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이나 이상하게 공략하기 힘든 투수가 있기 마련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했을 때 더스틴 니퍼트(당시 두산)에겐 유독 약했다. 상대팀 에이스에게 약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다른 팀과 경기에선 많이 얻어 맞는데, 우리팀만 만나면 잘던지는 투수도 있다. 지난 2016년 SK 와이번스는 한화 이글스 장민재만 만나면 졌다. 장민재는 그해 SK전에 6차례 선발등판해 5승무패-평균자책점 1.30을 기록했다. 6승 중 5승을 SK를 상대로 거뒀다. 

KIA 타이거즈는 한화 이글스 김재영이 신경쓰인다. 김재영은 10일 대전 KIA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김재영 공략에 실패한 KIA는 3대4로 역전패했다.

김재영은 올시즌 첫 등판이던 지난 1일 대전 SK전에서 4⅓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7안타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런데 KIA전에선 이전 경기보다 안타를 더 맞고도 실점을 최소화했다.

KIA 타자들 입장에선 답답했을 것 같다. 지난해에도 김재영을 두번 만나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해 9월 7일 김재영을 상대로 7이닝 동안 7안타를 쳤으나 1득점에 그쳐 2대11로 패했다. 그래 9월 24일 경기 땐 6이닝 동안 6안타에 1점도 뽑지 못하고 0대5로 졌다. 두 번 다 김재영이 승리투수가 됐다. 김재영은 지난해 20차례 등판(15번 선발)해 5승을 거뒀는데, 2승을 KIA에게 얻은 것이었다. 최강 타선이라는 KIA를 상대로 2경기서 2승에, 평균자책점이 0.69였다. 

그래서 10일 경기가 김재영과 KIA에 모두 중요했다. 첫 등판에서 부진했던 김재영은 자신있는 KIA를 상대로 반전의 피칭을 해야했고, KIA는 김재영 징크스를 털어내야했다.

이날 KIA는 6이닝 동안 3점을 뽑아 지난해보단 나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김재영은 승리를 챙기진 못했으나 6이닝을 버티면서 팀의 승리에 버팀목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김재영의 승리였다.

KIA 타자들이 김재영의 떨어지는 포크볼 공략에 실팼다고 해도, 다른 팀이라고 다를 건 없다. 왜 김재영이 KIA전에만 잘던질까에 대한 의문을 풀 방법이 없다. KIA 타자들이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에게 특별히 약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KIA는 사이드-언더핸드 투수 상대 타율이 무려 3할2푼2리나 됐다. 

김재영의 공이 KIA전에서 유독 더 좋았을 수도 있고, KIA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나빴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난해부터 세 번의 만남에서 김재영은 KIA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제 KIA는 김재영에게 알 수 없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김재영은 KIA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있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부터 만들어진 KIA와 김재영의 천적관계. 언제까지 지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