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축구에서 9번은 주전 중앙 공격수를 상징하는 번호다.

10번, 11번과 함께 전통적으로 그 팀의 핵심 전력이 달고 뛰는 번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만큼은 9번이 어떤 선수도 거들떠보지 않는 번호가 돼버렸다.

그 사연을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이 새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6일(이하 한국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새 시즌 첼시의 주요 등번호는 모두 주인을 찾았다. 10번과 11번은 각각 그대로 크리스천 풀리식, 티모 베르너가 쓴다.

그런데 로멜루 루카쿠가 인터밀란(이탈리아)으로 '복귀 이적'하면서 남기고 간 9번의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왜 9번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번호가 저주받았다더라. 내가 무슨 전술적인 이유로 그 번호를 남겨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놀랍게도 그 어떤 선수도 9번을 건드리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9번 달던 친구들이 다들 골을 못 넣고 팀을 떠났다'는 얘기만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간 첼시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했기 때문에 '저주받은 등번호'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9번을 입었던 에르난 크레스포, 페르난도 토레스(이상 은퇴), 라다멜 팔카오(라요 바예카노), 곤살로 이과인(마이애미),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 등이 기대 이하의 활약상으로 첼시를 떠났다.

루카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인터밀란에서 데려온 루카쿠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 8골을 포함해 공식전 15골에 그쳤다.

첼시가 구단 역대 최고액인 9천750만 파운드(약 1천538억원)를 인터밀란에 지불한 점에 비춰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임이 확실하다.

투헬 감독은 "나 역시 미신을 많이 믿는 사람"이라면서 "선수들이 왜 9번을 안 건드리려고 하는지 나도 이해하겠더라"고 말했다.

올 시즌 첼시 9번이 '공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첼시는 과거 아스널(잉글랜드)에서 뛰었고 지난 시즌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골잡이 피에르에므리크 오바메양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이 성사되면 오바메양의 선택에 따라 그가 9번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7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에버턴을 상대로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첼시는 일단 '9번' 없이 2022-2023시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