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이 뒤늦은 우천취소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같은날 잠실구장을 찾은 관람객도 조마조마하며 1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선수들 역시 경기 전 언제, 어떻게 결정될지 모를 취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모두를 위해 경기 순연에 대한 확실한 규칙의 정립이 필요하다.

오는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로 여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올시즌 개막은 3월 24일로 당겨졌다. 오는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휴식기도 있다. 시즌 도중 20일 가까이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4경기 체제를 그대로 밀어부쳤다. 그 탓에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경기감독관들 역시 쉽게 우천순연을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SK와 롯데 경기는 원래 경기 시작 시간에서 25분 지난 2시 25분에서야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됐다. 이날 새벽부터 계속 인천 지역에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자 김시진 경기감독관은 경기 강행 의지를 갖고 그라운드 정비를 진행했다. 오후 1시경 방수포를 치우고 정비에 들어갔다. 비가 흩뿌리는 상황에서도 정비가 이어졌고 오후 2시를 넘긴 시점에 김 감독관은 다시 그라운드를 돌아본 뒤 행여 경기 취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까하는 노파심에 이례적으로 기자실까지 찾아와 “경기를 가급적 하려고 했지만 경기장 사정이 너무 좋지 않더라. 외야 등을 다시 정비하려면 1시간 더 걸린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취소결정을 내렸다. 우천취소가 아닌 그라운드 상태로 인한 취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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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시간 넘게 그라운드 정비를 하던 관계자들은 뒤늦은 경기 취소 소식에 헛고생만 한 꼴이 됐다. 혹시나 하는 바람을 갖고 그라운드를 찾았던 1만여명의 관중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갔다. 일부 관중은 싸온 음식을 먹고 가느라 경기 취소 결정 후 1시간 넘게 야구장에 남아있었다. 뒤늦은 경기 취소에 대한 불만이 관중석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야구장 내 매점 상인들은 궂은 날씨에도 경기를 한다는 소식에 급히 음식을 만들었지만 갑작스런 취소에 눈물을 머금고 준비한 음식을 폐기해야 했다. 좀 더 일찍 경기 취소를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그라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취소하는 게 맞다. 하지만 12시 전후로 꽤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취소 결정을 내렸으면 팬도, 선수도, 구장 관계자들도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인천뿐 아니라 잠실구장에서도 비로 인해 1시간 여에 걸친 그라운드 정비를 마친 뒤 경기를 강행했다. 궂은 날씨에도 팬들은 1시간을 야구장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KBO리그 규정을 보면 ‘경기거행 여부 결정은 KBO 경기운영위원(경기감독관)이 경기관리인과 협의 하에 결정한다. 경기개시 3시간 전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며 필요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경기운영위원은 강우예보가 있는 경우 홈구단에 방수포 설치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돼있다. ‘필요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가 문제다. 이 때문에 감독관들은 부담을 갖고 경기 시작 전까지 최대한 하늘을 쳐다본다. 경기 취소 여부 결정 시간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경기 2시간 전 취소 여부를 결정해 공식발표하면 팬들도 이를 확인하고 경기관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정해진 시간에 결정을 내리는 체계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추후 바뀌는 상황으로 인한 경기 취소 당위성을 놓고 언성을 높일 이유도 없다. 일본프로야구처럼 팬을 입장시킨 시간을 기준으로 어떻게든 경기를 강행한다든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144경기 장기레이스의 축소다. 우천취소를 남발할 경우 시즌이 늘어질 수밖에 없고 신중을 기한다는 이유로 경기 순연 결정을 늦추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만 피해본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빡빡한 경기 일정을 줄이는 것과 함께 경기 순연 결정 시간을 합의해 못 박아놓을 필요가 있다. 모 구단 관계자도 “시간을 끌다가 경기를 강행하면 궂은 날씨에 관중도 많이 오지 않아 흥행의 최대 악재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순연 여부를 결정한다면 관중들은 일찍 표를 취소할 수도 있고 경기 거행을 결정했을 경우에는 팬들 대부분 경기장까지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경기 개시 직전까지 순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비를 하더라도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보면 된다. 선수들도 부상 위험을 안고 경기를 해야 한다. 질질 끌다가 경기를 하는 경우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밝혔다. KBO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