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널 엠블럼이 박힌 벤치 코트를 입고 낑낑대며 지퍼를 올리는 모습을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아스널이 벵거 감독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96년 9월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벵거 감독은 어느덧 부임한 지 21주년을 넘어섰다. 당시 벵거 감독 선임은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무명 감독이자, 아스널이 창단한 지 110년 만에 처음 선임한 외국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벵거 감독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향했지만, 벵거 감독은 성적으로 증명해보였다. 리그 우승 3회와 FA컵 우승 7회란 업적을 세웠고, 2003-04시즌에는 리그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하며 아스널에 영광스러운 기록을 선물했다.

# 변화 필요한 아스널, 벵거와 쉽지 않은 ‘작별’ 결심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벵거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5위로 시즌을 마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도 순위가 6위까지 밀려났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패한다면, 사실상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에 초대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우승 없이 4위 언저리에 머물며 ‘4위 DNA’를 가졌다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때의 별명이 그리울 정도다. 아스널 팬들이 ‘벵거 OUT’을 외치고 나선 이유다.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던 아스널 구단도 벵거 감독과의 이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18일 “아스널 구단이 벵거 감독 후임 찾기에 나섰다”면서 “올 시즌이 벵거 감독이 에미레이츠(아스널 홈구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 같다. 유로파리그에 우승해서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더라도 말이다”라며 아스널과 벵거 감독의 이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아스널 구단은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오랜 기간 헌신해온 만큼 예우를 갖추겠단 생각이다. 이 매체는 “아스널은 벵거 감독이 존경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후임 물색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타 팀들과 달리 감독 및 그의 에이전트와 만나는 것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벵거 감독의 뒤를 이어 아스널을 이끌 감독은?

20년 이상 벵거 체제에 있던 아스널은 감독 선임에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울 산레히 단장을 비롯해 이반 가지디스 최고 경영자, 스벤 미슬린타트 수석 스카우트가 각각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가 절실한 만큼 젊고 재능 있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산레히 단장은 과거 함께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선호하고 있으며, 미슬린타트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 도메니코 테데스코 감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디스 역시 미켈 아르테타 감독과 레오나르두 자르딤 감독, 브랜든 로저스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3명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감독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텔레그라프’는 “산레히 단장과 미슬린타트, 가지디스는 각각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동의하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후임 물색 결과에 따라 벵거 감독과의 이별 시기가 결정될 거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