있잖아요."

"글쌔... 이번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하지마..."

 

자꾸 묻는 아들을 달래며 혜숙이가 짜증스럽게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수주한 일이라 자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꺼림직한 면이 있었다. 그것은 많은 시간동안

탐정생활을 한 혜숙이의 육감이었고, 많은 일을 처리하며 겪은 수많은 경우로 보아 아들에게 맡기면 

않된다는 강력한 여자의 직감이 보내는 경고였다.

 

 

XX카페.

문을 열고 콧수염을 기른 한 사내와 혜숙이가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가에 있는 탁자에 앉아있는

수척한 사내에게 시선이 머문후, 혜숙이와 남자는 천천히 걸어갔다.

 

"혹시 송지창씨되십니까?"

"그렇습니다... 가족탐정소에서 나오신분...?"

"예. 제가 전화를 받았던 강탐정입니다."

 

콧수염을 붙이고 변장을 한 아들을 따라 자리에 앉으며 혜숙이의 마음은 편치않았다. 워낙 고집을 피워

어쩔수없이 아들을 데리고 나왔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고, 의뢰를 

받을 일이 자신이 우려한 것이 아니길 빌수밖에 없었다.

 

"옆에 계신 여자분은...?"

"예. 제 아내입니다..."

 

미리 엄마와 이야기한데로 소개를 하며 민종이의 마음은 편치못했다. 하지만, 의뢰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어쩔수없는 일이었으니... 또한, 다행히 의뢰인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하하~~ 제 아내도 탐정입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마십시요..."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의뢰하실 일이 무엇입니까?"

"저, 저의 가정일입니다만...!"

 

지창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창아! 큰일났어...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어!"

"어, 엄마! 무슨 소리예요. 교통사고라니..."

"글쌔, 너의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다 사고를 냈어... 지금 병원에 있는데 중태래~~"

 

전화기를 통해 긴장과 겁에 잔뜩 질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창이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교통사고라니... 하지만, 계속되는 엄마의 말에 지창이의 충격과 슬픔은

더욱 커져갔다.

 

"지창아!"

"예. 엄마~ 말씀하세요!"

"흑~! 너의 아빠뿐만 아니라 연수도 혼수상태야..."

"연수까지요!?"

"그, 그래... 빠,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나 혼자서는 어떻해야 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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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하는 엄마의 소리를 들으며 지창이는 최대한 엄마를 달래며 전화를 끊었다. 육개월을

기한으로 미국에 파견나와 앞으로 한달후면 돌아가는데... 비록 엄마에겐 침착하게 대처하라며 말은

했지만 한동안 지창이의 정신도 말이 아니었다. 

재빨리 비행기표를 끊어 한국에 돌아와보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갑자기 큰일을 당했으니 엄마가

할수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빠와 아내는 비록 중환자실에 있었지만, 생명은 잃지않았기에

지창이는 슬픔을 억제하며 제반 처리를 했다. 불의의 차사고로 남편과 며느리의 변고를 겪은 창숙이도

아들이 돌아오자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창이가 돌아온지

하루도 되지 않아 연수가 죽었고, 영철이도 그 다음날을 넘기지 못했다.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을 하던 지창이가 숨을 고를때, 혜숙이는 최대한 정중한 목소리로 지창이를 위로했다.

 

"아버지와 아내의 부고에 무척 상심하셨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그럼 저희에게 의뢰하실 일이 교통사고에 대한 일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라,

경찰에 이야기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예. 부인의 말씀대로 교통사고에 대한 일이라면 경찰이 조사를 할것입니다만 제가 의뢰를 하고자하는것은

다른 일입니다..."

 

지창이는 말을 멈추고 난처한듯한 표정을 떠올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민종이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떠오르며 막 말을 하려는데 먼저 혜숙이가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무슨일로...?"

"휴으~~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사실 제 아내때문입니다."

"예~! 부인의 일로..."

 

민종이의 머리는 혼란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교통사고와 아내... 연관성이라곤 도저히 없을 두 단어로

무슨 일인가를 유추하기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옆에 앉은 혜숙이의 행동은 의외로 침착했다.

가다리면 지창이가 자연스럽게 의뢰할 일을 말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아내가 죽음을 맞았을때 의사가 조용히 저를 불러서 이야기했습니다. 임신 3개월째였다고..."

"으음~~ 그럴수가...!"

 

혜숙이의 입에서 놀란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분명 미국에 간지 5개월이 되었다고 지창이는 말했다. 한데,

부인이 임신 3개월이었다니... 혜숙이는 경우의 수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혹시, 미국에서 중간에 출장을 나오시거나 부인께서 미국에 가신 적이 있었나요?"

"히으~~ 그랬으면 제가 왜 탐정사무소에 연락을 했겠습니까?"

"......"

 

예상했던 대답이 지창이의 입에서 나오자 혜숙이의 머리가 민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창이가 의뢰한

일. 그것은 바로 부인이 가졌던 아기의 아빠를 알고싶다는 뜻이 분명했다. 어찌보면 쉬운것같으면서도 

부인이 이 세상에 없으니 미궁에 빠질수도 있는 일... 그때, 혜숙이의 머리속에 하나의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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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만..."

"예~ 무슨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교통사고가 났을때 아버지와 부인이 함께 타고 계셨다고요?"

"아~~ 그렇습니다. 제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집이 외딴곳에 있다보니까 아빠가 자주 아내를 집까지 태워다 

줍니다."

"그렇군요."

"사실 제가 이런 의뢰를 햐야 될지 망설였습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알고 있는 아내는 아름답고 정숙한

여자였으니까요!"

"그렇겠지요. 그럼 진실이 밝혀졌을때 지창씨는 어떻하실 생각입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고 지금은 단지 진실을 알고싶을뿐입니다."

 

말을 마치고 초조한 눈으로 쳐다보는 지창이를 무시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혜숙이가 고개를 들어 아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의뢰내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아직 않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혜숙이는 

슬쩍 아들을 꼬집고 재빨리 말을 건넸다.

 

"여보! 어떻게 할꺼예요... 지창씨가 기다리잖아요!"

"아~~ 미안합니다..."

"그것은 내 의뢰를 거절한다는 뜻입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잠시 다른 생각해 미안하단 뜻이고,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강탐정님!"

"하하...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쑥스러운 표정으로 지창이에게 말을 하며 민종이의 눈이 엄마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는

엄마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호호~ 이제 의뢰가 성사되었으니 부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예. 제가 그러지 않아도 사진을 가지고 왔습니다..."

 

지창이는 품속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내 혜숙에게 내밀었다. 혜숙과 민종이의 눈이 사진속의 여인을 향했고

곧 감탄의 신음을 삼켰다. 어디하나 흠잡을데없이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에 아침햇살처럼 씽긋이 미소짖는

모습이란... 주위에 많은 남자들이 집적거렸을게 눈에 선했다.

 

"미인이지요?"

"예~ 혹시 연예인이셨습니까?"

"아닙니다. 의상 디자이너였어요..."

 

지창이는 차분한 목소리로 죽은 부인인 연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혜숙은 몇가지 사항을 더 질문한뒤,

변장한 아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지창씨가 의뢰한게 죽은 연수씨의 외도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거죠?"

"응. 맞어... 한데 무슨 궁금한 점이라도 있니?"

"예. 제가 보기엔 지창씨가 연수씨를 의심할 것이 없었는데 왜 그런 의뢰를 한거죠? 혹시 의처증이라도

있는건가요?"

"뭐~~~!!!"

 

혜숙이의 얼굴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떠오르며 운전하고 있는 아들을 잠시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혜숙이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몇달되지 않는 아들이 임신에 대해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긴 혜숙이는 곧 아들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아~~ 그렇구나!"

 

엄마의 말에 민종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일때문이지만 모자지간에 나눌

대화로 적절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혜숙이는 슬쩍 아들을 쳐다보고 잠시 망설였다. 만일 본격적으로 

탐정일을 하다보면 더욱 곤란한 경우도 있지않은가? 특히 가족탐정사무소에서 취급하는 사건에선... 

하지만, 결국 혜숙이의 입에선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밤에 남편과 통화를 해 민종이의 장래에

대해 상의해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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