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금액이라고 해봤자 1만4천원이어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처럼 천원짜리 장사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적은 돈이 아닙니다. 한 번 더 참고 넘어갈까 했지만, 너무 괘씸해서 제보합니다."

울산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씨는 현충일인 지난 6일 '당구 요금 먹튀'를 당했다.

A씨에 따르면 오후 5시 30분께 계산대 안쪽 개수대에서 잠시 설거지를 하고 나왔을 때, 출입문 근처에서 당구를 치던 손님 2명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자리를 비웠겠지'라고 믿고 싶었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한 차례에 이어 올해만 해도 1월과 4월에 먹튀 피해를 본 아픈 기억이 있어서다.

역시나 손님들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CCTV를 돌려본 A씨는 또 한 번 분통을 터트렸다.

영상에는 큐(당구봉)를 정리한 뒤 자연스럽게 출입문으로 나가는 2명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날 해당 손님들이 지불하지 않은 돈은 1시간 15분가량 이용료 1만4천원이었다.

A씨는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말에는 기본요금에 해당하는 7천원,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1월에는 1만원 안팎의 요금을 받지 못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금액이 많지 않은 데다, 신고해서 어렵게 먹튀 손님을 찾더라도 별다른 처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먹튀 피해를 본 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약 1주일간 탐문수사를 거쳐 해당 손님을 찾았다.

그러나 당사자는 "일행이 계산한 것으로 착각했다. 게임비를 내겠다"고 해명했고, 결국 요금을 받는 것 외에는 A씨에게 아무 실익이 없었다.

통상 무전취식 등이 상습적이거나 금액이 많으면 사기죄가 적용되지만, 일회성이고 소액이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범칙금만 부과된다.

A씨는 8일 "주변 상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괜히 신고했다가 SNS를 동원한 악의적인 소문 등으로 보복을 당할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라면서 "바쁜 경찰을 동원해서 잡아봤자 처벌도 어렵기 때문에, 경찰한테 미안해서라도 아예 신고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먹튀 피해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것에 용기를 얻어 제보했다"라면서 "초범이나 소액이라도 나쁜 의도가 확인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해제 후 전국적으로 각종 112신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른바 먹튀 관련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이전인 4월 1∼15일 보름간 무전취식과 무임승차 관련 신고는 94건이었는데, 5월 15∼30일에는 104건으로 10건 증가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 신고를 받고 당사자를 찾으면 대부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범칙금 외에 더 강력하게 처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면서 "일상 회복이 정착하고 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을 맞아 먹튀 피해를 비롯한 각종 신고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