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연합뉴스]

(항저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란 남자 탁구 선수 노샤드 알라미얀(31)은 '탁구 진기명기'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다.

실전에서 거의 '백핸드'만 쓰기 때문이다.

보통 탁구 선수들의 결정구는 포핸드로 만들어진다.

허리의 회전을 이용해 날리는 포핸드 드라이브나 스매싱은 손목 스냅과 전진 스텝만으로 힘을 가하는 백핸드보다 파워 면에서 강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라미얀은 가볍게 공을 넘길 때만 포핸드로 푸시하고 대부분의 스트로크를 백핸드로 소화한다. 상대 공격을 막을 때도, 득점을 위한 결정구를 넣을 때도, 늘 백핸드다.

이런 특이한 전형을 쓰는 이유는, 7년 전 왼손 신경에 문제가 생겨 포핸드의 '감'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1천명 중 한 명이 걸릴까 말까 하는 희소 질환이었다.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매우 예민한 종목인 탁구가 생업인 그에게 찾아온 커다란 불운이었다.

알라미얀은 탁구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함께 국가대표 탁구 선수로 활약하는 동생 니마 알라미얀의 응원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오래 그와 함께한 자밀 나사비 코치는 이제 백핸드밖에 쓸 무기가 남지 않은 노샤드 알라미얀에게 맞춤형 훈련법을 제공했다.

백핸드만으로 최대한 많은 각도를 수비할 수 있도록 풋워크를 빠르게 하는 데에 집중했다.

포핸드를 쓸 수 없게 되면서 몸 바깥쪽 각도로 오는 공은 알라미얀의 최대 약점이 됐다.

이 약점을 메우기 위해 알라미얀은 상대의 샷을 '예측'해내는 데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신화=연합뉴스]

알라미얀과 나사비 코치가 함께 만들어간 '새로운 탁구'는 의외로 빠른 속도로 진화해갔다.

알라미얀은 받기 쉬운 각도로 상대가 공을 칠 수밖에 없게끔 특정한 방향과 강도로 스핀을 줘 유도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때로는 랠리 중 라켓을 오른손으로 바꿔 쥐어 샷을 날리는 '진기명기'도 보여줬다.

그렇게 따낸 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남자 단식 동메달이다.

이는 이란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유일무이한 메달로 남아있다.

알라미얀의 탁구는 자카르타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그의 세계랭킹은 53위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무대에서 꾸준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탁구연합(ATTU) 아시안컵에서는 중국의 린가오위안을 제압하며 단식 8강까지 올랐다.

아시아에서 가장 껄끄러운 탁구 선수로 '악명'이 높은 알라미얀은 이제 항저우에서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단식 입상에 도전한다.

다른 선수 모두가 '장검'을 들고 테이블 앞에 설 때, 그는 '단검' 한 자루와 빠른 발, 그리고 빠르게 공 궤적을 예측하는 '머리'로 승부에 임한다.

알라미얀은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보 제공 사이트 '마이인포'를 통해 "53위라는 나의 랭킹은, 내가 여전히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핸드를 쓸 수 없다는 건 더는 내게 핸디캡이 아니다. 이미 적응은 마쳤고, 승부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