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시즌 개막에 앞서 KBO리그 10개 구단 야구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와 SK 와이번스 최 정은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혔다. 박병호가 45표를 받아 1위, 최 정이 44표로 2위였다. 현장 야구인들은 박병호와 최 정이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과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이상 5표)가 뒤를 이었고, KIA 타이거즈 최형우, 삼성 강민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SK 제이미 로맥(이상 1표) 등이 거론됐다. 

25일 현재 홈런 순위를 보면, 설문에 등장한 이름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 있다. 김재환이 26홈런을 때려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 정이 25개, 로맥이 24개로 2~3위에 랭크돼 있다. 김재환이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최 정보다 1개가 많은 게 눈에 띄는데,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근소한 격차다. 상위권에 있는 타자 모두 언제든지 몰아치기가 가능한 거포들이다.  

SK 한동민이 21개, 이대호와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이 각각 20개를 때려 뒤를 따르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시즌 끝까지 이들간의 치열한 레이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상 공백이 있었던 박병호가 선두권에 따라붙을 지도 관심이다. 

아무래도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타자 친화형 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다소 유리하다. SK의 인천 문화구장이 대표적인 타자 친화형 구장인데, 공교롭게도 홈런 2~4위 선수가 와이번스 소속이다.  

김재환이 홈런 1위에 오른다면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타자로는 세 번째가 된다. 잠실 홈런왕에 오른 타자는 1995년 김상호(25개), 1998년 타이론 우즈(42개) 둘 뿐이다. 두 선수 모두 두산 전신인 OB 소속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런데 홈런 비거리를 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홈런 5위 안에 자리한 6명 중 비거리가 가장 긴 선수는 의외로 호잉이다. 홈런 20개의 평균 비거리가 120.5m로 가장 길었다. 로맥이 119.8m, 김재환이 119.0m, 한동민과 이대호가 각각 118.8m로 나타났다. 홈런 타구에 실린 파워에 관한한 호잉이 근소하지만 가장 앞섰다. 반면, 최 정은 115.0m로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 중 가장 짧았다. 박병호가 때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18.3m였다. 

대반전이다. 호잉은 구단 안팎에서 시즌 초반 퇴출을 걱정했던 타자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일천하고, 전형적인 홈런타자도 아니었다. 몸값 총액 70만달러로 외국인 타자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야구에 서서히 적응해 주축 타자로 성장(?)했다. 기대 이상의 대활약에 한화 코칭스태프조차 놀라고 있다. 이글스에 그는 축복같은 선물이다. 

좌타자인 호잉은 전형적인 당겨치기 유형이다. 20개의 홈런 중 대부분이 우월, 우중월이고, 밀어쳐 좌중간 펜스를 넘긴 타구는 1개 뿐이다. 풀 스윙으로 타구에 제대로 힘을 실어 홈런으로 연결한다. 비거리가 120m 이상인 홈런이 15개, 130m짜리가 3개였다. 안방 대전구장에서 가장 많은 9개, 마산구장에서 4개, 잠실구장과 고척 스카이돔, 사직구장에서 각각 2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1개를 쳤다. 

김재환은 26홈런 중 11개가 110m짜리였다. 또 최 정이 때린 25홈런 중 9개가 110m, 3개가 105m 짧은 홈런이었다. 물론, 홈런 비거리보다 중요한 게 홈런수다. 다만 엄청난 비거리가 상대 투수를 압박할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