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빙속 철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3·독일)의 16년 묵은 도핑 분쟁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ISU는 5일(한국시간) "연맹과 페히슈타인 측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항소법원 심리 이후 회동해 법원 권고에 따라 상호 합의로 소송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페히슈타인은 2009년 2월 혈액 표본에서 망상적혈구 수치가 이상을 보였다는 이유로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고 측정 장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기각됐다.
이 결정으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메달을 땄던 페히슈타인은 6회 연속 올림픽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페히슈타인은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은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로 9년 만에 다시 회부됐다.
페히슈타인은 유전 문제로 혈액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수치가 나왔다는 이유로 2년의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ISU에 840만 유로(약 1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ISU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청구 금액의 절반가량의 보상금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법원은 상호 합의를 권했고, ISU가 이에 응하면서 양측의 분쟁은 마무리됐다.
ISU가 보상금을 지불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ISU는 성명에서 "페히슈타인과 그의 아버지는 진단 결과 경미한 유전성 유구적혈구증(DHS)을 앓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핑 문제가 고의적인 약물 복용 때문이 아니라 유전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페히슈타인은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땄고,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하며 동계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8회)을 세웠다.
페히슈타인이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이 기록은 9회로 늘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