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일단 이곳 서울에서 술을 진탕 마시겠습니다."

서울에서 최고의 전기차 드라이버로 등극한 스토펠 반도른(30·메르세데스·벨기에)은 뭘 가장 하고 싶으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반도른은 14일 서울 잠실 서킷에서 열린 2021-2022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 최종 16라운드 서울 E프리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이날은 그의 드라이버 인생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반도른은 포뮬러포(F4) 시절부터 유망주로 크게 주목받았던 선수다. 승승장구한 끝에 2016년 명문 레이싱 팀 맥라렌에 입단했고 그해 포뮬러원(F1) 무대에 백업 드라이버로 데뷔했다.

반도른은 2016시즌 바레인 그랑프리에 페르난도 알론소 대신 출전해 10위에 오르며 팀에 시즌 첫 승점을 안겼다. 당시 백업 드라이버가 F1 승점을 따낸 것은 9년 만의 일이었다.

반도른은 혜성처럼 F1 무대에 데뷔했지만, 확실한 주전 드라이버로 오래 활약하지는 못했다.

결국 한 번도 F1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고 2018-2019 메르세데스 포뮬러E 팀으로 이적했다.

전기차 적응은 쉽지 않았다. 데뷔 시즌 16위에 그친 반도른은 2019-2020시즌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2021-2022시즌에는 다시 9위로 내려앉았다.

어렵게 포뮬러E에 적응해가던 반도른은 올 시즌을 앞두고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메르세데스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는 머신이 Gen3로 업그레이드되는 2022-2023시즌부터는 포뮬러E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반도른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만큼은 아무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챔피언에 오르려면 일관성 있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도른의 전략은 통했다. 반도른은 올 시즌 E프리 우승을 딱 한 번 했지만, 포디엄에는 8차례나 올랐다. 결국 넉넉한 승점 차로 생애 첫 챔피언에 올랐다.

반도른은 "이 팀에 들어온 지 4년이 됐는데 올해만큼은 장비, 팀원들, 내 실력까지 모든 게 완벽한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메르세데스는 포뮬러E를 떠나지만, 반도른은 팀을 옮겨서라도 계속 전기 경주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려고 한다.

반도른은 "다음 시즌에 새 경주차 Gen3가 도입된다. 새로운 세상에도 잘 적응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