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후반 종료 전 결승 골을 내주고 1-2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3.6.9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김은중호 '리틀 태극전사'들은 태산처럼 잘 버텼다.

하지만 유럽 성인 무대에 일찌감치 안착한 이탈리아 두 천재의 예리한 슈팅을 막지는 못했다.

김은중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1-2로 졌다.

수비는 단단하기가 김은중호 못잖고, 공격은 더 묵직한 이탈리아가 경기를 주도했다.

김은중호 공격 전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장신 스트라이커 이영준(김천)은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 중 가장 체격이 좋은 이탈리아 수비진에 고전했다.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한국 이승원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3.6.9 hwayoung7@yna.co.kr

강점이던 공중볼 싸움에서 처음부터 버거워했고, 시간이 갈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해졌다.

한국 수비진은 힘에 세기까지 겸비한 이탈리아 공격진에 고전했다.

슈팅 수에서 7대 19, 유효 슈팅에서 3대 9로 열세를 보였다. 볼 점유율(30%대 48%·경합 22%)에서도 크게 밀렸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끝까지 잘 버텼다.

앞선 다섯 경기에서 보여준 단단한 수비를 밑바탕으로 둔 실리 축구의 틀을 이날도 잘 유지하며 유럽의 강호와 스코어 상으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특히, 이탈리아 특유의 지능적인 거친 플레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은중호의 축구'를 흔들림 없이 펼쳐 보였다.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한국 김은중 감독이 경기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3.6.9 hwayoung7@yna.co.kr

전반 37분 체사레 카사데이가 공중볼 경합 중 높게 발을 들어 한국 선수를 위협했고, 곧이어 프란체스코 에스포시토가 최석현(단국대)을 손으로 가격했다.

5분 뒤에는 주세페 암브로시노가 넘어져 있는 한국 선수에게 공을 던지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기도 했다.

경합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을 잡아끄는 건 예사였다.

연령별 대표팀 대회에서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 작은 돌발상황에도 심리적으로 흔들려 승부를 그르치는 일이 잦다.

하지만 김은중호의 리틀 태극전사들은 어른스럽게 잘 넘겼다.

잘 싸웠지만, 결국 졌다. 김은중호는 성인 무대에 일찍 자리 잡은 이탈리아의 두 천재 선수에게 골을 얻어맞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 14분 카사데이가 리카르도 투리키아의 땅볼 크로스를 곧바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때려 이탈리아의 선제골을 뽑았다.

[AFP=연합뉴스]

득점에도 능한 미드필더인 '미들라이커' 카사데이는 지난해 잉글랜드 '거함' 첼시에 입단해 화제를 모은 선수다.

올해 1월 챔피언십(2부 리그) 레딩으로 임대돼 정규리그 15경기(1골)를 소화했다.

대회 득점 랭킹 선두를 달리는 카사데이는 이날 득점으로 7골(2도움)째를 올려 골든부트(득점왕)에 성큼 다가섰다.

아울러 1982 스페인 월드컵과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6골씩을 넣은 파울로 로시, 살바토레 스킬라치를 제치고 FIFA 주관 단일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이탈리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전반전 이승원(강원)의 페널티킥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으나 이탈리아 시모네 파푼디에게 후반 41분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준비하던 파푼디는 골대 오른쪽으로 향하는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한국의 허를 찔렀다.

[AFP=연합뉴스]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파푼디가 불과 4분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파푼디도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천재 트레콰르티스타(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목받는 선수다.

우디네세(이탈리아) 소속인 그는 지난해 5월, 불과 만 16세의 나이에 세리에A 데뷔전을 치렀으며,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8경기를 소화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로베르토 만치니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알바니아전에 출전, 이탈리아 대표팀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에 A매치에 데뷔하는 기록을 썼다. 최근 100년간 기록만 놓고 보면 최연소 데뷔다.

두 천재의 예리한 슈팅에 아쉬운 패배를 당한 김은중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은중호는 12일 오전 2시 30분 라플르타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과 3위 결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