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유럽땅 '외로운 개척자' 차연희 "축구, 남녀 모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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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축구 유럽땅 '외로운 개척자' 차연희 "축구, 남녀 모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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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축구 유럽땅 '외로운 개척자' 차연희

지소연보다 5년 일찍 유럽 무대 진출…"선수들, 해외로 도전하라"

낡은 자전거 끌고 현지서 고군분투…"계속 유럽서 뛰었으면" 아쉬움도

"국내 선수 처우, 10년 전 그대로…관중 없는 선수들, 외로운 처지"

(춘천=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14년 1월 28일은 한국 여자축구에 상징적인 날이다. '간판스타' 지소연(수원FC·31)이 이날 영국으로 출국했다.

지소연은 인천공항을 나서며 "제가 잘해야 한국 여자축구가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보다 5년가량 전인 2009년 4월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 나타난 한 선수도 비슷한 포부를 전했다.

독일 프로축구 SC O7 바트 노이에나르 입단을 알리는 자리에서 차연희(36)는 "처음 나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좋은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지소연보다 먼저 유럽으로 간 '유럽 진출 1호' 차연희는 이후 1년 2개월간 독일 무대를 누볐다.

2018년까지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차연희는 현재 프로축구 강원FC 유소년 아카데미 감독으로 꿈나무들을 지도한다.

지난 6일 강원도 춘천의 강원FC 유소년 아카데미 건물에서 만난 차 감독은 "아이들은 내 경력을 잘 모른다"며 "가끔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감독님 국가대표였잖아요'라고 얘기를 한다"고 웃었다.

최근 강원FC 여자풋살팀 '오렌지 레이디'까지 이끌게 된 차 감독은 방송 등을 통해 여성들이 축구에 보이는 관심이 커졌다고 기꺼워했다.

그는 "이전에는 '축구는 남자가 하는 스포츠'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하나의 운동 종목인데 남녀를 구분 짓는 건 옳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어떻게 여자가 축구를 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는 차 감독은 SBS TV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언급하며 "방송이 이슈가 되면서 여성들도 축구의 묘한 매력을 알고 찾는 것 같다"고 웃었다.

차 감독의 말처럼 지난 7월 유럽에서는 축구가 '남자만의 스포츠'가 아님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 있었다.

영국에서 펼쳐진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가 대흥행한 것이다.

대회 총 관중은 57만4천875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결승전에는 8만7천192명의 관중이 찾았다. 남녀 유럽선수권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다 관중이다.

그러나 여자 유로의 흥행을 이야기하는 차 감독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생활 체육이 아닌 '전문 스포츠'로서 국내 여자축구는 유럽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등과 달리 아직 프로리그가 없어 선수들이 많은 관중 앞에서 기량을 뽐낼 기회도 많지 않다.

차 감독은 "우리도 선수권대회를 한다. 그런데 선수만의 축제다"라며 "여자축구 선수들은 아직 많이 외로운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농구, 여자배구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선수 연봉도 높다"며 "아무리 실업 스포츠라고 하지만 여자축구 선수의 연봉은 규정상 5천만원이 최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 처우가 내가 뛰던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여자축구의 실력이 정말 좋아졌다. 선수들의 자세도 성숙하다"며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종목이 크려면 중계도 늘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도 많아져 팬들이 경기를 많이 접하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생활을 해본 차 감독은 현장에서 관중과 호흡할 기회가 적은 선수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선수는 관중 앞에서 뛰어야 한다"며 "독일에서 관중석이 꽉 찬 적도 있다. 남자 A매치 수준으로 관중이 온 날에는 정말 부러웠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내가 뛰던 팀은 시골에 있었다. 그런데도 시즌권 구매자가 매 경기 1천명은 넘게 경기장을 찾았다"며 "정말 뛸 맛이 나더라"라고 덧붙였다.

유럽 생활은 대표팀 간판이었던 차 감독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경기력을 따라가기부터 쉽지 않았다.

육상선수 출신인 차 감독은 "내가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편인데 독일에서는 항상 100%로 뛰어도 현지 선수들이 70%로 뛴 것과 비슷했다"며 "힘에서도 밀리고 아이가 된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놀라운 게 그 선수들은 다 공무원, 경찰 등 직업이 있어 저녁에만 훈련했다. 물론 나는 오전부터 공만 찼는데도 그랬다"고 웃었다.

이역만리에서 '외로운 개척자'를 자임한 차 감독은 경기장 밖에서 고단하게 분투해야 했다.

차 감독은 "훈련장과 집 사이 거리가 걷기에는 멀었고, 원정경기를 다녀오면 새벽 1시가 넘는 경우가 많다"며 "차가 없어 오래된 자전거를 하나 구해서 그걸 타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으로 치면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생활을 해야 했다. 물가도 비싸 상황이 조금 열악했다"고 말했다.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차 감독은 유럽 생활을 더 이어가지 못한 것을 지금도 아쉬워했다.

그는 "유럽에서 시간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몇 달간 현지 선수들과 싸워보니 몸싸움의 요령을 알게 됐다. 선수로서 발전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첫 골을 넣었을 때가 기억난다. 부모님이 보러오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재계약 제의도 왔다. 그런데 그때 임대 신분이었고, 또 원소속팀인 대교도 상황이 좋지 않아 무조건 들어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차 감독은 "대교에 애착이 커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구단도 유럽에서 제의가 오면 언제든 보내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제의가 들어왔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성적 등이 걸려 있어서 보내주기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계속 유럽에 머물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차 감독은 후배들에게 꼭 해외에서 경쟁해보라고 당부했다.

그는 "유럽에 나가는 순간 큰 벽을 느낀다. 국내에만 있다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래 차 감독은 은퇴 후 축구와는 거리를 두려고 했다. 지도자직에도 관심이 없었다.

차 감독은 "은퇴 후 1년은 쉬면서 좋아하는 커피 관련 일을 했다. 바리스타 자격증 1급도 땄고 카페에서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20년 말부터 6개월가량 지인의 부탁으로 잠깐 유소년 선수를 가르치면서 '유소년 지도자'로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내가 경험했던 축구를 아이들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며 일에 매진하던 차 감독에게 지난해 5월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팀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만들 계획이니 감독을 맡아달라는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의 제안이었다.

차 감독은 "대표이사님과 교류도, 친분도 없었다"며 "그래도 말씀하셨던 유소년 축구에 대한 비전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차 감독은 여전히 직책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차 감독은 "누군가의 인생을 올바르게 성장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며 "유소년 지도자는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애들이 승부욕 때문에 지면 화를 내고 많이 다투기도 한다. 매일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고 했다.

차 감독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게 보여 뿌듯하다. '축구가 재미있어요'라고 해줄 때마다 더 뿌듯하고 고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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