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3연패'를 달성한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동시에 "더 높이 뛰겠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ｍ35를 뛰어 2위에 올랐다.

1위는 '현역 최고 점퍼' 바심이었다.

바심은 2ｍ37을 넘어 2017년 런던(2ｍ35), 2019년 도하(2ｍ37)에 이어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에서 2회 이상 연속 우승한 선수도 바심뿐이다.

바심은 개인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어 '전설'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를 넘어 남자 높이뛰기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소토마요르는 1995년 슈투트가르트(2ｍ40), 1999년 아테네(2ｍ37)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경기 뒤 우상혁은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메달을 따게 돼 정말 기쁘다. 나는 오늘 경기를 즐겼다. 바심이 금메달을 추가한 걸 축하한다"며 "다음번에는 나도 더 높이 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육상연맹, AP통신을 통해서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세계선수권, 올림픽이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노력해서 금메달을 따는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ｍ33에서 3차 시기까지 가는 등 경기 운영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서 아쉽다"며 "그래도 오늘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 바심의 컨디션이 더 좋았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신의 질문은 바심에게 집중됐다.

바심은 "3회 연속 우승은 최초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이곳에 왔다"며 "엄청난 노력으로 얻은 성과"라고 했다.

이날 바심은 2ｍ19를 패스한 뒤 2ｍ24, 2ｍ27, 2ｍ30, 2ｍ33, 2ｍ35, 2ｍ37을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양손으로 나비를 만드는 특유의 세리머니도 펼쳤다.

1위가 확정된 후, 바심은 2ｍ42로 바를 높여 보단 본다렌코(우크라이나)가 2013년 모스크바에서 작성한 대회 기록(2ｍ41) 경신에 도전했으나, 1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다음 두 번의 시기는 포기했다.

바심은 "선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2019년 도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는 중 내게 일어난 놀라운 일"이라며 "때로는 팬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기록을 내는 게 어렵기도 하다"고 압도적인 경기력 뒤에 가려진 고통을 토로했다.

바심은 부상 후유증과 싸우며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한다.

올해 5월 14일 '바심의 홈' 도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개막 시리즈에서 2ｍ33을 넘어 2ｍ30의 바심을 꺾고,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도 마지막까지 바심을 위협한 우상혁도 '더 높은 점프'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2ｍ33을 뛰어 동메달을 딴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는 "나는 포도주와 같은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더 좋아진다"고 베테랑 점퍼의 위용을 뽐냈다.

그는 전쟁의 아픔도 겪고 있다.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프로첸코는 "다행히 내 가족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 빠져나왔다"고 안도하면서도 "나는 고향 헤르손에 모든 걸 두고 왔다. 가방 하나만 들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털어놨다.

프로첸코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육상 선수 22명은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아직 절반만 보여줬다"는 의미로 '절반만 면도'를 하고서 결선에 출전한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는 2ｍ33을 뛰었지만, 성공 시기에서 프로첸코에게 밀려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발목과 허벅지 통증을 앓는 탬베리는 "오늘 고통 속에서도 높이 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기쁘다"고 위안거리를 찾으면서도 "(2ｍ25와 2ｍ28을 3차 시기에서 넘은)예선에서 많이 힘들었다. 오늘도 정확한 점프 동작으로 하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