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유난히 에이스급 투수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특히 장원준(두산 베어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 등 꾸준함을 자랑하던 투수들이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많이 맞는다.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도 올시즌 부진이 눈에 띈다. 14경기에 등판해 6승5패 평균자책점 5.23에 머물고 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겨우 5번에 불과하다. 4실점 이상 기록한 경기가 8경기나 된다. 5월에 평균자책점이 6.26이나 됐는데 6월에도 그다지 좋아지는 모습은 아니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에선 2이닝 동안 6안타 4볼넷으로 6실점(5자책)하고 강판됐고, 24일 수원 KT전에서는 6⅔이닝을 소화했지만 6안타 3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켈리는 2015년부터 한국에서 던졌다. 올해로 4년차다. 3년 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SK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6년엔 200⅓이닝을 던지는 등 지난해까지 3년간 571⅓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190이닝 정도다. 이렇게 많이 던진 것이 올시즌 피칭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힐만 감독은 "많은 이닝을 던진 것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구속이 떨어졌다거나 제 2구종이 나빠졌다거나 하는 모습이 없다"라고 했다. 

힐만 감독은 "선발 투수들에 대해서만 따로 기록하는 노트가 있다"면서 "켈리가 일요일(24일 수원 KT전) 던진 것을 보면 110구째 공이 95마일(약 153㎞)이 찍혔고, 111구째는 96마일(약 155㎞)이 나왔다. 변화구도 제구가 좋지 않았지만 스핀은 좋았다. 이런 것을 보면 그의 스태미너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켈리는 당시 117개의 공을 던졌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7회에도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은 팔꿈치나 어깨에 피로도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켈리의 부진을 좌우 구석을 파고드는 공의 제구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힐만 감독은 비록 올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켈리가 일요일에 7회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2사까지는 막았다. 켈리가 1이닝을 더 던져주는 것이 그날 경기는 물론, 시즌 전체로도 불펜진에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26일 인천 KIA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은 하루씩 밀리게 됐다. 하지만 켈리의 등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켈리는 원래대로라면 오는 30일 인천 LG전에 나서지만 하루씩 밀린다면7월 1일 LG전에 나서게 된다. 힐만 감독은 "에이스급 투수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루틴이 갖춰져있다. 등판일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자기만의 루틴을 하게 된다"면서 "켈리도 자기만의 루틴을 해서 원래 일정대로 할지 아니면 하루씩 미루게 될지를 결정해야한다. 켈리의 일정에 따라 문승원의 등판일도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