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직원들과 다 형동생 하며 지냈는데..." 정든 손아섭 보내는 NC의 아쉬움 [스춘 이슈분석]
"선수, 직원들과 다 형동생 하며 지냈는데..." 정든 손아섭 보내는 NC의 아쉬움 [스춘 이슈분석]
[스포츠춘추]
"손아섭 선수가 남긴 열정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무대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치길 마음 깊이 응원하겠다."
31일 스타 외야수 손아섭의 한화 이글스 트레이드를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에 실린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의 코멘트다. 평소 다른 트레이드나 선수 영입 때 으레 해온 건조한 멘트와는 다른 톤으로 손아섭의 미래를 응원했다. 이진만 NC 대표이사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손아섭 선수를 보내게 돼서 아쉽지만 다른 팀에 가서도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계속 활약 이어가서 정상에서 멋지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뇌부의 이런 반응은 베테랑 손아섭이 지난 3년 반 동안 NC에서 남긴 존재감을 잘 보여준다. 손아섭은 2021년 12월 24일 FA 계약으로 NC에 합류했다. 2007년 데뷔 때부터 15년간 뛰었던 롯데를 떠나 4년 총액 64억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프랜차이즈 간판타자 나성범을 KIA에 뺏긴 NC는 손아섭을 영입해 코너 외야와 좌타 공격력을 채우려 했다.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손아섭은 입단 첫해인 2022년 138경기에서 타율 0.277, OPS 0.714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타율 0.339, OPS 0.836으로 전성기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엔 2500안타 대기록도 달성했다. 올해도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을 기록 중이다. 통산 타율 0.320가 보여주는 최고의 컨택 능력과 선구안은 37세 노장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손아섭의 가치는 숫자 이상이었다. NC 관계자는 "클럽하우스에서 정말 역할을 잘해줬고 동료들, 구단 직원들과 두루 잘 지냈다"며 "워낙 모범적인 선수고 후배들은 물론 프런트도 다들 손아섭을 좋아했다. 직원들 중 상당수와 형동생으로 지냈다"며 손아섭의 폭넓은 인간관계와 사교성을 증언했다.
NC에서의 손아섭은 롯데 시절과는 '손아섭의 재발견'이었다. 롯데 시절에는 팀에 이대호 같은 고참들이 많아 다소 개인 성적에 치중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NC에서는 달랐다. 후배들을 나서서 챙기고, 팬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성실한 훈련 태도로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NC 더그아웃과 구장에선 손아섭이 구단 직원들과 격의 없이 장난치고 농담 주고받으며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타라고 폼을 잡거나 위에 있는 존재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NC의 일원으로 녹아들었다.
그럼에도 NC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을 피해갈 순 없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후 FA가 된다. NC 구단 운영 기조상 내년 38세가 되는 베테랑을 FA 시장에서 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KIA와의 트레이드로 최원준, 이우성을 영입하면서 외야진 교통정리도 필요했다. 결국 NC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NC가 적극적으로 손아섭을 시장에 내놓은 건은 아니었다. NC 주요 관계자는 "이전부터 트레이드 논의가 계속 있었지만, 그렇다고 손아섭을 트레이드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트레이드도 한화에서 먼저 제안했다. NC 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선 남은 시즌 우승에 올인해야 한다고 본 것 같다"면서 "우리도 KIA와 트레이드 이후 외야쪽에 선수가 생기면서 포지션 정리가 필요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하자, 그래서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쪽으로 전환했다." 3억원의 현금과 2026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은 손아섭의 나이와 시즌 후 FA라는 점을 고려한 가격 책정으로 풀이된다.
결정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게 손아섭에 대한 미련과 애정 때문이었다"라고 NC 관계자는 털어놨다. "우리 구단에서 마지막 은퇴까지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텐데 안 된 게 아쉽고 막판까지 고민했다. 인간적인 면에서 손아섭에게 되게 미안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NC 수뇌부는 손아섭 트레이드를 발표 한 시간 전까지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 흔적이다. 손아섭과 가까웠던 직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계속 함께 못하게 돼서 아쉽지만, 손아섭 선수 개인적으로는 한국시리즈 도전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남은 시즌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야구는 비즈니스라기엔 너무 스포츠적이고 스포츠라기엔 너무 비즈니스적이다.
배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