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앤디 머리(70위·영국)가 매치 포인트 위기를 5번이나 넘기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카타르 엑손모바일오픈(총상금 137만7천25 달러) 단식 결승에 올랐다.

머리는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 5일째 단식 4강전에서 이르지 레헤츠카(52위·체코)를 2시간 30분 접전 끝에 2-1(6-0 3-6 7-6<8-6>)로 제압했다.

지난해 6월 슈투트가르트오픈 준우승 이후 8개월 만에 투어 대회 단식 결승에 오른 머리는 25일 다닐 메드베데프(8위·러시아)와 우승을 놓고 맞대결한다.

머리가 최근 투어 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2019년 10월 벨기에 유러피언오픈으로 3년 4개월 전이다.

머리는 이날 3세트 게임 스코어 3-5로 뒤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두 차례 매치 포인트 위기를 넘겼다.

매치 포인트는 매치 포인트를 잡은 선수가 한 점만 더 따내면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머리는 3세트 게임 스코어 4-5로 뒤진 상황, 상대 서브 게임에서 40-0으로 몰려 패색이 짙었으나 내리 3포인트를 따내 듀스를 만든 뒤 끝내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머리는 이번 대회 2회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16위·독일)를 상대로 3시간이 넘는 대접전 끝에 2-1(7-6<7-5> 2-6 7-5)로 이기는 등 준결승까지 4경기를 모두 3세트에서 승리했다.

36세 노장인 머리는 2012년 US오픈, 2013년과 2016년 윔블던 남자 단식을 제패한 선수다.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고,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라파엘 나달(6위·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함께 남자 테니스 '빅4'로 불렸다.

그러나 고질적인 허리와 고관절 부상으로 2019년에는 은퇴 직전으로 내몰렸고, 세계 랭킹도 500위 대까지 내려가는 등 고전했다.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른 끝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머리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도 1, 2회전을 모두 3-2 승리를 거두는 등 '불굴의 대명사'로 거듭나고 있다.

호주오픈 2회전 서나시 코키나키스(호주)와 경기는 무려 5시간 45분이 걸려 3-2(4-6 6-7<4-7> 7-6<7-5> 6-3 7-5)로 이겼는데 당시 경기 종료 시간이 호주 현지 시간 새벽 4시가 지나서였다.

또 0-2로 뒤지던 경기를 11차례나 3-2로 뒤집어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머리는 레헤츠카를 꺾은 이후 "오늘 경기는 내 생애 가장 극적인 역전승 가운데 하나"라며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머리는 이번 대회에서만 8차례 매치 포인트 위기에서 모두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