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코치상' 받은 펜싱 장태석 감독 "잘 따라준 선수들 덕분"
7년 지도한 여자 에페 대표팀 최근 떠나…"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기를"
(지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장태석 코치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대한민국 대 에스토니아 결승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1.7.27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는 '코치 공로상'을 받은 장태석(55) 울산광역시청 펜싱팀 감독은 눈부신 성과를 함께 이뤘던 여자 에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발전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IOC 코치 평생 공로상 2023년 수상자로 발표된 23일 연합뉴스와 전화로 만난 장 감독은 "선수들과 서로 잘 이끌고 따르면서 좋은 성과 낸 것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IOC는 이날 2023년 코치 평생 공로상 수상자로 장 감독과 아르헨티나 유도 코치 라우라 마르티넬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IOC 코치 평생 공로상은 지도자의 역할을 조명하고, 특히 선수의 올림픽 여정에서 기여한 지도자를 격려하고자 주는 상이다.
2017년 제정 이후 한국 지도자가 이 상을 받은 건 장 감독이 처음으로,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부터 여자 에페 대표팀을 지휘하며 남긴 공을 인정받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소속팀인 울산광역시청 지도에 집중하고자 최근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수상이 발표돼 장 감독에게 이 상은 7년의 대표팀 생활을 정리하는 상징으로도 남게 됐다.
(지바=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대한민국 대 에스토니아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딴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최인정과 장태석 코치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7.27 ondol@yna.co.kr
장 감독은 "대표팀에서 강영미, 최인정, 송세라, 이혜인 4명의 멤버와 오래 함께 생활해왔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며 함께 즐거운 환희의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장 감독이 이끄는 동안 여자 에페 대표팀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때 '숙적' 중국을 격파하고 9년 만에 단체전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에페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이 나왔다. 송세라(부산광역시청)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20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금메달(강영미)과 단체전 은메달, 올해 열린 2022 항저우 대회 땐 개인·단체전 석권을 이뤘다.
장 감독은 "키 170㎝를 넘는 최인정을 빼곤 선수들이 신장에선 대체로 열세인데, 잘 따라줘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면서 "여자 에페 선수들이 워낙 성격이 좋고 '텐션'도 좋다. 오히려 제가 케어받을 때도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고 소통도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자 에페는 펜싱 대표팀 내에서도 남다른 '케미'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훈련으로도 정평이 났다. 선수 시절부터 스피드와 파워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감한 장 감독이 선수들에게도 고강도 훈련을 요구한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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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훈련이 너무 강해서 선수들이 불만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경기에서 웃기 위해 하는 거라고 강조하며 소통에도 애썼다. 결과로 드러나니 선수들이 힘들어도 저를 잘 따라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은메달도 대단하지만, 금메달이 아니니 떠나면서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개인전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갑자기 나오게 돼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후임 코치와도 열심히 훈련하고 소통하며 잘 준비해서 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금메달이 나오길 바란다"고 응원도 잊지 않았다.
스스로는 왼손잡이이면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인 선수들을 지도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선수들만큼 직접 운동도 열심히 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지도자로 우뚝 선 장 감독은 이에 안주하지 않을 참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무작정 시키는 시대는 지났고, 분석과 데이터 없이는 이겨나갈 수 없다"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며 소속팀에서도 선수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