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소 뉴스]'레전드' 홍명보의 첫 행정 월드컵 "축구, 대기만성 스포츠"
"와, 도대체 이게 언제 유니폼인가요."
2002년 한-일월드컵 유니폼을 손에 쥔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의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붉은색 유니폼을 든 채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홍 전무. 이내 한마디를 툭 던졌다. "하하. 2002년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생각도 잘 나지 않네요. 유니폼 구하는 게 더 어렵지 않았나요?"
2002년 6월, 대한민국은 붉은 물결로 뒤덮혔다. 축구 변방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강호를 연달아 격파하고 '4강 신화'를 썼다. 그 중심에 바로 홍 전무가 있었다. 왼팔에 주장 완장을 달고 경기에 나선 홍 전무는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과 탄탄한 수비 조직의 중심으로 팀을 이끌었다. 당시의 기억은 강렬하다. 미국 폭스스포츠 아시아판은 최근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베스트11 중 한 명으로 홍 전무를 꼽았다.
새로운 도전, 생애 첫 '행정' 월드컵
홍 전무는 또 한 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위치가 다르다.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이다. 홍 전무는 축구협회 전무라는 행정가로서 첫 월드컵을 치른다.
"원래 꿈은 행정가였어요. 그래서 일본, 미국에서 뛸 때 스포츠마케팅 공부를 많이 했죠. 꽤 오랜 시간 돌아오기는 했지만, 지난해 협회에 들어와서 8개월째 일하고 있어요.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밖과 안의 온도차예요. 현장과의 차이가 커요. 협회가 얼마나 유연성 있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통을 많이 하고 있어요."
홍 전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선수 육성이다. "목표는 확실합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가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적에만 연연하다보니 무조건 체격 좋은 선수만을 육성하죠. 축구는 대기만성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이승우(20)처럼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이는 선수도 있지만, 오반석(30)처럼 프로에 와서 성장하는 선수도 있어야 합니다."
최근 홍 전무가 이끄는 협회는 준프로 계약 제도를 도입하고, 8대8 축구 보급에 힘쓰는 등 선수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축구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나무 한그루를 심고 있는 셈이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지만 정작 현재에 발이 묶여 소홀해질 수 있는 일. 가장 중요한 일이 가장 급한 일이다. 한국축구의 미래, 학원 축구를 바라보는 홍 전무의 시각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빛이 나지 않을 일이지만 그는 미래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향후 월드컵에서 좋은 소식을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시기적으로 당장 신경써야 할 무대는 단연 러시아 월드컵이다. 홍 전무도 마찬가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는 물론이고 각종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회 기간 중에는 러시아에 머물며 대표팀을 독려할 예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도 잡혀있다.
"더 떨릴 것 같아요. 저는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월드컵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 상황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거든요. 역대 그 어느 월드컵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볼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태극전사들이 최선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 역시도 밖에서 열심히 응원할겁니다. 국민께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던 홍 전무는 "기본적으로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가 하고픈 말은 하나였다. "월드컵 붐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