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소 뉴스] 김진욱 감독, 유한준에 왜 희생번트 지시 안했나
"희생번트? 1%도 생각하지 않았다."
KT 위즈는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터진 유한준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5대4로 신승했다. 상대 선발 이재학의 구위에 밀려, 무기력한 패배를 당할 뻔 했지만 올시즌 KT가 달라진 게 뭔지 보여준 경기였다. 심우준이 터뜨린 추격의 투런포,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류희운-김재윤 계투들의 호투가 동료들을 깨웠다. 홈런을 친 유한준은 "후배들이 저렇게 해주는데, 형들도 뭐라도 해보자고 했다"며 홈런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경기 후 3루측 KT 덕아웃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김진욱 감독의 강공 선택이다. 2-4 2점차로 밀리던 9회. 무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타석에는 유한준이었고, 뒤에는 타격감이 좋은 윤석민과 박경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리대로라면 희생번트를 대고, 일단 동점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안전하게 동점을 만들고, 이후 역전을 노리는 게 우리가 그동안 보던 야구였다.
유한준의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유한준은 외국인 타자들이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최형우(KIA 타이거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 '번트는 절대 없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주는 거포 유형의 타자도 아니다. 컨택트 능력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다. 만약, 번트 작전을 지시했다면 충분히 수행 가능한 베테랑이었다. 번트가 필요했다면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대타 카드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유한준은 번트 모션 하나 없이 파울 2개를 날리며 2S로 몰렸다. 하마터면 불리한 볼카운트 속 주자 진루도 못시키고 아웃돼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 했다. 다행히 불리한 볼카운트 속에서도 극적인 홈런이 나와 KT에는 해피엔딩이 됐다.
이 선택에 대한 김 감독의 의중이 궁금했다. 경기 후 만난 김 감독은 "희생번트? 그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우리 중심 타선에 힘이 생겼다. 정말 번트를 대야하는 순간이 있고, 또 번트를 대는 게 맞는 선수들이 있는데 유한준의 경우는 아니었다. 우리 5번타자 아닌가. 중심타자들에게 번트를 대는 건 웬만해서는 하지 않겠다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선수들에게도 말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점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 장타력의 힘으로 한 번에 역전을 시키고 싶었다. 만약, 2S이라고 해서 유한준이 소극적인 스윙을 했다면 경기 후 분명히 선수와 대화를 나웠을 것이다. 중심타자들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려야 한다. 이 경기를 내줘도 좋다는 마음으로 강공 지시를 했다. 지난해 같았으면 어떻게든 이기려 번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내가 지시를 안해도 유한준, 이진영 등 선수들이 스스로 번트를 대는 경우가 있었다. 이 한 경기로 우리 팀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경기까지 패했다면 KT는 2연패에 빠지게 되고, 11일 개막 후 최고 컨디션인 왕웨이중을 만나야 했다. 감독 입장에서 정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음이 틀림없었다.
김 감독이 바꿔놓은 KT는 올시즌 팀 홈런 27개로 29개의 SK 와이번스에 이어 2위다.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채종범 타격코치가 자신있는 스윙에 대해 선수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