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야구 선수들에게 희망의 무대다. ‘국가대표’로서의 명예뿐만 아니라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지난달 9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예비 엔트리를 선발했다. 총 109명이 선발됐고 투수 52명, 야수 57명으로 구성됐다. 말 그대로 ‘예비’엔트리기에 당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엔트리에 포함될 선수들이 뽑히는 만큼 선수들에겐 최종엔트리 결정 시한까지 좋은 성적을 내야할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선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출전 당시 “APBC 출전 멤버들에게 아시안게임 우선권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인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컸다. 예비엔트리에도 AP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연히 이 선수들은 최종엔트리에 뽑힐 가능성이 다른 선수들보다 높았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그렇지 않다. APBC 멤버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이 발탁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APBC에 참가했던 투수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장현식(NC)과 박세웅(롯데), 임기영(KIA), 장필준(삼성)은 시즌 전 부상으로 재활을 하며 개막을 맞이했다. 임기영과 장필준은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장현식과 박세웅은 아직도 1군 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야수 중에선 차세대 국가대표 2루수로 평가받는 박민우(NC)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에 몰두했던 박민우는 시즌 개막에 맞춰 몸상태를 끌어올렸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30경기에서 타율 0.198, 7타점에 그쳤다. NC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의 부활을 위해 다각도로 힘썼지만 결국 부진한 그를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유격수 하주석(한화)도 32경기 타율 0.228로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다. 

시즌 초반 고졸 루키 열풍을 일으켰던 신예들의 최근 기세도 주춤하다. 강백호(KT)는 최근 10경기 타율이 0.250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이후 20경기 째 홈런포가 터지지 않고 있다. 삼성 우완 투수 양창섭도 체력 관리 차 지난달 12일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쇄골 부상으로 복귀 시점이 뒤로 밀렸다. 롯데 기대주 한동희 역시 최근 부진과 실책이 겹치며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두산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곽빈도 분전하고 있지만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며 흔들리고 있다.

반면 최종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적어보였던 선수들이 약진을 거듭하며 선 감독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두산에선 이영하와 박치국의 활약이 놀랍다. 개막 후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한 이영하는 5선발 이용찬이 빠진 후 선발로 전환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2경기 모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불펜요원 박치국도 신예답지 않은 담대한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의 ‘믿을맨’으로 성장했다. 한화 사이드암 투수 김재영도 기복이 있긴 하지만 한화 한용덕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믿음 속에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선 감독은 “최종엔트리 선발 시점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데려가겠다”고 공언했다. 아무리 이전에 믿음을 준 선수라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종엔트리가 발표되는 6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