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하루가 멀다 하게 터지는 사건 사고에 바람 잘 날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2월 이장석 전 대표가 회삿돈 70억 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고 4월부터 많은 주전 선수가 큰 부상에 시달리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5월 들어 아마추어 시절 후배 폭행한 '죗값'을 치른 안우진이 복귀해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28일에는 지난해 트레이드 2건에서 KBO에 제출한 트레이드 계약 내용 이면에 현금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트레이드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은 규약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지만 양수도 계약서에는 선수간 트레이드라고만 기재했고, 그렇게 얻은 현금 가운데 일부가 이 전 대표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된 사실은 야구계의 공분을 샀다. 선수를 몰래 '팔아' 인센티브를 챙기는 영업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구단 자산인 선수를 개인 자금 유용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사건이 언론에 공론화된 뒤 2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넥센 더그아웃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계속된 구단 비난에 선수들까지 위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구단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떨지, 자신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느낌도 있었다.

구단 직원들은 구단을 대표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이들이 사과를 하거나 침울해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런데 경기에 들어가자 넥센 선수단 표정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넥센은 1회 김하성의 선제 스리런으로 먼저 앞서갔고 3회에는 박병호, 김하성의 백투백 홈런이 터졌다. 3회에는 마이클 초이스, 임병욱, 김혜성이 나란히 호수비를 펼쳤다. 오히려 5회에는 상대 실책을 앞세워 4점을 올렸다. 이날 18안타로 12점을 뽑은 넥센은 공수 양면에서 KIA를 압도했다.

이날 넥센 선수들은 김하성, 이택근, 임병욱, 김규민 등 4명이 각각 햄스트링, 종아리, 발뒤꿈치 통증으로 교체될 만큼 '죽어라' 뛰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야구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구단주는 야구와 선수를 돈으로 보고 이를 편취하려 했지만, 29일 경기에 나선 넥센 선수들은 몸을 날리고 전력 질주하며 그들이 지켜 온 야구라는 스포츠를 이어 가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팬들이 히어로즈 구단에 비판을 넘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야구단을 해체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야구단 해체가 누굴 위한 길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악재가 쌓일수록 더 절실하게 뛰는 선수들의 땀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선수들은 일단 오늘 야구장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