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발 니퍼트가 29일 수원 KIA전에서 0-0으로 맞선 1회 역투하고있다.

5위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펼친 KIA와 KT가 4월 마지막 날 다른 의미의 ‘5할 승부수’를 띄워 눈길을 끌었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 KT는 주간 승률 5할을 맞추면 본격적인 순위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펜딩챔피언’ KIA는 지난해와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어 1차 목표인 ‘4월까지 5할’을 이뤄내야 비교적 홀가분하게 5월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아슬아슬한 5할 줄타기로 펼쳐전 이날 경기가 눈길을 끈 이유다.

◇KT 선발진 회복, 니퍼트가 방점 

KT는 2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2018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 전까지 치른 30경기에서 경기 후반(7~9회) 팀 타율 1위(0.331)를 달렸다. SK(18개)에 이은 홈런 15개를 경기 후반에 때려낼 정도로 강한 뒷심을 과시했다. KT 김진욱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6회부터 다른 눈빛으로 경기를 치르자’고 얘기했더니 진짜 경기 후반에 눈빛이 달라지더라. 그래서 얼마전에는 ‘1회부터 다른 눈빛으로 경기를 하자’고 강조했다”며 웃었다. 선발투수가 5~6회까지만 대등한 승부를 하면 타선 집중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실제로 KT는 지난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2.2이닝 5실점(4자책)해 조기강판된 박세진을 제외한 선발투수 네 명이 4경기에서 27이닝 10실점 방어율 3.33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덕분에 KT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2승 3패로 주간 승률 5할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제 구위를 회복한다면 ‘선발진 안정’이라는 숙원을 풀어내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KIA 타이거즈 김세현이 29일 수원 kt전에서 3-4로 뒤진 8회 등판해 유한준에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씁쓸한 뒷모습을 보이고있다.  

◇고개숙인 KIA, 지난해와 반대 

‘디펜딩 챔피언’ KIA는 지난해와 정반대 행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월 12일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정규시즌 끝날 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초반 승승장구하던 기세 덕분에 8월 이후 팀 밸런스가 붕괴됐을 때에도 버틸 힘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들이 많은데다 경기 운까지 따르지 않아 승률 5할도 버거운 상황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4월까지 승률 5할을 맞춰놔야 5월부터 조금 홀가분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승 14패로 맞는 4월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 1차 목표인 5할로 개막 한 달을 마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범호와 안치홍이 가세하고 심동섭, 곽정철, 홍건희 등이 구위를 가다듬고 있기 때문에 5월에는 개막 첫 달보다는 안정된 전력을 보일 수 있다. 모 코치는 “지난해에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반대로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승수를 쌓아 마지막에 웃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5월에 치를 27경기에서 승패마진 ‘플러스 5’를 최소 목표로 삼아 선두권을 위협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도 마쳤다. 

kt 위즈 선발 로하스가 29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캐치볼을 하던 공을 홈팬들에게 던져주고있다.  

◇‘한 방’에 갈린 승부, 마법사가 웃었다 

KT는 3회말 박경수의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뒤 6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가 KIA 선발 임기영에게 2점 홈런을 빼앗아내 흐름을 장악했다. 선발로 나선 니퍼트도 7.1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이며 7안타 3실점으로 선발진 안정에 힘을 보탰다. 최고구속도 153㎞까지 끌어 올려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것을 알렸다. 타격1위 유한준은 8회말 쐐기 솔로 홈런으로 팀 반등의 신호탄올 쏘아 올렸다. KT는 이날 승리로 롯데에 덜미를 잡힌 한화를 밀어내고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선 4위까지 도약했다. 

KIA도 임기영이 6이닝 4실점(2자책)으로 버텨줬지만 타선 침묵과 벤치 작전 실패로 승부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1-4로 뒤진 8회초 밀어내기 볼넷과 사구로 3-4까지 따라붙은 1사 만루에서 KIA 벤치는 대량 득점을 노리다 낭패를 봤다. 왼손투수가 던지는 몸쪽 공에 강점이 있는 백용환을 먼저 활용하거나 스퀴즈번트 등으로 동점을 만들어 흐름을 끌어와야 할 타이밍에 정성훈을 대타로 먼저 쓰는 우를 범했다. 수싸움에 능한 정성훈이지만 대타 출전이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의 기회에서 빅이닝을 만드려던 과욕이 ‘4월까지 승률 5할’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배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