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여신' 이민아(27·현대제철)가 13일 2018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B조 예선 베트남과의 최종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윤덕여호 대표 공격수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도 웃지 못했다.  

1-2차전 '강호' 호주와 일본에 잇달아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베트남과의 최종전에서 다득점을 목표 삼았다. 같은 시각 열리는 같은 조, 일본-호주전이 0대0으로 비길 경우에 대비, 베트남전 4대0을 기록한 일본을 넘어 5골 이상, 최대한 많은 골을 목표 삼았다. 전반 초반부터 점유율 60~70%를 유지하며 강공으로 나섰다. 전반 14분 '조소현의 선제골, 전반 38분 이금민의 추가골에 이어 후반 4분, 후반 28분 이민아의 골이 잇달아 터졌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4분, 이민아의 쐐기골은 환상적이었다. 베트남 수비의 볼을 뺏어낸 지소연이 전방을 향해 쏘아올린 크로스를 중원에서 받아든 이민아가 골키퍼의 키를 훌쩍 넘기는 짜릿하고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소연의 시야와 이민아의 센스가 빛난, 벼락같은 '원더골'이었다. 윤덕여 감독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후반 28분, 4번째 골 장면에선 공격수 이민아의 골 집중력이 돋보였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정설빈, 임선주가 필사적으로 살려낸 볼을 문전 쇄도하며 기어이 밀어넣었다. 영리하고 당찬 몸놀림, 침착한 결정력으로 한국이 이날 기록한 4골중 2골을 책임졌다. 미모를 뛰어넘는 실력을 입증했다.  

후반 41분까지 일본이 호주에 1-0으로 앞섰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2승1무'의 일본에 이어 한국이 손쉽게 조2위가 확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종료 4분을 남기고 가능성이 가장 낮을 것으로 봤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두 팀이 '골을 넣고' 비길 경우였다. 0-1로 뒤지던 호주가 후반 41분 에이스 샘 커의 동점골에 힘입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3팀이 나란히 1승2무(승점5)를 기록한 상황, 해당팀간 승자승-골득실-다득점 원칙이 적용됐다. 호주, 일본과 모두 0대0으로 비긴 한국은 무득점, 한국과 0대0, 호주과 1대1로 비긴 일본은 1득점으로 '다득점'에서 밀렸다. 1승2무의 호주, 일본이 또다시 동률을 이룬 상황, 규정대로 B그룹 내 골득실 산정에 따라 호주 +8(9득점, 1실점), 일본 +4(5득점, 1실점)로 호주가 조1위, 일본이 조 2위를 기록했다. 

이날 환상적인 멀티골을 기록한 이민아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한국-베트남전 최우수선수(player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4대0으로 완승하고,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됐건만 웃지 못했다. 최선을 다하고도 4강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공격수로서 더 잘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표했다. "전반적으로 우리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자책했다.  

필리핀과의 5-6위전, 마지막까지 최선의 플레이를 다짐했다. "프랑스월드컵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하는 중요한 경기다. 남은 시간 동안 준비해서 오늘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 필리핀을 이기고 월드컵에 꼭 진출하고 싶다." 

B조 3위 한국은 17일 오전 2시(한국시각) 암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리는 5-6위전에서 A조 3위 필리핀과 맞붙는다. 요르단아시안컵 참가 8개국 중 5위 내에 들면 프랑스월드컵 티켓을 확보한다. 필리핀에 승리하면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