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신본기가 3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주루하고있다. 

한 때 ‘구푼이’로 불리던 롯데 신본기(29)가 연일 맹타로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의 공백을 완벽히 지워내고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2연속시즌 풀타임을 꿰차면서 생애 첫 3할 타자 등극까지 노릴 수 있는 페이스다.

무엇보다 타격에 힘이 붙었다. 신본기는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8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해 6회초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전날 신병률에게 시즌 2호 홈런을 빼앗아낸 신본기는 3-2로 불안하게 앞선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KT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던진 몸쪽 체인지업을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뒤 이날까지 통산 홈런이 1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홈런 5개를 때려낸 게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데 이날 생애 처음으로 2연속경기 홈런을 터트리며 벌써 3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수비에서도 2루와 3루를 오가며 건실한 모습을 보여 번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날 전까지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1를 기록하며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데뷔 시즌 ‘구푼이’로 불렸던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실제로 신본기는 고졸 2년차 포수 나종덕(20)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자신이 타석에 서 있을 때보다 더 열띤 응원을 보냈다. 지난 24일 수원 KT전에서 나종덕이 5회초 좌전안타를 때려내자 마치 끝내기 안타를 친 것처럼 환호했다. 나종덕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호쾌한 홈런을 때려냈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본기는 “나도 신인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5월 초에 19연속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 마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본기는 신인 시절이던 2012년 개막부터 5월 13일까지 33타수 3안타 타율 0.091로 1할이 채 되지 않았다. 5월 15일 안타 한 개를 때려내 비로소 1할 타자(0.118)로 올라섰지만 멘도사라인을 한참 밑돌면서도 경기에 나가는 기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위태롭기 마련이다. 나종덕이 비록 1할 타자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3회 공 10개를 지켜보며 볼넷을 골라나간 뒤 5회 안타로 시즌 두 번째 멀티출루와 데뷔 첫 타점을 동시에 기록하자 후배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더 큰 액션을 취한 것이다.

롯데 나종덕이 24일 수원 KT전 4-0으로 앞선 3회 타석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괴로움을 아는 선배의 진심어린 응원 덕분인지 나종덕은 25일 3회초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데뷔 첫 2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갔고 후배를 아끼는 마음을 보여준 신본기도 생애 첫 2연속경기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개막 초반 포수 부재로 급격히 가라앉은 롯데는 신본기가 공수뿐만 아니라 후배인 나종덕의 기운까지 북돋아주는 1인 3역을 완벽히 수행하면서 서서히 반등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시즌을 고려하면 선수 개개인이 한 마음이 돼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반등 여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