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체인지업을 업그레이드한 잠수함이 높이 날아오르던 갈매기를 떨어뜨렸다. KT 고영표가 첫 승 기운을 그대로 이어가며 롯데 막강 타선을 막아내고 완투승을 따냈다.

고영표는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KBO리그 롯데와 정규시즌 홈 경기에 선발등판해 9이닝 4안타(1홈런) 2실점으로 팀 2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9회까지 단 108개를 던지면서도 삼진을 9개나 잡아낼만큼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허공을 갈랐다.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고영표는 스윕패(3연전 전패)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KT 김진욱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제발 스윕만큼은 안당해야 한다. 주말부터 KIA와 3연전을 치르는데 특정팀과 3연전을 모두 패하면 팀 분위기가 너무 무겁게 가라 앉는다”고 말했다. 4번타자 윤석민이 손가락 울림 증상으로 이날 경기에 결장했고 유한준과 이진영은 각각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리드오프 찾기에 실패한데다 ‘수퍼루키’ 강백호가 성장통을 앓고 있어 팀 밸런스도 썩 좋지 못하다. 풀타임 선발 2년차에 불과한 고영표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다. 

kt 고영표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코카몽가 론마트 필드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에서 몸을 풀고 있다.  

하지만 고영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1회초 선두타자 김문호에게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맞고 출발했지만 1사 1, 3루 위기에서 이대호를 3루수 땅볼로 돌려보내고 선취점과 맞바꿨다. 이어 채태인에게 체인지업 3개를 연거푸 던져 모두 헛스윙을 유도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채태인은 이날 고영표와 네 차례 만났는데 체인지업 9개 중 7개에 헛스윙을 했다.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던 이대호도 체인지업을 의식하다 홈플레이트 좌우 보더라인으로 날아드는 포심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빼앗겨 9연속경기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구와 떨어지는 타이밍 모두 완벽했다. 

2회부터는 거침이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38㎞에 머물렀지만 타자 허벅지 높이로 날아오다 발목까지 떨어지는 최저 112㎞짜리 체인지업에 롯데 타자들이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체인지업을 의식해 중간 타이밍으로 타격하면 130㎞대 중후반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허를 찔렀고,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투심 패스트볼까지 가미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경기 초반에는 우타자 기준에서 백도어로 보이는 커브로 손쉽게 카운트를 잡는 등 경기 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시즌 초반 등락을 거듭할 때에도 김 감독은 “가진게 많은 친구라 잘 해낼 것”이라며 남다른 신뢰를 보냈는데 그 이유를 증명했다. 

kt 고영표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코카몽가 론마트 필드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에서 몸을 풀고 있다.

투구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웠다. 고영표는 “투구는 회전이 아닌 직진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골반이 포수를 향해 수평으로 이동하고, 왼쪽 어깨를 회전시키는 것이 아닌 오른쪽 어깨가 포수쪽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기분으로 던지니 제구가 더 잘 되더라는 의미다. 이날 투구는 ‘투구는 직진 운동’이라는 말을 몸으로 보여준 투구였다. 비록 완투승에 아웃카운트 한 개만 남겨둔 9회초 2사 후 손아섭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잠깐 흔들렸지만 지난해 4월 29일 수원 LG전 이후 1년 여 만에 9이닝 완투로 토종 1선발 위용을 과시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 부진하면서 조급한 마음도 생겼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초심을 잃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에도 체인지업을 경기 중에 던지면서 감을 찾은 기억이 있어 과감하게 구사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초심 잃지 않고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초석을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