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만 하더라도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세비야는 최근 두 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분위기 반등에 성곤한 세비야이긴 하지만, 부진의 가장 큰 원흉이었던 부실한 수비 조직력 자체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 실제로 하부 리그에 위치한 카르타헤나와의 컵 대회 경기를 제외하고, 세비야는 최근에 치른 네 번의 공식 경기에서 클린 시트를 창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팀 수비의 핵심' 이자, 정신적 지주를 담당하고 있는 '주장' 파레하의 부상 이탈에서 기인하고 있다. 실제로 세비야의 수비 흐름 저하 시기와 파레하의 부상 이탈 시기는 서로 맞물리고 있다. 애석하게도 파레하의 부상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팀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파레하가 부재하기에, 세비야는 모스크바의 공세를 제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그래도 이번 시즌 세비야는 '원정 경기 호구' 의 타이틀을 되찾은 대신, '홈 경기 강자' 의 타이틀을 한층 더 강화시킨 듯싶다. 실제로 세비야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치른 모든 홈 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총 전적 5전 5승) (라 리가 + UCL 통산 기준) 이번에 맞붙는 모스크바는 해외 원정 경기에서 약하기로 소문난 러시아의 축구 클럽이다. 세비야 특유의 홈 경기 텃세는 이번 경기에서 주효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번 경기에 임하는 동기부여 역시 매우 충만하다. 현재 세비야는 UCL E 조 내에서 모스크바와 리버풀에 밀리며 3위의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순위로는 UCL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없다. 만약 해당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세비야의 이번 시즌 UCL 농사는 흉작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승점이 간절한 세비야로선, 이번 경기에서 밀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인 세비야와 달리, 모스크바은 최근 매우 인상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는 지난 두 달 동안 치른 모든 공식 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총 전적 13전 6승 7무) (자국 리그 + UCL + 컵 대회 경기 통산 기준) 일단 지난 시즌 '공격적인 축구' 로 자국 리그에서 우승한 팀답게, 모스크바는 이번 시즌에도 매우 호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는 지난 한 달 동안 치른 모든 공식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적이 단 한 번에 불과했다. 단 한 번의 무득점 역시, 자국 리그 내에서 가장 수비적인 축구를 꾀하는 암카르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모스크바의 호전성은 자국 리그뿐만 아니라,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도 주효하게 작용되고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는 이번 시즌 UCL 에서 치른 모든 공식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 올해의 선수' 에 선정된 프로메스를 필두로, 프로메스를 보좌하고 있는 아드리아누, 공격 침투 능력이 뛰어난 글루샤코프 등 다양한 선수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고른 득점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경기가 세비야의 홈 구장에서 치러진다는 점이다. 세비야가 위치한 스페인은 기후, 잔디 등 여러 요소에서 러시아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긴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모스크바 선수단의 컨디션은 분명 온전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세비야는 지난 첫 번째 경기에서 모스크바에게 대패의 굴욕을 당했기에, 해당 경기에 임하는 정신 상태가 남다르다. 따라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모스크바라 할지라도,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