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인 장미들-3
길들인 장미들-3
“그냥 가쇼! “ 그는 만원짜리 한장을 던지고선 택시문을 박차듯이 내렸다. 그의 차는
가져오지 않았다. 평일에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대형 나이트
크럽의 문을 향해 달려들어갔다.
[콘티넨탈 성인 나이트] 간판이 번쩍거리고, 최고급은 아니었지만 제법 일류급이랄 만한 나
이트 클럽이었다.
“어서 옵. . . 어, 상우형! “ ‘어딨냐? “
“글쎄, 아까까지 난리판이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어째 조용해졌네? “
“이 자식, 넌 그 난리라는데 들어가보지도 않았단 말야? “
“왜 안들어가 봤겠수? 이야, 난 형수 성깔 말로만 들었었는데 말야, 그거 정말 답도 없
데? 그 갸날픈 몸매가 이리저리 . . . . 어이쿠! “
그의 주먹이 한참 입을 놀리던 삐끼의 턱에 적중했고, 놈은 얼굴을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쌍놈의 쌔끼. “
그는 한마디 내뱉으며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계단을 두세칸씩 뛰어내려 가면서, 그는 입으
로 중얼거렸다.
“젠장. . . . 한 두어달 조용했지. . . . 이년을 진짜 오늘은. . . . “
왈칵! 문을 게세게 밀어젖히면서, 그는 마치 단거리선수가 골인 라인을 뛰어들듯이 앞으로
넘어질듯이 뛰어들었다.
번쩍거리는 조명,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 . . . 제법 많은 손님들이 홀에서 춤을 추고 있
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주방 근처의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건장한
체구에 턱선이 날카롭고, 눈이 작아서 매우 차가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어이, 강호! “ 그가 소리치자, 남자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일어
서서 그에게 다가왔다.
“여어, 왔냐? “ 그는 상우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툭 쳤다. 솥뚜껑만한 손 이다. 저
손을 보니 어째 어깨가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물었다.
“그 년 어딨어? “ “아아, 작은 제수씨? 한발 늦었다. 애들 시켜서 집에 보냈어.“
“제수씨는 누가! 그년은 그렇게 대접해주면 안된다니까! 내가 그 계집애 오거든 절대 들
여보내지 말라고 했잖아! 오늘은 또 뭐 때문에 난리였는데? “
“어어. . . . 네놈이 아무리 그래도 내 안면이 있는데 어떻게 매몰차게 쫓아낸단 말이냐?
그리고 별로 크게 소란피우지도 않았고. . . . “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생각외로 매우 순진하게 느껴졌다.
‘이자식, 진짜 깡패맞아? ‘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얼마전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도 거구 셋을 작살내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알겠다. 기물 부서진건 나중에 물어주마. 그럼 가봐야겠다. “
말을 마치고 뛰어나가는 그의 등뒤로 강호가 소리쳤다.
“물어주긴 뭘. 그것보다, 언제 한번 마시러 와라. 러시아 계집이 들어왔는데 말야, 네가
아주 좋아할 스타일이니까. “ “다음에! “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단 말이지. . . . ‘
그는 중얼거리며 아파트 문을 열었다. 시계가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실내에 술냄새가 확 풍겨왔다.
‘역시. . . . ‘
그는 불을 켰다. 아침에 나설때와는 딴판인 방안, 마루위로 여기저기 양주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카펫위로 술 얼룩이 난걸 보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흐음, 발렌타인 11년산 1병, 까뮈 스페셜 1병, 맥주가 6병. . . . “
엎질러져서 바닥에 술이 흥건히 고인 빈 병을 발끝으로 차면서, 그의 목소리가 낮아져갔다.
“그리고 따르다가 놓쳐서 쏟아버린 짐 빔 16년산 1병. “
“그 술은 정말로 아까웠어. “
방의 구석, 쇼파의 뒤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곧이어, 자그마한 머리가 삐져나
오며 유난히 커다란 눈망울이 그를 바라보았다. 술기운에 취해서, 눈동자는 반쯤 풀려있었
고 뺨에 조그맣게 긁힌 상처엔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쇼파로 다가갔
다.
“처음보는 술이었는데. . . . 향기가 너무 좋아서 조금 기울이다가 손에서 미끄러졌지 뭐
야. 눈물이 날 뻔 했었어. “
성숙한 여자의 매력이 가득한 모습. 깨끗한 피부에 화려한 미모였다. 긴 생머리가 등까지
물결치고 있었고 작은 얼굴과 달리 족히 D컵 이상 되어 보이는 가슴이 숨을 쉴때마다 오르
내렸다.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어머! 상우씨, 터프하다. . . . “
그녀가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귓볼을 물어당겼다. 그는 아랫배에 뜨거운 것이 불끈 치솟는
것을 느꼈다. 아에 만나질 않아야지, 마주치게 되면 그의 세송이 장미들은 그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애써 느낌이 없는 척 가장하며 그녀를 욕실로 안아옮겼다.
“흐응, 나 너무 그리웠어요. . . . 어멋! “
그는 난폭하게 욕조에 그녀를 던지듯 놓아버렸다. 아픔에 엉덩이를 주무르는 그녀를 바라
보며, 그는 샤워기 손잡이를 잡았다.
“룸 하나를 완전히 박살냈더군. “ “아아, 그거? 그건 그 자식들이. . . . “
“지나가던 널 보면서 손가락질을 했단 말이지? 아니면 널 힐끔거리면서 자기네들끼리 낄
낄거리던가? 또 뭐가 있지~ 아, 그래. 언젠가는 지하철에서 네 엉덩이에 손이 스쳤다고
상대의 사타구니에 무릎차기를 했었지. “
“그땐 정말로 그놈이 내 엉덩이를 만졌었어요! “
“중학교 3학년 짜리가 말이지? 뭐, 그랬다고 해 두지. 나는 중3때 내 가정교사를 강간했
었으니까. 그래, 오늘의 이유는 뭐였어? “
“. . . . 두번째 거. “ “뭐? 아아, 널 보면서 자기들끼리 쑥덕거렸군. “
“상우씨, 그놈들은 정말로 날 창녀보듯이 했었어! “
“잊었나본데. . . . “
그는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강하게 쏟아져 나왔다.
“꺄악! “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욕조를 빠져나오려는 것을 구둣발로 마구 밟아넣으며,
그는 말했다.
“첫째, 넌 창녀야. 직업이 아닐 뿐이지, 네 피는 창녀보다 더욱 음탕하잖아? “
“차가워! 옷이 다 젖어요! “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욕조를 나오려 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다시 짓밟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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