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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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그네 썰

효자손 0 1147 0 0

회전그네 썰 

 

회전그네 썰
 

딩동댕동.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준후는 늘상 그렇듯,지루한 표정으로 창밖의 운동장을 바라보았다.모두들 분주하게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

만,그는 늘 상념에 잠겨있는 표정으로 창밖을 보곤 했다.

'열아홉..'

그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모두들 대학에 갈 준비를 하고,저마다의 꿈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하는 시기였지

만,준후는 그런것들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때 내가 선택되지 않았더라면.....지금의 내 생활은 어땠을까.'

그가 요즘들어 매일 하는 생각이었다.나비효과라고 했던가?아마도 그때 그날이 없었더라면,준후는 지금처럼 부잣

집 아들이 되어 있을리가 없었다.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당연히 생활은 더욱더 나아 졌다 하지만,왠지 모르게 자

유를 구속당한 느낌도 든다.

'쳇...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거부할 거면서.'

맞는 말이었다.다시 고아원의 차가운 마룻바닥에서,담당 보육사에게 벌을 받는것은 죽기보다 싫었다.하지만 왜일

까?이상스럽게 자꾸 그때가 그리워 지는것이 말이다.준후는 피식 웃으며,평생 잊을수 없는 그때 그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인가?"

"네.그렇습니다.조금더 어린아이라면 좋겠지만..."

"그런건 상관없어.두뇌가 명석한 아이지 않은가."

중년의 사내는 앞에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년하나를 바라보았다.연신 차가운 눈을 하고 있던

그는 살짝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년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 아이.이름이?"

"아...처음 저희 고아원에 올때에 이불사이에 준이라고 씌여져 있어서...저희는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준이...준이라..."

중년의 사내.

그의 이름은 강주현. 한국최고 건축회사의 오너였다. 철의 오너답게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였고,그가 이끄는 기

업은 매번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굴지의 회사로 떠올랐다.

허나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다.바로 아들이 없다는 점이었다.애석하게도 딸만 셋이 있었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으로 뭉쳐있는 그는 딸에게 가업을 이어준다는 생각은 단 1퍼센트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입양'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었다.대부분 말을 잘 하지 못할 정도의 어린아이를 입

양하지만,강회장의 생각은 달랐다.자신의 아들은 똑똑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재력을 이용하여 큰 고아원만을

돌면서 8세이상의 남자아이들의 두뇌를 일일이 테스트 했다.머리만 좋다면 중학생이던 고등학생이던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대부분 평범하거나 혹은 그 이하의 아이들 뿐이라 실망하고 있던 차에,그는 남달리 두뇌능력이 월등하게

높은 이 아이를 구할수 있었다.

"이제 내가 너희 아버지다."

준이라는 소년은 약간은 경계하듯,앞에 있는 중년의 사내를 차갑게 바라보았지만,강회장은 개의치 않는다는듯 씨

익 하고 웃어보였다.

"올해 몇살이지?"

"열...다섯."

그는 여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는지, 여전히 그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좋은 눈빛이구나...'하며 강회장은 저

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열다섯.중학교를 다닐 나이로구나.그렇지?"

"...."

"어서 가자.여긴 더이상 너희 집이 아니다."

"어디로 간다는 거죠?"

"말했잖아?이제 넌 한경건설 강주현의 외아들이 되는거야.걱정하지 마렴.가면 니 위로 누나가 두명이나 있단다.

그리고 네가 열다섯 이니까...니 밑으로 두살어린 여동생도 있어."

준은 달콤해 보이는 그 유혹에 살짝 흔들렸다.아빠..누나..가족이 생긴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게다가 저 아저씨

가 타고온 차만 봐도,엄청 부잣집임에 틀림없어 보인다.그는 조금씩 망설이다가 담당 교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40을 훌쩍 넘긴 아주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교사가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그는 마지못해 강회장의

거친 손을 잡았다.햇살이 유난히 눈을 찌르는 그때,그의 옆에 서있는 강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준이라는 이름은 별로 좋지 못하구나.으음...그래.준후라는 이름이 좋겠다.강준후.이제부터 니 이름

이 될테니 잘 기억해 두거라."

'으응?'

교실에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을때까지 몇년전의 기억에 잠겨있던 준후는 운동장에 낮익은 얼굴이 보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녀석이 여긴 어떻게?'

왠만한 일에는 그닥 놀라지 않는 준후는 벌떡하고 일어났다.그는 책이 얼마 들어있지 않아 상당히 가벼운 책가

방을 아무렇게나 둘러메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쳇...토요일이니 망정이지...'

사실 준후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았지만,무턱대고 자신을 찾아왔다가 그냥 갔으면 어쩌려고...하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투덜거렸다.그래도 오래된 친구가 자신을 방문해주자 기분이 좋았다.복도를 달려나가자,햇빛이 자신

의 눈을 확 하고 찌른다. 그는 손바닥으로 살짝 미간을 가린다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어~"

텅빈 운동장.그리고 텅빈 교정의 구령대의 알미늄기둥에 기대어 서있던 남자 하나가 자신을 부른다.준후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너무나 낮익은 얼굴.입양되기전,자신과 유년기를 함께 했던 친구.

"박기주..."

"이야~준이 너 이 새끼.완벽한 부잣집 아들내미로 바뀌었네."

"빈정대려고 오랜만에 온거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준후는 피식 웃으며 기주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하고 쳐보였고,기주는 피식하고 웃었다.그

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정장을 쫙 빼입고 있었고, 신기하다는 듯이 학교의 교정을 쓰윽 둘러보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학교로구만."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너..."

"에이.내가 너 어디짱박혀 있는지 그런것도 모를꺼같냐?"

준후는 피식 하고 웃었다.큰 키에 호남형 얼굴.입양되고 나서는 어쩌다 한번씩 보았던 고아원시절 친구인 그가

근 1년만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그것도 몰라볼 정도로 쫙 빼입고서.

기주는 준후보다 더 빨리 고아원에 들어온 아이였다.사실 실제 나이는 준후보다 한살 더 위였지만,둘은 곧 친구

가 되었다. 늘 고아원에서 대장노릇을 서로 하겠다며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그래도 준후에게 있어서 유일하

게 한명 있는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준후가 한경건설 강회장의 외아들로 입양되고 나서도,기주는

계속 고아원에 남아있어야 했고, 열 일곱살이 되던 해에 고아원을 스스로 나와버린 아이였다.

"어때?부잣집 도련님 생활은?"

"글쎄다.지겹다고 하면 화낼거 아니냐?"

"음...그렇겠지?"

준후는 기주의 말에 픽 하고 웃어버린다.짧게 자른 머리의 기주는 휴대폰줄에 손가락을 넣고 빙빙 돌려 보인다.

"너는?고아원 나왔다고 전화하고,나중에 잠깐 만나고 나서는 연락두절 되더니...뭐하고 사는거야?"

"아..뭐...너처럼 머리가 좋지도 않은데 내가 뭘 하겠냐.뻔하지."

"뭔데 그래?"

기주는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운동장쪽을 살짝 가리켰다.준후는 검정색 세단 한대가 주차되어 있는것을 보며 살

짝 놀라고 말았다.꽤나 고가의 고급세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너...이자식...무슨 돈으로?"

"뻔하잖아?고아원 출신에.짧은 머리에 정장차림.그리고 저런 차."

바람이 살짝 불어왔고,기주의 짧은 머리도 살짝 흔들린다.그는 준후의 놀란 표정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다

는 표정으로 운동장 쪽을 쓰윽 바라보았다.

"지역을 지키는...뭐 그런거냐?"

"말하자면 그렇지."

기주는 피식 하고 웃으며 대답했고,준후는 한참이나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기주의 말마따나, 그가 건달이 된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운동을 잘한데다가,고아인 그가 찾을수 있

는 돌파구는 얼마 없었을 테니까.잠시 안색이 어두워졌던 준후는 새삼스레 피식 웃어보였다.

"이 자식! 싸움도 못하는 주제에."

"어쭈?준이 너 많이 컸는데?오랜만에 함 붙을까?"

"나야 좋지."

기주와 준후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참이나 웃었다.1년만에 만났지만,말이 필요 없었다.기주는 교복을 입고있

는 준후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살짝 손짓했다.

"가자.집까지 바래다 줄게."

준후는 앞서서 차로 향하는 기주의 뒷모습을 보며,새삼스레 반가운 감정과 함께 불안감이 엄습했다.고아원 출신

이라고는 하지만,건달이라니.그것도 자신의 친구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왜?건달이라니까 좀 그래?"

옆자리에 탄 준후의 표정이 싱숭생숭한걸 느꼈는지,기주가 넌지시 물었다.준후는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그만 피

식하고 웃어 버렸다.

"아니.그것도 니가 선택한 길이잖아."

기주는 곁눈질로 준후를 힐끗 바라보았다.인생역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행운을 검어쥔 준후이지만,왠지 

자유를 속박당한 야생동물을 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쓸대없는 소리하지 말고 임마."

기주는 괜시리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는 한쪽으로 차를 세웠다.준후가 사는 동네는 학교에서 그닥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10분여의 정적 끝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휘유~엄청 으리으리한 동네로구만."

"실없긴.여튼 태워줘서 고맙다."

"별 소리를.공부 열심히 해라 임마.좋은 머리 똥 만들지 말고."

기주는 장난스럽게 주먹으로 준후의 머리를 툭툭 쳐 보였고 준후는 피식 웃으며 차문을 열고 내렸다.

"야 준아."

"왜."

"너 보러 자주와도 되냐?"

준후는 기주의 표정을 한참이나 뚱하게 바라보았다.평소의 그라면 그런 질문을 할 성격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 

이었다.

"좋을대로."

준후의 말에 기주는 살짝 웃더니 여유롭게 차를 돌렸다.멀치감찌 사라져가는 검정 세단을 보며 준후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근데 저자식...면허는 있긴한건가.'

물론 자신보다 한살 많으니 성인일 것이고,면허를 딸수 있는 나이지만,워낙 기주의 삶이 AM적이라는것을 잘 알

고 있는 그인지라 의구심이 들었다.

'오늘도 집으로 가는구나.아무런 의미가 없이.'

준후는 자신의 집으로 가는 언덕길을 터덜터덜 올라갔다.햇빛은 내리쬐었지만,역시나 계절이 계절인지라 쌀쌀했

다.그는 습관적으로 MP3플레이어를 꺼내 들고 이어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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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순간 준후의 눈에 자신보다 앞서 언덕을 오르는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약간은 짧은 치마.위로 질끈 묶어 올린 

귀여운 헤어스타일.그리고 하얗고 길게 뻗은 다리.

"강은수."

준후의 말에 앞서가던 여학생이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큰 눈에 오목조목한 코와 입술.전형적인 귀염상의 여학생

이었다.그녀는 준후를 바라보자마자 살짝 웃어주었다.

"오빠!"

은수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준후는 피식 웃으며 그녀가 서있는 곳까지 서둘러 걸었다.그녀가 있으니,들으려

했던 MP3는 다시 품안에 갈무리 하면서.

"오빠 오늘은 빨리오네?"

"아..응.주말이니까."

"칫.고3이 주말이 어딨냐?"

"이게 또 까분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는 준후의 손짓에 베시시하고 웃었다.

강은수.

강회장의 막내딸이자,준후의 여동생이기도 한 올해 17세가 되는 소녀였다.언니들과는 달리 키가 약간 작은 편

이지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를 닮아 늘씬했고,또 귀여웠다. 준후가 가족중에 유일하게 편하게 대하는 

여동생이었다.그도 그럴것이, 그가 처음 이 집에 입양을 오는 그 날부터 은수는 준후를 원래 있던 친오빠처럼 

잘 따랐기 때문이었다.

"오빠오빠!그거 알아?내 친구 미희있잖아.걔가 대학생 남자친구가 생겼데."

"참내.그 대학생은 범죄를 저지르는거랑 같은거란걸 모른다냐?"

"그런게 어딨냐?사랑하면 다 그런거지."

"쬐끄만게 사랑은 무슨..."

은수는 준후의 퉁명스런 말에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연신 조잘거리며 준후에게 말을 붙였다.준후역시 관심없

는 뉘앙스이긴 했지만,그녀가 하는말에 일일이 다 대답을 하며 들어주곤 했다.

"아 참!오빠 그거 알아?우리집 아줌마 바뀐데."

"어라?왜?"

"짤린거 같지는 않고..고향으로 가야 한다더라."

"그래?"

그 부분에 있어서는 준후도 약간 관심이 생겼다.늘상 자신의 집에 있는 식모 아줌마가 관둔다는 소리였기 때문이

었다.꼼꼼한 성격탓에 늘 가족들이 칭찬하던 그 아주머니가 바뀐다니까,준후의 입장에서도 약간은 서운했다.

"그리고 오늘 큰언니 집에 오는 날이야."

"아...그러냐.."

은수는 큰 언니라는 말이 나오자,준후의 말투가 급격하게 퉁명스러워 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도 그

런 준후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은하.

올해 스물 일곱이 된,의상 디자이너이자 강회장의 장녀였다.

도시적인 외모와 큰 키.그리고 완벽한 몸매만큼 성격역시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준후가 처음 그 집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은하는 단 한번도 준후를 친동생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여성이 무시당하는 것을 참을수 없는 그녀이기에, 꼭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줘야만 한다는 아버지

강회장의 뜻이 죽도록 싫었기 때문이었다.때문에 그녀는 디자이너란 직업을 핑계로 독립을 했고,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주말에 집에 들르곤 했다.오늘 역시 그녀가 오는 날인 모양이었다.

'또 귀찮아 지겠군.'

준후는 경험상 은하와는 말을 섞지 않는것이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조금 친해져 볼까 해서 

말을 붙이면 그녀는 늘상 톡 쏘는 말로 까칠하게 대했고,또 한성깔있는 준후인지라 그것에 반응하면 금방 싸움

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먼저 건들지 않으면 그녀쪽에서 시비를 거는 일은 없었기에,준후는 불편해도

그냥 '쌩까는'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저에요!은수! 오빠도 같이 왔어요!"

은서가 초인종을 누르고 외치자,문은 소리없이 열렸다.2층짜리 주택. 바로 강회장의 저택이자 준후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몇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아직도 준후는 불필요할 정도로 큰 집의 규모에 매번 질리곤했다.

현관이 열리고,단아한 롱스커트에 가디건을 걸친 여자한명이 살짝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하얀피부.그리고 너무

나 청순한 얼굴.그와 대조적으로 약간 글래머 스타일이기도 한 여성이었고,그녀를 보자마자 은수는 어린아이처

럼 그녀에게 안겼다.

"언니이이이~"

"잘 갔다왔어?준후도 왔네."

"아...응."

그녀는 이 집안의 둘째인 강은채였다.매번 보는 얼굴이지만,늘상 그녀의 친절하고 착한 성격은 준후를 설레게

만들곤 했다.그는 괜시리 차갑게 대답해 버리며 방으로 향했고,은채는 그런 준후의 뒷모습을 보며 싱긋 하고 웃

었다.

'세 자매인데 어쩜 저렇게 다 다를수 있을까.'

아직도 준후가 갖고 있는 의문점이자,적응이 안되는 부분이기도 했다.다들 자매인지라 저마다의 다른 미모를 갖

고 있는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성격들이 모두 판이하게 다르다. 그 중에서도 은채는 곱상하고 청순

한 외모의 소유자 답게,늘 상냥한 모습이었다.전형적으로 남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하고, 배려심 깊은 그런 여성

스타일이었다.

처음에 준후가 이 집안에 와서 은채를 보았을때,어린마음에도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자신보다 세

살위인 그녀는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정말 친동생처럼 자신을 아껴주었던 것이다.준후 본인은 정작 느끼지 못

하고 있었지만,그가 이 집안에서 사는 유일무이한 낙이 바로 대학생 누나 은채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들 왔구나.어서들 씻어.오늘 저녁은 다 같이 먹기로 했으니까 군것질들 하지 말고."

막 방문으로 들어가려던 준후는 부재중인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식모아줌마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뒤에서 은수가 큰 소리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후도.들어가서 씻으렴."

"네."

그녀의 상냥한 말투에 대충 대답을 한 준후는 문득 벽에 걸린 한여자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바로 얼마전

에 세상을 떠난 강회장의 와이프이자,이 집안 딸들을 낳은 어머니였다.곱게 늙은것이 저런것일까.비록 자신의 어

머니이지만,그것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초상화속의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임정은이라는 저 여자를 만난것

이,강회장에게는 행운일 거라고 준후는 생각했다.그녀의 미모가 있었기에, 강회장처럼 험악한 인상의 사람에게도

저런 이쁜 딸들이 태어난 것일테니까.

'휴우...'

준후는 문을 닫고는 교복도 벗지 않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벌써 이 집안의 가족이 된지도 4년째.큰 누

나인 은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에게 가족처럼 대해 주었지만,준후는 뭔가 답답했다.책장에는 준후가 원하지

도 않는 경영과 경제에 관련된 서적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물론 그것은 강회장이 준후를 위해 사다준 것이

었고,그쪽에는 1퍼센트도 관심이 없는 준후는 단 한페이지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고아원에서 작곡가의 꿈을 키웠던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회상에 잠겼다.고아원에 놓여있던 작은 피아노 한대.그것이 준후의 삶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준후는 늘 보육교사를 졸라 피아노를 배웠고,남다른 재능으로 귀가 따갑도록 칭찬을 듣기도 했다.하지만 이 집

에 입양을 온 뒤부터는 음악의 음자도 꺼낼수 없었다. 완강한 강회장이 준후가 음악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는것

을 받아줄리가 없었으니까.

'기주는...행복할까.'

부자집으로 입양가는 턱에 수많은 고아원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은 자신이지만,왠지 준후는 기주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제약을 받지 않을테니까.

'에휴우!모르겠다!'

복잡한것이 딱 질색인 준후는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 써 버렸다.눈을 감으면 조금 속편해 지지 않을까 하는 단순

한 생각이었다.어차피 다같이 먹는것은 저녁이라고 했으니,그때까지 낮잠이나 질펀하게 자자는 생각을 하면서.

준후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바로 고아원에서 있을때에,강회장이 아닌 자신의 친부모가 자신을 찾아오는 꿈이었다.강회장처럼 부자집

은 아니지만,평범해도 화목한 그런 집안.그리고 준후가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낼수 있도록 충분히 모티브가 되어

주는 그런 행복한 집안 말이다.

"매번 똑같군.레파토리는."

준후는 살짝 눈을 뜨며 꿈인것을 직감하자마자 중얼거려 버렸다.남부럽지 않게 살게 된 그이지만,어쩌면 입양아

라는 것이 은연중에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비록 집안에서는 피우지 않지만, 고아원에서 부터

기주와 몰래 담배를 피운적이 있는 준후는 한대 피고 싶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준후야!아버지랑 큰누나 왔어.얼른 내려와라."

2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아줌마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준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런 집안에서 

담배라니.걸리면 더더욱 피곤해질 것이다.왠지 준후는 방에만 쳐박혀 있고 싶었다.까칠한 은하까지 왔다니.

왠지 같이 먹는 저녁이 싫어졌지만,준후는 옷을 벗고 자신의 방에 딸려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

뜨거운 물을 맞으니 정신이 노곤해지는것이 느껴졌다.큰누나인 은하.너무나 도도하고 도시적으로 생겼지만,자신

에게는 그저 까칠하기 그지없는 가족아닌 가족일 뿐이었다.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말해봐야 입아픈 일이었다.그래도 집안에 잘 있지 않는 데다가,다행히도 식탁에서의 준후의 자리는 상냥한 은채

의 옆자리였기에 그는 그것으로 대충 위안을 삼기로 마음먹었다.

"어휴.왜이렇게 늦게 내려왔어?"

"좀 씻느라구요.아 참,곧 그만 두신다면서요?"

"응 오늘까지야.어서 앉아 준후학생."

준후는 물기가 살짝 남아있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식모 아주머니에게 아까 하지 못한 아쉽다는 인사를 했다.근사

한 주방으로 다다르자,자신을 빼고 모두들 모여 앉아있는 식구들이 보였다.준후는 언제나처럼 자신을 보며 웃는

강회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어서 앉아.아버지한테 무슨 그런식의 인사를 하냐."

"아..예."

"준후야 얼른 먹어."

역시나 은채는 싱긋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하고 쳤다.자리에 앉자마자 은하의 모습이 보이자 준후는 살짝

고개를 돌려버렸다.그녀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곱게 쓰면 이쁠 여잔데...쳇.'

이쁘긴 이뻤다.이 집안 여자아니랄까봐, 청순한 은채,그리고 귀여운 은수와는 다른 도도하고 도시적인 매력.하

지만 눈빛은 늘 차갑고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왜 쟤때문에 밥먹는거 기다려야 해요?짜증나게."

준후는 은하의 중얼거림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것이 느껴졌다.아무리 착한것과는 거리가 먼 준후이지만,그래

도 굴러온 돌이 박힌돌 눈치를 안볼수는 없는 것이다.살짝 준후의 눈치를 본 은채가 준후를 거들었다.

"에이.언니 오랜만에 와서 왜그래.어서 밥이나 먹자."

강회장은 아무리 윽박지르고,타일러봐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은하와 준후의 사이를 보고는 한숨을 푹 하고 쉬어

버렸다.그 역시 언젠가는 나아지겠거니...하는 생각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는 지도 모른다.

"자.어서들 먹자."

강회장의 말에 모두들 수저를 들었다.보통 사람들이면 구경도하기 힘든 산해진미였지만,아까의 꿈을 꾼 데다가

언제나 늘 한결같이 자신에게 대놓고 불편함을 표하는 은하의 태도 역시 준후의 밥맛을 딱 하고 끊어 놓았다.

'응?'

준후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살짝 옆을 바라보았다.은채가 자신의 팔을 툭툭 몰래 건드린 것이다.

-괜찮은거야?-

그녀의 표정은 그렇게 묻고 있는 듯했다.착한 은채는 준후의 마음에 상처를 받을 까봐 겁이 났던 것이었다.준

후는 피식 웃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수저를 들었다.

'괜찮긴 염병..'

하나도 괜찮을리가 없었다.안그래도 타이트하게 구속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거기다 비록 어쩌다 한번이지만 

늘 이어지는 은하의 구박이 기분좋을리가 없지 않은가.그래도 은채가 물어본 것이라,준후는 괜찮은 시늉을 했을

뿐이었다.

"아줌마.이거 너무 짜요."

"아...미안해.이리줘요."

준후는 식모 아줌마가 애써 해준 반찬을 이렇다 저렇다 지적을 하는 은하를 보자 이가 갈렸다.

'지는 지손으로 라면 하나 지대로 못끓이는 년이...'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밥을 밀어넣었다.그런 그녀에게 한방을 먹여줄수 있는것이 있다면,비상한 두뇌를 십분

발휘해서 강회장의 후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준후는 전혀 그쪽에는 관심이 없었

다. 머릿속에 있는것이 경영학개론이 아닌 음악뿐이니,그녀에게 한 방 먹여줄 길이 없다는 것이 준후에겐 가장

분한 일이었으리라.

"벌써 일어나니?과일이라도 좀 먹지."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준후를 보며 식모아줌마가 한마디 했지만,준후는 솔직히 말해서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을 단 1퍼센트도 하지 않았다.

 

회전그네 썰
 

"아..책좀 봐야해서요."

당연히 거짓말이었지만,고3인 그에게는 효과만점인 핑계거리였다.뒤에서 은수가 '오빠 화이팅'이라며 귀엽게 속

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준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서는 욕실로 들어갔다.큰 욕실이 1층에 따로 있는데도 욕실이 딸려있는 이 방을 처

음 봤을때는 그저 돈지랄들 하는구나 했는데,가끔은 편할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칵.

답답한 마음에,준후는 그동안 꾹꾹 참고 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이 집에서 담배를 피운것은 오늘이 처음이었

다.생각해보니,욕실안에서 환풍기를 켜고 피우면 별 탈이 없을것만 같았다. 강회장이 무섭거나 해서 몰래 피우

는 것이 아니었다.단지,잔소리나 시끄러운것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탓이었다.

'벌써 밤인가.'

오늘은 왠일인지 더욱 더 답답했다.몇년이 지났으면 적응될만도 하거늘,왠지 남의 집에서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달라진 환경,그리고 가족이라는 다소 낮선 이름의 존재들.

준후는 열아홉이라는 어린나이 답지 않게 세상을 다 통달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왠지 모르게 자유를 속박당

한채 사는 기분이다.

'속박?속박이라고..?'

준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자신이 너무 가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뭐가 어찌됐던간에,자신은 강회

장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했고,그가 자는방,씻는 욕실,그리고 먹는 밥까지 모두 강회장의 재산이 아닌가.그런 

재산은 누릴데로 누리면서 속박이라는 느낌이 드는 자신이 속물같아서 싫었다.

치지지지...

그는 피우다 만 담배를 변기에 넣어 버렸다.왠지 모르게 계속 궁상을 떠는것같아 불편해 졌기 때문이었다.

드르륵.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인지라,창문을 열자마자 찬바람이 쌩하고 들어온다.그의 방 창문은 화려한 내부에 비해 약

간은 작았지만,나름대로 밖이 훤히 보이니 답답하진 않았다.

'전환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애초에 머리는 좋아도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책상에 앉아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그는 눈을 껌벅 거리

며 멀리 보이는 네온사인들을 바라보았다.

 

'내일은.....뭔가 재밌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1부 - 눈을 뜨다.

"오늘도야?"

"네."

새삼스럽게 오늘도냐고 묻는 담임의 말에 준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상 할사람만 해도 되는

야간 자율학습을 빠지는데에 왜 이런 일련의 거짓말 절차가 있어야하는지 준후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래 알았다.모의고사 성적...너 위험하니까 관리잘해.얼마 안남았으니까."

"네."

준후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교무실을 나섰다.좋은 집안에 입양된 덕택에 고아원 아이들은 꿈도 못꾸는 고등학교

에 들어오긴 했지만,그는 여전히 자신의 두뇌를 학문에 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늘 필요할 때만 하자는 주의였

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준후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공부대신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근처에 있는 연습실로 향한 것이었다.

실용음악학원을 겸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그곳의 원장은 언제라도 준후가 와서 연습할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여어.오늘은 야자를 띵까는 불량 청소년 필인거냐."

준후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언제왔는지 기주가 키홀더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자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준후는 또 자신을 찾아온 친구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여지간히 할일 없구나 너.이렇게 자주 오는걸 보니."

"근데 너 어디가냐?"

"아...그냥 뭐.음악하는 애들 보러."

"꼭 가야하는 자리야?"

"뭐?"

준후가 의아한 듯이 묻자 기주는 피식하고 웃어보였다.고개를 갸웃하는 준후를 무시한채로,기주는 자신의 친구

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흠...일단 교복을 입으면 좀 곤란한데."

"뭔지는 말해주고 곤란하다고 해야지."

"가보면 알아.일단 내 옷 입어라.차에 몇벌 넣어갖고 다니니까."

준후는 영문도 모른채 기주를 따라나섰다.사실 뭐하러 가는건지 따져도 되는 것이지만,왠지 기주가 자신을 찾

아온것은 이유가 있을것만 같았기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물론,그의 호기심도 큰 몫을 한 것이지만.

"윽...나보고 정장을 입으라는 거냐?그것도 차안에서?"

"정 안내키면 차 밖에서 입어도 된다."

"...."

준후는 뭐라 투덜거리면서도,뒷자리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차 자체가 워낙 넓은 데다가,선팅도 짙게 되

어 있으니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근데...어디로 가는거냐?"

"너..기억하냐?우리 예전에 뒷뜰에서 자주 했던 짓."

"뒷뜰?아아..."

기주의 말에 준후는 피식하고 웃었다.고아원시절,어디서 구해왔는지 고작 열여섯밖에 안되었던 기주는 종종 소주

를 구해왔던 것이었다.훈육교사에게 적발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탓에, 그 둘은 늘 고아원 뒷뜰에 있는 풀숲에 

몰래 숨겨놓곤 했었다.그리고 모두들 잠든 밤이면 나와서 소주를 마시면서 어른흉내를 낸적도 있었다.물론 지금

도 어리긴 하지만.

"한마디로.술마시러 가자...이거 아니냐?"

"비슷해.그치만 그게 다는 아니지."

기주는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준후는 더이상 뭐라고 묻지 않았다.비록 학생으로써 하면 안되는 나쁜짓에는

틀림없었지만,왠지 모르게 짜릿했다.그에게는 야간자율학습 대신 연습실에 가서 악기연주를 하는것이 유일한

일탈이었으니까.

게다가 절친한 친구인 기주가 자신에게 범죄를 시킬리도 없다.그는 준후에게 있어서 평생 같이할 암묵적인 동반

자라는 믿음이 있었다.

"뭐야 여기는?"

준후는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기주는 룸미러로 살짝 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피스텔.그리고 넥타이 삐뚤어졌다.단정하게 메."

"참내.뭐 선이라도 보냐?"

"그럴지도 모르지."

"엥?"

기주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고 피식 하고 웃었다.학교에서 약 20분 정도를 달려,그들이 들어간 곳은

어느 오피스텔의 주차장이었다.

"네가 사는곳은 아닐테고,뭐하는곳이냐 여기?"

"왜 내가 여기서 살지 않는다는 확신을 하는거냐?"

기주의 말에 준후는 살짝 턱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차표를 뽑았잖아.지네집에 주차하는데 방문자용 주차카드를 왜 뽑냐.인식기 달겠지."

"흠...뭐....내가 여기서 살지 않는것은 맞는데 이유는 틀렸다."

"뭔 말이야?"

"여긴 내 일터거든.그리고 주차권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뽑아두는거고."

여전히 아리송한 말이었지만 준후는 무슨 뜻이냐고 재촉하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곧 저절로 알게 될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3층입니다.-

엘레베이터가 멈추고,앞장서서 걸어가는 기주의 뒤를 준후는 조용히 따라갔다.그닥 호화스럽지도,그렇다고 평범

하지도 않은 오피스텔이었다.

"여기가 내 담당구역이야."

"뭐가?"

뜬금없는 기주의 말에 준후는 다시 되물었고,기주는 여전히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채로 말을 이었다.

"보통 룸싸롱 이런걸 맡는데...나는 요거 오피스텔 달랑 하나 맡았다고."

그제서야 준후는 무슨말인지 이해가 갔다.건달 세계에서 말하는 '구역'혹은 '나와바리'를 말하는 것인 모양이었

다.갓 스무살치고는 파격적인 대우였지만,그 세계를 모르는 준후는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다.

"근데 왜 오피스텔을 맡는데?여기에 건달이 뭐가 필요하다고."

"보면알아."

기주는 짧게 대꾸하고는 초인종을 눌렀고,한참지나서야 문이 열렸다.인터폰으로 세심하게 누가 왔는지 확인을 

한 모양이었다.

'뭐..뭐야...'

이윽고 오피스텔이 열리고 나서의 광경에 준후는 그저 입을 쩍 하고 벌려버렸다.화려한 인테리어와 자욱한 담

배연기.딱봐도 건달들로 보이는 몇몇의 인물들이 보였고, 안에는 또 여러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다.그리고

안에는 건달들이 아닌,일반인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도박판..?'

그랬다.트럼프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걸로 봐서는 언뜻봐도 도박판이었다.준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밖과는

전혀 다른 내부 광경들을 보고 있던 순간,건달들 몇명이 험악한 인상으로 준후를 바라보았다.

"눈깔어.내 친구니까."

"아..네..네!죄송합니다..."

기주의 한마디에 덩치가 산만한 두 녀석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스무살인 기주보다 그들이 어릴리가 없었다.준후

는 새삼스레 기주가 나이에 비해 꽤 높은 자리라는걸 실감할수 있었다.

'회사로 치면...뭐 초고속 승진같은 건가.'

준후는 속으로 실소를 내뿜었다.뭐가 어찌된건지는 모르지만,기주는 어린나이에 용케도 이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물론 그것이 어둠의 세계라는 점이 있긴 하지만.

"감이 좀 오냐?"

"감따윈 필요없잖아.누가봐도 도박판인데."

"아..하긴 그렇구나."

"...."

기주는 곧 준후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그의 설명을 듣던 준후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그의 말

에 의하면, 이 오피스텔 전체가 하나의 큰 도박장이었다.즉,여기 말고도 다른 호실도 모두 여기와 같은 도박장

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단속을 피하려고 여기에 있는거야.물론 오래 해먹을수 있는 하우스는 아니지만."

"근데 여기에 여자들은 왜 있는거냐?"

그러고 보니 도박장에 연신 젊은 여자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하나같이 쟁반위에 마실거리나 간식거리를 들

고 나르는 것으로 보아,도우미 같은 존재인 모양이었다.

"그냥 직원이야.보다시피."

준후는 '그냥 직원'치고는 상당히 묘하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음료수만 나르거나 뒤치닥 거리를 하는 이들이라면

그냥 편하게 입어도 될것을,그들은 하나같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이 밀려왔지만,더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안궁금하냐?왜 여기까지 대려왔는지."

"술먹자는 거잖아.뭐 덧붙이자면 니 구역을 자랑하려는 의도도 약간은 보인다만."

"흠...뭐 그런건 아니야.술을 마시고 싶은데 이곳을 벗어나면 곤란해서 온거 뿐이지.들어와."

몇개의 방중에,기주가 들어간 방은 유일하게 단 한명도 사람이 없었다.기주는 지나가는 여자한명을 잡더니,자신

의 방으로 술을 넣으라고 주문하고는 문을 닫았다.

"방음도 완벽하네.신기할 정도로."

"동네방네 도박장이라고 티낼 필요는 없으니까."

"뭐.일리는 있네."

준후는 그래도 정장차림이 영 불편했다.거의 똑같다고 할수 있을만큼 비슷한 체형이었기에 기주의 양복은 몸에

꼭 맞았지만,그래도 불편한거 까지는 어쩔수 없었다.

"어떤거 같냐?"

"뭐가?"

"여기 말이야.넌 처음 볼꺼 아냐."

"흠...확실히 이런곳은 처음보긴해.은근 재밌어 보이는데 저 카드놀이."

준후의 말에 기주는 피식 웃어버렸다.사실 기주는 어렸을적 부터 도박을 할줄 알았다.고아원 시절 준후가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면 그는 늘 대답을 회피해 버리고는, 당연한 덕목이라는 듯이 준후에게 화투를 가르쳤다.명석한

탓에 빨리 배워버리는 준후의 습득능력에 놀라긴 했지만.

"배워 볼텨?"

"트럼프 말이냐?"

"어."

준후는 호기심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기주는 역시나 라는 얼굴로 웃었다.

"아서라.나쁜것은 또 내가 다 가르쳤다고 하고 다니려고?부잣집 도련님이 이런거 하면 못쓴다."

"실없는 소리마.어차피 처음부터 가르쳐줄 생각으로 데려왔으면서 뭘."

기주는 실소를 터트렸다.준후는 정말 눈치하나는 기막히게 빠른 아이였다.저번에 보았던 뭔가 답답한 표정의 준

후의 얼굴이 맘에 걸렸던 기주는 오늘만큼은 준후를 실컷 놀게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비록 자신보다 한살 아래이긴 하지만,그는 늘 준후와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때문에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겠지만.

"잘봐."

기주는 서랍에서 트럼프를 하나 꺼내어 테이블위에 늘어놓았다.

 

회전그네 썰
 

똑똑똑.

"들어와."

막 기주가 입을 열려는 찰나,노크소리와 함께 양주몇병과 간단한 과일이 놓인 쟁반을 들고 한 여인이 들어왔다.

"어머!실장님! 이분 누구에요?디게 잘생기셨다~"

늘어져있는 트럼프만 보고있던 준후는 그녀의 말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꼬리가 섹시하게 위로 올라간 여성이었다.미인이라고는 못하지만,묘한 색기가 흘렀다.게다가 딱붙는

원피스위로 보이는 그녀의 몸매 굴곡역시 그녀의 이미지에 한몫하고 있었다.

"내 친구야.꼬리치지 말고 가서 일해."

"칫.재미없으시긴."

그녀는 연신 준후에게 눈웃음을 쳐 보이더니,술잔을 셋팅해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준후역시 다시 트럼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봐.숫자는 2부터 10까지.그리고 그다음에는 J,Q,K,에이스 순으로 간다.무늬는 모두 네개고..."

준후는 기주의 두서없는 설명을 열심히 귀담아 들었다.천성적으로 도박에 미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늘 그는

이런것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기주역시 그런 준후를 잘 알기에,그를 여기로 데려온 것이었다.

기주라 한들,나쁜쪽으로 준후를 사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다만 저번에 봤을때의 준후의 표정에 뭔가 그늘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 뿐이었다.

"대충 알겠냐?"

준후는 단 한번의 설명에도 되묻지 않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기주가 설명한것은 포커의 룰이었다.그것도 룰만

설명했을뿐,아직 배팅에 대한 것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거...섯다 처럼 장난질 하는거냐?"

"장난질은 어디서나 하지."

"쳇.그러니 호구들은 계속 벗겨먹히겠네."

"뭐.이바닥이 다 그런거 아니겠냐.다음은 배팅하는 방법이야."

이번에 기주는 직접 실전처럼 카드를 나눠 주었다.하면서 배우는것이 가장 빠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쪼르르르.

술잔에 술이 따라졌다.준후는 아직 양주맛을 잘 알 나이가 아니었지만,왠지 모르게 묘하게 알딸딸해 짐이 느껴

졌다.그에게 있어서 음주는 어른들의 그것처럼,하나의 문화가 아니었다.단지, 왠지모를 답답한 반복적인 일상속

에서 잠시나마 탈출하는 일탈이자 비상구, 그 자체였다.

"풀하우스.내가 이겼지?"

"이런 방식이로구만."

"대충 알겠냐?이제?"

기주는 물어보고도 속으로 피식 웃었다.도박이라는것이 어디 한번 듣고 딱 이해가 되는 것이었던가.한번 홀랑

털려도 보고,따기도 해봐야 아는것이 겜블이었다.하지만 기주의 예상과는 달리, 준후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것 같은데 대충."

"뭐?"

기주는 본인이 가르쳐 놓고도 황당함이 느껴졌다.한번 설명했을 뿐인데 알다니....왠지 기주의 눈에는 그것이

준후의 허세로 보였던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뭐..일단 그렇다 치고...요즘 생활은 어떻냐?"

"그냥 똑같지.매일매일 학교가고,끝나면 집에오고. 간혹가다 연습실가고."

"무료하구만.부잣집 도련님 삶도 그닥 좋은것만은 아닌 모양이군?"

"글쎄.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말이라고 하겠지.막 답답해 죽겠거나 그러진 않아.다만."

"다만?"

"가끔 회의가 들어서 그런것일 뿐이지."

기주는 뭔가 씁쓸해 보이는 준후의 얼굴을 보며 잔을 비웠다.자신보다도 더 자유롭게 살것만 같았던 그가 저런

고민을 갖고 있다니 왠지 모르게 자신도 씁쓸해 지는것이 느껴졌다.

"여자친구는 있냐?"

"뭐?"

"뭘 물어봐.니네 학교 기지배랑 머슴아 같이 다니는 학교아니냐?"

"....보통은 그런걸 남녀 공학이라고 한다."

"뭐 어쨌든간."

"없어 그런거."

"입양되고 나서 한번도?"

"어."

"그냥 친구도 없냐?"

"귀찮아 그런건."

"흐음..."

기주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고아원 시절에야 아주 어렸을때부터 함께였고,입양된 것은

준후가 열다섯 되던 해였다.

'그 이후에도 여자친구 같은건 없었다면...이 놈은 무슨 사춘기도 없나...'

기주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그는 준후가 머리는 좋지만,절대 모범생이 아니란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자랑은 놀지도 않았다니...왠지 모르게 기주는 오늘 자신의 친구에게 선물을 줘야 할것만

같았다.

"뭘 자꾸 피식 거리냐?기분나쁘게."

준후는 기주의 표정에 못마땅하단 듯이 말하며 얼굴을 찌푸렸다.기주는 아무 대꾸도 없이 한참을 준후를 바라보

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준이 너 포커 한판 쳐볼래?저쪽방에 다른사람들이랑."

 

"정말 장난질 안할거냐?"

"속고만 살았냐.내가 왜 사랑하는 친구를 선수들 틈바구니에 넣어주냐.여긴 타짜없는 판이니까 껴서 한번 쳐보

라고."

"나 돈없어."

"내가 줄테니까 써."

"뭐하러 그러는데?"

"친구가 스트레스에 쌓여있는거 같을 뿐이야."

기주의 말에 준후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사실 그도 약간은 무리에 껴서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더

이상 튕기지는 않기로 한 것이었다.기주는 칩을 꺼내어 준후에게 건내주었고,그 양에 준후는 깜짝 놀라고 말았

다.

"뭐야 이거?왜이렇게 많이 줘?"

"이정도가 뭐가 많아. 이런 양은 두세판이면 금방 동나는 양이야."

"뭐?"

준후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아까의 배팅룰을 되새겨보니 무리도 아닌거 같았다.두세판이 아니라,정말 큰 판이

라면 한판에 몇억이 오가기도 하는 것이었다.

"자자자.여기 이 분도 좀 껴주십쇼 사장님들.요새 막 포커치시는 분인데...자금좀 있으시니까요."

준후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기주는 넉살좋게 먼저 있던 방 인원들에게 너스레를 떨었고,딱 봐도 초짜티가 나는

준후를 보자 그들은 별 불만없이 준후를 껴주었다.

"저 앞에 검은안경 쓴사람.좀 잘치니까 조심해라."

"알았어."

기주는 살짝 준후에게 속삭이고는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어따...상당히 어려보이는디?"

모두 중년의 나이뿐인 포커판에,딱 봐도 앳되어 보이는 준후가 앉자 한명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준후는 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듯 자신의 앞에 칩을 늘어놓았다.

"상관없겠죠.도박할 나이는 될테니까."

"으잉?그걸 으째 믿어....민증을 한번 까봐야 쓰겄는디?"

정작 기주가 말한 '검은안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그의 양옆에 앉은 두명이 계속 준후에게 시비를 걸

었다.준후는 천만원 짜리 칩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미성년자가.....이렇게 칩들고 하우스 올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단순 명쾌한 준후의 말에 그들은 피식 웃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총각 담배 태우는가?"

"아..네."

그가 언제 시비를 걸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담배를 건냈고,준후는 최대한 안 어리숙하게 보이려 애쓰며 불을 

붙였다.일종의 '텃세'가 끝나자 신속하게 패는 돌아갔다.

'에이스 두장에...퀸이 한장.'

첫패치고는 나쁘지 않았다.잠시 고민한 준후는 퀸을 오픈했고,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의 오픈패를 쑥 훑어보았

다.

'어쭈...어린놈이 제법 신중한데...'

검은안경태의 중년남자는 준후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도박판에서 속칭 '김사장'으로 통하는 그는 나

름 포커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딱 봐도 초짜같은데,남의 패를 살피는 준후의 눈이 제법 날카롭자 그는

속으로 호기심이 들어왔다.김사장은 슬쩍 자신의 패를 보았다.딱 봐도 이번판은 별것 없는 패가 들어왔다.

'어디한번....어떤식으로 나오는지 간을 볼까.'

김사장은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배팅을 했다.

"에이 쓰벌.개패가 들어왔구마잉.나는 죽을라요."

네명이 있는 판에서 한명이 툴툴 거리며 죽어버렸다.준후는 냉정한 표정으로 다이를 외친 사람의 패와,살아있는

셋의 패,그리고 자신의 패를 꼼꼼히 분석했다.

'클로버 하나만 더 있으면...플러쉬인가?'

비록 지금 막 배웠지만,넷이 치는것 치고는 그닥 나쁘지 않은 패였다.준후는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신중히 배팅

을 했다.

"어이고...다들 뭐가 떴길래 그렇게들 달리슈들?나는 죽을라우."

드디어 검은 안경태,그러니까 김사장과 준후만 남았다.준후는 계속해서 배팅을 했고,김사장역시 침착하게 받아

주었다.

'역시나 플러쉬다.'

히든카드가 들어왔고,그것은 운좋게도 클로버였다.준후는 표정관리를 하며 칩을 내려놓았다.

'생각을 해보자.저녀석의 패는 뭘까.'

준후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바닥에 있는 패를 유심히 보니,떠봐야 스트레이트 일거 같았는데,이상하게도 상

대는 계속해서 배팅을 했다.

'계속 갈까?그래봐야 스트레이트인데.'

준후가 생각하는 그 동안에도,김사장은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그는 준후의 패가 무엇인지 대략 짐작이 갔

다.바닥에 깔린 클로버 네 장.그리고 연신 카드의 무늬를 살피는 것으로 보아 크로버 플러쉬였다.

'어디...걸려드는지 안드는지..볼까나.'

김사장은 피식 웃으며 더 많은 돈을 배팅했다.준후는 살짝 긴장이 되었다.자신의 밑에 크로버 네장이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이트를 가지고 저렇게 레이스를 할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만약,김사장이 갖고 있

는 세장의 카드가 똑같다면,풀하우스가 나올것이고 준후는 패배하게 되어있었다.

'한발 물러서자.첫판에 모험을 해서 좋을게 없지.'

준후는 카드를 내려놓았고,'다이'라고 중얼거렸다.김사장은 피식 웃으며 앞에 쌓인 칩들을 끌어당겼다.한참이나

생각하던 준후는 김사장의 중얼거림에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운이 좋네.퀸 원페어로 큰 돈을 먹어보고."

 

기주는 연신 씩씩 거리는 준후를 보며 웃음을 겨우 참아내었다.

"그래서...다 꼬라박았냐?세판만에?"

"그 사람들 무슨 그 나이 먹도록 포커만 쳤다냐?"

아무리 똑똑한 준후라 해도,도박에서 경험의 유무는 엄청난 차이였다.기주도 그것을 대충 알기에 약간은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참아.어차피 재밌게 맛만 봤으면 된거지 뭐."

"쳇."

천성적으로 지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준후는 특히 더 분한 모양이었다.하지만 기주는 왠지 처음 그의

학교를 방문했을때 보지 못했던 준후의 신나하는 표정이 보이는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좀 더 꿔줘.내가 가서 다 발라줄테니까."

"안돼."

"왜?갚을테니까 줘봐."

"갚지는 않아도 돼.그런 문제가 아니니까."

"그럼 뭔데?"

"오늘은 따로 할일이 있어.사실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거든."

"뭐?"

"정아야.들어와봐."

의아해 하는 준후의 표정을 뒤로하고 기주는 문을향해 외쳤고,아까 양주와 안주를 가져왔던 그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인사해.여긴 내 친구 준이."

"아하~그렇구나.안녕하세요~"

"그리고 준아.이쪽은 최정아라고...아까봤지?우리 직원."

준후는 도대체 왜 그녀를 소개받아야 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채 꾸벅 인사했다.그가 뭐라고 기주에게 물어볼

시간도 없이,기주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아 그럼 둘이 한잔하고 있어.난 바쁜일이 있어서."

기주는 살짝 정아에게 눈짓을 보냈고,그녀는 눈웃음으로 답했다.오직 준후만이 기주의 뒷모습을 알수 없다는 듯

이 바라볼 뿐이었다.

"오빠.한잔 받아요."

"에?아...네."

정아는 싹싹하게 웃으며 준후의 잔에 양주를 채워주었다.여자와 단둘이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준후인지라,그의

표정은 뻘쭘하기 그지없었다.

"실장님이랑 친구시라면서요?"

"아..예."

"어머.근데 스물

 

회전그네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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