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서는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을 우려하는 것이 월드컵에서 가장 쓸데 없는 걱정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독일은 월드컵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도 독일은 F조의 ‘1강’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독일은 멕시코와의 대결에서 패하면서 1990이탈리아월드컵부터 7회 연속 이어온 월드컵 조별리그 1위 통과 기록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독일이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이 16강에만 진출한다면 또 다시 강력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독일은 왜 메이저대회 강자로 불리나 

요아힘 뢰프 감독은 2006년 7월 독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뒤 12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는 독일축구협회로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계약연장에 합의하기도 했다. 뢰프 감독의 롱런에는 메이저대회에서의 꾸준한 성적이 크게 작용했다. 뢰프 감독은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그동안 3차례 유럽선수권대회(2008, 2012, 2016)와 2차례 월드컵(2010, 2014), 1차례 컨페더레이션스컵(2017)을 소화했다. 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독일은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2014브라질월드컵과 2017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집결하는 월드컵으로 범위를 좁히면 독일 대표팀의 우수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을 ‘개근’한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과 비교해도 기록적인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4차례 정상에 오른 독일은 우승 경험에서는 1차례 적지만 브라질(7회)에 비해 결승 진출 횟수(8회)에서는 앞서고, 4강에 진출한 횟수(12회)도 브라질(11회)보다 더 많다. 독일은 3회 대회인 1938년 월드컵에서 10위를 기록한 것이 최하위 순위다. 본선에 출전한 나머지 17개 대회에서는 모두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매 대회마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힐만한 성적을 냈다. 독일은 2002한일월드컵부터 2014브라질월드컵까지 5개 대회 연속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전차군단 

독일의 약점을 찾는 것은 힘들지만 강점을 꼽는 것은 쉽다. 독일은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C조에서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 32개국 가운데 예선에서 전승을 거둔 팀은 독일이 유일하다. 예선 10경기에서 독일은 43골을 터뜨리는 동안 단 4실점만을 기록했다. 공수밸런스에서도 흠잡을데가 없다. 독일을 상대하는 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2선 공격진의 위용이다. 율리안 드락슬러(파리 생제르맹),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메수트 외질(아스널),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이 버티고 있는 2선은 세계 톱 클래스급의 경기력에다 브라질월드컵 우승 경험을 더해지면서 독일의 최대강점으로 자리잡았다.  

독일은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통해 ‘노쇠한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독일은 뢰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독일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5.7세로 러시아월드컵 본선 국가 가운데 젊은 팀에 속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20대 초반의 측면 수비수 조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와 최전방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가 독일 대표팀의 주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