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프로야구는 공히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올시즌 몇 가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3국 프로야구가 동시에 새로운 경기 촉진룰을 시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시간 단축이 커미셔너들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먼저 메이저리그는 마운드 방문 회수와 공수교대시간을 줄였다. 투수교체의 경우를 제외하고 감독, 코치, 또는 포수를 포함한 야수가 마운드로 가는 횟수를 종전 9회에서 6회로 제한했다. 또 2분 5초간의 공수교대시간(미전역 중계시 2분25초, 포스트시즌 2분55초) 중 25초가 남았을 때 투수는 연습구 1개만 더 던질 수 있다. 연습투구에 소요되는 1초도 아깝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올해부터 자동 고의4구를 실시하고, 재팬시리즈 연장 규정을 15회에서 12회로 줄이기로 했다. KBO리그도 자동 고의4구를 도입하고 비디오 판독 제한시간도 5분으로 못박았다. 3국 프로야구의 경기시간 단축 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24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메이저리그는 322경기를 치러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 8분으로 나타났다. 9이닝 기준으로는 3시간 1분이다. 지난해 전체 경기 평균시간은 3시간 8분이었고, 9이닝 기준은 3시간 5분이었다. 9이닝 기준으로만 보면 분명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25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촉진룰로 인해 경기 시간에 변화가 생긴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마운드 방문 횟수가 절반 정도 줄었고, 이닝간 브레이크도 훨씬 짧아졌다. 쓸데없이 흐르는 시간을 줄여 재미있는 상품을 만들려는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말대로 감독 또는 코치, 포수 등 마운드 평균 방문 횟수는 지난해 7.41회에서 올해 3.79회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 보통 1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메이저리그는 이를 통해 3~4분 단축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현재 120경기를 치른 일본 프로야구의 전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3분이며, 9이닝 경기의 평균은 3시간 9분이다. 지난해 3시간 13분, 9이닝 기준 3시간 8분이었으니 아직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126경기를 소화한 24일까지 전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1분으로 지난해와 같다. 9이닝 경기도 지난 시즌과 같은 3시간 17분이 걸렸다.  

10개팀 전체에서 나온 고의4구는 24개다. 고의4구 1개를 내주는데 40초 정도 걸린다고 보면 전체적으로 경기당 평균 7~8초의 단축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디오 판독에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이날까지 127차례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평균 1분 10초가 걸렸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서 107차례 비디오 판독의 평균 시간은 1분 29초였다. 비디오 판독 시간도 19초 정도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전체 경기시간은 그대로다. 역시 타고투저로 인한 경기 지연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24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3시간 59분이 걸렸다. 경기 중반 이후 불펜투수들이 난조를 보이면서 대량 득점이 나왔다. 두산은 6회초 8점을 뽑았고, SK는 8회말 6점을 올리며 한 점차까지 따라붙는 집중력을 보였다. 두산의 10대9 승리가 결정된 시간은 밤 10시29분이었다.

이날 현재 KBO리그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2할7푼8리, 4.94이다. 지난해 2할8푼6리, 4.97에서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0.242, 4.07)와 일본 프로야구(0.247, 3.79)와 비교하면 여전히 투수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전체 일정의 20%도 소화하지 못한 시점이라 경기 촉진룰 효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