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스페인 출신의 프로당구 강호 다비드 마르티네스(30·크라운해태)가 김영섭(47)의 돌풍을 잠재우고 PBA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달 31일 밤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에서 김영섭과 풀세트 접전 끝에 4-3(14-15 15-3 13-15 11-15 15-5 15-8 11-7)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우승 상금 1억원과 랭킹 포인트 10만점을 추가한 마르티네스는 종전 시즌 랭킹 8위에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에 이은 2위로 도약했다.

32강에서 모리 유스케(일본)를 만나 애버리지 3.400을 찍은 마르티네스는 대회 한 경기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까지 휩쓸며 400만원의 상금을 추가로 받았다.

마르티네스는 김영섭과 결승에서 4세트까지 1-3으로 끌려가며 패배 직전에 몰렸다.

그러나 5세트 2이닝째에 터진 하이런 7점을 앞세워 15-5로 세트를 따내 흐름을 바꿨고, 6세트에는 뱅크샷으로만 8점을 내는 쾌조의 감각을 뽐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기를 잡은 마르티네스는 최종 7세트에서 2이닝부터 5이닝까지 줄줄이 득점에 성공해 9-1로 크게 앞서갔고, 7이닝째에서 절묘한 뱅크샷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4강에서 '당구 황제'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격파해 결승에 올랐던 마르티네스는 "4강전 결과가 너무 좋았고, 결승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앞선 두 번의 우승은 아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내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첫 우승에 도전했다가 마르티네스에게 잡힌 김영섭은 과거 교통사고로 장애 등급을 받고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인간 승리'를 보여준 김경섭은 "장기전을 치르면 다리가 조금 붓지만 큰 불편은 없다"면서 "평생 당구를 칠 것 같으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우승할 것"이라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