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투어 시작하는 이대호, 뜨거운 눈물 "좋은 사람으로 남겠다"
10개 구단 팬, 관중들의 응원 받으며 은퇴 투어 첫걸음
왕정치 회장·로이스터 감독도 영상으로 격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야구의 기둥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은퇴 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이대호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0 올스타전 클리닝 타임 때 은퇴 투어를 알리는 행사에 참석, 지난 21년의 선수 생활을 곱씹으며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올라선 이대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자신을 연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부산 사직구장의 1루 베이스와 흙을 담은 일러스트 액자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았다.
앞서 은퇴한 또 한 명의 레전드, 이승엽 해설위원은 꽃다발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눈물을 참던 이대호는 아내 신혜정 씨와 딸 예서양, 아들 예승군이 입장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혜정 씨가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하자 무너져 내렸다.
신 씨는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아빠, 최고의 남편이 되어줘 진심으로 고맙고,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이대호는 "저보다 아내가 더 많이 고생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입을 연 이대호는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의 선수 생활을 곁에서 지켜봤던 이들은 특별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전 소속 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오사다하루(왕정치) 회장과 소프트뱅크 외야수 야나기타 유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등이 잠실구장 전광판을 통해 메시지를 남겼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우리의 모토를 꼭 기억하세요. 노 피어(No fear). 대호 축하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대호의 은사인 신종세 전 대동중 감독의 영상 메시지도 의미 있었다.
신 감독은 "세월이 참 빨리도 흘렀구나. 난 네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대호야 이제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수영초등학교에 다니던 이대호를 스카우트한 뒤 형편이 좋지 않자 2년 6개월간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했다.
이대호는 자신을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각 구장을 돌며 은퇴 투어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